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40대 중반이 되었다. 방금 네이버 포털에 뜬 박지성 선수의 축협 관련 인터뷰 내용을 우연히 읽다가, 딸아이에게 그가 누구인지 설명을 해주었다. 그가 뛰었던 뜨거웠던 2002년의 여름을 잊지 못한다. (박지성과 나는 나이가 같다.) 그로부터 벌써 22년이 지났다는게 믿기지 않아, 아내에게 만약 22년 전에 내가 아이를 낳았으면 지금 대학교 4학년생이란 소리잖아, 하고 우리 아빠가 했을 법한 뻔한 이야기를 했다. TMI지만 나의 아버지는 다음 주면 팔순이시다. 박지성 선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그의 한국 사회에서의 위상은, 어느덧 축구 원로로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사람들이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같은 나이 지금의 나는 '어른인 척 애쓰는 아기일 뿐이다.' (저녁에 아내가 육아 애썼다며, 술 마시게 해주면 좋겠다!) 요새는 MBTI로 쉽게들 사람의 성향을 분류한다. 이런 분류 기준이 있어 경제적으로 나를 소개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진짜 10년을 빨리 태어나 너무 고생했다 생각하는 사람이다. 요새 MZ세대와 결이 비슷하다고나 할까.(사실 MZ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긴 하다.) INFJ라고 사람들에게 소개하면, 눈치 빠른 아이들은 '아 저 사람 사회 생활 쉽지 않은 답답한 사람이겠거니' 척척 알아 맞힌다. 진짜 나의 사회 생활은 쉽지 않았다. 여기 그간의 사회생활에서 겪은 희노애락을 바탕으로 나보다 어린 INFJ들이(혹은 생각이 많고 내향적인) 이 험한 세상을 무던하게 견뎌낼 수 있는 TIP을 주고자 한다. 첫 번째 주제를 잠시 고민하다,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 건 말을 해야 안다. 우리 같은 '생각이 많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본인 어필이 쉽지 않다. 이 정도 열심히 일하고 잘하면 다 알아주겠거니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말을 해야 안다. 어필을 해야 안다. 직장인 누구나 본인 자신이 제일 바쁘고 제일 일을 많이 하고 제일 잘하는 줄 안다. 진급 시즌에 보면, 본인 어필을 잘하는 사람들이 승진을 하고, 묵묵히 본인 일을 해내는 사람은 진급 실패 하는 걸 종종 본다. 나도 그랬다. 나는 과장 진급에 세 번 떨어졌고 그 충격으로 결국은 이직을 선택했다. 후배가 조기 진급하고, 다음 해에도 후배들이 나보다 먼저 진급을 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심리적 상황(잠을 못잔다. 소화가 안된다. 짜증이 없어지지 않는다. 억울하다.)이 되었다. 진급에 떨어지는 것,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누구는 쉽게 위로랍시고, 근로 소득이 뭐가 중요하냐 투자로 돈을 벌면 되는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사람 자체의 성향이 누구에게 뒤쳐지는 걸 쉬이 용납하지 못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누구나 자존감이란게 있잖아. 당시에는, 후배가 정치질해서 진급했다고 생각해서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임원에게 이의제기를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반응할 일은 아니었는데, 그간 내가 했던 야근, 특근의 순간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고, 가족과 친구들과의 시간을 희생해 회사에 충성을 다한 결과가 이것인가 하는 감정적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객관적인 사실에 나의 수고와 희생들이 층층이 주관으로 쌓여 왜곡된 해석을 하는 것이다. 후배들 보기에도 부끄럽다. 나에게 부족한 건 무엇이었을까? 많이들 들어 알겠지만, 상사에게 보고를 할 때는 현재 진행 사항에 대해 중간 중간 짬을 내어 보고를 하는 게 좋다. 점심을 먹을 때나 잠시 티 타임을 활용해 보자. 이게 작지만 큰 도움이 된다. 상사의 업무에 대한 걱정을 덜게 하고, 서로 좀 더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준다. 나는 대개 업무를 빨리 끝내고, 해당 내용을 상사에게 메일로 전달하곤 했다. 이것보단 서로 마주보고 구두로 전달하는게 훨씬 효과적이다. 나는 사실, 말보다 글이 더 편한 사람이라 메일이나 보고 자료를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자주 활용했다. INFJ들에겐 어렵겠지만, 간결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싫은 사람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지만, 어려운 일을 먼저 해야 하는 법. 하나, 둘, 셋 심호흡하고 그냥 자리에서 기계적으로 일어나 팀장이나 파트장에게 걸어가자. 팀장님, 지금까지 진행사항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이렇게 운만 떼면 끝난다. 진짜다. 그간 메신저와 메일 같은 text 기반의 의사소통을 했다면 이제 얼굴을 마주하고 구두로 말을 꺼내보자. 말을 꺼내다 보면 자기 PR도 하게 된다. 이 일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걸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해서도 말을 해야 한다. 기억하자.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같은 팀이지만 의외로 남이 하는 일에 관심이 없다. '아 그거 메일로 보냈는데 못 보셨어요?' 는 최악의 의사소통의 형태이다. 진급 세 번 떨어지고 두 번의 이직을 거쳐 이제야 제 자리를 찾은 경험자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