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왕
“여기서는 있는 힘껏 달려야 지금 그 자리에 계속 있을 수 있어. 다른 곳에 가고 싶으면 아까 보다 최소한 두 배는 빨리 뛰어야 해.” – Red Queen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속편인 ‘거울 나라의 엘리스’의 한 장면이다.엘리스와 붉은 여왕이 등장하고, 둘은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엘리스가 붉은 여왕에게 물어본다.“왜 계속 이 나무 아래인 거죠? 제가 살 던 곳에서는 이렇게 오랫동안 빨리 달리면 다른 곳에 도착하는데 말이예요.”붉은 여왕은 후대에 ‘진화론’과 ‘경영학’의 한 획을 긋는 이론에 영감을 준 역사적인 답을 한다. 저 위에 써져 있는 것처럼 말이다.“여기서는 있는 힘껏 달려야 지금 그 자리에 계속 있을 수 있어. 다른 곳에 가고 싶으면 아까 보다 최소한 두 배는 빨리 뛰어야 해.”‘붉은 여왕 가설 (Red Queen’s Hypothesis)’은 진화학에서 언급되는 원리로, 진화에 있어서 경쟁의 의미를 (좀 더 정확하게는 경쟁과 적자생존 간의 관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다.시카고 대학의 진화학자 벤 베일론 (Leigh Van Valen)이 생태계의 경쟁과 적자 생존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활용한 이후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데, 주변 자연환경이나 (생태계에서의) 경쟁 대상이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변해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생물이 진화를 하게 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적자생존에 뒤처지게 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이 상호 재시도 하는 과정에서 결국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하지 못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생존을 위한 자원이 제한적인 생태계에서 경쟁은 필연적이고, 생물에게 있어서 생존은 본능적인 존재의 목적성이므로 그 어떤 욕구에 앞서고 있다. 최우선의 목표가 생존이기에 생물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상호간 끊임없이 경쟁하고, 경쟁을 통해 유한한 자원을 선 확보하여 생존의 확률을 높이는 냉혹한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혹은 처연하게 느껴지는 것은) 하나의 생물이 진화하면, 그 경쟁 관계의 다른 생물도 따라서 진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공진화 (Coevolution)라고 한다. 그런데, 이 공진화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고, 환경과 진화의 속도도 빠르게 지속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으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곧 경쟁상대와 환경이 변화하는 만큼 뒤로 도태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끝은 멸종이다.HR과 관련된 내용을 소개하는 글에서 ‘진화론’의 소개가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번 글을 통해 소개하고자 하는 조직이론이 ‘조직생태학 (Organization Ecology)’이고, 이 이론은 ‘진화론’에 학문적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기업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많은 경우 중고등학교 사회시간에 학습한 바와 같이 ‘이윤창출’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이나 조직 (Organization)을 생명체로 보았을 때, 최선의 목표는 살아남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영속적 발전 혹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기업은 생존을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조직생태학은 Hann & Freeman (1977)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조직 생태학은 특정한 조직과 해당 조직이 속한 조직군(organization population)의 진화를 설명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조직생태학자들은 특정한 기업 하나를 연구하지 않고, 해당 기업이 속한 조직군을 분석의 단위로 하고 있다. 조직군(생태군)은 핵심 속성이 유사하고, 조직군을 둘러싼 환경과 해당 환경이 주는 압력에 대해 유사하게 반응하는 그룹을 의미한다.조직생태학이 다른 조직이론의 패러다임들과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차이는 조직과 해당 조직이 속한 환경과의 관계에 관한 설명에서 차이를 보인다. 다른 조직 이론들은 기업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환경으로부터의 압력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으며, 환경과 어떠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으나, 조직생태학의 관점은 환경이 살아남을 수 있는 조직을 선택한다는 것이다.이것은 마치 생존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종(species)을 자연환경이 결정하는 것으로 보는 진화론적 관점과 매우 유사하다. 물론, 다른 조직이론에서도 환경에 대응하여 생존하는 것을 핵심요인으로 보고 있으나 대부분의 이론이 환경에 ‘적응’ 한다는 관점인 반면 조직생태학은 환경이 어떠한 조직을 선택하는 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질문을 바꿔보자. 기업에게 ‘경쟁’은 도움이 되는가?기업에게 경쟁은 필연적인 것이나,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기업은 경쟁을 가급적 피하고자 한다. 한 때 ‘블루오션’이 경영상의 중요한 숙제처럼 언급된 적이 있다. 경쟁 없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경우 경쟁을 위해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비용들이 저감될 테니 기업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기에, 기업 경영자들의 천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조직생태학의 관점에서 ‘경쟁 없는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기업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저명한 경영학자 윌리엄 바넷은 그의 저서 The Red Queen among Organizations: How Competitiveness Evolves를 통해 ‘블루오션’은 기업의 영속적인 발전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는 저서를 통해 기업에게 경쟁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성장과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동력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즉, 기업은 조직군 다른 조직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생존을 위한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경쟁이 기업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경쟁이 일어나면, 기업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성과향상을 위한 노력을 한다. 경쟁에서 진 기업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역량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하며 만회해 간다. 이러한 경쟁의 순환고리가 비록 기업에게 성과의 부침을 가지고 온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업 경쟁력 강화에 순기능으로 작용한다는 관점이다.윌리엄 바넷은 이상과 같은 주장을 그의 저술 The red queen in organization evolution (Barnett & Hansen, 1996)을 통해 실증하고 있다. 1900년 이후 미국의 일리노이주의 2970개의 은행의 흥망성쇠를 분석하였는데 (거의 100년의 기간, 2천개가 넘는 기업을 연구의 대상으로 했다는 것 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경쟁을 경험한 조직들은 실패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낮았고, 기업 경쟁력은 경쟁을 경험하지 않은 조직대비 높았다. 경쟁에 임하며 조직들은 학습하고 이로 인해 다시 경쟁은 격화되며 기업의 역량은 이와 같은 순환의 고리 하에서 점차 강해짐을 확인하였다.반대로, 경쟁상대가 없는 경우 독점적 지위의 혜택을 누리기는 하였으나, 경쟁 환경에 노출됨으로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부족하였고 주장하고 있다.최근의 기업환경을 돌아보면, 4차 산업혁명의 급진적인 도래로 혁신의 가속화가 그 어느 때 보다 빠르고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상황이다. 기업 생태계 역시 급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붉은 여왕이 말한 것처럼 뛰지 않고 경쟁하지 않는 기업은 뒤쳐질 것이다.일변 잔인하게 느껴 질 수 있겠지만, 생태계에서의 도태는 종의 멸종을 의미하며, 조직 생태학에서의 도태는 기업의 사멸을 의미한다.엘리스 보다 더 빠르게 뛰어야 하는 이유다. 참고문헌:The Red Queen among Organizations: How Competitiveness EvolvesBarnett, W. P., & Hansen, M. T. (1996). The red queen in organizational evolutio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17(S1), 139-157.
인살롱 in 인살롱 ・ 2020.11.27 글로벌 기업의 성과관리, 어떻게 변하나?
OKR(Objectives and Key Result)이 뜨거운 화두다. 구글,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혁신기업의 성과관리 툴이라는 것이 알려지고, 존 도어가 펴낸 책까지 출간되면서 OKR은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 시작했다. 수많은 인사담당자는 OKR이 무엇이고, 어떻게 도입해야 하는지를 고민할 뿐 아니라 관련 정보, 기업 활용 사례, 나아가 OKR에 필요한 템플릿과 시스템을 찾기에 분주해졌다.
그 원인을 찾자면 리더와 인사담당이 고민하는 성과관리에 대한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한 시기였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성과관리(Performance Management)라는 개념은 조직이 생겨나면서부터 시작된 고민이다. 목적을 가진 조직이 생기고, 그 안에 사람들이 모이면 그들 나름대로 각자가 해야 할 일과 기대 성과물이 정해진다. 누구는 이를 제시간에 멋들어지게 해내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의 결과물을 만든다. 시간과 돈을 비롯해 임무 수행에 들어가는 자원도 뜨거운 감자다. A라는 사람은 최소의 자원으로 예상치 못한 성과를 만들기도 하고, B라는 직원은 한참이 걸려도 결국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성과관리는 일과 자원, 조직과 사람을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 없다. 사실 이 간단한 명제와 본질을 간과하면 결국 원하는 바를 얻기 어렵다. 조직은 결국 사람과 일의 합일뿐 아니라, 보유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단위 개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일」 그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시간 개념으로만 보더라도 그렇다. 볼트와 너트를 조립하던 생산라인의 일들은 로봇으로 대체되며 아예 사라져버리기 시작했고,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엑셀과 사투를 벌여 5시간이 걸리던 리포트들이 이제는 버튼 하나로 생성되는 세상이다. 일은 끊임없이 변하고, 기술과 환경의 발전은 「성과」의 모습도 송두리째 바꾸었다.
미래 일과 조직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겠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조직의 리더가 어떻게 조직과 개인의 성과를 관리하는지에 대한 글로벌 선진사들의 트렌드를 조망해보려고 한다. 이 역시 일의 변화에 따라 엄청나게 큰 변화를 맞닥뜨리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기재나 방법론이 되는 MBO, KPI, 나아가 OKR도 큰 트렌드 안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협력(Cooperation)과 협업(Collaboration)이 성과관리의 핵심 포인트가 되었다.
과도한 경쟁보다 조직 목표를 달성하고, 협력과 협업을 통해 혁신을 이루는 것이 기업의 지속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기인한 것이다. 등급화나 서열화를 통한 경쟁이 조직 총합의 관점에서 득이 될 것이 적다는 점도 한 몫했다. 실제로 지구 상에 가장 먼저 강제 배분 방식(Forced-Ranking)을 통해 성과를 만들었다 할 수 있는 GE, 전통 IT기업의 대명사 IBM 뿐 아니라 P&G, MS 등도 상대평가라 불리는 등급화를 과감하게 버렸다.
물론 이후 도입된 새로운 방식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부(약 5~10%) 하위 배분만 남긴 회사도 있고, 또 일정 부분 최상위 성과자만 별도 구분하는 회사들도 나타났다. 이를 결정하는 데에는 기업의 규모와 철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절대다수를 이루는 일반 직원들(Mighty Middle)도 중요하지만, 소수의 최우수 인력들만을 관리하겠다는 철학을 가진 회사가 있는가 하면, 괜스레 그런 구분으로 위화감이나 동기부여 저하를 만들지 않겠다는 경영진과 구성원의 공유된 가치를 더욱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다.
두 번째는 등급과 프로세스가 간소화되고 있다.
이는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이 중요해지는 최근 트렌드를 십분 반영한 결과다. 피평가자 수용성을 높이는 일은 성과관리의 핵심이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평가결과와 실망스러운 면담으로 신음을 앓고 있었던 직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경험을 줄 수 있을까의 고민이 결국 평가의 등급과 프로세스를 더 가볍게 만드는 노력으로 구현되었다.
최근 대다수의 기업은 평가 등급을 3단계로 줄이고 있다. 기존에는 평균 5단계(S-A-B-C-D)로 운영하는 회사들이 많았다. 3단계로 줄이며 이름도 바꾸기 시작했다. 1-2-3이나 A-B-C처럼 서열의 상하관계가 확실한 등급 표시보다는 Exceed Expectation(초과)-Meet Expectation(충족)-Need improvement(부족) 나 Exceed-Achieve-Expects more 같은 단어로 명확한 메시징과 더불어 불필요한 루저 만들기를 최소화하는 선택을 했다.
프로세스는 다양한 시스템의 도입과 함께 더 빠르고 간단하게 피드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시스템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다.
세 번째는 조직-개인 간 목표에 대한 Alignment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오래전부터 중요하다고 했지만, OKR 등의 프랙티스가 알려지며 다시 한번 재조명받고 있는 부분이다. 회사와 조직의 목표가 자연스럽게 Cascade Down 된다는 얘기는 많이 하지만, 현실은 누더기인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은 자기 팀의 정확한 목표나 업무 범위를 공유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구성원 목표의 합이 팀장의 목표와 정확히 일치하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정렬(Alignment)되지 않은 목표로 각자가 사방으로 달려 나가는 모양새였다.
조직 전략과 목표 달성 관점에서 개인의 목표와 실행 계획이 수립되는 것을 최우선시하는 기업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5가지 우선순위를 명확히 제시하여 둘의 상호 연계성을 극대화하려는 P&G나 매년 OKR을 통해 회사-사업부-팀-개인의 Alignment를 높이는 구글이 원하는 것은 하나다.
네 번째는 투명성이 극도로 높아졌다.
사장이건 신입사원이건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공유한다. 알아야 맞춰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부분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 목표가 기업 비밀이나 보안에 이슈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을 어떻게 공개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내 구성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투명성을 주면서도, 보안 관점에서 문제가 없는 사항을 스마트하게 찾아내야 한다.
Facebook, Apple, Tesla 등은 경영진뿐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의 목표도 언제든지 열람 가능하다. 그가 무엇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는지를 이해하고 나면 협업도, 지향점도, Win-Win을 만들기도 용이할 것이라는 함의(Consensus)가 자리 잡은 것이다.
다섯 번째, 실시간 피드백과 코칭이 이루어진다.
마이크로 피드백, 리얼타임 피드백이라는 단어가 나온지도 수년이 지났다. 1:1을 기반으로 한 실시간 피드백이 기업과 리더에게 필수적 방법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신세대들의 선호도 한 몫했다. 일반적인 특성으로 다수를 일반화하여 관리하는 시대를 넘어 이제 각 개인이 가진 고충과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반영해야 리더십이 제대로 서는 시대다. 뿐만 아니라 팀 리더의 관리 인원수도 10명 내외로 수렴하는 점도 눈에 띈다. 1:1 밀착관리를 통해 개인에 대해 보다 깊숙한 이해를 갖기에 적정한 숫자다.
여기에 다양한 지원 도구들도 제공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에 요구하는 상시 면담 프로그램도 이런 행동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어도비(Adobe)의 'Check-in'이라는 프로그램은 리더와 구성원이 수시로 소통하며 진척 관리뿐 아니라 목표도 지속적으로 수정한다. 어도비는 이 프로그램이 회사의 퇴직자를 30% 이상 감소시켰다고 확신한다 말했다.
.Adobe의 Check-in Program.
여섯 번째는 동료 평가다.
한 명의 리더가 모든 구성원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그 관점이 객관적이기도 어렵다. 또, 리더에게만 잘하는 사람이 왜곡된(?) 평가를 받기도 하고, 살갑지 않지만 성과가 좋은 구성원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런 여러 가지 약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글로벌 선진사들은 동료들의 평가를 적극적으로 청취한다. 협업 경험이 있는 동료가 가장 정확하고 현실적인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인터뷰한 구글러 중 다수는 본인을 날카롭게 꿰뚫어 보고, 개선 포인트를 정확하게 전달해주는 동료평가를 구글에서의 경험 중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 여겼다. 우수한 동료와 그들의 정성 어린 코멘트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었다.
일곱 번째, 기술이 성과관리를 직접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평가는 각 개개인의 정성, 정량 데이터가 집결하는 인사 프랙티스다. 물리적으로 데이터가 많을 뿐 아니라, 개인이 조직에서 보여준 행동과 성과물에 대한 결괏값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감히 인사 데이터 중 가장 중요한 데이터의 집합체가 평가결과라 할 수 있다.
여기에 각종 기술이 접목되기 시작했다. 평가 프로세스를 간소화시키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App.) 뿐 아니라, 빅데이터, AI, 텍스트 마이닝을 통한 인사이트 도출 등 최근 핫하다는 기술이 모두 적용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이미 상당한 People Analytics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피드백의 트렌드를 분석해 개인의 향후 행동이나 퇴직을 예측하기도 하고, 다양한 인사 데이터들과 합쳐지며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GE나 IBM은 저마다의 이름을 걸고 간단 피드백 앱도 제공했다. 미팅이 끝나도, 간단한 협업 지원을 받아도, 1:1 대화를 마칠 때에도 피드백을 줄 수 있게 되었다. 몇 분이면 되고, 클릭 몇 번이면 끝난다. 이는 또 다른 데이터 자원이 되고 분석의 재료로 쌓여간다. 기술이 성과관리를 혁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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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GE Application Image.
마지막은 매니저 권한 강화다.
내놓으라 하는 기업들은 그들의 조직 관리 기제의 핵심으로 'Lead by Manager'를 외친다. 조직 관리의 전권을 단위 조직 리더에게 위임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주려는 의도다. 팀 내 평가 등급을 결정하고, 이와 연결된 각종 보상의 최종 의사결정권도 리더의 몫이다.
언뜻 그럴싸해보이는 이런 관리 방식은 준비된 리더의 양성과 선발이라는 거대한 숙제에 마주친다. 제대로 학습된 리더,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지식과 경험이 있는 리더를 양성하고 선발하는 일은 조직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핵심이다.
E-Bay는 글로벌 모든 조직의 리더 전원을 Leader as Coach 프로그램에 입과시키고 수개월간의 집중 교육을 펼쳤다. IBM 역시 매니저 선발의 기준과 필수 교육을 운영하고, 여러 임원들의 인터뷰를 거쳐야만 매니저로 선발되는 허들을 가지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리더의 위험한 운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글을 마치며 위 8가지 트렌드에 발을 맞추는 것과 함께 성과관리를 실현하는 그 순간을 지켜볼 필요도 있겠다. 아무리 좋은 제도나 방법론을 들이대도 결국은 매니저와 구성원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성과관리를 실현하는 모멘트기 때문이다. 자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조직의 성과관리가 바뀌면 조직 그 자체가 바뀐다. 모든 구성원의 역량, 제도, 디지털 인프라가 모두 어우러져야 한다. 이 또한 조직 변화 관리기 때문이다.
긴 글이 되었지만, 성과관리라는 인사의 핵심 어젠다를 위해 고민하는 인사담당 및 리더들이 방향성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0.11.29 1. 뮤지션을 꿈꾸던 중학생 인사담당자 되다.
오늘의 이야기는 오로지 나의 경험을 토대로 흘러간 시간을 정리해서불특정 다수들에게 전달하고, 가급적이면 함께 공감하고자 한다. 이야기 시작에 앞서 나의 어떤 점들이 HR/GA와 관련성이 있는지 한번 되짚어 보자. - E6 : 아키텍처(내부/조직)에 궁금증을 나는 참을 수 없어, 나는 조금 시야가 남달라?나는 조립을 하고 빌드하는 활동의 게임들을 좋아했다. 플라스틱 장난감 조립과 레고로 원하는 모형 만들기, 전자제품을 뜯고 재구성하고 내부의 구조에 대해서 이해를 하는 것을 재미있어했다.이 시기에 나는 대한민국 인원중 1%에 흔한 판상형 건선 피부염을 앓게 되었다. 대학교 졸업 후 1년간은 해당 약이 한국에 발매되지 못하여 정상적인 피부를 가질 수 없었다. 나는 일반 친구들과도 어울리는 것이 남들보다 몇 배로는 어려웠고, “위생 상태가 좋지 않으니 저러는 거야” 하면서 비아냥거리거나, 나를 왕따시키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 안에서 노약자나,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분들, 신체적으로 고통받는 분들, 그리고 마음이 아프신 분들을 보았을 때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편견을 조금은 버리게 되는 그런 과정으로 자라게 되었다. 악취가 나는 노숙자 분들도 주변에 흔히 볼 수 있지만 그들 또한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혹여 내가 희생하면 그들에게는 자주 없을 “흔치않은 따뜻한 마음”의 도움을 얻게 되는 것이니까. - M3 : 게임과 예체능에 미치다.누구나 그렇듯 넉넉한 집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상대적인 빈곤이란 것은 존재한다. 다만 이 빈곤을 채워놓아 줄 수 있는 것은 “게임”인데 사이버 머니를 열심히 모으고, 아이템을 수집하고 이것들을 통한 트레이드를 해서 내가 노력한 만큼의 시간에 대한 보상을 얻었을 때에는 그 무엇보다도 이런 활동이 나에게 즐거움을 안겨준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리고 게임에만 몰입하다 보니 어느덧 수학 성적은 4점을 맞았던 적도 있었고, 전교 꼴등에 가까운 석차를 기염을 토해내는 경우도 있었다. 매일 학교에 가면 못다 한 잠을 이루기도 하였고, 늘 담임선생님께는 관심병사와 같은 느낌으로 혼나는 것에 익숙 해져 있었다.어느 정도 게임이 질릴 때 즈음 스포츠 댄스, B-Boy, 보컬, 대중가요 안무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행동으로 바로 옮기며 이를 위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하루 6시간 보컬 연습을 하고 일 1시간 이상의 안무 연습과 각종 크고 작은 공연도 하였었다. 물론 친구들의 영향이 가장 컸다. 예고를 진학 하고 싶었지만 금전적인 이유로 진학을 하지는 못했다. - H2 : 예체능을 포기하고, 공부에 전념하다. 그렇다 중학생 때 성실하지 못하고, 다른 활동에 전념했던 나는 전자과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가게 되고 그곳에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이제는 10대들이 느끼는 메리트(성인문화 따라 하기, 원동기 타고 다니기, 선생님과 싸우기)등이 나에게는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그제서야 공부가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면서 활동 하던 밴드 1팀과 보컬 그룹 1팀의 활동을 종료하고 공부를 하게 된다. - U.S 1 : 경영학과를 진학하게 된 나는 주변의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컴퓨터 공학과나 예체능 학과를 가지 하고 많은 과중에 경영학과를 왜? 선택했니? 그렇다. 전자기기를 좋아했던 나였지만 고등학교3년 동안 생각한 것에 비해 전공의 큰 실망을 했던 나는 경영학과를 진학하게 되었다.이유는 그랬다. 무대 위에서 하고 싶은 메시지 전달과 소통을 더 할 수 없는 나에게 유일한 소통의 기회 즉 PT가 많은 학과, 복잡하고 다양한 학문을 다뤄야만 완성되는 경영학.이것이 나의 길이라고 생각 하였다. 4년 동안 나름의 학점관리도 하고, 자격증에도 도전해보고, 공모전도 도전 해보았지만 그렇다 할 만큼 큰 성과는 없었다. 졸업하고 나서는 그저 기업에서 원하는 기본 스펙들을 채워나가려고 2개의 아르바이트와 외국어 학원 + 여가 시간을 활용해서 내가 원하는 직무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경영 사무원(인사/총무/재무/회계) 직무에서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은 무슨 지식이 바탕이 되는가에 대해서 찾아보고 면접 스킬을 통한 나의 PR 능력을 높여갔었다. 그러던 중 첫 면접이 있었다. 그건 회계팀에 신입을 뽑는 면접장이었으나, 해당 실무진 팀장님 두 분께서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하셨다. “영업이나 총무 쪽으로 가시는 게 더욱 좋으실 것 같네요” 라고 말이다.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었다. 대체 왜? 무엇이 그들의 눈에서 내가 어떤 점 때문에 그랬을까? 면접의 차수가 점점 올라가지만 합격 통보는 오지 않았고, 원치 않는 영업 관련 쪽에 대한 광고만이 나의 핸드폰을 가득 채웠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고, 이제 1년 6개월의 길어진 취준생 덕분에 더 부모님께도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그런 힘든 과정에서 친구들과 향락에 빠져 만취해서 놀던 도중 갑작스럽게 나도 모르게 큰 대로변에 있는 택시를 타고 기사님께 한강을 목적지로 이야기를 했다. 달리는 도중에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노력한 것이 적어서, 내가 부족해서, 내가 더욱 절실하지 않아서 지금의 나의 모습을 만들어낸 것이라는 생각이 눈물이 너무 앞을 가려서 달리는 내내 입을 가리며 숨죽이며 울었다. 그때 기사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올바른 판단을 하길 바래요. 오늘은 울만큼 슬프고 힘들겠지만, 내일 자고 일어나면 생각이 바뀔 거에요”라고 나를 토닥여 주었다. 이윽고 센스있는 택시기사님은 내 몸을 던질 수 있는 한강 다리 부근이 아닌 한강공원 한중 턱에 세워주고 가버렸다.갑자기 없어져서 걱정하던 친구들에게 이런저런 전화들이 왔었다. 나는 이제 더 이들의 친구가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게 될 테니, 마음에 없던 모든 말들을 그들에게 전달하고, 상처를 주었다. 그렇게 걷다보니 이제는 내가 다리 위로 올라가 있었다. 하도 몸을 내 던지시는 분들이 많아서 인지 다리 가이드 쪽에는 한 블록, 한 블록 갈 때 마다 제발 죽지말아달라는 위로하는 글들이 새겨져 있었다.이 한 블록만 더 지나가면 뛰어내려야지, 저 한 블록만 더 지나가면 뛰어내려야지, 그래야지 하면서도 점점 더 살고 싶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점장님께 그 새벽 시간에 전화를 했다. “점장님 저 정규 매니저로 채용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했더니 두말하지 않고 내일 입사지원서를 내라고 했었다. “그래... 경영 사무원은 나의 길이 아녔나 봐...” 하면서 그간 부모님께 죄송한 아들로서 돈이라도 벌어오는 평범한 아들 이라도 되어보자 생각하면서 용산역 첫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당시 첫차를 기다리면서 촬영한 실제 사진
저 태양을 보면서 다짐했다. 그래도 매일 태양은 뜨지 않는가? 나의 찬란한 태양은 뜨는가?며칠 뒤 그래도 경영사무원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아. 계속해서 이력서를 1,000개를 넘게 내던중에 면접의 기회가 찾아왔다. 면접 첫 질문은 이것이었다.당신이 생각하는 직무 가치관이 무엇이냐? 나는 위 한강 과정을 겪으면서 절실했고, 많이 준비한 대사를 읍조리기 시작했다.인사/총무는 회사의 기업의 어머니와 같이 살림살이를 관리하고, 그들에게 생산성을 확보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조력자의 포지션 입니다. 그리고 저의 비전 트리를 통해 도출된 슬로건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신뢰 있는 사람”이 궁극적인 삶의 목적이라는 점을 꼭 설명했었다. 이러한 슬로건 때문에 사람들 간의 가치관이 틀어지거나, 다르거나 할 때 중간에서 그들의 간극의 차이를 좁혀주고, 원활하게 소통 할 수 있는 촉진 자가 되는 것이 저의 꿈이라고 전달 했다.최종 인성 면접에서 나보다 회사와 가깝고 경력이 더욱더 많은 사람들 총 3명으로 최종면접을 보게 되었다.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기본 OA 능력에 대한 검증 정도와 인성 위주의 면접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칠 뒤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나는 믿어지지 않았다. 정규직이 맞습니까? 통보가 잘못 온 것은 아닙니까? 여러 번 되물어볼 정도로 믿겨지지가 않았다. 가족들은 그야말로 파티 분위기였다. 어머니께서 사주신 비싸디 비싼 새빠시시 정장으로 생긴 자존감이 나를 택해준 이유였을까? 아니면 절실하게 간절하게 해당 직무를 하고 싶었던 나의 마음에 답을 해주신 걸까? 그렇게 나는 합격통보 후 매일 아침 7시 30분까지 회사를 출근하게 되었다. - 정리 해보자면아직 HR/GA 업무 5년 미만 차 주니어레벨의 나는 취업 전 여러 과정을 통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잘하고, 그 잘하는 것을 어떻게 업무에 적용해서 현실화를 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나 자신에게 수없이 물어본 결과를 통해서 얻은 직무라고 생각한다. 취업 전 가지의 나의 성장 과정에서 나의 직무를 택할 수 있었던 이유1) 늘 구조나 내부(사람)에 대해서 궁금해 한다는 점2) 게임과 노력의 몰입(공부, 시도)을 통한 결과물에 대한 단맛의 희열을 깨달음3) 예체능의 기질이 있다면 다양한 소통 방법으로 사람을 이해하고 가치를 전달 할 수 있다.4) 대중들(임직원) 앞에 서서 어떤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말하고 소통하는 촉진자 역할5) 안되는 것은 포기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현실감6) 편견으로 걸러진 사람에 대한 이해가 아닌 가치관의 다름에 대한 사람의 이해력7) 어렵게 얻은 직무인 만큼 절대 놓칠 수 없는 소중한 나의 직무 지금도 시장 환경으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는 다양한 취업 준비생분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내/외부 환경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앞으로도 더 어렵고 포기하고 싶은 날들이 더욱 많이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자격증 하나 없고, 전문적으로 배운 것 하나 없는 필자 또한 취준생 과정을 통해서 원하는 직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쉽게 포기하지 말라. 정녕 경영사무원 계열 업무를 하고 싶은 이유가 확고한가? 그저 보여지는 모습과 판타지에 빠져서 이유없이 기계처럼 지원서를 넣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정말 인사는 만사라고 느끼는데 우리같은 담당자들은 행동/표현/말투/몸짓이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의 인사정책의 색 까지 표현하게 되어있다. 그들처럼 생각하고 그들처럼 말을 하려면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볼 수 있는 간접적인 경험들을 지식보다는 좀 더 추천하고자 한다.(예시 : 사장의 마음과 유사한 책) □ 마치면서뉴노멀(새로운 표준) 리더십이 가장 필요한 지금.파괴적인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인사 관련 담당자들의 역량이 가장 많이 필요한 지금의 시대. 앞으로 비대면에 관련한 새로운 가치관과 업무 프로세스 혁신이 필요한 현재.“우리는 어떻게 대응 하고 결정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면서 짧고도 긴 글을 마치도록 한다. 다음 편은 내가 생각했던 인사 총무 실무와 실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 다음 글 예 고 : 직무는 다르지만, 사무환경 직장인을 간접경험을 해볼 수 있었던 드라마 “미생” 끝.
인살롱 in 인살롱 ・ 2020.12.08 동료가 경험하는 ‘내가’ 조직문화다
****1. 대표이사는 조직문화를 구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아무리 퇴사를 해도, 조직은 굴러가요. 그게 조직이니까. 그러니까, 사람들이 퇴사한다고 조직문화가 바뀌거나 그런 일은 없어요. 조직문화는 대표이사가 전부예요, 대표이사가 변해야지, 안 그러면 답이 없어요” 최근 어떤 지인과 나눴던 이야기다. (분명히 밝혀두건대, 이 지인은 절대 회사 동료가 아니다. 물론, 내가 한 말도 아니다)
조직문화는 대표이사가 전부라는 말. 조직문화 업무를 하면서, 조직문화 관련된 사람들을 만났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고, 가장 많이 했던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결말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이 없기 때문에, 결국 모든 일은 무의미하다는 슬픈 결말을 맞는다. 우리는 이 결말을 그대로 내버려 두어도 괜찮은 것일까?
대표이사가 전부라는 말에, 조심스럽게 되물어 본다. 그렇다면 대표이사만이 우리의 조직문화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일까?
‘누운 배’라는 소설이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중견 조선소 이야기다. 제목처럼 이 소설은 진수식까지 마친, 자동차 6,700대를 실을 수 있는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옆으로 눕는 사고에서 시작한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소설 속 자기 이익만을 쫓는 사람들은 고구마를 백만 개쯤 먹은 것 같은 답답함에 분노를 살포시 얹어 저세상 스트레스를 선물하는 동시에, 이 회사의 끝을 반드시 보고야 말겠노라는 오기를 불러일으켜, 소설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조직문화가 노답인 이 회사에, 드디어 새로운 대표이사가 취임한다. 대표이사는 조선업에 전문성이 매우 높고, 스마트하고, 합리적이며, 열정적인 전문 경영인이다. 신임 대표이사의 임원들을 향한 일갈과 질책은 마치 까스활명수와 겔포스를 동시에 먹은 느낌이어서, 그동안 가슴속에 쌓였던 고구마들을 한 방에 날려 보낸다… 하지만, 그런 대표이사도 결국 이 회사를 바꾸는데 실패한다. 방향은 옳았으되 동지를 얻지 못했고, 이성과 논리라는 칼바람으로 사람들의 옷을 한 겹 정도는 벗겼으되, 태양처럼 사람들이 옷을 스스로 벗게 만들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문화라는 것이 사람들이 모여서 생겨나는 것임을 이해한다면, 조직의 문화도 <네이키드 애자일>이란 책에서 설명하듯, ‘경영의 모든 구성요소 간의 상호작용’이기에, 조직 전체가 함께 해야 만들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래서, 원래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가면, 대표이사가 조직문화를 만들거나 바꾸는데 매우 매우 중요한 사람인 것은 맞지만, 대표이사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고, ‘조직문화’를 만드는 실무자들의 일과 노력이 절대 가치가 없거나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2. 실무자가 조직문화를 2% 바꾸는 방법
그래서 이번 원티드에서 개최한 조직문화 컨퍼런스에서 실무자 관점으로 조직문화에 기여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사례를 들어 공유했는데, 핵심은 아래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과도한 책임감에서 벗어나자!
우습게도, 첫 이야기는 실무자들의 정신승리에 대한 이야기다. 실무자의 권한과 영향력의 범위는 작다.(하지만,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데, 조직문화에 대한 책임감을 과하게 가지는 분들이 있다. 사실 내 이야기인데, R&R대비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다 보니 나 스스로가 하는 일의 의미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혹시나 나와 비슷한 분이 계신다면, 과도한 책임감에서 벗어나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조직문화는 조직 전체의 책임이다. 또한 결과가 나타나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급하게 결과를 얻으려고 하면 쉽게 지친다. 자신의 R&R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되, 길게 갈 수 있는 호흡과 여유가 필요하다.
둘째, 조직문화가 아닌 개인의 경험에 집중하자!
미담을 하나 공유해야겠다. 우리 회사에 있는 멋진 부문장님에 대한 이야기다. 회사에 스탠딩 데스크가 몇 개가 있는데, 이 데스크는 주로 허리 아픈 분들이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통상 직급이 높은 분들이 대개 허리가 많이 아프시다. 충분히 개연성 있으니 굳이 다른 해석을 시도하진 말자.
그런데, 같은 층에 근무하는 한 부문장(팀장님 보다 한 직급 높은 분)께서 옆에 앉은 주니어 정도 되는 팀원이 허리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책상을 바꿔 주셨다. 그래서 부모님께서 주신 튼튼한 허리 덕분에 감사하게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스탠딩 책상을, 그 팀원분은 파워 당당하게 사용하고 계신다. 이 얼마나 굉장히 아름다운 미담인가!
그 이야기를 듣고, 문득 우리가 조직의 문화를 조직문화라는 단어로, 몇 개의 키워드로 단순화해서 평균적으로 표현 또는 설명하지만, 사실 조직문화에 대한 경험은 매우 개인적이고 개별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로 빨간색 B로고의 익명게시판 앱에 가서 회사 평가를 보면, 거의 대부분의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가 별 1개에서 별 5개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평점들이 모여서 평균이 되고, 그 평균들의 점수를 가지고 회사들이 비교되고 있지만, 사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조직문화에 대한 경험과 평가는 사람마다 매우 다른 것이다.
그래서 내가 얻은 결론은 이런 것이다. 조직의 문화는 바꾸기 어렵지만 개인의 경험을 바꾸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개인들의 경험이 모여 조직문화가 되므로, 조직문화를 바꾸려 하기보다, 동료들의 경험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자!
셋째, 동료를 만들자.
2년쯤 전, 부문 회의 문화를 바꾸고 싶어서 도전한 적이 있다. 매주 부문장님과 각 팀의 팀장 및 선임들이 모여서 하는 주간회의였는데. ‘일’은 부문의 모든 사람들이 같이 하는데, 회의는 모두가 함께 하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파일럿’이라는 이름을 달고 1달간 부문 회의에 모두를 참여시키는 실험을 했는데, 결국 실패로 끝났다.
회고를 해 보니,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왜 그 회의를 함께 해야 하는지에 대해 부문 내 동료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던 것, 동료들의 의견은 다를 수 있는데, 내가 답을 정해놓고 시도했던 것 등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혼자서 동료들에게 읍소해서 회의에 참여시켜야 하는데서 오는 마음의 상처였다. 제풀에 지쳤던 것이다. 그때 알았다. 가장 큰 실패 원인은 ‘함께 할 동료의 부재’였음을.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속담처럼,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변화에는 반드시 동료와 연대가 필요하다. 그렇게 회사의 모든 실무자들이 각자의 2%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그것이 연대할 때, 그 최선들이 모여 조직문화가 100%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3. 동료가 경험하는 ‘내가’ 조직문화다.
예전에 회사에서 어떤 교육을 하는 중에,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했다. “이렇게 새로운 방식을 배워도, 윗분들(팀장님들)이 안 변하면 아무 소용없는 것 아닌가요?”
예전에 어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설명회를 하는 자리에서, 어떤 팀장이 이런 말을 했다. “제발 윗분들(임원)부터 먼저 좀 지키라고 해주세요"
팀원은 팀장을 탓하고, 팀장은 임원을 탓하고, 임원은 대표이사를 탓하고, 대표이사는 변하지 않는 직원들을 탓한다. 모두가 남 탓을 하는 이 뫼비우스의 띠 같은 순환을 끊어내는 유일한 칼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그리고 우리다.
‘나 자신’이 내가 만들고 싶은 바로 ‘그 문화’가 되는 것. 그것만이 실무자가 조직문화를 만들거나 바꿀 수 있는 유일하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그 스탠딩 책상을 사용하는 팀원에게는 그 부문장님의 양보와 배려가 회사의 조직문화인 것처럼.
오늘 이 순간, 내 바로 옆 동료가 경험하는 ‘내가’ 곧 회사의 조직문화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0.11.29 ‘좋은’ 피드백이 조직에 해로운 이유
스타트업의 채용인터뷰에 단골로 곁들여지는 질문이 있다. 바로 “피드백”에 대한 질문이다.
‘길동님은 이전 직장에서 주변 팀원들에게 주로 어떤 피드백을 받았었나요?’
‘주변 동료분들은 둘리님을 어떤 사람으로 생각할까요?’
‘희동님은 리더에게 피드백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응했었나요?’
물론 세부적인 내용과 판단 기준은 해당 사람,
직군, 회사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협업’과 ‘성장’이 중요한 키워드인 환경에서 지원자가 양질의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비중있게 다루는 것은 대부분 비슷하다. 채용인터뷰 이외에도 대다수 회사의 인사팀, 조직문화팀 혹은 피플 & 컬처팀으로 불리는 곳에서는 바람직한 협업문화, 건강한 피드백 문화(시스템)를 만들고 발전시키기 위해 힘쓴다. 피드백에 대해 다룬 다양한 책, 기고문, 기사, 사례, 이론들도 넘쳐난다. 개인과 조직이 성과를 내고 성공하기 위해서 피드백이 그만큼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투명하라!
진실을 담대하게 마주하라!
모든 종류의 피드백이 거침없이 오갈 수 있어야 한다!
유명한 조직들의 성공방정식으로 여겨지는 명료한 방법론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 머리로는 알고 있는 내용들, 어디선가 마주치는 누군가에게 ‘나도 안다’라고 할 수 있는 내용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그것을 정말 이해했는지, 체계적으로 안착시키고 성과와 목표달성에 이르는 문화를 안착시켰는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좋은 피드백이란 무엇일까? 좋은 피드백이란 정말 존재할까?
지금까지 고민해 온 결과에 따르면, ‘심리적 안전감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진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한 피드백인 것 같다. 그런데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감정과 감성이 앞서는 인간으로서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행위다. 누군가 나에게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국 쓴소리이지 않은가? 쓴소리를 들을 때면 심장은 벌렁벌렁, 호흡은 가빨라지고 겨드랑이에서는 땀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하며, 콧잔등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만큼 얼굴이 화끈거리고, 어떤 때는 억울한 마음까지 생겨나 닭똥 같은 눈물이 막 맺혀버릴 것만 같다.
우리가 피드백을 받아들이며 감정의 늪에 빠질 때, 진실을 거부하고 싶을 때 나타나는 현상 중 일부다. 사람에 따라서는 진실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길고도 멀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관계가 틀어지거나 어색해져 어떠한 진실도 소용없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좋은 게 좋은 거지’ 괜히 쓴소리, 솔직하게 피드백 했다가 돌아올 피해가 두렵고 내 커리어에 나쁜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 한다. 그리고 타인이 자신을 좋게 봐주길 원하며 관계가 틀어지거나 멀어지는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두려워한다. 그러다보니 타인의 부족함이나 미흡함에 대해 말을 꺼리게 되는 동시에 스스로 부족하거나 잘 모르는 부분도 숨기려 하게 된다. 스스로 진실을 말 할 용기가 없어지면서 진실을 들을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진다.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배울 수조차 없어진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좋지”라는 생각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 이렇게 이어지는 마음의 작용들은 결국 진실을 가로막는 요인, 건강한 피드백을 막는 요인이 된다. 개인과 조직의 성장과 성공은 조금씩 멀어져간다. 업계에서 흔히 정의하고 기피하는 관계중심 혹은 관계지향의 문화가 형성된다. 피플&컬처팀은 이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장애물들을 차근차근 없애주는 역할을 맡는 팀인 거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부터 개인과 조직차원에서 다양한 방법론을 탐구하고 적용해보는 거다. 그런데 나는 방법론을 논하기에 앞서 관점의 전환을 이야기하고 싶다. 일상적인 대화와 생각에서 감정적인 영역을 최대한 이성의 영역으로 전환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좋고 나쁨(호불호), 옳고 그름(시시비비), 선하고 악함(선악) 등은 주관적이며 관념적인 동시에 감정적인 차원의 기준이다.
“그 아이디어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 이 데이터까지 챙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좋았는데요, 나머지는 조금 별로인 것 같아요.”
이런 종류의 생각과 대화들을 일정한 원칙과 기준에 근거한 관점, 적합과 부적합 혹은 건강과 안 건강함 등의 말로 전환해보는 것이다!
“그 아이디어는 고객들이 기존보다 더 빠르고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서 우리의 목표달성에 적합하네요.”
“앞으로 이 데이터까지 챙겨주시면 제품기획에 더 빠르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애초의 기획의도를 충족했어요. 정말 추진력 갑이네요, 그런데 나머지는 처음 합의했던 내용과 다른데 이유가 있었을까요?”
건강한 피드백, 적합한 피드백은 잘한 일에 대한 칭찬과 격려, 부족하거나 미흡한 부분에 대한 적확한 지적으로 구성된다. 애당초 합의하거나 설정했던 기준/원칙 혹은 기대치와 비교해볼 때 자신이 얼마나 잘 했는지 혹은 부족했는지, 무엇이 강점이었고 약점이었는지, 무엇을 더 보태거나 제거해야 하는지 등의 진실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인과 조직이 변화하고 혁신하는 속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성과를 달성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핵심적인 관점이다.
개인과 조직이 마주해야 할 진실을 가로막는 감정과 장애물의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차근차근 제거하면, 모르는 부분과 약점, 실수 혹은 실패마저도 스스로 솔직하게 공개할 수 있는 담대함을 갖게 된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이성의 영역에서 온전한 피드백이 가능해진다.(여기서 피드백과 성과평가/보상을 연결할 것인지의 여부는 또 다른 주제다.)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과 도움, 역량을 빌릴 수 있게 된다. 내가 언제라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향한 진실을 추구할 수 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고 로봇도 버그가 생겨 오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완벽한 인간은 없고, 완벽한 인사도 없다. 몇 날을 고민하고 토론하고 갑론을박하고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어도 이야기 거리가 넘쳐나는 주제인 .피드백., 망망대해에 놓인 채 답을 얻지 못하는 때가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건강하고 발전적인 피드백을 향한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개인과 조직이 변혁의 속도를 높이고 끝내 함께 성공하도록 나아가는 그 여정에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함께 해주시면 참 “좋겠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0.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