가장 안전한 배는 항구에 정박한 배다.
샌드위치 데이에 덩그러니 pc앞에 앉아있다, 쓰기로 한 글을 써야겠다 싶어서이다.
성과관리에 대한 글을 끄적이다 보니, 요즘 왜 이러고 살고 있나 하면서
삶의 이유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결국 성과관리 테마의 글은 저편으로 밀려버렸다. ^ㅇ^
수영도 못하는 처지에 가끔 보면 메모해 둔 명언들이 배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가장 좋아하는 문구이자 성과관리 테마의 처음을 열고자 하는 문구도 생떽쥐베리의 말 중, 배에 대한 것이다.
이 글의 제목에 배와 관련한 문장을 넣고 싶었다. 조금은 내용과 다른가 싶다가도 찰떡이다 싶기도 하다. '가장 안전한 배는 항구에 묶인 배다. 그런데 배는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무언가 모험심을 자극하는 것 같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Value Proposition이다. Value Proposition에 대한 이야기는 성과관리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 명언의 유래는 불분명하다.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일단 내가 좋아하는 괴테의 명언이라는 설도 있으니, 내 글에서는 괴테의 말인 것으로 정했다)
오늘 글의 중심은 삶의 목적이다. 삶의 목적이 언제부터인가 '행복'이 되어버린 것 같다. 정말 기가 막힌 상술이 아닐 수 없다. 2000년 중반까지는 행복이라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기보다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 정도의 분위기였던 것 같다.(그 시점까지는 대학생이었다. 전공은 심리학) 지금은 서점에 가보면 행복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목적이 된 것 같다.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관련 도서를 찾아보시는 분들은 먼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를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행복 역시 쾌락의 한 종류로 도파민이다. 이 도파민이 삶의 목적이라면 행복 역시 마약과 다를 바가 없다.
졸업을 앞둔 4학년 시절, 지금은 행복학의 대가라 불리는 '서은국'교수님이 한국에서 첫 수업을 하시는데 마침 그 수업을 수강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당시에 교수님은 'Happiness가 아니라 Subjective Wellbeing이다'라고 하셨다. 주관적 안녕감이라. 행복과는 다르다고 하셨었는데. 당시에는 '그게 뭐가 다르다고 참~!' 생각했었는데 요즘 행복에 대해 조금 꺼림 침하게 느껴지는 게 happiness 보다는 wellbeing이 더 내가 원하는 느낌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어릴 적보다는 지금 더 영어에 대한 감각이 더 생긴 셈이다.
얼마 전 롱블랙에 서교수님 인터뷰가 실려 너무 반가웠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역시나 행복이라는 감정이 생존의 수단이라는 것은 여전히 충격적이다. 대학시절에는 행복하고 행복하지 않고 유전적인 부분이 크다라고 말씀하셨었던 게 정말 큰 충격이었는데, 여전한 충격을 주신다. 살면서 어른들 말씀과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가 맞는구나라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은데, 행복 역시 그런 부분이 있다. 바로 '강도보다는 빈도'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꼭 소확행이 좋은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자주 느낄 수 있도록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렇게 수업시간에 배웠을지도 모른다)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휴일 (나는 휴가)에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고 있다 보니 (와이프는 널브러져 있다고 표현한다) 변명거리가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쫓기지 말고, 내 삶이 빈 곳 없이 가득 채워 넣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집중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행복을 목적으로 여기지 말고! 그냥 흐르듯이 기분 좋다. Good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게 웰빙이지...
서두에도 이야기했지만 삶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는 따로 없다. 고양이가 강아지가 호랑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도 의무도 없듯이. 인간 역시 살아가야 하는 이유나 목표는 없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은 내가 정하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너무나도 인간적이지 않은가!
사실 나의 삶의 목표도 목적도 분명하지는 않다. 그래도 '행복'은 아니다. 행복은 그냥 매일매일 느끼는 거지. 나의 삶의 이정표는 아직 안 정했지만 내가 정할 거다. 그 누구도 정하게 두지 않을 셈이다. 나라는 배가 유조선일지 여객선일지는 내가 정하는 거니까.
상쿤 in 인살롱 ・ 2024.08.16 다시, 보상을 통한 외재적 동기부여에 주목할 때
[요약 : 외재적 동기부여와 내재적 동기부여의 밸런싱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보상' 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글]
2019년부터 국내 기업에 OKR 유행이 시작됐고 코로나 전후로 절정에 다다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OKR의 핵심 아이디어 중 하나인 내재적 동기부여의 중요성이 덩달아 급격하게 주목받게 되면서, 보상을 통한 외재적 동기부여의 중요성이 지난 몇년간 과도하게 저평가 되기도 했습니다. 조금 과하게 표현하면 '천한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들이 있었죠.
개인적으로 저는 보상을 통한 외재적 동기부여에 더 자극을 받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내재적 동기부여를 심하게 강조하는 대표, 조직이나 HR 리더 들을 다수 경험하면서 불편함과 동의하지 않음을 상당히 자주 느꼈고 중장기적으로는 그 조직에서의 몰입과 만족도가 저하됐습니다. 동기부여, 보상이라는 아주 기본적이고도 근본적인 요소들에 대한 철학이 여러 가지 문화와 제도, 분위기를 공명시키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외재적 동기부여와 내재적 동기부여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기나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는 달라질 수 있겠죠. 개인적인 취향은 전자 우선입니다^^.) 그래서 두 개가 적절히 밸런싱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고, 그 밸런싱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연봉 많이 줘야 하는 HR 유닛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부분 한쪽으로 치우쳐진 것은 길게 보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내재적 동기부여를 강조하는 진영에서는 드시(Deci)와 라이언(Ryan)의 연구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인지적 평가 이론(cognitive evaluation theory)을 많이 인용합니다. 그것을 발전시켜 알피 콘, 그리고 최근 다니엘 핑크(Daniel Pink) 등이 주장하는 '보상이 내적 동기를 감소시킨다. 주장을 많이 수용하고 있습니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논문이 역시 많은 경우 '심리학도' 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물을 토대로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마시멜로 이론 비슷한 것들)
그러나 저는 근로를 통해 생계와 자존을 꾸려가며, 그리고 가족의 안위를 책임지는 책무를 자의든 타의든 가지고 일하는 직장인과 학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학생은 직장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인류이며, 그 인류를 대상으로 연구한 심리학 이론에 기초한 내재적 동기부여와 보상의 부정적 상관관계에 대한 주장이 지금껏 필요 이상의 과한 영향력을 수많은 기업과 HR과 보상철학에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실제로 이금희 교수의 '외재적 보상과 내재적 보상이 조직유효성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보면, 보상을 통한 외재적 동기부여 자극과 내재적 동기부여 자극이 둘 다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국유기업인지 사유 기업인지에 따라, 업종이나 그 나라 국가의 소득수준,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양의 상관관계를 최적화하기 위한 밸런싱은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단, 밸런싱 이전에 금전적 보상과 비금전적 보상의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도록 작동하는 '미싱링크'를 찾는게 우선이겠습니다.) 이처럼 최근 경영학자들은 이 두 가지 접근법 사이에서 더욱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영학은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발전된 분야이기 때문에,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 모두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영학자들은 보상이 단순히 동기부여를 촉진하는 도구로만 작용하지 않으며, 때로는 그 반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경영학 연구를 보면 보상이 내재적 동기를 저해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도출하기도 하며, 오히려 성과 기반 보상이 내재적 동기를 강화하는 경우도 있다고 보고합니다. 또한, 경영학자들은 직장이 실험실과는 전혀 다른 환경임을 강조합니다. 실험실에서는 무작위 할당이 가능하지만, 직장에서는 보상 체계에 따라 특정 유형의 인재들이 선별되어 조직에 남게 됩니다. 이 선별 과정은 조직의 문화 형성에 영향을 미치며, 보상이 동기부여에 긍정적 역할을 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드시와 라이언의 이론은 내재적 동기에 집중하지만, 경영학적 접근에서는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를 모두 고려한 동기 유인의 총합이 중요합니다. 내재적 동기가 다소 감소하더라도 외재적 동기가 그보다 더 많이 증가한다면, 전체 동기 수준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재적 동기만을 고려해 보상을 무시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균형 잡힌 접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보상이 내재적 동기를 줄일 가능성이 있더라도, 그 보상이 성과를 직접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는 점을 경영학 연구들은 강조합니다. 이는 외적 동기의 증가에 기인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보상이 성과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내재적 동기의 감소를 상쇄하거나 넘어서게 됩니다. 직장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보상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셈입니다.
최근 경영학 연구들은 보상 체계를 설계할 때,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예를 들어, 보상이 직원의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면, 내재적 동기를 해치지 않고 오히려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성과 평가와 보상 배분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공정한 보상 체계는 직원의 신뢰를 얻고, 성과를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결론
보상과 동기부여에 관한 경영학적 연구들은 보상이 조직 내 동기부여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습니다. 드시와 라이언의 이론이 내재적 동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경영학적 접근은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를 함께 고려해 보다 균형 잡힌 보상 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안합니다. 결국, 보상은 단순한 금전적 수단을 넘어 조직의 문화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며, 이를 잘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이 경영자 혹은 HR 유닛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 같습니다.
사설
위와 같은 생각을 하면 할수록, 평가-보상의 소믈리에가 되어, 예술적으로 내가 속한 조직 세팅을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6년 차 평가-보상의 하위 업무만을 수행해 본 자로서, 아직 못 가본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가득한 원티드 미드필더입니다. 마침 운 좋게도! 원티드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이번 미드필더 R조 스터디 주제를 '평가-보상을 통한 조직 몰입의 미학 탐구하는 것으로 조원분들과 합의했고, 기대가 많이 되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깊게 딥다이브 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글로 하나씩 정리해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문성훈 in 인살롱 ・ 2024.08.14 대표가 자기 욕망에 솔직해질 때 진짜 조직문화가 시작된다.
[대표가 보이고싶은 모습이 아니라 자기 욕망에 솔직해질때 진짜 조직문화는 시작된다.]
여러 대표님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느꼈습니다. 실제 그들이 타운홀이나 원오원을 통해 직원들에게 전하는 반복되는 메세지와 인사제도, 정책을 통해 전해지는 암묵적인 메세지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을요.
직원들을 대면하여 메세지를 전하실 때는 많은 경우 자신이 보이고 싶은 가면을 씁니다. 좋은 대표, 인간적인 대표, 요즘 트렌드에 맞는 대표, 꼰대가 아닌 대표, 다양성을 포용하는 대표, 민주적인 대표, 편파적이지 않고 공정한 대표, 응당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대표의 모습 등 보이고 싶은 상은 다양합니다.
반면 제도나 정책, 사소한 대화나 행동에는 대표님의 숨겨진 본심이 담겨 전달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그것이 더 날것의 본심에 가깝다는건 많은 질문과 오랜 관찰을 통해 알게됨)
예컨데 안맞는 직원과 빨리 헤어지고 싶다던지, 독단적으로 뭔가를 빨리 결정하고 싶다던지, 특정 복지나 제도가 목표달성을 방해한다고 느낀다던지, 이미 시행한 제도가 직원들은 좋아하지만 본인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던지, 편파적이어 보일 지라도 원하는 인재상이 명확히 있다던지요. 그런 속마음과 그렇지 않은 제도 사이에서 일관성을 해치는 결정들과 메세지, 번복되는 결정 등은 빈번하게 발생됩니다. 그것은 부정적인 메세지로 조직에 전파됩니다.
보여지기 위한 모습과 마음깊이 원하는 것 사이에 괴리가 크면 클수록 엇박은 심해집니다. ‘말은 이렇게 해놓고 정책은 왜이럴까? 대표는 왜 앞뒤가 다른걸까? 핵심가치는 왜 컬처덱에만 존재할까?’ 이런 의문들이 지속적으로 쌓이게 되면 결국 원하는 조직을 만들기도, 경영자가 지지를 받기도 어려워집니다.
최근 저희 회사에서는 대표님이 전보다 본인이 원하는 것에 많이 솔직해지셨습니다. 이전보다 직원들의 눈치를 덜보고 자기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본인이 선호하는 인재상, 원하는 퍼포먼스의 수준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반복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하셨어요.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 1번은 솔직하게 충돌하고, 결정되면 따른다 입니다. 이 핵심가치는 지난 몇년간 컬처덱에 존재했지만, 이제서야 비로소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이 변화를 제도나 정책으로 담아내려면 많은 보완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지금 수준에서 대표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것에 맞게 채용페이지, 타운홀 메세지, 핵심가치, 채용 기준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시그널이 감지됩니다.
경영진의 생각을 모호하게 느끼는 구성원이 감소함
메세지의 의뭉스러움을 반복적으로 느끼며 로열티가 저하되었던 구성원의 긍정적 반응
채용과정에서 후보자들이 더 명확하게 회사를 이해하고 지원함(지원수나 퀄리티도 반등)
HR제도나 정책 추진이 빨라짐
ㄴ 높은수준의 목표달성에는 꼭 필요하나, 구성원 복지 측면에서 손해가 있을 수 있는 정책을 과감히 실행가능해짐(추진할 수 있는 명확한 명분이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반면 현재까지 발견된 단점은 구성원들이 일방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과, 일시적으로 퇴사가 증가할수도 있다는 것 입니다.(사실 이런 변화에 따른 퇴사 자체도 길게보면 긍정적일 수도 있겠죠.)
저는 장점이 더 많다고 현재까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표의 날것의 욕망이 때로는 멋지지 않을수도, 구성원 상당수가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솔직하고 명료하게 정리되고 반복적으로 소통될때 그 조직의 문화는 선명해지고 컬처핏에 맞는 사람들이 그 조직에 남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성훈 in 인살롱 ・ 2024.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