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HR을 하고 있어요. 100개의 기업이 있다면 100가지 기업문화가 있고 경영환경도 매 순간 변하기 때문에 그때 잘 맞는 메커니즘이 있을 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제 경험과 관점이 처음 스타트업에서 HR을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래요! 지난 7월엔 스타트업 HR 담당자로 처음 합류했다면 구성원 여정(Employee eXperience)을 그려보는 것을 추천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입사 후 한 달 동안 조직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시도해 볼 만한 것들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조직문화요? 답 없는게 조직문화 아닌가요? 먼저, 조직문화가 무엇일까요? 누군가는 복리후생 제도라고 말하고 어떤 분은 홈페이지나 회사 소개서, 포스터에 적혀있는 문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아예 틀린 대답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그래서 어떤 HR 담당자 분들은 이렇게 정의하곤 합니다. "답 없음" 사전적 정의는 이렇네요. "조직 내 공유되는 가치관, 신념, 태도, 행동, 관행 등을 의미함" 추상적 개념이라 조금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요. 낯선 나라로 여행을 갔을 때를 생각해 보면 조금 낫습니다. 인도의 바라나시에 가보면 현지인들이 갠지스 강에서 양치도 하고 수영도 합니다. 다른 한 편에는 화장터가 있고 시체를 화장해서 뿌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여기 어머니의 품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일생의 소원” 이라고 말합니다. 라마단 기간에 두바이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요. 낮에 많은 음식점들이 문을 닫았었고요. 그나마 오픈한 곳도 여행자에게만 음식을 포장해 주는데요. 공공장소에서 먹으면 안된답니다. 쇼핑몰 구석에서 몰래 밥 먹었던 추억이 있네요. 밥을 굶는 것이 “자기 성찰, 자애를 실천하는 것” 이라고 합니다. 어떤 나라는 우측 통행을, 어떤 나라는 좌측 통행을 합니다. 어떤 곳에서는 주유비를 후불로 내고요. 선결제를 안하면 주유를 못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문화는 이렇게 사람들의 태도, 행동, 말로 먼저 보여집니다. ‘국가’ 라는 것은 정말 큰 규모의 ‘조직’ 이니까요. 기업의 조직 문화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수면 위 빙산 ‘관찰’ 하기 **빙산 이론(Iceberg Theory)**은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각각 빙산의 수면 위 작은 모습과 해저의 거대한 모습으로 비유한 것인데요. 조직도 결국 개인이 모여서 만든 개체이기 때문에 이 이론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문화를 이해하려면 먼저 수면 위 빙산의 모습을 봐야겠네요. 몇 가지 관찰 포인트와 경험한 사례를 소개드려 볼게요. 첫째, 사무환경, 구조물, 좌석배치, 구성원의 복장, 행동, 표정, 회의 또는 대화 모습 A사에 면접을 보러갔을 때, **모든 책상 위에 같은 책이 놓여**있어서 인상 깊었는데요. 실제 입사해 보니 서로 **양서를 추천하고 함께 읽고 이런 행동을 권장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B사는 **복장 규정**이 있었고 비즈니스 캐주얼로 입어야 했고요. C사는 **모자, 반바지, 슬리퍼**가 모두 가능한 곳입니다. 다른 정책들도 B에 비해 C가 유연한 편이었습니다. 둘째, 출, 퇴근 패턴. 일 많은 팀 또는 사람, 시간 약속 못 지켰을 때 사람들의 행동 입사 후 첫 달은 1시간 일찍 출근하고 2 ~ 3시간 늦게 퇴근하는 편인데요. 출근해서 사무실 돌며 가볍게 인사를 하며 누가 일찍 나왔지? 스캔하구요. 퇴근할 때도 고생 하세요~ 하며 어떤 팀이 야근하는지? 돌아봅니다. 초기에 구성원 얼굴도 익힐 수 있고 인사도 나눌 수 있어서 일석이조예요. 매우 높은 확률로 일찍 출근 + **늦게 퇴근하는 사람은 항상 그런 경우**가 많았구요. 꽤 높은 확률로 **리더**이거나, **중요 역할**을 맡았거나 **일잘러**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나중에 1 on 1 우선 순위가 높은 분들이기도 합니다) 조직이 가진 **시간에 대한 개념**도 알 수 있는데요. A사는 업무 시작 **10분 전 전원 출근해서 정시에 스탠딩 미팅**을 하는 룰이 있었고요. 시간 약속, 납기가 중요해서 회의 5분 전에는 자리에 앉았고 일정이 늦어질 것이 예상되면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반면, B사는 **대표는 물론 일부 리더들이 미팅에 종종 늦는 편**이었고 조직 전반적으로 일정 관리를 잘 못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모이자고 하면 꼭 예정 시간보다 10 - 15분 정도 지나야 다 모였어요. 셋째, 입사 당일 오리엔테이션 자료와 프로그램, 공개 채널에 게재된 정보, 정보의 유형 A사는 **CEO가 창업 스토리**를, **COO가 조직구조와 BM**을 직접 설명해 주었고 B사에서는 구성원에게 매우 디테일하게 정리된 메뉴얼을 제공한 후 지금부터 스스로 적응하셔야 합니다. 였습니다. 리더가 직접 설명하거나 가장 먼저 또는 오랜 시간을 들여 설명하는 것이 그 조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메시지였고 이를 전달하는 방법에서도 조직의 가치관, 신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커뮤니케이션 방법 A사는 **팀장이 사전 승인한 문서로 결재 라인을 타며 소통하는 방식**을 선호한 반면, B사는 리더 그룹이 대면으로 수시로 만나서 아젠다를 올리고 결론 날 때까지 토론하는 걸 선호했습니다. 이어서, A에서는 **공식 채널**로 공지가 떠야 정보를 알 수 있는데, B에서는 누구라도 메신저, 전화, 대면 등 모든 채널을 활용해 즉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정보가 빠르게 흐르는 편이었죠. 생각해보니, A에서는 Text로 많은 내용을 요약, 함축하는 **문서 작성 역량**이 중요했고 B에서는 PPT, 엑셀 등 다양한 자료를 띄우고 **브리핑하는 역량**이 좀 더 중요했네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보면 어떻게 정보가 흐르고 피드백이 오고 가는지? 의사결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누가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있는지? 속도는 빠른지? 잡음은 없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더라구요. 사실, 자주 언급되는 대화의 주제나 사용하는 단어도 주의 깊게 관찰해 보면 조직문화를 이해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되는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요.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 빙산이라고 해서 빙산의 '일각' 일줄 알았는데요. 살펴볼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네요. 어떻게 하죠? 정답은 없지만 잘 맞는 메커니즘은 분명히 있을거예요. 조직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관찰 포인트를 요약, 정리해 봅니다. 사무**환경** : 각종 구조물, 좌석 배치, 포스터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 구성원 : 상황별 말과 행동, 표정, 복장, 회의 또는 대화의 모습, 출, 퇴근 패턴 등 커뮤니케이션 : 주요 스피커, 리스너, 채널, 메시지, 공개/비공개, 수직/수평, 공식/비공식, 피드백 방향, 전달 속도 등 쫌 많긴 하네요.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조직과 구성원에 대한 깊은 **관심과 호기심**입니다.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면 관찰 포인트들이 자연스럽게 더 잘 보이더라구요. 정답 없는 조직 문화지만 잘 맞는 메커니즘은 분명히 있고 그것을 찾고 변화를 주는 과정에서도 회사, 구성원, HR은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관심과 호기심(그리고 꺾이지 않는 마음)이죠! 무더운 8월에는 시원한 실내에서 관심과 호기심으로 주변을 살펴보면 어떨까요? 다음 달에는 대화를 통해 수면 아래의 빙산을 생각해 보는 방법을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본 내용은 '기업문화 오디세이' 를 읽고 작년 사내 지식공유 세션 '스터디링크' 에서 발표한 내용의 일부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