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는 패션 회 사의 교육담당자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교육공학을 전공했고, 어떤 분야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지만 패션은 나에게 익숙한 분야는 아니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패션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있었던 터라, 전공도 살리고 흥미도 살려 취업할 수 있었던 운좋은 신입사원이었다. 이후 7년여를 교육, 조직문화, 채용 등 다양한 인사업무를 경험했고, 게임회사로 옮겨 9개월간의 외도를 거쳐 지금은 다시 패션업으로 돌아왔다. 패션회사는 뭐가 다를까? 보통 ‘패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럭셔리, 세련됨, 화려함, 자유로움, 트렌드 등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패션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평소에도 멋 진 헤어스타일과 트렌디한 옷을 입고, 쿨하게 책상에 걸터앉아 디자인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패션회사를 경험하면서 이런 이미지는 미디어가 만들어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 다. (물론 패션회사에는 미디어에서 그리는 ‘쿨’한 모습도 분명 히 존재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자동차 회사의 직원들이 모두 자동차 전문 가는 아닌 것처럼, 패션회사의 직원들도 컨 텐츠로 패션을 다룰 뿐, 그냥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회사원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루하루 매출에 일희일비 하고, 점심시간에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흔한 ’회사원들’ 중의 하나였다. 조직문화 담당자가 기억해야할 포인트 3가지는? 생각보다 평범한(?) 패션회사에서 나는 교육업무, 채용업무, 조직문화 업무, 복리후생 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모든 업무들이 보람되고 즐거웠지만, 조직문화에 대한 업무가 가장 기억에 남아 있고, 지금도 즐겁게 하고 있다. 나름대로 수년간 경험했던 조직문화 업무를 정리해보면서, 이제 막 조직문화를 구축해야하는 회사의 담당자들이 기억해야할 포인트를 3가지 추려보았다. Point 1. (거시적, 전사적 측면)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선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직문화는 조직에서 각 구성원들이 생각하고 행동할 때 적용되는 일관된 경향성,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회사의 미션, 비전, 핵심가치도 조직문화를 구성하는 요소로 볼 수 있고, 호칭이나 업무 진행 방식도 하나의 조직문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패션회사는 다른 업종에 비해 직원들의 입사, 퇴사가 굉장히 잦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조직이 추구하는 모습을 일관성 있게 끌고 나가기 쉽지 않았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원이 많아질수록 기존에 회사가 추구하던 뚜렷한 색깔은 다시 희석되어 흐려져 버리기 일쑤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조직을 담당하고 있는 임원급 리더들에게 직접 전파 및 솔선수범을 요청했고, 감사하게도 리더들이 발벗고 나서서 우리 회사만의 색깔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주셨다. 이는 회사의 색깔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수평적 조직문화가 대두되고 있는 요즘 리더로부터의 조직문화 구축(Top-down 방식)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조직문화의 기초를 다져야 할 때 꼭 필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수평적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곳이라도 조직을 움직이기 위한 최소한의 체계는 있다. 외부인력 유입이 많은 회사라면 위로부터의 변화를 추천하고 싶다. Point 2. 조직문화 담당자는 회사의 Value Chain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Point 1에서 언급한 거시적, 전사적 측면에서 조직의 색깔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이제부터는 담당자의 역할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각 조직에 깊숙히 침투해서 어떤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조직문화 담당자는 회사의 Value Chain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다시 말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사실 이 내용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 언급이 무의미할 수도 있으나 조직문화 담당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고, 많은 담당자들이 ‘나는 우리 조직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회사의 Value Chain을 파악하기 위해서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우선, 조직도를 기반으로 각 조직들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유추해보고 직접 관련 담당자들을 만나보는 것이다. 메일이나 메신저로 확인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직접 대면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나는 담당자들을 만나기 전에 질문을 메일로 보내고 직접 만나서 답변을 들었다. 해당 조직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유관부서는 어디인지? 조직에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인사에 건의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등등. 이야기를 나누면서 회사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파악하고, 각 조직의 현안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었다. 또, 다양한 성과관련 숫자지표들(목표, 매출, 이익 등)을 파악하고 면담을 진행한다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방법이지만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오래동안 좀 더 편한 방식으로 조직문화 업무를 담당하고 싶다면 꼭 해보기를 추천한다. 쉽진 않겠지만 가장 파워풀한 방법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니 말이다. Point 3. 건강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소통’을 기반으로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앞에 길게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과 이를 기반으로한 ‘신뢰’이다. 평소에 얼마나 진정성 있는 소통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신뢰를 얼마나 쌓았는지에 따라 건강한 조직문화 구축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접수한다고 가정해보자. 인사가 이를 접수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개선이 어렵다면 그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한다면 직원들도 불필요한 감정적 소모없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인사에서는 모든 것을 솔직하게 오픈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물론, 인사에서 오픈할 수 없는 업무도 분명히 있다.) 또, 일부 직원들이 인사업무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의심부터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인사에서 먼저 다가가 직원들에게 지속적인 ‘긍정적 직원 경험(Positive Employee Experience)’을 제공한다면 상호 신뢰관계가 형성될 것이고,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무가 잘 자라려면 비옥한 토양이 필요하듯이 상호 신뢰가 조직문화의 나무를 키우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조직문화 업무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업무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임직원 이벤트를 반복할수록 계속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하고, 여러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스토리를 뽑아내야 한다. 또,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등 고려할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조직문화 업무가 매력적인 것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때론 막막하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큰 업무. 누구하나 ‘똑같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똑같은’ 그림을 만들어가야 하는 업무. 사람과 더불어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업무. 내가 느낀 조직문화 업무의 매력을 다른 담당자들도 공감하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