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3일 종무식을 끝으로 2020년 연간 회사 일정을 모두 마무리 하고 2021년 1월 4일까지 11일 간의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긴 휴식을 가졌는데, 코로나로 지인들과 약속도 다 취소된 마당에 책도 읽기 싫고 운동도 하기 싫어 집에서 딩굴댕굴… 동태처럼 목적없이 초점없이 정면을 응시하던 두 눈에 일년 내내 데면데면 했던 ‘TV’가 보였다.11일간 나는 무제한 스트리밍서비스 하나를 뚫어 내 동태눈에 영점 조절을 마친 후 드라마 두 편과 평소 좋아하는 유재석님이 진행하는 예능프로 정 주행을 시작했다. 평일엔 시간이 없어 TV는 벽에 걸어두는 장식에 불과했는데, 이제야 제 값을 하는듯^^몇 년간 HR 소속으로 일하며 생긴 습관은 평소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들을 업무영역에 적용해보거나 연결해 보곤 하는데 최근 고민하고 있는 HR과제들 중 ‘팀 케미 강화’와 관련하여 생각해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결국…. 집에서 TV를 보다가 회사 생각한 이야기다. ‘팀 케미’라는 용어는 ‘팀 웍(Team Work)’과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개념이다. 케미는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이 잘 어울릴 때 사용하는 신조어인데, 화학반응을 의미하는 ‘Chemistry’의 줄임 말로, 팀 케미는 팀 구성원들이 서로 조화롭게 혼합되어 역량의 시너지가 발생할 때 사용한다. 진정 팀 케미가 좋을수록 팀 성과도 높아지는 걸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팀원간의 케미가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성과가 팀 케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상호 관련성은 있으나 인과관계는 없을 수도 있고, 제 3의 다른 X인자들이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자기들끼리 분위기는 좋은데 팀 성과는 바닥인 경우도 많이 봤다) 예를들어, 축구경기를 보다 보면 이 팀의 분위기가 좋아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인지, 팀이 승리했기 때문에 팀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명확한 연구결과가 없다 하더라도 ‘팀 케미가 좋지않으면 성과가 좋을 리 없다’는 사실은 굳이 논문을 찾아보지 않아도 명백할 것이다. 그럼 팀 케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스토브리그 야구드라마인 것 같지만 ‘야구단’드라마인 스토브리그에서 앞어서 설명한 팀 케미가 무(無)에서 유(有)로 전환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HR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보면 좋을 것이라는 주변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는데 조직운영, 경영진단, 채용, 총무 등 참고할만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있다.그중 내가 눈 여겨 본 건 주인공 ‘백승수 단장’을 중심으로 한 야구단 프런트의 케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다년간 연속 꼴지를 하며 패배감이 만연하던 프런트에 갑자기 전혀 새로운 업무 방식의 리더가 부임하게 되고 완전히 막장으로 치닫던 프런트의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구성원들이 각자 제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을 간단히 세 단계로 정리해 보았다. 리더를 신뢰하게 한다 : 구성원들과의 소통에서 감추는 것이 없으며, 리더로서 높은 역량과 더불어 결과에 책임을 짐으로써 신뢰를 강화한다. 신뢰가 쌓여 목적을 주입한다 :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의 역할에 맞는 목표와 목적의식을 부여한다. 목적이 생기면 직원들이 활력을 가지게 된다 :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동기부여와 더불어, 팀 구성원 간의 협업의 강도도 높아진다. 보통은 회사가 뚜렷한 미션과 목적의식이 성과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얘기하곤 하지만 목적의식은 직원들의 참여를 이끄는 여러 요인 중에 하나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첫번째로 언급한 팀원 내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업이라 할 수 있다. 백단장은 ‘성과는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 고 있는 인물이기에, 드라마 내내 구단의 리더 역할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장면은 함께 일하는 프런트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주고 목적의식을 부여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어떤 조직이라도 이와 같은 프로세스를 거치면 좋은 팀 케미가 만들어지는 걸까? #놀면뭐하니? 환불원정대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가 한 무대에서 노래하며 말 그대로 무대를 뒤집어버린다. 멤버들이 각자의 개성을 요리하듯 운용하며 따로 똑같이 시너지를 내는 환상의 팀 플레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환불원정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포지션 중 하나는 ‘매니저’로 보였다. 네 명의 멤버들의 공연이 주가 되어야 할 터인데 실제 매니저를 뽑는 과정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전체 에피소드 중에서 젤 재미있게 봤던 포인트이기도 했다.비록 감초 역할이지만, 케미가 찰떡 같은 기존 팀에 뜬금없이 전혀 맞지않은 인물이 들어온다면 조화가 깨져버리고 다시 좋은 케미를 만드는데 불필요한 노력과 비용이 투입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팀에 새로운 팀원이 투입될 때 무턱대고 업무능력만 뛰어난 인재를 선발하기 보다 몇가지 추가적으로 고려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환불원정대의 매니저 면접 과정을 보며 세가지 정도 고려사항을 정리해보았다. 신규 팀원과 (기존 팀원들의 개인적 특성을 파악한 후) 케미가 맞는 기존 팀원이 있을지 신규 팀원이 일하는 스타일이 기존 팀에 어울리는지 신규 팀원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팀워크에 저해되지 않은지 모든 팀 구성원과 처음부터 다 잘 맞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단 한 명이라도 잘 어울릴 것 같은 구성원이 있다면 팀 내 적응이 훨씬 쉬울 것이고, 평소 협업 경험이 적거나 자기 업무스타일을 너무 밀고 나간다면 팀 전체의 역량에 시너지가 줄어들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낮다면 의견이 대립하거나 특히 불화가 생겼을 때 이를 팀 내부에서 진압하기 힘들 수 있다. 결국 신규 팀원이 새로운 팀에 적응하고 성과를 발휘하게 되는 준비기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선발과정에서부터 후보자의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팩트 너머에 있는 ‘사람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생각된다.하지만 결국 팀 케미라는 것은 리더 혼자의 영역도 아닐 것이고, 팀원을 구성하는 인사팀 만의 영역도 아니다. 결국 해당 팀의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경이로운 소문 이 드라마는 악귀를 잡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기존 팀에 새로운 팀원(주인공)이 들어오게 되는데 여기서도 밑바닥에서부터 기존 구성원들과의 케미가 점점 높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드라마에서 내가 발견한 부분은 기존 구성원들이 새로운 팀원이 적응해 내기 위해 사용하는 특별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있는데, 그건 바로 ‘진심 커뮤니케이션’이다. 팀원들은 억지가 아닌 진심으로 주인공 ‘소문’이의 고민을 들어주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격려하며, 따뜻한 조언들을 통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진심 커뮤니케이션의 첫 걸음은 바로 동료들에 대한 ‘관심’이다. 팀원들은 악귀 잡는 일에 관한 것 뿐 아니라 평소 주인공의 안부를 끊임없이 물어보며 다양한 관심사를 공유해 나간다. 이러한 정서적 터치(Emotional Touch)가 새로운 팀원으로 하여금 우리가 한 팀(One Team)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그러한 안정감이 빠르게 조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가 최근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위로를 받거나 조언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좋은 일에 대해서도 아낌없이 축하해 주는 동료가 있다면? 더욱 더 그 팀의 케미는 끈끈해 질 것이다. 드라마에서 팀원들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추매옥님’의 주인공을 향한 대사 몇 가지를 발췌해보았다. ‘여기있는 사람들 다 네 편이야. 우리가 네 편이 되어 줄께’ ‘넌 혼자가 아니야 언제나 우리와 함께 야’ ‘소문이는 누구보다 소중한 내 식구야’ 나는 우리 팀원들에게 얼마나 진심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을까. 진심이 담긴 말들이 때론 오글거리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감성이다. 우리 팀이 환상의 케미가 될 것이냐 환장의 케미가 될 것이냐는 결국 서로가 얼마나 진심으로 소통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아침 출근길에 우리 팀원들에게 내가 평소에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었는지 돌아 보았다. 정작 나는 나의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타인의 사생활을 아는 건 피곤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피상적이고 진실성 없는 말만 내뱉고 있지 않나(뜨끔!) 만약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 팀의 케미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나부터 팀원들에게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좋은 감정을 실어 대화 해 보자. 데일 카네기의 책에서 본 .인간관계의 중요한 비결.로 소개한 문구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인정과 아첨의 차이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하나는 진심이 담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진심이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솔직하게, 진심으로 인정하고 칭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