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과 포용성의 힘: People Analytics and D&I in Corporate America
미국은 피플 애널리틱스(PA)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업계와 학계 양측에서 가장 폭넓은 응용 및 연구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링크드인(LinkedIn)의 빅데이터로 가늠해본 HR 직군의 규모는 약 52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7만여 명이 PA에 종사한다. 이는 비율상 1.3% 정도로 작아 보이지만, 지난 10여 년간 두 배 이상의 규모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9년 1월 기준으로 내부 PA팀을 갖춘 기업은 2만 곳이 넘는다. Fortune 1,000대 기업 중 70%가 자체 PA팀을 설립했으며, 미국 내 상장기업의 3분의 2가 불과 지난 5~6년 사이에 PA 팀을 신설했다.현재 미국 내 PA는 IT와 금융산업이 주도하고 있으나, 의료/제약, 에너지, 정부 기관, 유통/소비재 업계에서도 최근 수년간 꾸준히 PA팀을 신설하고 있다. 이 밖에도 AOM, SIOP, SHRM과 같은 대형 컨퍼런스 뿐 아니라 PAFOW, Wharton 처럼 PA에 특화된 컨퍼런스에서도 활발한 연구발표와 벤치마킹, 그리고 산학협력의 기회가 확산되고 있다.PA의 역할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1)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전략개발 및 평가와 연구, (2)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3) HR 업무의 간소화/표준화 및 HR 관련 디지털 솔루션 제공, (4) 인사이트를 응용한 인사 관련 업무 지원이다.이러한 역할의 이면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우선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앞서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조직 내부에서 풀고자 하는 비즈니스 문제를 파악하고, 그 문제를 수리 통계적으로 검증할 가설을 세우고, 분석된 결과에서 끌어낸 인사이트를 응용할 액션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결과물의 가치가 어떻게 해당 조직원에게 기여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이는 다시 PA팀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를 길러주어, 조직 전체와 함께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낸다.초창기 미국의 PA는 HR 리포팅에 포커스를 맞췄다. 채용과 보상 및 조직문화 등을 서베이로 측정하고, 기술통계 분석자료를 표준화하여 리포팅하는 업무가 주를 이뤘다. 이후 예측분석(predictive analytics)을 활용해 조직원의 역량, 성과, 리텐션 등을 예측하고,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 방법론을 도입해 대규모의 텍스트 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직장 내 정서(employee sentiment)를 파악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HR 관련 지원을 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단계까지 이르는 등, HR의 디지털 전환의 핵심에 PA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최근 수년간 미국 내 PA 분야에서 크게 주목하는 토픽 중 하나가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 Inclusion, D&I) 이다. 다양성은 크게 내재적 다양성(inherent diversity)과 습득적 다양성(acquired diversity)으로 나눌 수 있다. 내재적 다양성은 태생적으로 타고난 성별이나 인종과 같은 것이며, 습득적 다양성은 인생 경험을 통해 습득한 다양성을 뜻한다. 따라서 다양성이라 하면 흔히 생각하는 인종과 성별 그 이상을 포함한다. 보편적으로 1990년대까지만 해도, 다양성은 인종과 젠더 문제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요인인 조화, 참여, 그리고 차이에 대한 포용성(inclusion)을 고려하지 않는 다양성은 결국 그 임팩트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포용성이 높은 조직은 구성원들의 개인적 능력, 배경, 철학, 경험 등을 존중하며 조화를 이룬다.D&I를 추구하는 기업은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휴렛, 마샬 & 셔빈(Hewlett, Marshall and Sherbin, 2013)의 연구에 의하면 D&I 팩터가 높은 기업은 비교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시장 점유율 증진과 (연 평균 45%) 신규시장 진출 기회를 (+70%) 잡는다. 재무성과 역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2015년 맥킨지의 조사에 의하면, 젠더 다양성 팩터가 상위 25%인 기업은 하위 25%의 비교군 대비 EBIT가 평균 15% 이상이었다. 인종 다양성에서 상위 25%인 기업은 하위 25%의 비교군 대비 평균 35% 이상의 EBIT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이 결과는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를 측정한 내용이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란 점에서 여전히 유용하다.포용성 (inclusion)은 채용 제안 및 이직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딜로이트의 휴먼 캐피털 트랜드 서베이 보고서(2017)에 의하면, 경력직 응답자의 80%가 이직 제안을 고려할 때 해당 기업의 포용성 문화를 매우 중요한 요소로 보고, 72%의 응답자는 현재의 위치보다 포용성이 더 높은 기업으로 이직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다양성에 대한 대중적 인식 대비 포용성에 대한 정의는 개인과 조직별로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었다. 때문에 최근 많은 기업이 전직원을 대상으로 포용성에 대한 교육을 확장하는 추세다.D&I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교육이 필요하다. 미국 내 많은 기업은 D&I를 장려하기 위해 매년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예를 들어 Fortune 500의 기업은 2017 회계 년 기준 총 $16B(₩19조)을 diverse 채용에 투자했다 (기업 평균 $32M). 필자가 소속한 마이크로소프트는 $55M을 D&I의 활성화를 위해 투자했고, 2021년 이후 $150M의 추가예산을 잡았다.이러한 D&I 교육과정에 대한 프로그램 효과를 평가하는 것 역시 PA팀의 중요한 역할이다. 한 예를 들어, 무의식적 편견을 낮추는 일은 D&I 기업문화 형성에 중요하다. UCSF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사회 구성원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의도치 않은 무의식적 편견이라고 한다. 가령 임신 계획이 있거나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여성 팀원의 해외 지사근무 발령을, 무의식중에 당사자의 의사확인 없이 남성 직원으로 대체 발령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런 편견 및 차별이 없는 채용, 온보딩, 업무평가 및 승진심사를 위한 교육에 많은 예산과 리소스가 투입된다. 이러한 교육의 결과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평가하기 위해, PA에서는 서베이와 네트워크 분석, 포커스그룹 등 다양한 양적/질적 방법론을 혼합한 믹스드 메소드(mixed-methods)를 응용하여 분석하고, 도출된 인사이트를 통해 현존하는 제도를 보완하거나 신설한다.PA의 D&I 분석은 채용 단계에서도 그 효능을 발휘한다. 텍스티오(Textio, 2016)의 연구에 의하면, 경력직 채용문(Job Description)을 NLP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결과 채용문의 톤(tone)에 따라 남성/여성 지원자의 비율 및 채용 비중이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한다. 단 이 연구는 IT직군 내 단일 기업만을 분석했기 때문에, 일반화를 하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결과는 여성 비율이 매우 낮은 IT/엔지니어 계열 직군에 지원하는 여성 인재의 수를 늘리기 위한 PA의 고도화된 분석(advanced analytics) 사례로 의미가 있다.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 또한 중요한 D&I 요소이며 그 효과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것 역시 PA팀의 과업이다. Work-Life-Flexibility (WLF)는 업무 강도가 높더라도 자율적인 출퇴근 시간을 보장하며, 업무시간 사이에도 급한 용무를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제도적인 장치이다. 예를 들어 가정에 어린아이가 있거나 지병을 앓는 가족이 있는 직원에게 WLF이 보장될 경우, 잠재력 있는 유능한 직원의 유출을 막고 업무 능력 향상 및 애사심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는 퇴근 이후의 삶이나 전체적인 업무량에 대한 워라밸(Work-Life Balance)과는 조금 다른 컨셉이다.본고에서 필자는 D&I의 개념 및 사례를 설명하고, PA가 이에 기여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했다. PA는 현재 급성장하는 HR 분야이며, 빠르게 진화하는 고급분석 방법론의 활용뿐 아니라 디지털 솔루션 프로덕트 개발 등 다양한 부문에서 꾸준하게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D&I 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한 다섯 가지의 방법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친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0.08.26 일하다 만난 사이 1화 : 그들의 태도를 배운다
일하다 만난 사이: 매월 월간지를 만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들을 통해 업무 이상이 도움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부지런히 공부하는 사람들, 자신의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나누는 사람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생태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사람들, 훌륭한 태도만으로도 깨달음을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1화 : 그들의 태도를 배운다일을 하다가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수많은 회사와 사람들을 만날 텐데 제일 좋았던 기업은 어디예요? 제일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예요?”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누구나 궁금해할 베스트 프랙티스를 가진 기업이나 자신의 전문성을 뚜렷하게 가진 ‘핫피플’을 말할 때가 많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좋은 기사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오래 기억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만남은 일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각각의 태도다.잡지를 만드는 일은 ‘독자라는 사람의 니즈를 읽고’ ‘필자라는 사람과 기획의 방향을 공유하고’ ‘취재원이라는 사람을 인터뷰하고’ ‘기자라는 사람들이 결과물을 만들어내’ ‘다시 독자라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과정이다. 결국 그 어디에도 ‘사람’이 빠지는 순간은 없다.이러한 과정 속에서 만나는 사람 중, 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먼저 겸손함이다. 겸손함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모호한 단어이다. 각자가 가진 기준에 따라 판단되는 성격이다. 내가 보는 기준에서의 겸손함은 ‘꾸준히 학습하는 태도’이다.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졌다고 평가받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지식을 찾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자 노력하는 태도는 스스로 아직 부족함이 많고, 계속 학습해야 한다는 겸손함에서 나온다. ‘다 안다’는 자만심보다는 ‘아직도 배울 게 많다’는 겸손함은 대화에서도 드러난다. 그들은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됐고 그동안 두서없이 해오던 일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이들의 기사는 ‘더 잘 쓰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두 번째는 성장 욕구이다. 몇 년 전의 일이다. 한 세미나에서 외국계 기업 사례 발표가 있었다. 꽤 흥미로운 주제여서 그 내용이 아직도 기억이 남는데 사실 그날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발표자인 J 이사 때문이다. 그날 처음 만난 그에게 인사를 건넸고, 발표 사례를 우리 매체에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J 이사는 언제든지 연락 달라고 했다. 실제로 연락을 했고, 그의 말처럼 언제든지 연락해도 참여를 해주는 우리 매체의 ‘단골 필진’이 됐다. 언젠가 그가 말한 적이 있다. “일을 하면서 외부 활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성장하는 게 보이더라고요”라고.10년 가까이 알고 지내는 L 실장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게임업계에서 오래 일해 온 그는 어려운 미션이 주어질 때마다 ‘인생은 게임과 같다’라고 주문을 외운다고 한다.“게임 속에서 레벨업이 되기 위해서는 온갖 위기를 다 극복해 나가잖아요. 그 위기를 넘어서야 다음 단계가 열리니까요. 저는 인생도 지금의 어려움과 위기를 넘어서야 다음 단계가 온다고 봐요. 그래서 피하기보다는 부딪히고 넘어서려는 노력을 하는 거죠. 물론 언제나 다음 단계가 오는 건 아니에요. 인생은 게임 속 가상공간과는 다르니까요.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게 분명히 있는 거 잖아요.”세 번째는 배려이다. 낯선 사람과의 만남에 능숙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심지어 수많은 사람들을 ‘처음’ 만나는 나조차도 여전히 그게 어렵다. 가끔 인터뷰에서 무뚝뚝한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하기 싫은데 홍보팀에서 떠밀었다’ ‘임원의 지시로 억지로 나왔다’라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이다. 이럴 때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 반나절만큼이나 길게 느껴진다. 반면에 어색한 자리를 여유 있게 이끌어가는 이들의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성격이 밝고 쾌활해서라기 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발휘되는 것이다. 자리에 맞는 적절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식상한 질문이라고 해도 최선을 다해 답을 주기도 한다. 그들과의 만남은 어색하지만 편안하고 감사하다.사람에 대한 기억은 사소함에서 나온다. 설령 그 사소한 모습이 자신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상대방에는 오래 기억될 모습이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0.08.26 얼리스테이지 스타트업, 우리 회사에 입사해주세요. 굽신굽신
얼리스테이지 스타트업, 우리 회사에 입사해주세요. 굽신굽신 . 소풍 최경희
올 한해만 해도 ‘HR’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20여분 만나뵙고 고충을 들었다. 사람을 채용하는 일부터 보상안을 마련하고 조직 문화를 셋업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배운 적 없는 그러나 답도 뾰족하게 있는 영역이 아니라 조언과 함께 위안을 얻으러 오시는 듯하다.
투자를 유치하고 나면 대표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채용이다. 채용은 어떤 스테이지라고 하더라도 늘 대표에게 가장 주요한 고민 사항 중 하나이다. 스타트업이 많아지고, 특히나 글로벌 투자를 받고 공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굵직굵직한 스타트업이 많아지다 보니 채용 담당자도 함께 뽑으며 채용을 해야 하는 웃픈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간 만나보았던 스타트업 대표님들과의 고민을 들으며 얻은 배움 중 초기 스타트업들이 채용 부분에서 실수와 고민을 조금 줄여볼 수 있는 팁을 적어본다.
첫째, 고객에게 우리 회사를 마케팅하듯, 구직자에게도 우리 회사를 최대한 알려야 한다.
혹시나 우리 회사의 BM이 다른 창업자에게 들어갈까 봐 보호하느라 급급하여 회사에 대한 정보를 거의 적지 않은 상황에서 채용 공고를 올리면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다. 고객에 맞춰 마케팅 메시지를 작성하고 고민하듯, 구직자에 맞춰 우리 회사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 자세히 작성하여야 한다. 회사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시작했는지, 어떤 서비스를 하고 현재까지의 구성원들은 누구인지, 정부에서 어떤 지원 사업을 받았는지, 사무실은 어떤지 등 자세한 회사의 이야기를 써서 회사에 대해 알려보자.
이제 창업한 회사가 기존의 중견 기업들의 채용 공고처럼 여러 복지나 작년도 매출액 등으로 매력을 끌 수는 없을 것이다. 회사에 입사하는 구직자의 입장은 마치 여행지를 선택하는 여행자와 비슷하다. 어떤 경험을 하고 누구를 만날 것인지 내가 머무는 숙소가 어떨지를 상상하며 여행지를 고르듯 회사는 구직자에게 가능한 많은 정보를 주어야 한다.
아래의 링크는 유학 서비스를 하는 ‘글로랑’의 채용 공고이다. 이제 얼리스테이지를 막 벗어난 이 회사의 채용공고는 구직자들에게 회사의 비전뿐만 아니라 점심을 어디서 주로 먹는지까지 정보를 제공하며 구직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https://www.notion.so/glorang/1db2ca30feed4171a8d540ffda4c0af5
채용 사이트 또한 원티드, 로켓펀치, 잡플래닛 등 스타트업 구직자들이 주로 찾아오는 곳에 채용 공고 및 회사 소개를 최대한 자세히 올리는 것이 좋다. 기존의 취업 포털 사이트의 경우 스타트업에 입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거의 찾지도 않을뿐더러 투자 유치 등 스타트업 기업의 장점을 어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둘째, HR 담당자를 뽑았으니 헤드헌팅 비용을 쓰지 않는 것은 마케터를 뽑았으니 마케팅비를 쓰지 않겠는 것과 같다.
인력이 조금 차서 채용도 하고 노무도 하고, 조직문화도 만드시는 만랩 HR 담당자를 정말 운이 좋게 뽑았다고 가정해보자. 이제 HR 담당자가 왔으니 우리 회사는 채용에 비용을 안 들여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왕왕 있다. 사실 자주 있다. 하지만 이는 마케터가 있다고 해서 광고비 없이 고객이 자기 발로 유입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이미 이름이 알려져 있는 대기업들조차 채용을 할 때 온오프라인 광고를 통해 모집을 하는데, 이제 막 창업한 기업을 누가 알고 지원할 수 있을까? 포지션에 따라 잡포털 사이트에 유료 광고도 내야 하고, 헤드헌팅 비용이나 매칭 수수료를 내고 좋은 인재를 빠르게 얻는 것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속도감이 중요한 스타트업에서는 얼마나 적은 돈을 들여 사람을 뽑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해당 분야 포지션을 채용하느냐이다. 우리 회사의 미션과 비전을 알고 제 발로 찾아오는 5년 차 그로쓰 리드를 뽑는 일은 우연히 갔던 산행에서 산삼을 발견하는 것만큼 확률이 매우 낮은 일이다. 그러니 HR 담당자가 우리 회사에 왔다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예산 승인을 꼭 해주시면 좋겠다.
셋째, 내 마음에 쏙 드는 100점짜리 인재를 기다리다가는 그간 힘들게 셋업 한 팀원들이 번 아웃되는 일이 생긴다.
적은 인원과 적은 비용 그리고 빠듯한 시간 안에서 서비스를 만들고 생존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 한 명 한 명의 인재는 너무도 중요하다. 초기 10명 중 한 명이 퇴사하면 10%의 멤버가 줄어든 것이 아닌가? 대기업에서 10%의 직원이 그것도 같은 일을 하는 한 부서가 동시에 퇴사했다고 생각하면 아찔할 것이다. 1인 2 부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에서의 퇴사도 큰 일이지만 적합한 한 명을 선택하여 뽑는 것 또한 중요할 수뿐이 없다. 그렇다 보니 우리 회사에서 정의한 그 R&R에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해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JD를 채용 사이트에 올려놓고 기다린다. 오랜 기간 동안… 결국 내부에서 그 일을 막고 있는 다른 멤버들은 지쳐가고 번 아웃이 온다. 회사가 성장하고 있어 사람을 뽑아야 한다면 우리가 정의한 업무의 70%만이라도 가능한 사람을 선발하고 나머지는 또 다음에 오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오히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일이다. 채용이 늦어지면 그만큼 속도는 느려지게 되고 시장과 고객에 따라 변화가 많은 스타트업에서는 JD는 채용 과정 중에서도 변하기 마련이다.
HR의 경우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답이 없는 케바케, 사바사의 영역이다. 조직의 상황에 따라 대표의 리더십 스타일에 따라 혹은 외부 상황에 따라 너무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사람 때문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함께 하는 동료 덕에 힘이 나는 것이 스타트업의 삶이기도 하다. 얼리 스테이지에게 너무 깊은 HR은 독이 되지만,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하는 창업진의 노력은 기업이 기업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10월부터 드라마 <스타트업>이 방영된다고 한다. 기업의 가치와 투자금을 놓고 협상하는 과정 이후에 채용과 사람 때문에 고민하는 이야기로 현실감을 더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최경희 vesper@sopoong.net 현) 소풍벤처스 파트너 전) 마켓디자이너스 인사총괄 전) 튜터링 공동대표 인크루트, 폴앤마크 등 교육 분야에서 10여년간 재직하다가 튜터링의 창업멤버로 스타트업에 발을 담그고 현재는 소풍벤처스에서 얼리스테이지의 소셜 벤처에 투자와 엑셀러레이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0.08.28 조직이 의사결정에 이르는 방식
현미경과 망원경, HR의 두 가지 렌즈HR은 조직과 사람을 직무 수행의 대상으로 한다. HR은 조직을 설계하고 개발하며, 리더의 역량과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절한 Intervention을 적시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전사 차원의 전략적 지향점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직과 그 구성원을 HR 정책 및 제도라는 도구를 통해 정렬(Align)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우수한 인적자원의 유인/유지/육성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 조직 문화를 건강하게 발전시켜야 한다.따라서, HR 전문가로서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HR professional은 ‘사람’과 ‘조직’에 관한 두 가지 렌즈의 적절한 활용이 필요하다. 즉, ‘조직’ 이라는 환경 하에서 행동하는 ‘인간’ 으로서의 구성원에 관한 이해를 위한 미시적 관점과 ‘산업’과 ‘사회’라는 환경 하에서 존재하고 있는 ‘구성체’로서의 조직에 관한 이해를 위한 거시적 관점을 두루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HR이 기업의 전략적 동반자 (Strategic HR Business Partner)가 되기 위해 구성원의 행동과 심리에 관한 이해와 동시에 조직과 기업에 관한 이해가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HR과 관련한 많은 주제들은 미시적 관점의 조직 내 구성원의 행동이 주가 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거시적인 조직에 관한 사항은 논의가 미진한 것으로 보인다.조직과 인사와 관련한 실무적/이론적 다양한 주제에 관한 생각을 HR professional 동료들과 나누며 Insight를 높여가고자 하는 ‘인살롱’의 취지에 맞춰, 앞으로 조직과 기업에 관한 거시적인 이론과 현상을 소개함으로써 조직/인사를 둘러싼 다양한 관점을 나눠보고자 한다.**합리적 인간, 합리적 조직?**전통적인 경제학과 고전적 조직이론에서 전제하는 인간은 합리적 경제주체이다. 이 전제에 따르면, 인간은 합리성과 최적화된 선택을 추구한다. 또, 고전적 기업이론에서 정의하고 있는 기업은 합리적 경제주체들이 모여 ‘이윤 창출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집단으로, 이 집단의 의사결정 및 행동은 조직의 목표에 부합하는 철저한 합리성에 근간하고 있다는 관점이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조직 내 의사결정과 관련한 가정은
의사결정의 순간에 의사결정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대안이 수립되어 있고, 그 중 가장 합리적인 것을 선택할 수 있고,
의사결정자가 모든 대안을 선택하였을 때의 결과를 알고 있어, 선택이 합리에 주는 득실을 비교할 수 있으며,
의사결정자가 선택한 결과에 대한 완전한 선호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음을 가정한다.
현실에서 위의 전제 혹은 가정은 작동하는가? 조직 구성원으로서 또는 의사결정자로서 우리는 합리적인가? Kahneman과 Tversky (1981)가 실행하였던 간단한 게임을 하나 해 보자.여기 두 종류의 복권이 있고 이 중 하나를 선택하여야 한다고 하자. 각 복권을 선택했을 때 상금은 다음과 같다.
복권 1: 무조건 상금 100만원 지급
복권 2: 상금 15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는 확률 85%, 아무 것도 받을 수 없는 확률 15%
무엇을 선택하였는가?복권 1을 선택하였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용은 100만원이다 (100만원X확률100%). 복권 2를 선택하였을 때 기대되는 효용은 120만원이다 (150만원X확률85%+0원X확률15%). 복권2를 선택하는 것이 기대되는 효용이 더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복권 1을 선호할 것이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복권 2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을 것이다. 저 유명한 Khaneman과 Tversky의 ‘Mirrored Game’을 해보지 않더라도, 나(필자)의 선택은 매번 합리적인 것만이 아님은 자명하다. 특히, 매 월 신용카드 고지서를 볼 때마다 강렬하게 그리고 참담하게 자각할 수 있다.개인의 비합리적 선택 가능성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기업과 조직이 ‘이익 극대화 (Profit Maximization)’에만 부합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비합리적 행동을 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M&A 결과 발생하는 ‘승자의 저주’ 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인수합병의 결과로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하는 회사의 전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자의 저주’는 빈번하게 반복 발생하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데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기업의 실적과 무관한 꾸준한 R&D 투자, 특정한 영역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적자를 감내 하고서라도 사업을 유지하는 경우 등과 같은 사례들이다.HR의 맥락으로 옮겨보면, 많은 HR professional들이 조직의 중요한 경쟁력 중 한 요소인 인적자원을 선발, 유지, 및 육성하는 업무를 위해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며, HR 정책과 제도 그리고 조직문화 진단 및 개선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위해 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많은 노력들이 조직의 관성이라는 벽에 빈번히 가로막힌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은 비단 HR professional 들만이 겪는 것은 아니며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겪게 되는 상황일 것이다.논의의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합리적 판단에 근간한 이윤의 극대화 추구만이 조직의 본질이라면, 구성원의 직무만족과 조직몰입을 목적으로 한 HR 정책 및 제도의 도입 혹은 개선, 부조리한 조직 관행의 제거 및 혁신은 분명히 조직의 이윤 추구에 도움이 될 것이므로 수용되어 시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조직의 의사결정은 합리적이지만은 않다. 종종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한다. 의사결정자의 비합리적 판단이 문제일까? 의사결정자의 판단을 지원하는 수 많은 스텝의 역량 부족이 문제일까? 내가 속한 조직이 아닌 다른 조직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들일까?기업행동이론 (A behavioral theory of the firm2)**)**의사결정장면에서 조직과 개인은 언제나 합리적이지만은 않다. H.A Simon은 1956년 ‘제한된 합리성 (bounded rationality)’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의 비합리적 선택을 설명하고 있는데, 인간은 정보의 부족, 인지능력의 한계, 물리적/시간적 제약으로 인하여 완전히 합리적이지 않고, 부분적으로 합리적 존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된 합리성’을 갖는 사람들이 모여 구성된 조직 역시 합리성에 대한 제약을 받을 수 있는데, 이것이 Cybert & March (1963)의 기업행동이론 (A behavioral theory of the firm)이다. 이 이론을 통해 저자들은 기업 및 조직이 의사결정 및 행동에 이르는 현실적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기업은,첫째, 기업은 다양한 개인들로 구성된 연합체 (coalition)로,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행동하므로 조직 내에서의 갈등은 필연적이고 항시적으로 발생한다.둘째, 기업과 조직에서 발생하는 의사결정들은 ‘제한된 합리성’하에 시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에서의 의사결정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보인다.
갈등의 의사해결 (quasi-resolution of conflict): 조직 내에서의 의사해결은 갈등의 본질에 대한 완전한 해결의 형태로 진행되지 않는다. 연합체 (coalition)의 구성원들이 모두 다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갈등은 항상 발생하며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갈등의 원인을 완벽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문제해결에 ‘비슷한’ 수준까지 다다를 수 있는 형태로 시행된다.
불확실성 회피 (Uncertainty avoidance): 불확실성은 조직 의사결정환경에 항상 수반되는데, 조직은 장기적인 불확실한 사건의 예측보다는 단기적인 대응과 대응에 대한 피드백에 집중하는 의사결정 전략을 활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조직은 불확실성을 회피하고자 하는 성향이 크므로 업계의 관행이나 내부적 관행이 일종의 판단 기준으로 작동하는 것은 불확실성 요소를 회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문제해결형 탐색 (Problemistic search): 조직은 목표를 설정함에 있어서 조직이 수용 가능한 수준의 목표가 무엇인지,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선택’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선택’을 가능하게 하려면 수용 가능한 수준과 대안에 관한 ‘탐색’이 선행되어야 한다. ‘탐색’은 무작위적 호기심의 해결이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탐색과 구분된다. 기업의 탐색은 ‘통제 가능성’에 보다 초점을 맞춰 시행된다. 다시 말해, 기업은 탐색을 통해 ‘공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찾아 ‘일’을 하려고 한다.
조직 학습 (Organizational Learning): 조직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경영 환경에 적응하는 행동 (adaptive behavior)을 통해 학습한다. 조직은 설정되거나 변경된 목표에 적응하고, 목표의 달성을 위해 무엇에 주목해야 할 지 적응하고, 마지막으로 탐색 절차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 과정을 학습한다.
**누구의 잘 못도 아니다.**Cybert와 March의 기업행동이론은 현대 조직이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이론임은 분명하다. 조직과 기업의 행동에 관한 다양한 설명과 예측이 이 이론에 기반하여 지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업의 의사결정 장면에서 왜 그러한 결정이 내려졌고, 어떠한 행동을 할 것인지에 관한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하는 점에서 이 이론은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 관심이 있는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HR professional들과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나누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는 “우리 조직은 아직 멀었어요……다른 기업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드리고 시행하고 앞서 가는데.” 혹은 “아무리 뭔가를 하자고 해도 의사결정자들이 답답하게 관행만을 중시합니다.”, “매번 땜질처방만 합니다. 본질적인 것은 회피하고……” 와 같은 내용들이었다. 또, 인사담당자들이 스스로의 역량이 부족해 변화를 도입하거나 선도하지 못 하는 것 같다는 자괴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런데 조직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제약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 보면 앞서 언급한 상황은 조직의 탓도, 의사결정자의 탓도, 인사담당자의 부족한 역량 탓 만도 아니다. 오히려,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발현된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조직의 변화 발전을 도모하고자 할 때, 조직의 이러한 행동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조직의 발전이라는 대의적 명제 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조직 내 구성원들의 각기 상이한 목적을 이해하고 이를 수렴하고 반영하는 것, 중/장기 지향점에 대한 강조와 동시에 단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Milestone과 대안을 제시함을 통해 의사결정자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 수준이 다를 수 있겠으나, 조직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행동을 하며 학습한다. 일거에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비합리성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다음 논고에서는 유사한 정책과 제도들이 기업에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에 대해서 신제도주의 이론을 통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Kahneman and Amos Tversky, 1979: 263-272; Tversky and Kahneman, 1981: 453-458
Cyert, R. M., & March, J. G. (1963). A behavioral theory of the firm. Englewood Cliffs, NJ, 2(4), 169-187.
인살롱 in 인살롱 ・ 2020.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