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리드웨어 People and Culture 담당자이자 생존 8년 차인 김보라님 이야기 그런 때가 있었다. HR의 어떤 영역을 이제는 이해한 것 같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던 자기 확신.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고민했던 ‘성과란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그려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때. 최고의 동료들과 손에 베일만큼 최상의 완성도를 가진 결과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으로 내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길을 걷는지 고민할 여지도 없이 풍덩 빠져 온 힘을 다해 헤엄치다 보니 어렴풋이 만져지는 나만의 결론과 방향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그런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간이 준 모든 습관과 관성을 버리는데 딱 그만큼의 에너지를 쓰고 있다. 그중 대부분은 고정관념이고, 선입견이며, 편향이고, 성급한 판단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말했던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은 ‘타인’이 아니라 ‘나의 내면’을 향해 있었다. 내 안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갈급함. 그게 알고 싶었다. 성숙하고 깊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닳지 않는 사람, 향기로운 사람, 열려 있는 사람, 소울이 느껴지는 사람. 만나는 누구든 처지와 관계없이 삶을 공유하고 영혼을 맞대고 싶었다. 살다 보니 그냥 스쳐 보낼 수 없는 삶의 깊은 상처가 영혼에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잘' 살아내야 하므로 내가 가진 재능과 강점은 무엇인지 알아내야만 했다. 그 노력의 끝에 흔하디흔한 ‘공감’이라는, 때로는 ‘연민’이라는 키워드로 자연스럽게 나를 설명하게 되었을 때쯤 그것으로 삶을, 업을 살아내기로 했다. 그렇게 HR과 우연히 인연이 닿았다. 행운스럽게도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기업은 기업에서 하기엔 지나치게 심각하다고 할 만큼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집요하고 깊이 있게 고민하는 곳이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의 정체성을 밝히는 모든 과학적 학문을 바탕으로 사유하고, 토론하고, 기획하고, 테스트해볼 수 있었다. 시간의 밀도는 생각보다 단단하고 깊었고, 촘촘하고 끈적였다. 그러던 중 내게 관점의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 몇 가지 계기가 있다. 명상, 그리고 몇 권의 책. 그중 가장 강렬했던 <다크호스>. 먼저 명상은 무의식 속에 '너와 나'를 구분하는 습관이 깊숙이 베어버린 내게 완전히 반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성과를 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조직 순응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어쩌면 조직에 유리한 사람과 불리한 사람일지도?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 지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진 범주에서 늘 우수인재와 덜 우수한 인재를 분류하고 동기부여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기획과 실행을 그토록 열심히 해왔다. 그래서 그 구분짓기를 가슴 한편에서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을 때가 찾아왔다. 그리고 <다크호스>. 표준화된 규범과 공식 안에서 평균의 허상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지극한 개인성을 활용해 충족감을 추구하면서, 상대적 비교가 아닌 '최고의 나'를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책이다. 나 역시 대단히 표준화된 사고의 틀 안에서 HR을 바라보았기에 신선했고 충격적이었다. 인간은 성장 가능한 존재라고 믿고 싶은 내 마음과 달리 업무에서 만나는 상황은 fixed-mindset에 더 가까웠다. 그런데 저자는 연구를 통해 심지어 ‘거의’ 고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윤리의식과 도덕성도 환경과 맥락에 따라 가변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단순히 ‘듣기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HR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그것에 대해 절대적으로 많은 권한을 주는 솔리드웨어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는 인생을 살며 내린 결정 중 손에 꼽힐 만큼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 자발성과 자율성이 가장 중요한 솔리드웨어만의 문화 속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규범과 이타심이 자연스럽게 발현된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던 HR을 하나둘씩 지워가는 데 애를 쓰며 즐거움을 확장 중이다. ‘Good things with pleasure’ 솔리드웨어의 모토다. 좋은 일, 의미 있는 일만큼이나 우리의 즐거움, 좋은 감정, 좋은 경험을 만들고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이 구성원 모두의 일이고 HR의 일이다. 그래서 구성원의 역량을 ‘개발’하는 것보다 ‘발현’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성장’보다 ‘성숙’에 마음을 기울이며 조직문화를 다시 공부하고 있다. 개인성과 적합성을 최상으로 키워주는 맥락과 환경을 문화로 가꾸고 한 명 한 명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충족감을 높여나가는 것. 그것이 하고 싶다. "Not all of us can do great things but we can do small things with great love." 온 마음을 다해 마주 앉은 한 사람의 우주를 대한다는 것. 효과성과 효율성 모두 중요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 과정에 적어도 내가 가진 깊은 사랑과 진심이 닿을 수 있도록 애쓰는 일. 그러기 위해서 내 안에 있는 것들 대부분을 덜어내고 비워내는 것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일. 그 일을 위해 HR은 가장 중요한 과정이자 수단이고 때로는 목적이고, 결과이기도 하다. 🔫 다음 인터뷰이를 빵야빵야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 있다면 이 분일 것 같아요. 방대한 지식과 경험에서 오는 조언도 언제나 멋지지만, 삶의 구석구석에 미치는 깊은 통찰로 제 업과 삶의 멘토가 되어주시는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서형택 차장님만의 HR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 보라님의 이야기에 공감했다면, 보라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Bora (Luna) Kim- People and Culture Representative at Solidware Co., Ltd.ㅣLinkedin .인사담당자로 살아남기 시리즈.무한 경쟁 시대. HR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사담당자들의 생존 스토리를 담습니다. ⛑전체보기2020-12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