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은 원티드랩을 설립한지 1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평소와 다름 없이 덤덤한 마음으로 출근했는데, 우리만의 재미있는 10주년 행사를 준비해준 동료들 덕분에 사내에서 뜻깊은 날을 축하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난 10년을 담은 사진들을 바라보다가, 우리 각자는 부족한 점도 있었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런 우리가 함께 모여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10주년 행사 식사를 준비해주신 브랜드 총괄분도 편지를 써주셨는데 그 내용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녁 7시쯤 한 동료가 혹시 야근 식사할지 물어보길래 같이 저녁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일 얘기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일 좀 더 하다가 퇴근을 했습니다. 10주년 기념일에 열심히 일했으니 의미있게 잘 보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4월 4일은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큰 사회적 이슈가 있었고, 그 영향 때문인지 원티드랩 주식도 큰 변동을 보였습니다. 주가는 매일 달라지고, 여전히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기에 마음을 다잡게 되었습니다. 점심에는 지인 분과 식사를 하다가 우연히 회사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도 추천 받고, 판교에 미팅이 있어서 내려갔습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회사와의 미팅이었는데, 가보니 넓은 사무실에 사람이 몇 명 없었습니다. 물어보니 창립기념일이어서 쉰다고 했습니다. 물어보니 그 회사도 10주년 기념일이더라고요. 하루 차이로 같은 10주년을 맞이한 회사라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근처에서 또 다른 회사 방문이 있었습니다. 창업 5년 만에 같은 분야에서 사업을 정리 중인 스타트업 대표님과의 미팅이었습니다. 소식이 안타깝기도 하고 그동안과 앞으로의 여정이 궁금하기도 해서 한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대표님은 앞으로 원티드가 계속해서 채용 서비스를 더 좋게 만들고 사회에 의미있는 일을 해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대화 덕분에 10주년을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잠이 안 와서 옛날 자료들을 찾아보다가 2018년 한 행사에서 발표했던 녹화 영상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창업 초기에 마루180을 운영했던 아산재단에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 때 도움을 다른 창업가들에게 돌려주고자 참여했었는데요. 지금 보면 부끄럽지만 창업한지 3년 밖에 되지 않은 시절의 생각과 기억들을 되짚어 볼 수 있었습니다. 영상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힘들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내가 힘들다고 하소연하려는 건 아니었고 창업의 현실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인데, 유독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해서 이 강의의 제목은 "창업은 힘들다"가 더 맞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제서야 10주년이 실감이 났습니다. 스스로도 "정말 많은 시간을 버텨왔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고, 마음 한켠이 뭉클해졌습니다. 함께 창업하고 힘을 보탰던 수많은 동료들에게도 감사했습니다. 여전히 꿈꿨던 회사 모습보다 이루지 못 한 것이 많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겸손하게 배우고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