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어디서 나오는가
〈와일드 로즈〉라는 영국의 뮤지컬 영화가 있다. 10대에 두 아이를 낳고, 실수로 마약 범죄에 연루되어 전과자가 된 주인공 로즈가 컨트리 가수라는 꿈을 이뤄가는 스토리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로즈가 BBC 관계자를 만나는 대목이다. 꿈을 이어갈 수 있는 유력한 관계자를 만나는 자리인 만큼 그녀에게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 BBC 관계자가 로즈에게 묻는다.“보낸 노래는 잘 들어봤습니다. 잘하시네요. 하지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당신이 노래를 통해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BBC 관계자가 로즈에게 한 이 질문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로즈로부터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일곱 가지 색상이 있다. 그대로 두면 무지개를 얻을 수 있고 합치면 검은색 하나를 얻을 수 있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우리는 지금껏 일곱 가지 색상을 하나로 합쳐 얻은 검은색을 바라보며 감격하던 시대를 살아왔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는 각각의 색상을 잘 유지한 채 무지개를 확보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검은색만으로는 변화무쌍한 세상을 살아낼 재간이 없어졌다. MZ 세대에게 어느 회사를 선호하느냐고 물으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무지개를 얻으려는 회사”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빨간색인 자신에게 검은색이 되라니 말이 되냐는 것이다. 검은색을 어쭙잖게 흉내 내다 보면 결국 여긴 어디, 나는 누구를 외치며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겠냐고 말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미래에 조직이 지속 가능하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엿보게 해준다. 개별화와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회사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메시지는 조직보다 우리 자신에게 던져지고 있다. 우리에게 ‘네 안의 등불을 밝히라’며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데 모여 무지개를 만들기 위해 우리 각자는 우선 자신의 색깔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한다. 자신이 빨강인지 파랑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다른 색상들과 생산적 상호작용을 이루기 위한 주체적 동력은 나올 수 없다. 자신이 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욕구와 동기가 무엇인지, 방향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경과 주체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동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자신의 색상을 분명히 알고 제대로 색을 낼 때 비로소 주변에서 존중 받을 수 있다. 정체가 모호하면 외부 환경은 편의대로 우리를 변형하고 편집하며 결국 변질시킬 것이다. 번아웃과 학습된 무기력감을 경험하고 있는가? 변질의 징후다. 자신의 의미 체계가 없으면 변화무쌍한 외부와 주체적으로 상대하지 못하고 휘둘리게 된다. 가진 것과 지위가 비추는 외부 조명은 나의 모습을 화려하게 포장한다. 하지만 이에 의존할수록 삶과 세상을 해석하는 나의 본원적 능력은 그 빛을 더 잃는다.‘창의’라고 해석되는 영어 단어로 두 가지를 떠올릴 수 있다. 하나는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 다른 하나는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다. 일반적인 사용 빈도로 보면 우리 주변에는 크리에이티비티가 더 많이 눈에 띈다. 하지만 창의력, 창조력의 의미보다 독창성, 독창력, 진품 등의 뉘앙스를 풍기기 위해서는 오리지널리티를 더 찾게 된다. 왜일까? 세상에 없던 것을 내놓는다는 측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오리지널리티에는 주체가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고유성과 이를 기반으로 한 차별적 가치에 대한 강조가 더 묻어나기 때문이다.수많은 사람들과 조직들은 미래에도 ‘창의’가 답이라 말한다. 하지만 미래의 창의는 크리에이티비티보다 오리지널리티가 돼야 할 듯하다. 우리는 각각 빨, 주, 노, 초, 파, 남, 보의 오리진(origin)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각각 그 자체로 유일무이하고 진짜인 것이다. 그래서 가장 자기다울 때 가장 독보적일 수 있다. 독보적 오리진임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창의적이 되는 것이다. 시작할 때 물었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보낸 노래는 잘 들어봤습니다. 잘하시네요. 하지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당신이 노래를 통해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BBC 관계자 질문의 의미는 무엇이었는가?그는 결국 로즈가 가지고 있는 오리진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로즈의 오리진은 곧 로즈의 노래를 다른 노래와 다른 그 무엇(special something)으로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노래의 성공 여부가 바로 거기로부터 판가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1.19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람 - VCNC 안자영
❗️ VCNC 인사담당자이자 생존 4년 차인 안자영님 이야기
#타고난 기질
돌이켜보면 어릴 적부터 줄곧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사람을 만나면 왠지 모르게 그 사람의 장점이 먼저 보였다. 그것도 아주 크게.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는 친근감이 느껴져서 좋았고, 다른 성향의 사람에게는 호기심을 넘어선 특별함 마저 느껴져서 좋았다.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관계를 잘 맺어 나가는 과정은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특히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도와주고 그만의 장점을 키워나가는데 보탬이 되면 신나고 행복했다.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국회의원실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직접 현실에 부딪혀보니 막연한 이상을 좇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그 당시 나름 진지했다). 그렇게 서른 즈음 느닷없이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끝내 시험에 합격은 못했지만, 스스로 좀 더 단단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시험을 준비하며 공부한 법률 지식과 노무사 1차 합격 경험을 바탕으로 IT스타트업의 인사/법무 담당자라는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제품이나 신규 비즈니스 모델의 법률 검토를 하는 것도 물론 좋았다. 하지만 다양한 포지션의 구성원과 직접 소통하며 그들의 몰입과 동기부여를 고민하고, 나아가 조직의 성장에 얼라인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니! 그제야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기분이 들었다.
#어서와 인사담당자는 처음이지
스타트업 인사담당자로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우선순위에 관한 판단이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비즈니스 속도만큼 대부분의 업무와 요청에 늘 ASAP이 따라붙었다.
처음엔 더 열심히 해서 능력자가 되면 가능할까 싶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아무리 숙련되고 야근마저 불사하더라도 모든 것을 모두가 원하는 시점에 해낼 수는 없다는 것을.
그래서 매 순간 업무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돈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물론 빠른 우선순위 판단을 위해 제품에 대한 이해와 비즈니스 전략, 회사 전체의 방향성을 수시로 파악하고 숙지하기 위한 노력이 아주 많이 필요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 판단이 내 경험과 지식에서 비롯된 ‘나의 관점’이 아닌, 현업의 현실적인 상황과 회사 전반의 관점에서 생각한 게 맞는지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하나! 인사담당자로서 일에 몰입하여 구성원들의 동기부여를 챙기고 조직의 성장을 돕는 것도 좋지만, 정작 나 자신의 동기부여를 잃지 않도록 스스로 중심을 잘 잡고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잘 지키면서 몰입할 때 성과는 물론이고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이거 잘하시는 분 언제 저랑 커피 한잔해요! 해치지 않아요)
#지금 회사, 지금 동료
VCNC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신나게 일하면서도 최고의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는 팀이다.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세상에 가치를 더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무엇보다 함께 일하는 게 즐거워 계속 즐겁게 일할 방법을 늘 고민하는 회사이다.
현재 HR팀은 팀 리더와 나 이렇게 둘이다. 성향이 완벽히 같지는 않다 보니 서로의 생각에 온전히 공감할 수 없어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는 나의 다른 의견에도 귀 기울여주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관점에서 인사이트를 준다. 그의 숙련된 코칭 경험 덕분인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늘 내가 더 나은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할 때의 긍정적인 시너지를 경험하게 해주고, 나를 성장하게 하는 좋은 동료이다. (레오, 보고 있죠?)
#배움과 성장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을 즐긴다. 호기심도 많고 배움에 대한 열망도 큰 편이다. 그래서 나와 다른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 무척 즐겁다. 그 사람의 동기부여를 도우며 그 과정에서 나도 동기부여가 된다.
배움에 대한 열망만큼이나 성장에 대한 의지도 커서 배움의 결과물보다는 배우는 과정 자체가 더 큰 즐거움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IT 스타트업 인사담당자로서 더 발전하고 싶어 원티드를 비롯한 HR 컨퍼런스나 밋업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즐기고, 주변의 인사담당자들과 HR 스터디도 하고 있다.
호기심에 참여했던 해커톤(팀을 잘 만나 심지어 1등 했다!)을 통해 인연을 맺은 글로벌 비영리단체인 걸스인텍(Girls in Tech Korea)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코딩 부트캠프, 리더십 프로그램, 커리어개발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 기획도 틈틈이 하고 있다.
#운동
운동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지금은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고 있다.
경험해 본 운동은 수영, 헬스, 스쿼시, 재즈댄스, 요가, 스키, 크로스핏, 발레, 필라테스, 스킨스쿠버, 마라톤. 작년 10월엔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기도 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경험한 뒤로 운동의 매력을 알게 된 것 같다. 무엇보다 운동은 머리가 복잡하거나 마음이 심란할 때 가장 빠르게 기분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동기부여는 나의 힘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가치관이 더 명확해졌다. 나는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고 사회에 가치를 더하는 삶을 살고 싶다!
이는 회사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일을 하면서 개인 삶의 균형도 잘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완벽한 삶인가.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성, 가치관과 부합하는 회사에서 구성원들에게 회사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그들이 즐겁게 일하며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 결국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질 때의 보람과 기쁨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스타트업의 힘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가치를 아는 기업은 고객 가치뿐만 아니라 내부 구성원의 가치를 알고, 그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성공시킨다. 구성원의 동기부여를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고,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과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는 역량 있는 인재가 많고 즐겁게 일한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포지션의 탑 플레이어들과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며 그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열정, 노력 등을 배울 수 있는 점도 또 하나의 큰 매력이다.
그런 회사의 인사담당자로서 구성원에게 진정성 있게 회사의 비전과 방향성을 전달하고, 몰입과 동기부여를 도와 그들의 더 나은 일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아직은 좌충우돌 고군분투하는 날이 더 많지만 앞으로 많은 경험과 역량을 쌓아 좀 더 단단하고 현명한 인사담당자로 거듭나고 싶다. 그리고 계속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고 싶다.
🔫 다음 인터뷰이를 빵야빵야
"남다른 역량과 열정에 매번 감탄하고 주변 가득 긍정 에너지를 나눠주시는 멋진 분! 맘시터 양승혜님을 지목합니다."
🔵 지금 바로 자영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Jayoung Ahn - VCNC (Between/TADA) HR ManagerㅣLinkedin .인사담당자로 살아남기 시리즈.무한 경쟁 시대. HR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사담당자들의 생존 스토리를 담습니다. ⛑전체보기2020-10 작성된 글입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1.20 조직과 구성원의 재택근무 준비도와 적응수준 진단 방법
조직과 구성원의 재택근무 준비도 와 적응수준 진단 방법
최근 코로나가 끝난다고 해도 재택근무는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재택근무가 낯선 근무방식이 아니며, 재택근무 상황에서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택근무의 관점을 달리하고, 과연 우리 조직에도 **재택근무가 적합한지,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진단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일하는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일어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재택근무이다. 재택근무, 즉 원격근무 형태의 일하는 방식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인 발전과 대중화, 그리고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정서적인 변화로 업무환경의 한 부분으로 오래 전부터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라는 강력한 트리거가 미처 준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 많은 사람들을 재택근무라는 낯선 환경으로 몰아넣었다.대부분의 조직들과 구성원들이 재택근무를 경험해 보았거나 현재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대부분의 조직에서 재택근무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나름의 방식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어가고 있을 것이다. 만일 우리 조직이 재택근무를 성과 따위는 기대하지도 않는 코로나의 임시방편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직 업무환경의 한 부분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은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업무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 우리 조직이 기존보다 더 탁월함을 발휘할 수 있게 할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탁월함을 가능하게 하는 조직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재택근무 조직문화 적합성진단(Remote Work Culture Readi-ness Survey)을 통해 현재 우리 조직의 재택근무 업무환경과 구성원들의 정서적인 수준을 파악하고, 우리 조직만의 재택근무 조직문화와 업무환경을 만들어가는 효과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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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조직문화 적합성 확인을 위한 7가지 요소
재택근무 조직문화 적합성 진단은 원격근무를 업무환경의 한 부분 또는 전체로 전환해가는 조직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자율성, 재택근무 효율성, 상하간 상호작용, 동료간 상호작용, 회사차원의 소통, 재택 워라밸, 재택 몰입, 재택 팀워크의 8가지 영역에서 조직과 구성원의 재택근무 준비도와 적응수준을 진단한다.
재택근무 자율성
구성원들이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동일한 수준에서 또는 그 이상으로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는지를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재택근무를 한다고 하면 감시하는 사람도, 눈치 볼 사람도 없으니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구성원들의 입장에서는 재택근무 중에 자신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일을 했다는 증거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고, 관리자 입장에서도 구성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니 불안하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다른 일이 더 중요한 것을 알면서도 보여줄 수 있는 업무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급급하게 되고, 관리자들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통제와 관리 방안을 고안하게 된다. 결국 재택근무의 가장 중요한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주도성과 자율성은 물 건너간다. 동시에 “알아서 잘하세요”라는 식의 접근 또한 역설적이지만 재택근무 환경에서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한다.
조직에서 자신에게 기대하는 명확한 역할과 일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구성원들이 자기주도성이나 자율성을 발휘하기 보다는역할에 대한 불안감과 업무에 대한 모호성만 가중된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과 달리 업무 의지와 업무 환경까지도 스스로 통제하면서 일을 해야하는 재택근무 상황에서 자율성은 그 중요성이 배가 된다. 재택근무 자율성 영역에서는 구성원들이 재택근무 중에 느끼는 자신의 역할과 목표, 그리고 권한의 명확성을 진단하고, 업무 과정에서의 방법과 절차, 시간과 공간, 단위결정권의 관점에서 자율성의 수준을 진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말로만 강조하는 자율성이나 권한위임이 아니라 재택근무 환경에서의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촉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
재택근무 효율성
구성원들이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동일한 수준에서 또는 그 이상으로 자신이 생산성 있게 일하고 있다고 느끼는지를 분석한다. 재택근무는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날 수 있게 하고 출퇴근의 교통체증에서 자유롭게 해줄 수 있을지 몰라도 업무수행과 성과라는 관점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크고 작은 한계들을 경험하게 한다. 작게는 인터넷 연결이 사는 지역 또는 시간대에 따라 고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필자가 재택근무를 시작했던 3월에는 지역의 학교들이 동시간 대에 온라인을 수업을 하면서 화상미팅이 불가능할 정도의 인터넷 속도로 문제가 생긴적도 있었다. 기존의 회사 VPN이 재택근무로 오버로드를 일으킬 수도 있고 이것은 구성원 모두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구성원들이 회사 VPN이 업무에 불편함을 야기한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변칙적인 방법들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거나 커뮤니케이션 하려는 요구가 생기게 될 수도 있다. 이것은 업무 생산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사이버 보안문제를 야기하는 위험에 노출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사이버 보안 관점에서도 구성원들이 자신이 이슈로 부터 안전하면서도 충분히 효율적인 도구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 재택근무 환경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 재택근무 효율성 영역에서는 재택근무 중에 구성원들이 업무 일정, 업무관리, 시스템과 보안, 그리고 업무회의 등에서 느끼는 효율성의 수준을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업무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핀 포인트를 잡아준다.
상하간 상호작용
구성원들이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동일한 수준에서 또는 그 이상으로 자신의 리더와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지를 분석한다. 재택근무는 출퇴근 시간만이 아니라 불필요한 잡무들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리더와 구성원간의 적정한 상호작용을 줄이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리더는 구성원의 몰입과 업무 만족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팀의 공동의 목표와 구성원들의 개별 업무간의 시너지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도, 개인과 팀의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도 리더와 구성원간의 상호작용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재택근무중이더라도 구성원들의 업무 역량과 성과를 평가하고, 개별적인 성장의 기회를 모색하는 노력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재택근무라고 리더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적극적인 리더십의 역할이 요구된다. 구성원의 몰입이나 소속감을 유지하기 위해 리더와 구성원간에는 사무실에서의 대면 이상의 소통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상하 간 상호작용 영역에서는 업무지시, 보고, 피드백 등의 업무 소통과 지원은 물론 소통의 빈도와 품질, 그리고 정서적 신뢰의 관점에서 리더와 구성원간의 상호작용 수준을 진단한다.
동료간 상호작용
구성원들이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동일한 수준에서 또는 그 이상으로 동료들과 효과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느끼는지를 분석한다. 재택근무를 시작하는 구성원들은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동료들로부터 확보하는 것에서조차도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사무실에서라면 동료에게 다가가서 물어보면 얻을 수 있는 간단한 정보나 자료조차도 재택환경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동료에게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그리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한 예의바른 이메일을 작성해야 하고, 동료가 스스로 답변을 해 줄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 재택근무 중에 있는 동료에게 전화를 하거나 화상미팅을 하는 것은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고 근무시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사생활에 방해를 하는 듯한 미안함이 들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재택근무의 효과성을 떨어뜨리고, 개개인의 몰입과 업무만족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재택근무 상황에서의 소통은 아무리 신경을 써도 의도와 감정이 충분히 그리고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재택근무 중에 동료들과 효과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동료들 간에 서로의 의도를 긍정적으로 해석해 주고자 한다는 믿음(BOD: Benefit of Doubt)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동료간 상호작용 영역에서는 소통의 빈도와 품질 그리고 신뢰와 긍정적 의도해석의 믿음 관점에서 구성원간 상호작용 수준을 진단한다.
회사 차원 소통
구성원들이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동일한 수준에서 또는 그 이상으로 회사와 소통하고 있다고 느끼는지를 분석한다. 재택근무 중에 구성원들은 한편으로는 자유로움을 느끼지만 동시에 자신이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리더들도 성과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리더십의 노력이나 구성원들의 정서적 지원을 통해서만 해결되지 않는다. 회사의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재택근무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 재택근무 정책은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말하는 것이지 절대로 구체적인 것들에 대한 통제나 관리의 지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재택근무 상황에서는 자신의 일과 팀의 성과가 어떻게 회사의 목표와 전략에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사무실에서 일할 때 보다 더 중요하고, 이를 위한 더 많은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회사차원의 소통 영역에서는 재택근무 정책과 목표의 공유, 정보공유와 부서간의 협력, 그리고 정서적 기반의 관점에서의 조직적인 소통의 수준과 적합성을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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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 워라밸
구성원들이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동일한 수준에서 또는 그 이상으로 일과 삶에서의 균형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재택근무하면 파자마를 입은 채로 커피 한 잔을 들고 침대에 걸터앉아 일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도 있고, 무릎 위에 아이에게 젖병을 물리고 노트북을 들여다 보는 장면을 상상할 수도 있다. 재택근무가 많은 부분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적절한 업무환경 구축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뒤따라주지 않는다면 위와 같은 상상은 일과 삶의 균형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의 삶에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된다. 재택 워라밸 영역에서는 구성원의 재택업무 적응성을 진단하고, 업무환경, 정서환경, 시간 여유, 스트레스 관리 등의 관점에서 재택근무로 인해 절약된 시간들이 개인의 삶의 여유와 업무몰입으로 효과적으로 전환되고 있는지를 진단한다.
재택 몰입
구성원들이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동일한 수준에서 또는 그 이상으로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재택근무 환경에서 구성원들은 자신의 업무 결과나 영향력을 인식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그리고 자신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성취하고 성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커지는 반면에 실제로 그것을 인지할 수 있는 피드백 기회나 스스로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들은 현격히 줄어들게 된다. 재택 몰입의 영역에서는 업무의 재택근무 적합성과 몰입의 환경을 진단하고, 동시에 목적의 공감, 일의 의미, 그리고 몰입의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재택근무시에 구성원들의 몰입의 수준을 진단한다.
재택 팀워크
구성원들이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동일한 수준에서 또는 그 이상으로 동료들과 친밀감을 느끼는지와 팀원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끼는지를 분석한다. 재택근무 상황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외로움과 무료함을 느낄 수 있다. 또, 소통의 방식들이 대면 상황보다는 단조롭고 정보중심으로만 이루어지다 보면 팀으로서의 소속감도 떨어지게 된다. 재택 팀워크 영역에서는 구성원간의 일상적인 소통과 교류 활동의 수준을 진단하고, 소속감과 동료간의 관계적 친밀함의 수준을 진단한다.
글/유준희(조직문화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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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살롱 in 인살롱 ・ 2021.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