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번째 글까지 낯선대학에 대해 얘길 나눴다. 이번에는 잠시 샛길로 빠져, 자매품이자 형제품인 ‘낯선컨퍼런스’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이렇게 딴짓은 슬기롭게 확장된다..고 생각한다) 낯선대학(이하 낯대)은 1년이란 시간을 통과하는 프로젝트다. 그래서 시간을 생각하면 조금 아득한 게 사실이다.(물론 참여하면 그 시간의 속도는 아주 빠르게 흘러간다) 낯대의 임팩트를 유지하고, 짧은 시간 낯선 연결을 도모하는 프로젝트를 고민하다 나온 것이 ‘**낯선컨퍼런스(이하 낯컨)**’다. 2박 3일, 제주로 간다. 컨퍼런스인 이유는 이 행사가 ‘언컨퍼런스’ 형식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이 행사는 2013년에 제주에서 진행된 Inspried@jeju 에서 영감을 받았다. 세상 별난(재미난) 사람 100명을 초대해, 2박 3일 동안 진행된 언컨퍼런스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이 행사에 공동 기획자로 참여했고, 행사 때 사회를 봤다. 그 경험이 낯컨 기획으로 이어졌다. 참고로 언컨퍼런스는 컨퍼런스의 한 형태로, 주제없이 진행되는 컨퍼런스다. 참여자들이 현장에 모여, 각자가 발의한 주제(혹은 질문) 가운데 논의하고 싶은 것들을 함께 선정해 얘길 나눈다. 낯컨의 시작은 어떤 테마로 할지 결정하는 것부터다. 이제까지 4번을 했는데(올해 3월 5번째가 준비되다가, 코로나로 무기연기되었다) 기획자, 메이커, 셀러, 라이프스타일이 각각의 테마였다. 그게 정해지면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들 가운데 스텝을 할 사람을 찾는다. 스텝이 구성되면, 진행 일정 및 초대자를 리스트업 한다. 그렇다. 이것도 낯대와 마찬가지로 초대로만 참여 가능하다. 그래서 스텝 구성이 중요하다. 그들의 네트워크가 초대자를 결정한다. 물론 우리가 초대한다고 해서 ‘좋습니다’하고 다들 오는 것도 아니다. 운과 때가 맞아야 한다. 정해진 날짜에 올 수 있어야 한다. 출장이나 행사 등이 겹치면 못 온다. 그래도 금세 40여 명이 확정된다. 참가자들은 각자 자비로 제주 ‘플레이스캠프’로 오게 한다. 행사장에 도착하면, 그때부턴 참가비가 작동한다. 참가비는 30만 원이다. 그 돈으로 2박 5식이 제공되고, 각종 이벤트와 여행 경비를 지원한다. 남는 돈은 번개에 쓰인다. 스텝들도 참가비를 낸다. 행사 전에 페이스북 그룹방을 만들어 각자 소개를 진행했다. 그래서 낯설지만, 또 낯설지 않다. 낯설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어찌 됐건 이들은 스텝들의 지인이다. 최소한 한 명은 알고 온다. 그러니 부담이 덜하다. 프로그램은 이렇다. 1) 첫날 - 3분 소개, 미니올림픽, 식사, 1:1 인사, 컨퍼런스 준비, 뒷풀이 2) 둘째날 - 컨퍼런스, 점심, 숏트립, 숏트립 리뷰, 뒷풀이(마니또 발표 등) 3) 세째날 - 각자 기상 후 집으로 이 프로그램 이름에 컨퍼런스가 들어간 건 둘째 날 오전에 진행하는 컨퍼런스 때문이다. 참여자들이 하나의 테마로 묶여 있기 때문에 작은 공감대가 있다. 그런 그들이 제주에 오니 풍광에 취하고, 한라산(산이기도 하고, 술이기도 하다)에 취하고, 바람에 취하고, 공기에 취하면서 ’ 연대감’은 증폭된다(다른 곳에선 이게 약하다. 제주가 주는 힘이 있다. 기획자의 의도다). 그런 분위기에서 그간 품어 온 질문 혹은 문제를 던지고, 그걸 함께 해결하기 위해 토론을 진행한다. 숏트립은 먼저 4인 1팀으로 반나절 여행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이다. 먼저 드라이버를 정해놓고(행사 전, 둘째 날 운전할 사람을 신청받는다) 나머지는 추첨으로 팀을 정한다. 점심시간에 팀끼리 밥을 먹으며, 코스를 정한다. 참가비에서 1인 3만 원의 여행비도 지급한다. 잘 놀고 잘 먹고 오란 뜻이다. 모자란 건 자비로 충당해야 한다. 그렇게 6시간 동안 제주 기운을 듬뿍 쐬고 오면, 다들(운전자를 뺀 나머지) 얼굴이 붉은 노을처럼 상기되어 돌아온다. 알고 보니 한라산 탓이거나 덕분이었다. 낯컨에 다녀오면, 남는 건 역시 관계다. 단톡 방은 오래 유지가 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생일과 경조사 중심의 인사들이 오간다. 그래도 은근 서로 밀고 끌어주고 의지하는 관계로 이어진다. 그렇다 보니, 각 테마별로 낯컨 다녀온 사람과 다녀오지 못한 사람들로 나뉜다. 이제는 많이 알려져, 다들 낯컨 소식을 들으면 오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 바람이 있다면, 이걸 자주자주 하고 싶다. 낯대보단 호흡이 훨씬 짧지만, 임팩트 만큼은 뒤지지 않는 터라 좀 더 많은 분들이 연결되고 협업의 물꼬를 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로 여전히 시즌5 낯컨의 발이 묶여 있지만, 언젠가 훈풍이 불기를 바란다. Ps. 기업 워크숍으로 ‘낯컨’을 권합니다. 직무별 다양한 분들을 제주로 초대해(꼭 제주가 아니어도 좋지만, 제주면 더 좋아요) 2박3일 서로의 고민과 질문을 나누는 행사를 가져 보는 것. 정말 재미있지 않을까요? 아. 이 행사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스텝은 임직원이 해야겠죠. 제주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한다면, 플레이스캠프를 권합니다. 많은 호텔과 숙박공간이 있지만, 여기가 딱 좋아요. 왜냐면 1인 호텔이잖아요. 쉬고 자는 곳만큼은 각자의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곳이고, 스피닝울프 등 다양한 공간들이 있어요. 프로그램 진행하기 딱 좋아요. Inspried@jeju는 2016년부터 사회혁신가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매해 진행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