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를 만나고 싶어합니다. 과거엔 '동문회'처럼 과거로부터 출발한 커뮤니티가 많았다면, 요즘엔 취향을 개발하고, 공부를 하거나, 루틴을 함께 잡는, 즉 바꿀 수 있는 미래에 시간을 투자하는 커뮤니티에 적극 참여한다고 하죠. 혼자서도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대, 사람들은 왜 서로 만나고 싶어하는걸까요? 왜 한번에 십만원씩 하는 독서모임에 돈을 내면서까지 모이려고 할까요? "공허함과 외로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이승윤 교수(건국대 경영학과)는 진단합니다. "많은 현대인이 잠시의 여유도 공허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그 공허함을 채워주는 대표적 비즈니스가 커뮤니티입니다. 취향을 찾게 하고, 그 취향을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들을 엮어주는 거예요. 의미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거죠." 의미있는 시간을 통해 느끼는 충만감. 예전엔 대학원이나 학원 수업에서 얻던 가치입니다. 이 자리를 커뮤니티가 많이 대체하고 있어요. 클래스의 시대가 가고, 커뮤니티의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의 시대가 끝나고 있습니다. 정보가 너무 투명하고, 꼭 강사에게 배울 필요가 없어졌어요. 우리 스스로 배우는 동시에 가르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겁니다." 대표적인 취미기반 커뮤니티 '넷플연가'의 전희재 대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이미 클래스 플랫폼은 많아요. 그런데 왜 넷플연가라는 커뮤니티에 올까요? 사람들이 넷플연가에 기대하는 건 지식에 대한 일방적인 강연이 아니에요. 이 주제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고, 친구가 돼 줄 사람이죠." 그는 넷플연가를 설립하고 운영하며 내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좋은 사람과 연결되는 데 기꺼이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걸 실감한다고 하는대요. 인터뷰 말미에, '커뮤니티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대답합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를 보면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 위에 헤밍웨이, 달리, 피카소가 다 한자리에 있잖아요. 그들이 원래 대단한 사람이었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여 있어서 시너지가 난 거예요. 내 친구가 좀 잘 되면 ‘쟤보단 잘해야지’, ‘나도 좀 더 멋있어져야지’ 같은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 미묘한 화학 작용이 한 사람을 보다 다층적인 인간으로 만들죠. 사람들은 점점 더 이러한 종류의 성장을 필요로 할 거라고 봐요. ”원문 바로가기 : https://www.longblack.co/note/1111 나는 기업의 HRD 담당자이다. 흔히 나의 직무를 '교육담당자'라고 부르는데, 내가 이 일을 선택한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는 '내가 경험했던 교육들이 너무 재미가 없어서' ENFP 특유의 외향적인 에너지 때문인지, 어릴 때 나는 교실에 가만히 앉아서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게 너무 지루하고 견디기 힘들었다. 이 재미없는 교육을 바꿔보고 싶어서 학창시절에는 '선생님'을 꿈꿨고, 지금은 그 꿈의 연결선상에서 조직 구성원들의 성장을 돕는 일을 10년째 하고 있다. 내가 재미없는 교육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꾸준히 시도했던 것이 있다면 강사가 주인공인 교육이 아닌 구성원이 주인공이 되는 학습 경험, 서로가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학습 환경을 만들려고 애썼다는 점이다. 물론 처음에는 재미있는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해봤으나(강사를 빵빵 터지게 웃긴 사람으로 섭외한다거나, 강의 콘텐츠에 컬투쇼 같은 재미난 영상들을 집어넣는다거나 등), 결국 구성원들이 기억할 때 가장 재미있고 의미있는 장면은 나의 이야기를 하고, 동료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는 순간이었다. 꼭 '깔깔깔' 웃고 떠들지 않더라도, 저마다의 경험과 관점을 공유하며 사고를 확장시키고, 서로에게 물들며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긍정적 전이가 일어났던 것이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흐릿해진 요즘, 우리는 원한다면 유투브를 통해 지금 당장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거나 GPT를 통해 배우지 않아도 활용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SNS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져 집중력을 도둑맞은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적 특성을 고려했을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모여서 강사의 일방향 강의를 듣는 것과, 지금 여기에 함께 하는 사람들과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파워풀할까? 이분법적으로 하나의 방법이 옳다고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다. 현재 처한 상황과 맥락에 따라 적절히 밸런스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겠지. 다만 나 역시 '함께 나눔'이라는 커뮤니티의 가치에 대해 공감하는 바이므로, '구성원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HRD담당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어떤 역량을 새롭게 키워야 하는가?' '어떤 학습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가?'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나의 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