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HR로서 단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보상 설계? 회사의 Core Value를 정립하는 것? 구성원들이 몰입하여 일할 수 있는 유연한 근무제도 만들기? 모두 HR이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한다면 그것은 CEO 및 리더십 팀을 포함한 조직의 매니저들이 역할을 잘 이해하고 탁월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겠다. 회사가 성과를 내고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다수 구성원들의 노력 덕분이겠지만, 제한된 자원 하에 목표하는 속도와 방향으로 회사가 움직이도록 하는 것은 결국은 리더십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휴넷에서 웨비나로 진행해주신 2024 SHRM 디브리핑(문주희 실장님 감사합니다!)에서는 5가지 핵심 Insight 중 하나로 ‘Manager Effectiveness’를 다루었다. Manager Effectiveness라는 용어가 왠지 낯설어서 Google에 한글로 ‘매니저 효과성’, 또는 ‘팀장 효과성’ 이라 검색해보니 검색되는 문서가 없다. 대신 ‘리더십 효과성’으로 검색하면 ‘리더십 진단’과 연결지어 언급되는 문서들이 나온다. SHRM 디브리핑 자료에서는 Manager Effectiveness의 정의를 ‘조직 내에서 관리자 또는 리더가 자신의 팀과 조직 전체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능력과 효율성’이라 말하고 있고, ‘팀의 성과, 직원 만족도, 목표 달성, 혁신 촉진 및 지속 가능한 성장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로 측정’한다고 부연 한다. 간단히 표현하면, ‘매니저로서 역할을 잘 해내는 것’ 정도인데, ‘리더십 강화’와 같은 다소 진부한 표현과 차이를 느끼기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개념이라고 쉽게 넘기기에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SHRM의 핵심 Insight중 또 다른 하나는 직원 몰입 수준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편, 직원 몰입의 70%가 매니저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통계를 보니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변화하는 매니저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십 개발이 HR의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는 조직은 전체 25% 밖에 되지 않는다. HR이 일하는 시간의 1/3은 People Managing 역량이 부족한 매니저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허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나는 Manager Effectiveness를 매니저 역할의 실행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재정의 해 보았다. 매니저의 역할을 정의하는 것은 CEO를 포함한 리더십 팀과 HR의 역할이고, 리더십 팀 산하 매니저들은 정의된 역할을 높은 수준으로 실행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매니저는 팀장급 직책자를 포함하여 CEO까지 모든 매니저를 통칭하지만, CEO와 리더십 팀은 애초에 그 실행 수준이 높아야 수행 가능한 포지션이므로 Manager Effectiveness 수준을 높이는 활동의 대상에서는 제외한다. 물론 리더십 팀에 속한 시니어 리더임에도 실행 수준이 높지 않은 Case가 있을 수 있고, 이는 좀 더 개별적인 사안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튼, 리더십 팀 산하 팀장급 매니저를 기준으로 Manager Effectiveness를 높이는 활동을 수행한다고 가정할 때,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매니저 역할에 대한 기대 수준을 정의하는 것이다. A사의 어떤 매니저가 본인 조직의 팀원을 채용하기로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매니저는 채용 부서에 채용 요청을 시작 하면서 부터 채용 매니저(Hiring Manager = HM)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A사는 매니저의 역할을 팀빌딩 부터 성과관리 까지 폭넓게 정의하고 있고, 팀빌딩을 위한 채용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HM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 HM이 채용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채용을 준비하고, 모집공고를 내고, 지원자를 모집하고 검증하고 최종 확정하는 단계까지 무수히 많은 단계에서 HM이 어떤 역할을 주도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 정확히 정의되고 안내되기 전까지는 알기 어렵다. HR에서 HM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그 실행 수준을 정의했다고 하더라도, 그 역할을 HM들이 정확히 인지하려면 반복적이고 정확한 Communication이 필요하다. HM으로서 채용을 진행하는 것이 매니저에게는 늘 있는 업무가 아니고, 간헐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반복적이고 적절한 타이밍에 Communication 하여 HM이 그 역할과 실행 수준을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HM이 실제로 채용에 있어서 그 역할을 높은 수준으로 수행할 수 있는 Skill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HM은 본인이 담당한 조직의 기능 및 목적에 필요한 역량이 높아 매니저가 되었을 뿐 채용을 잘해서 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HM이 그 역할과 실행수준을 인지하였다면, 실제로 높은 수준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교육훈련을 통해 그 Skill을 학습하도록 지원할 필요도 있다. 구조화된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면접을 진행하는 것은 때론 숙련된 Skill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 교육이 필요할 수 있다. HM이 그 역할과 실행 수준, 그리고 그 수준으로 실행할 수 있는 Skill을 보유하였다 하더라도, 이 각각의 역할 들이 HM의 역할로서 받아들이는 마음과 자세가 없다면, 결국 회사가 기대하는 수준으로 실행될 수 없다. 채용에 있어서 HM이 주도적으로 역할해야 한다는 것이 리더십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또 매니저가 그 역할을 기대만큼 잘 수행했는지를 그 매니저의 성과평가에 반영함으로써 ‘잘하면 좋은’ 역할이 아닌 ‘반드시 잘해야 하는’ 역할로서 시스템으로도 강조되어야 한다. 채용 뿐 아니라 성과관리, 조직관리 등 매니저의 여러 역할 중 회사(CEO 및 리더십팀)에서 판단하기에 매니저의 필수적인 역할로서 강조되고 실행력을 높여야 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단계까지 기대 수준을 정의하고, 매니저가 역할과 실행 수준을 인식하도록 강조해야 한다. 더불어 역량을 높여야 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교육 훈련 및 코칭 등을 통해 높은 수준으로 실행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원하는 방법은 그 역할과 대상에 따라 CEO 및 리더십팀, 그리고 HR이 최적의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Manager Effectiveness를 높이는 활동은 회사가 기대하는 매니저의 구체적인 역할과 실행수준을 정의하고, 실제로 그 역할을 높은 수준으로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며, 그 수준을 정기적으로 진단하여 매니저에게 피드백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Manager Effectiveness의 수준이 높아지도록 진단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 또한 매우 도전적인 실행의 영역이다. 하지만, 만약 HR로서 단 한가지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면 아마도 결국 조직의 매니저들이 역할을 잘 이해하고 탁월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다시 말하겠다. 우리나라에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는 약 300만명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중에 약 15%에 해당하는 45만명 정도의 근로자는 소위 직책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조직의 구성원을 관리하는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전세계로 따지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리더’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수천권의 책이 이들을 도와주고 있다. 그러나 이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행의 영역이고, 나는 그것을 Manager Effectiveness라고 정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