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기업에 교육담당자로 커리어를 쌓고 있는 분들을 기준으로 과거와 현재에 대해 썰을 풀어 보았습니다. 오늘은 직장 경력의 끝을 향하고 있는 **25년차 HRer의 최근 이직 경험**을 소개해 봅니다. (사실 어제 원티드프렌즈 OB가 된 리더스6기 같은 조원들과 만남을 가졌는데, 모두가 이직에 대한 관심도 많고 고민도 많았기에 제 경험을 나누는 것이 조금은 도움이 될까 싶어서 입니다.) 제 경력을 간략하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요즘 젊은 분들은 교과서에서 배웠던 IMF가 막 끝나가던 시기에 저는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명 백화점 인사팀으로 입사해 인재개발팀(HRD)로 부서 분리되면서 저는 HRDer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4년 안된 시점에서 이직을 했습니다. 야간 대학원을 다니며 역량모델링이 중심이 된 컨설턴트 생활을 3년간 했습니다. 다시 기업으로 가서 11년 정도 그룹 교육기획 및 조직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40대 중반부터는 컨설팅사와 스타트업, 중견기업 등에서 인사 및 지원조직의 관리직을 경험했습니다. 저의 25년을 요약하면 갑과 을,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과 제조업, 유통업, 서비스업에서 사람과 관련된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최근 이직까지 카운팅 하면 총 7번째 회사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 직장만 다닌 분들을 존경하게 되었고, 이직의 경험 속에서 성공과 아쉬운 결과도 경험했습니다. 24년 7월 교육서비스업을 하고 있는 회사의 인사팀장을 하다가 자동차부품 제조를 하고 있는 중견기업 인사팀장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누군가는 좋은 결정이었다고 응원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형이 왜 아직 팀장이야?’라며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저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동료, 선후배들이었습니다. 그들이 하는 말에 대해 저도 물론 같은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고, 결과적으로는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후회는 오래 남기지 않을 생각입니다. 제가 왜 이직을 하려고 했을까요? 직전 회사를 비난하지 않는 선에서 소개해 봅니다. 저의 당시 상황과 유사한 경험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공감해 주시리라 믿어요. 최근 회사는 3년 조금 넘게 일을 했습니다. 입사 시점에 제 나이는 48세였습니다. 물론 입사할 때만해도 ‘나의 마지막 직장이 되리라’ 생각했죠. 약 1년 반 정도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는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드러나지 않는 수면 아래에서는 수많은 문제점들이 있었습니다. 몸집은 커지고 있었으나 커진 몸짓에 맞지 않는 답답한 업무적 의사결정들. 큰 조직을 경험해 본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비상식적으로 오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것들을 조금씩 개선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던 중 메인 사업아이템의 시장이 급격하게 나빠졌습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할 경험 있는 경영진이 조직 내에는 없었습니다. 무조건적인 긴축경영과 구조조정 요구에 대해 실무적으로 다각도로 검토 의견을 개진했으나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혼돈의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렇게 1년 반정도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 답답한 당시 상황과 문제점을 인사팀장의 입장에서 핵심만 적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할말하않…) 1. 전략과 계획 없는 무조건 적인 인력 감축 요구 (인력이 줄면 매출도 따라 주는데…) 2. 채용 경쟁력이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검증없이 중요 포지션의 채용이 진행됨 3. 사업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은 지켜야 했으나, 그럴 수 있는 어떠한 카드도 없었음 4. 퇴사처리, 급여지급, 잦은 조직개편 및 인사발령 외에는 인사담당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일 자체가 없었음 이런 상황이 18개월 정도 지속되었습니다. 팀원들에게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줘야하는데 그럴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계속 인사팀장의 역할을 할 수 있겠어요? 그렇게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결심한다고 바로 이직이 되진 않았습니다. 거의 6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헤드헌터를 통해 시도해 봤으나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경력이 괜찮아 추천해 보겠다고 연락 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많은 나이와 경력이 장애물이었습니다. 대기업에 인사팀장도 대부분 40대 중반을 넘어가면 고개를 저었습니다. 제가 눈높이를 낮추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인사팀장도 좋고 작은 조직이라면 인사나 지원관련 임원 포지션에도 지원해 봤습니다. 스타트업의 경우도 인사나 지원부서 임원의 나이가 많아도 40대 초반이었습니다. 나이 어린 상사를 모실 수 있다고 어필해 봤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모두 ‘부담스럽다’ 였습니다. 면접까지 가지도 못하고 까였습니다. 그 사이에 지인을 통해 해당 기업의 임원과 사장 면접까지 가기도 했으나 결과는 정중한 거절이었습니다. 지금까지 6차례 이직을 했으나 면접에서 떨어진 경험은 거의 처음이었습니다. 일단 면접까지 가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뚝! 떨어지는 경험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10년 전 즈음 임원으로 모셨던 형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거리는 조금 멀지만 그래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넘어가려는 회사이며, 노련한 인사팀장을 뽑는다고. 이동거리 때문에 조금 고민하는 듯 했을 때 그 형님이 한 마디 했습니다. “너 배가 불렀구나? 니 나이에 뽑아줄 것 같은 회사라면 어디라도 가야 하지 않냐?”였습니다. 그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내가 이것 저것 잴 때가 아닌데…’ 바로 이력서를 업데이트해서 제출했고, 6월 초에 사전 면접을 대신 한 해당 기업 사장님과 커피챗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6월 말에 오너 회장님과 사장님 면접을 진행했고, 최종 입사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제 경력과 이직을 결심한 상황과 이직의 과정에 대해 간략히 적어 보았습니다. 24년을 맞으며 세운 목표가 몇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50대의 나이에 이직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주변에 아는 지인들도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모두가 고민이 많습니다. 현재 직장에서 얼마나 다닐 수 있을까? 그리고 이직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할 수는 있을까 말입니다. 다행히 상반기가 끝나기 전에 이직을 결정하였고, 7월 중순 새로운 곳으로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나이와 경력이 많아 오히려 고민이 되는 시니어들이 이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물론 역량과 경험은 충분할 겁니다. 스팩도 나쁘지 않는다는 전제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을 통해 느낀 가장 중요한 점은 ‘네트워킹’ 입니다. 이 나이에 낯선 헤드헌터나 그냥 무턱대로 서류를 접수해 보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냥 들러리가 됩니다. 저도 인사팀장으로 이력서 검토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나이와 경력입니다. 50대란 나이는 가장 먼저 컷오프 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나이에도 불구하고 서류를 꼼꼼히 읽어보게 하려면 영향력 있는 사람의 추천이 필수적이라 봅니다. 평소에 업계 선후배들과의 관계를 잘 맺어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선배만 추천해 줄 수 있지 않습니다. 이젠 후배들도 한 조직의 중요 책임자가 많아지는 나이입니다. 단순히 술먹고 골프치는 관계는 제가 말하는 ‘네트워킹’이 아닙니다. 업계 정보공유 모임이나 세미나, 간담회 등에 참석해 업무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나름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의견이 업계에서 동의 될 수 있는 그런 것이 필요합니다. 저를 추천해 준 분은 꼭 그런 관계는 아니지만, 원티드나 기고만장 등의 최근 업게 네트워킹 모임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것을 추천합니다. 경력과 이직을 고민하시는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글을 남깁니다. 모두에 행운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행복한 성장을 꿈꾸는 palnetY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