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DT가 뭐냐? 드라이브 스루 Drive Thru 말하는 거야?” 처음에 DT 업무를 한다고 했을 때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진짜 많았다. “아니, 그게 아니고 Digital Transformation이 뭐냐면... 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말 그대로 Digital과 Transformation의 합성어다. 그런데 이미 디지털화 Digitalization라는 말이 있는데, 왜 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Digitalization이 기존의 업무에 디지털을 적용해 최적화를 이루는 정도라면 Digital Transformation은 디지털 기업이 아니었던 곳이 디지털 기업이 되는 DNA까지 뜯어고치는 변신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컨텍트'라는 제목으로 영화 Arrival은 지구에 온 외계인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언어학자인 주인공은 영화 속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바뀌면 사고 방식도 바뀐다"라는 대사를 한다. 외계인과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어서 전쟁의 위험까지 발생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서는 디지털스러운 사고가 필요하다. 전통기업에 디지털 사고의 이식이 필요한 것이다. 왜? 전통기업이 점점 설자리가 줄어 들고 있다. <모바일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월에서 2020년 3월까지 5분기를 조사한 결과, 하루에 쿠팡 앱에 접속하는 사람이 거의 400만 명으로 1위이다. 이 숫자는 지마켓, 위메프, 11번가를 합친 것보다 많다. 2위는 어디냐고? 당근마켓. ㄷㄷㄷ 상위권에 전통적인 유통 대기업의 이커머스는 찾기 힘들다. 쿠팡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아마존이라는 성공 모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국내 유통사업자는 쿠팡을 시장을 교란시키는 없어져야 할 Player로 보았다. 정말 이렇게 이커머스의 1위가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물론 어느 순간에는 위협을 감지했지만 그때는 이미 대응할 수 없었다. (로켓 성장하는 쿠팡. 물론 쿠팡이 아마존이 되기까지 변수가 아직도 많다.) 그래서 전통기업들은 새로운 디지털 강자들을 인정하고 자세를 바로 하고 신발끈을 고쳐 맨다. 아, Pure Digital Native(원래 디지털로 출발한 기업)처럼 되지 않으면 다 망하겠구나. 경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우리 회사를 디지털 기업으로 바꿔야만 하는구나. 지금 전통기업에게 요구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게임의 판을 뒤집는 역전 한 판 승이라기 보다는 살아 남는 것이다. 얼마 전 가트너에서 진행한 컨퍼런스의 키노트 주제가 Wining in a World of Digital Dragon 이었다. 용은 신화에서 정의의 상징이지만 적에게는 가혹하도록 응징하는 특징이 있다. 아마존, 알리바바, 구글 같은 디지털 드래곤과 생태계를 공유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한 마디로 친하게 지내라. 그들이 친하게 지내고 싶도록 디지털 전략을 만들라는 것이다. 냉정한 현실이다.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애널리틱 서비스가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700명 중 70센트의 응답자가 지난 2년 동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비즈니스의 성공에서 매우 중요해졌다고 답하였다. 반면에 자사의 노력이 효과적이냐는 질문에는 20%만이 그렇다고 응답하였다. (80%는 잘 안된다고 생각) DT가 중요한 건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제대로 실행하기란 매우 어렵다. 아까 설문에서 DT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 것은 문화적인 이슈이다. 사실 더 나은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자본이 있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서는 문화를 바꿔야 하고, 일하는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 규범과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원래 있던 문화를 급하게 뜯어고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처음 DT 업무를 시작할 때 가장 의아했던 것은 자금과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이 ‘대체 왜 스타트업들이 만들어내는 서비스를 못 만들지?’였다. 지금 돌아보면 아무리 활용할 자산이 많아도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오히려 대기업이라서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오래 걸리고, 고객과 밀접한 사람보다 책상에만 앉아있는 사람이 결정권을 가지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할 때도 다른 사업부들의 견제를 받게 되면 필패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것이다. 혁신의 완성은 하드웨어보다는 그 일들을 둘러싼 사람들에 있다. 그래서 김진아 님도 이노베이션의 답을 사람에서 찾고 있지 싶다.(상부상조합시다) 김진아 님 인 살롱 지난 글 보기 : http://asq.kr/vNyjMM3tb80X 그럼 빠르게 변화하면 다 되는 것일까? 미국에는 그 유명한 노드스트롬 백화점이 있다. 이커머스 시대가 오면서 다른 백화점 사업자들이 어쩔 줄을 모르고 방황하는 동안 나름대로 디지털 혁신을 잘 진행했다고 평가를 받았었다. 실제로 그 노력을 통해 많은 미국 백화점이 문을 닫았던 2017년 2018년에도 성장을 이어갔다. 그런데 2019년 들어 갑자기 매출이 주저앉았다. 노드스트롬에서 자체 분석한 결과, 새로운 멤버십 프로그램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2018년 멤버십 프로그램을 정리하면서 디지털 소통을 강화하고, 우편으로 나눠주던 인쇄 카탈로그를 접었는데 기존 고객들은 여전히 직접 받는 인쇄물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고객이 빠르게 변화하지 않기도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어려운 이유는 이 밖에도 약 972가지 정도 더 있지만 들어봐야 힘만 빠진다. 누구나 변화를 꿈꾸지만 나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도, 나를 포함한 집단의 변화를 리드하는 것은 정말로 힘들다. 오늘은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해서 (지금 제가 그렇습니다) 다음에는 그래도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 지를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하긴 해야 되는데, 참 어렵다. *이 글을 업로드하려는 순간 화상회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ZOOM의 시가총액이 IBM의 시가 총액을 뛰어넘었다는 기사를 봤다. 디지털 기업도 더 높은 디지털 성숙 수준(maturity)으로 레벨 업하지 못하면 전통기업과 마찬가지로 뒤쳐질 수밖에 없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