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자는 사람에 관한 관심과 디테일, 끊임없는 학습의 결정체 - 뉴플로이 양경식
❗️ 뉴플로이 HR Lead이자 생존 7년 차인 양경식님 이야기
스타트업 인사담당자로 가장 필요한 역량은 스스로 업무 영역, 소위 말하는 R&R이라는 성역을 허물고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이 어떤 것에 관심을 두고 어떤 일을 하는지 파악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HR을 Human Resources라고 정의하였지만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변하며 요즘은 Human Relations으로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적극 공감하는 1인으로서 나 역시 멤버들간의 연결을 담당하며 그들이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업무에 몰입하며 협업할 수 있게 지원하려고 노력한다.
내 장점은 타인의 감정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맞추어 조직 전체의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게 조율할 수 있다는 것과 ‘지대넓얇, ‘알쓸신잡'과 같은 키워드처럼 분야를 안 가리고 새로운 것의 학습을 즐기는 점이다. 이게 스타트업 인사담당자에게는 여러모로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또한, 지난 7년간 다양한 비즈니스와 규모, IT/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매일매일 새로움과 고난, 무지막지한 변화의 속도를 겪고 적응해내며 쌓아온 경험이 있는데, 지금은 업무에서 그 어떤 변화와 돌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허허허 웃으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힘이 되었다. (a.k.a 스타트업 짬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경험에 의존하고 안주하는 그저 그런 인사담당자가 아닌 계속해서 성장하는 슬램덩크의 강백호같은 인사담당자가 되고 싶기에 하루하루 발버둥 치고 누구보다 절박하게 보내고 있다. 약간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인 것 같기도 하다.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에 대해 더욱 깊게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인사, 채용 업무를 담당하며 개발, 마케팅, 기획, 디자인, 영업까지 다양한 포지션에서 일하는 동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방법으로 일하며 어떤 것들을 학습하는지 물어보고 학습하며 감을 잡고 이를 노션(notion) 프라이빗 페이지에 정리한다.
특히 개발, 마케팅 분야에 관련한 지식을 쌓고 스스로 간단한 개발과 데이터 분석 정도는 능숙하게 하기 위한 공부들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너무도 많은 채널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기에 뉴스, 페이스북, 브런치, 링크드인, 구글 리워크, 유튜브 등 나름대로 정리한 채널들을 통해 모은 컨텐츠를 아카이빙하고 주, 월별로 리뷰 목표를 정하여 퇴근 후 저녁 시간, 주말을 활용해 읽는다. 다 읽고 나만의 생각과 로직으로 정리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맘이 편하다.
인사담당자로서의 나와 관계를 맺는 내외부 사람들에게 EX(Employee Experience)관점에서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려고 고민하고 노력하고 실행한다. 특히 온/오프보딩, Engagement 단계의 터치포인트에서 순간순간 좋은 기억을 남겨드리는 데 집중한다.
그 외에도 스타트업 인사담당자로 많은 회사에서 인사 외에도 총무, 구매, 법무, 회계 등 경영지원 업무 전반과 사업 개발 업무 등을 수행해본 (a.k.a 잡부) 경험을 살려 Operator로서 회사의 업무 퍼널을 개선하고 구성원들의 pain point를 적극적으로 찾아 해결해 주는 데도 상당한 리소스를 투입한다.
뉴플로이에 합류하고 느낀 점은 조직문화와 핏이 잘 맞는 사람들이 똘똘 뭉쳐 소모적인 갈등 없이 비즈니스 본질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특히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경영전략그룹 멤버들은 각 파트에서 이미 기획과 실무 모두 넘치는 경험을 쌓고 역경을 이겨낸 분들로, 유기적으로 회사의 경영과 사업 전략을 리드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프로덕트 중심으로 각 프로덕트를 책임지고 리딩하는 PO와 개발자, 마케터, 디자이너가 한 팀으로 일한다. 이러한 조직 구성 변경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팀별로 각 프로덕트의 방향성 측면의 실행에 우선적으로 집중하였다. 서로를 이해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하며 서로의 생각과 언어의 sync를 맞추는 진정한 팀워크가 발현된다. 회사의 조직을 이러한 구조로 성장하게 만드는 과정이 즐겁고 나에게도 회사에도 높은 성장으로 돌아온다고 확신한다. ►뉴플로이 일하는 방식
인사담당자로 살아남기 위한 나의 키포인트는 사람에 관한 관심과 디테일, 끊임없는 학습이다.
업무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나 장벽을 치지 않고 COO, CEO와 같이 회사의 모든 사람과 일에 깊은 관심을 두고 우리를 둘러싼 기술, 문화, 업무 지식의 변화를 더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며 구성원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나의 미션이자 매일의 과제이다.
진정한 Business Operator로 성장하기 위해 이러한 과업을 계속해서 더 깊이 있게 수행하며 성장할 것이다.
🔫 다음 인터뷰이를 빵야빵야
"FRIP의 HR Managert로 근무 중인 구예슬님을 추천합니다. 소프트뱅크를 거쳐 프렌트립의 HR을 이끌고 계신 인재!"
🔵 경식님과 링크드인으로 소통하세요!
Kyungsik David Yang - Human Resources Lead - 주식회사 뉴플로이 | LinkedIn .인사담당자로 살아남기 시리즈.무한 경쟁 시대. HR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사담당자들의 생존 스토리를 담습니다. ⛑전체보기2020-08 작성된 글입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1.26 2021년, 영구적 변화의 시작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던 2020년.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가 자랑스럽게 쌓아왔다던 문명의 금자탑은 한순간에 그 속살을 드러냈습니다. 이제껏 한번도 본 적 없는, 마치 좀비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가공할 전염력으로 말이죠. 우리는 서로를 의심해야했고, 서로를 멀리하는 것을 새로운 기준으로 선택해야 했습니다. 치료제나 백신만이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다운 모습을 지탱해 줄 지지대였고 그 외 모든 것은 감염의 공포 앞에 연대력을 잃어갔습니다. 전 세계에 걸쳐 촘촘하게 짜여져 있던 글로벌 생산, 소비 체인은 중국발 제조업 생산붕괴로 인해 도미노처럼 무너졌습니다. 돈이 있어도 화장지를 사지 못하는 선진국 국민들의 민낮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와중에도 락다운에 항의하는 집회를 벌이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우리가 문화대국이라 일컬었던 나라들이었던 지라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인류가 생긴 이래 가장 호화로운 성장의 황금기라는 세간의 평가가 무색했던 한 해였습니다. 분명히 인간으로서, 그리고 문명인으로서 존엄적 가치를 시험받는 시기였습니다.#코로나가 남긴 생채기바이러스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도 증명시켰습니다. 젊은 사람보다 노인들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바이러스 앞에 취약했고 치명적이었습니다. 지위가 낮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난다는 비만, 당뇨병, 호흡기 질환과 같은 기저질환을 가진 이들에게 바이러스로 인한 치명율은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경제력에 따라 코로나로 인한 사망률에도 차이를 보였습니다. 영국의 경우 가장 빈곤한 지역의 코로나 19 사망률이 가장 빈곤하지 않은 지역보다 두 배나 높았습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던 미국 독립선언서의 문구는 적어도 바이러스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모든 인간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효능감,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으로서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그렇다면 ‘인류가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라고 하는 ‘회사’라는 공동체는 어땠을까요? 바이러스로 손발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조직이 그동안 보여온 여러 가지 모습들이 과연 공정한가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관행과 관습에 가로막혀 이겨낼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바이러스를 뚫고 출퇴근을 하는 과정에서 과연 이게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과연 내가 하는 일은 회사에 출근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인가, 내가 하는 일 중에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은 무엇이며 단순반복업무는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가, 더 나아가 그러한 일은 꼭 내가 해야만 하는가, 자동화 시킬 수는 없는가,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차별화 될 수 있을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손쉽게 얻을 수도 있지만, 손쉽게 잃을 수도 있는 시기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기업들의 대처방식삼정KPMG에서 지난 2020년 코로나 사태 전인 1월과 팬데믹 상황인 7월, 전세계 CEO의 주요의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정리해서 발표한 바 있습니다. CEO의 의사결정 흐름은 향후 기업과 산업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barometer)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니 예상대로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많은 CEO들이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뜻하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의 중요성이 점점 커짐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65%의 CEO가 향후 5년간 기후관련 리스크 관리가 조직을 운영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제적 흐름을 반영하여 정부차원에서 기업의 ESG 정보공개를 제도화 추진중입니다. 즉, ESG요소에 대해 기존에 ‘윤리적 판단’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객관화된 ‘ESG 성과지표(KPI)’를 통해 판단하겠다는 것이죠. 여기에 더해 조 바이든 美 정부가 출범하면서 ESG는 새로운 무역장벽의 역할까지 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출이 주력인 국내산업의 특성상 패러다임 전환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국내 주요기업들은 이미 ESG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 움직임(전문가 영입, 위원회 신설 등)을 보이고 있습니다.② 기업성장의 리스크 요인에 대한 우선순위 변화2019년 그리고 2020년 1월까지만 해도 기업성장의 최대 리스크요인은 ‘환경, 기후변화’(21%)였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인 2020년 7월의 설문결과 가장 큰 리스크는 ‘인력관리’(21%)로 나타났습니다. 기존에는 12번째 순위였는데 말입니다. 전대미문의 상황으로 원격근무가 전격적으로 도입되는 등 일하는 방식에서 대변혁이 있게 됨에 따라 기업의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인재의 확보, 인재 채용 및 직원 생산성 제고에 큰 고민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③ 디지털, 디지털, 디지털전반적으로 CEO들은 팬데믹 상황임에도 자사의 미래 성장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확신 67%, 유지 16%)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글로벌 생산공급망의 붕괴 등과 같이 기존 밸류체인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이러한 평가를 내린 근거에는 디지털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CEO의 75%는 코로나19가 디지털 고객 경험 생성을 가속화했다고 답했으며, 이렇게 달라진 고객 경험 방식에 대응하는 디지털의 고도화를 통해 자사의 비즈니스에 긍정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변화는 영구적이다코로나로 인한 변화, 특히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영구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허나 ‘전면적 비대면화’와 같은 극단적인 형태로 갈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하는 업무의 성격에 따라 원격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가 결정됩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지난 12월 발표한 업무별 원격근무 대응상황에 따르면 업무의 종류를 협업수준(독립작업 vs 공동작업)과 업무유형(일상업무 vs 창의업무)에 따라 4분위로 나누어 원격으로 준비된 업무로 고객서비스, 시설/부동산, 재무, 법무, HR 순으로 나열했습니다. 그리고 원격 준비가 되지 않은 업무로 세일즈, R&D, 마케팅 등을 언급했습니다. 일상적, 그리고 규정과 제도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원하는 업무일수록 원격화에 유리할 것입니다. 반대로 타겟별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하고 치열한 Ideation이 필요한 업무일수록 대면의 필요성을 더 느낄 것이라는 것이죠. 스티브 잡스와 리드 헤이스팅스가 대면업무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정리하자면, 모두가 한데모여 일하던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반대로 모든 업무가 원격으로만 이루어지는 극단적 상황도 일어날 것 같지는 않구요. 사람들은 여전히 협력하고 모이기 위해 물리적으로 만나기를 필요로 하고 원할 것이라는 겁니다. 이는 우리가 하고 있는 업무가 어떤 종류이며 어떤 결과물을 원하는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2020년이 ‘아차’ 하는 사이에 바이러스에게 속절없이 당했던 한해라면 2021년은 전열을 재정비한 인류가 다시 그 페이스를 찾아갈 한해입니다. 하지만 코로나는 여전히 북반구를 중심으로 겨울철 대유행중입니다.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로 바이러스의 위력은 잦아들겠지만 스페인독감 이후 지금까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남아있듯이 앞으로도 코로나는 우리와 할게 할 것입니다.중요한 것은 위기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 입니다. 앞으로 코로나와 함께 살아갈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그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새삼 새롭게 바라볼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대(New Era)’를 위한 준비에 거침없는 걸음을 내디뎌 보시기를 바랍니다. 변화는 영구적일 테니까요.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1.26 [니체와 함께 애자일을...(1화)] 오늘을 사랑하라
“오늘은 안녕(安寧)하신지요?”여러분의 오늘 속에 살고 있는 니체입니다.오늘은 '
오늘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다만, 이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에 앞서 '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 보려 합니다. 혹시 ‘디지털 트윈’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 세계의 물리적 대상을 컴퓨터 속의 가상세계(디지털)에 똑같이 구현하여 이 가상 쌍둥이(트윈)를 통해 현실 세계 속의 대상을 해석하고 예측하고 제어하는 기술을 말합니다..caption id="attachment.4654" align="aligncenter" width="602".디지털 트윈 디지털 트윈./caption.사실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현실 세계를 직접 느끼고 이해하는 것 같지만, 우리가 느끼고 바라보는 현실 세계는 우리 머리 속의 인식 세계 안에서 재구성되고, 우리는 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합니다. 우리 머리 속의 인식 세계에서 재구성된 세상에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우리 뇌는 디지털은 아니니깐 ‘인지적 트윈(cognitive twin)’이라고나 할까요? 또는 ‘정신 모형(mental model)’이라는 용어도 의미하는 바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세상을 직접 바라보고 느끼고 이해하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를 재해석하여 우리 나름의 세상 모형(model)을 머리 속에 재구성하고 이러한 정신 모형을 통해 세상을 이해합니다..caption id="attachment.4657" align="aligncenter" width="602".데카르트 극장 데카르트 극장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Cartesian.theater >./caption.자, 이런 관점에서 ‘어제→오늘→내일’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어제가 쌓여 오늘을 만들고 오늘이 쌓여 내일을 만드는, ‘시간’이란 관념에 대한 ‘선형적인(linear) 모형’이 대부분의 사람들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는 시간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 모형일 겁니다. 이러한 기준에 의하면, 오늘에 비해 어제는 늘 미흡하고, 내일에 비해 오늘은 늘 미숙합니다. 그렇다 보니 미흡하고 미숙했던 과거에 너무 묶이다 보면 오늘이 ‘후회’에 사로잡히고 되고, 찬란할 미래에 너무 메이다 보면 오늘은 ‘불안’과 ‘착취’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여러분의 오늘은 어떠한가요? 과거에 대한 후회로 묶여 있나요? 아니면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오~력(스스로에 대한 착취)’으로 채우고 계신가요?.caption id="attachment.5968" align="aligncenter" width="599".선형적 시간 모형 선형적인 시간 모형./caption.이러한 ‘시간에 대한 선형적인 모형’도 실제 현실이라기 보다는, 사람들이 발명(?!)해 낸 하나의 해석 프레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시간에 대한 또다른 해석 모형을 하나 제안해볼까 합니다. 일명 ‘영원 회귀적 모형’이 바로 그것입니다. 시간이 ‘어제→오늘→내일’로 선형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
(어제의)오늘→(오늘의)오늘→(내일의)오늘
’
로 ‘오늘’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모형입니다. 이렇게 바라보면 ‘어제의 오늘’은 ‘오늘의 오늘’의 미흡한 과거가 아닌, ‘오늘의 오늘’과는 또다른 오늘이자 다양성입니다. 그러하기에 어제의 미흡함과 미숙함을 오늘의 후회로 남기는 대신, ‘어제의 오늘’은 오늘의 성장을 위한 과정과 경험으로 기억(해석)을 재창조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때론 나의 의지와 하등 상관없는 마음 아픈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조차도 아픔과 괴로움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이를 성장통으로 재창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지요. 그렇게 힘겹고 지리하고 의미 없던 군생활이, 수년이 지나서는 화려한 무용담으로 재창조되게 되는 것을 여러분들도 직간접적으로 많이 체험해 보셨지요?.caption id="attachment.5969" align="aligncenter" width="599".영원 회귀적 시간 모형 영원 회귀적 시간 모형./caption.‘내일의 오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찬란할 내일을 위해 오늘을 철저히 저당 잡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속에 새로운 오늘(내일의 오늘)을 위한 다양성의 씨앗은 뿌리되, 오늘은 오늘로서의 의미가 있고 ‘내일의 오늘’과는 또다른 오늘이자 다양성입니다. 그러하기에 내일을 위해 오늘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은 물론, 심지어는 이와 반대로 오늘을 위해 내일이 존재할 수도 있게 됩니다. ‘피드백(feedback)’이란 말은 많이 들어 보셨지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어떠한 일이 일어난 후에 그것에 대해 성찰을 하는 후사건적 성찰을 의미합니다. 한편 ‘피드포워드(feedforward)**’는 어떤가요? 어떠한 일이 발생하기 전에 그 미래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도록 하여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전사건적 성찰을 지칭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오늘 속에 내일의 씨앗을 뿌린다는 의미는 찬란할 내일을 위해 오늘을 철저히 저당 잡히는 것이 아니라, 내일을 오늘로 가지고 와서 오늘을 더욱 충만하게 하여 오늘을 위해 내일이 존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제의 오늘’과 ‘오늘의 오늘’ 그리고 ‘내일의 오늘’은 단반향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에 쌍방향으로 영향을 주게 됩니다.시간에 대한 ‘선형적 모형’이 실제 현실이 아니고, 이러한 저의 ‘영원 회귀적인 모형’이 실제 현실임을 어떻게 장담하느냐고요? 저는 제 모형이 실제 현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실제인지는 정작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죠. 야구 경기에서 '2사(아웃) 만루'의 위기를 맞은 투수가 강판되고, 새로운 구원투수로 교체되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여기서의 객관적인 실제 현실은 ‘2사 만루’라는 상황입니다. 헌데 두 투수의 머리 속에는 이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해석이 존재합니다. 강판되는 투수의 머리 속에는 ‘여기서 실수를 한 번만이라도 더 한다면 모든 게 끝장나는 위기 상황이야’라는 해석이 있는 반면, 새로 등판한 구원투수의 머리 속에는 ‘여기서 하나만 잘 막아내면 내가 영웅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상황이야’라는 해석이 존재하지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2사 만루’라는 객관적인 실제 현실이 무엇이냐 보다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해석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4660" align="aligncenter" width="601". <출처: 영화 ‘매트릭스’ 중 ‘사이퍼(Cyper)’가 가상 현실에서 고기의 풍미를 음미하는 장면>./caption.영화 이야기를 해볼까요? 영화 ‘매트릭스(Matrix)’에서는 기계가 사람을 지배하고 이들을 인큐베이터 안에 넣어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이것이 영화 속의 실제 현실입니다. 한편 매트릭스는 사람들의 뇌와 연결되어 가상 현실을 투영하고, 인큐베이터 속의 사람들은 마치 이 가상 현실 속의 삶이 실제 삶인 것처럼 착각을 하며 삶을 영위합니다. 하지만, 몇몇의 사람들이 인큐베이터로부터 빠져 나와 기계에 저항을 합니다. ‘사이퍼(Cypher)’라는 인물도 이러한 저항군 중 한 명이지요. 허나 사이퍼는 실제의 삶이 더 참혹하고 불행하며, 차라리 과거의 가상 현실이 더 행복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가상 현실이 실제 현실이 아닌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보다 행복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가상 현실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런 사이퍼가 배신자 취급을 받기도 하고(나중에 다시 설명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이러한 사이퍼의 선택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인식의 세계'가 그만큼 중요하다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이러한 저의 ‘영원 회귀적인 모형’이 이단처럼 여겨지기도 하겠지만(그래서 누군가는 저를 위험한 철학자라고도 하더군요!), 제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여러분이 조금 더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뿐입니다. 무엇이 실제인지의 논쟁을 떠나, 우리가 실제라고 여기는 우리 머리 속의 ‘인지적 트윈’을 우리가 보다 충만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정신 모형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저는 ‘2사 만루’의 상황에서 여러분이 좌절하기보다 자신감 충만한 구원투수가 되기를 바라는 것뿐입니다.제가 이 글을 시작하면서 처음 여러분께 드린 인사말이 기억나시는지요? 네 맞습니다. “오늘은 안녕(安寧)하신지요?”라고 여쭈었습니다. 어제의 미흡함과 미숙함을 오늘의 후회로 남기는 대신 ‘어제의 오늘’을 오늘의 성장을 위한 과정과 경험으로 재창조함과 동시에, 찬란할 내일을 위해 오늘을 철저히 저당 잡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속에 새로운 오늘(내일의 오늘)을 위한 다양성의 씨앗은 뿌리되, 오늘을 오늘로써 충만하게 살고 계신 지를 여쭌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어제(후회)로부터 편하고(安: 편안할 안) 또 내일(불안과 착취)로부터 편한(寧: 편안할 녕) 채로 오늘을 잘 지내고 계신 지를 여쭌 것이었습니다. 제가 한국말을 잘 못해서 한국어 사전을 찾아보니, ‘편안하다’라는 말은 ‘몸이나 마음이 거북하거나 괴롭지 아니하여 좋다’는 뜻을 의미하더군요.마지막으로, 제가 한 말 중 ‘아모르 파티(amor fati; 당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터이지만, 오늘은 이 말 대신 ‘아모르 호디에(amor hodie; 오늘을 사랑하라)**’라고 끝 말씀을 드리며 이만 인사를 드려야겠네요. 이상, 과거에 살았던 니체가 아닌 여러분들의 오늘 속에 살고 있는 니체였습니다. 그러면 저는 또 다른 오늘에 여러분들을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아모르 호디에(amor hodie),
비베 호디에(vive hodie)!”
“오늘을 사랑하고,
오늘을 살아가라!”
연재 글 읽기.니체와 함께 애자일을...(2화). 차이와 반복, 수처작주(隨處作主).니체와 함께 애자일을…(3화). 재미와 의미의 이중주, 그리고 슬랙.니체와 함께 애자일을…(4화). 성찰과 자부심.니체와 함께 애자일을…(5화). 회고와 지속적인 개선.니체와 함께 애자일을…(6화). 활사개공(活私開公).니체와 함께 애자일을…(최종화). 수많은 별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1.27 HR에 대한 냉정과 열정 사이
모든 분들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 사내가 아닌 사외에 글을 게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이번 기회를 시작으로 그 동안 해온 업무를 정리해보고 향후 커리어를 쌓는데 있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경험과 의견을 함께 고민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저의 첫 글은 제가 HR 업무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고민을 담은 내용으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글재주가 없어 내용이 두서없고 산만하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멀티 컬러 본 테이너
"HR은 나에게 닿을 듯 말 듯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경영학을 전공한 나는 사회생활 시작을 준비할 때만 해도 HR 업무에 대한 갈망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오히려 대학에서 배운 조직행동론, 인사관리와 같은 학문을 배운 경험을 생각해보면 어려운 분야이고 기피하고 싶은 업무로 다가왔고, 그 당시엔 마케팅에 더 관심이 많아 관련 회사에 입사를 꿈꾸던 청년이었다.그런 나에게 첫 직장에서의 업무는 총무!! 세상만사가 모두 그렇듯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없었고, 어느 총무 관련 외부교육에서 강사가 한 얘기 중에 주위에서 **"도대체 총무가 하는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당신이 하는 일 빼고 다~"**라고 말한다는 그 총무 업무를 5년 간 하게 되었다. 원하던 마케팅 업무는 고사하고 시작은 원치 않았던 총무업무를 시작한 회사였지만 대기업이라 안정적이라 생각했던 회사가 워크아웃으로 어려워지자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고,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로 이직을 하면서 또 역시나 배운 통밥을 져버리지 못하고 총무 업무로 새출발 아닌 새출발을 하게 되었다.HR 관련 업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의외의 상황에서 다가왔다. 당시 급여 관련 업무를 하던 여직원(계약직)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팀장은 나에게 향후 HR 업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급여 업무부터 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그나마 조금은 관련이 있는 급여 업무를 맡게 되었다. (당시 나는 HR 업무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회사 내부에서 관련 업무 희망을 직·간접적으로 표현을 해왔던 시기였음.) 다행히(?) 급여 업무는 개인 일정의 일부 제약(급여 지급일이 정해져 있는 관계로 휴가를 마음데로 쓰지 못함)을 제외하고는 다소 복잡한 업무를 무사히 해내갈 수 있었다.
본격적인 HR 업무의 시작! 그러나....
본격적인 HR 업무는 오랫동안 생각하고 고민해왔던 공인노무사 자격증 취득을 고민하면서 시작되었고, 지주회사의 인사부서가 신설됨에 따라 자리를 지주회사로 옮김으로써 기대와 설레임으로 또 다른 HR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러나 지주회사의 HR 업무는 일반 회사의 HR 업무와는 다르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게 되었고, HR 업무를 맡게 된 이후로 첫 슬럼프를 겪었다. 보통 지주회사라 하면 필요하면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자회사들에 대한 관리가 가능하기 마련인데 우리회사는 각 자회사들의 자율경영 성격이 워낙 강해 지주회사의 관리 방식에 때로는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초기 업무 진행에 어려운 경우가 많이 발생하였다. 또한 대부분의 지주회사가 그렇듯이 구성원 수가 적어(우리회사는 임원을 제외하면 직원 수는 16명으로 구성되어 있음) 한 명이 조직에 대해 거부감을 갖거나 동요 조짐이 발생하면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 구성원 한 명, 한 명에 대한 관리가 필요해 체력과 심력 소비가 상당한 편이다. 이러한 장애요소(?)들은 누구보다 HR에 열정이 많은 나에게 찬물을 끼얹어 주어 자연스레 한걸음 물러나 내 자신과 업무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준 점은 장애요소인 동시에 자극제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HR은 회사와 구성원 중 누구의 편인가?
HR(Human Resource)은 말 그대로 인적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개발할 것이냐에 따라 HRM(Human Resource Management)과 HRD(Human Resources Development) 나누어지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면 HR 담당자는 이러한 중요한 사람인 구성원들과 이를 관리하고 육성하는 회사 사이에서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 것인가? 윗사람들(경영진)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 때로는 구성원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아랫사람들(구성원)은 이러한 희생에 때로는 강한 거부감을 갖게 되는데, HR은 이 때 누구에게 냉정(반대의견)하고 누구에게 열정(찬성의견)을 가져야 하는지 정답 없는 고민을 하게 된다. 솔직히 나는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구성원들에게 좀 더 열정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입장은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한 변하지 않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중립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기 힘든 HR 담당자는 보통 회사 입장 중심(노조가 있는 회사의 경우에는 더욱 더 강할 것으로 예상됨.)에서 구성원들을 관리해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부분 때문에 나 역시 현재 직장에서 HR 담당 업무를 맡은 이후로 회사와 의견충돌이 많지만 앞서 말했듯 HR은 사람 중심이다. 사람이 없으면 조직이 없고 회사가 없다. 구성원들 스스로 많은 고민을 하고 회사의 제도와 문화의 개선을 요청한다면 그것은 구성원들 스스로 그러한 제도와 문화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한 구성원들이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구성원들의 공식적인 입장을 회사에 전달하기 전까지 또 많은 피드백과 조율의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노력과 관심이 없다면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대답없는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고 회사 입장에서는 구성원들의 행동이 이유 없는 반항처럼 보이기 쉬울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한 회사의 조직문화는 회사와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원하고 바라는 것들을 합리적이고(이성) 공감이 가도록(감성) 조율하고, 이를 시나브로 조직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HR 담당자 스스로 Facilitator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10년이 넘은 시간을 HR을 담당한 지난 과정을 돌이켜보면 나 역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부족함이 많은 시간이었다.
가능할 것인가? or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그렇겠지만 부족하면 배우고 노력해서 채우면 되는 것이다. 단순한 이러한 논리를 업무에 적용해도 과연 먹힐(?) 것인가?라고 자문해본다면 난 스스로 ***"그렇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구성원들에 대한 열정이 좀 더 많은 나로선 돌발변수가 너무나 많이 발생하고 이를 제어하기 힘든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분면한건 배우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돌발변수에 대한 대응이 더 쉽지 않았을 거란 것이다. 결국 모든 문제에 대해서 인식할 때 ***"가능할 것인가"***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할 것인가"***로 접근할 때 해결에 대한 실마리가 좀 더 보일 것이고 보다 나은 결과를 얻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제보다는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는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때로는 비우고 때로는 채워가면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자 스스로 다짐을 해보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1.31 부러진 나뭇가지 앞에서 - 나는 왜 인문학을 공부하는가 (1/3)
그녀는 슬쩍 꽃잎을 만졌다. 엄지와 검지로 예쁜 잎을 가볍게 비볐다. 우린 대형서점 안 꽃가게를 지나던 터였고 그녀의 거침없는 접촉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다른 날 어느 카페에서도 그녀는 테이블 위 화병에 꽂힌 초록 잎사귀를 쓰윽 붙잡았다 놓았다. 두 번 모두 생화인지 조화인지 확인하려는 의도였다. 비슷한 경험을 거듭하고 나니, 식물을 다소 무성의하게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막연한 칭찬보다 의미 있는 조언이 좋아요. 평소 그녀가 하던 말이었다. 자신의 삶과 언행이 더 나아지길 바라며 모 대학에서 마음공부까지 하던 터였기에, 나는 불편한 내 감정을 진솔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만지지 않고서도 생화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길이 있을 거예요. 줄기와 잎사귀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 뭔가 보일 때가 많아요. 물속에 잠긴 뿌리에서 실마리가 잡힐지도 모르죠. 조화는 어딘가 다를 테니까요.” 말하는 동안, 나의 시선은 꽃을 향해 있었다. “세심하게 들여다볼수록 이 녀석에 대한 애틋함이 생겨나고 생화를 구별하는 감각이 키워지겠죠. 슬쩍 만지는 행동보다 품위도 있을 테고요.”품위는 우리 대화의 단골 주제였다. 그녀는 고상하고 품위 있게 행동하길 바랐다. 언젠가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그녀는 교양, 우아, 품위 등 뉘앙스가 비슷한 어휘 중 품위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사람이 갖춰야 할 기품’이라는 품위의 뜻을 알려주었더니 그녀는 자신이 바라던 것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그 이후, 품위는 종종 등장하는 화두였다. 두 사람에게 품위란, ‘있어 보이기’ 위한 처세가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기운을 뜻하는 말이었다. 식물을 대하는 태도를 성찰하다 보면 행동이 달라질 테고, 예전과 다른 행동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표현하려고 선택한 단어가 ‘품위’였다. 이 단어에 깃든 맥락을 그녀도 잘 알았다.조화라면 꽃에 해 될 게 없고, 생화라도 큰 문제는 아니다. 이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나도 공감했다. 먹고 사는 일과는 무관하고, 그날의 대화에서 중요한 비중도 아니었다. 식물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대화하다가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품위 없고 무식한 처사일 것이다. 다행하게도 그날의 대화는 유익했다. 내 생각은 저리로, 그녀 생각은 이리로 왔다. 소통은 원활했고 분위기도 좋았다. 잎사귀를 만지는 모습이 누군가에게 무신경해 보일 가능성에 대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내 머릿속엔 고귀한 목표, 영화 <신세계>, 종교와 같은 생각들이 떠다녔지만, 시간과 자리가 여의치 않아 얘기를 꺼내지 않고 헤어졌다.의식주 문제와 닥친 현안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바쁘고 때때로 벅찬데, 식물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자고?! 그렇다, 내가 하려는 말이 정확히 그 얘기다. 이유는? 세상에는 식물을 대하는 방식마저 성찰하면서 더 나은 태도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교훈과 생각을 선사하기 때문이다.그녀가 잎사귀를 만지던 그 날, 머릿속으로 영화 <신세계>가 스쳐갔다. 영화에서 강 과장(최민식 분)은 상사의 사무실 소파에 앉아 옆에 놓인 난을 만지작거렸다. 급기야 날아든 상사의 경고. “아, 그 이파리 자꾸 손으로 만지지 말라니깐!” 날카로운 말투였다. 금지된 것의 유혹 때문일까. 강 과장은 멈추지 못했다. 결국, 난잎 하나를 부러뜨리고 말았다. 상사는 아직 보지 못했다. 꺾어진 난잎이 보이지 않도록 강 과장은 화분을 스르르 돌려놓았다. 그 노심초사에 웃음이 터졌던 장면이다.
식물을 함부로 만지면 안 될까? 꽤 골치 아픈 물음이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양하고, 추구하는 가치와 기준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자각도 저마다 다르다.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이 있다면 동물의 존재에 대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주제에 집중하고 논의의 범위를 좁히기 위해 질문을 바꿔야겠다. 식물을 함부로 만지면 어떻게 될까? 문제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첫째, 식물의 주인에게 제지당할 수 있다. 친구가 키우는 식물에 손상을 준다면 친구의 열분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둘째, 언젠가는 벌금을 물거나 처벌받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동물을 학대하면 처벌을 받는다. 최근 한 연예인이 반려견을 자주 파양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능력 이상으로 많은 동물을 키우는 무책임한 행위를 뜻하는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은 아직은 처벌 사례가 없지만, 처벌 기준이 마련되긴 했다. 동물보호와 관련된 법은 예전에는 없던 제도이자 문화다. 미래의 어느 날, 이런 기사를 만날 수도 있을까? “30대 남성 구속, 장기간 방치로 10여 종 식물 죽음에 이르러”셋째, 우리 내면의 한구석이 시들거나 죽을 수도 있다. 그 한구석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그것은 생명과 교감하는 감각이자 대지의 숨결과 연결되는 통로다. 식물을 정성스레 대하는 이유는 식물의 주인이 있어서가 아니다. 법의 제지 때문도 아니다. 식물 자체의 존엄성 때문이다. 어느 책에서 이런 격언을 보았다. “살아 있는 것들에게 폭력을 쓰지 말라. 살아 있는 것들을 괴롭히지 말라.” 식물은 살아 있는 존재다. 움직이지 못할 뿐 생명체라는 점에선 동물과 매한가지다. <범죄와의 전쟁>에 나온 명대사 “솨라 있네”는 식물과 주고받기에 마땅한 말이다. 생명을 소중히 대하면, 자연스레 그 교감의 기운을 서로 나눈다. 생명을 함부로 대할 때는 알지 못했던 영감, 기쁨, 기운을 경험하는 것이다.세 번째 이유는 이 글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는 노력이나 법을 준수하는 일은 최소한의 도덕이지 아름다운 세상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감히 제안하건대, 인문학을 공부한다면 홀로 있을 때도 준법 그 이상의 삶을 살아가자고 말하고 싶다. 원만하고 화목한 해결이 요원해질 때 하는 말이 “법대로 합시다”가 아닌가. 법은 높은 기준이 아니다. 인문학의 세계를 거닐고 싶다면, 좀 더 고귀한 가치를 찾아보자. 식물을 괴롭히지 말라! 이 말은 어떤가? 생각할수록 성스럽고 고귀한 금언이다. 산행하다가 무심결에 식물을 붙잡기 일쑤고, 반려동물 문화는 성큼 진보했지만 식물을 둘러싼 문화는 사정이 다르기에 하는 말이다.식물이 생명체임을 기억하며 괴롭히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든든하고 기쁘다. 그들은 저 ‘성스럽고 고귀한’ 금언을 소중히 따를 것이다. 지난해 어느 봄날이었다. 매일 오르던 집 뒷산에 올랐다. 등산로가 없는 데다가, 오르려면 집 마당을 거쳐야 해서 다른 사람이 오르는 일은 거의 없다. 나도 반려견 산책이 아니었다면 오르지 않았을 산이다. 그 날은 뜻밖에도 누군가가 산에 다녀갔음이 분명했다. 매일 지나치면서 만나는 나뭇가지가 부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산행 초입에 선 나무였다. 가지 하나가 내가 다니는 길로 뻗어 있어서 매번 몸을 낮춰 통과하던 나의 길동무였다. 그 가지를 누군가가 손으로 잡아당긴 것으로 보였다. 부러진 나뭇가지 앞에서 한참 머물렀다. 녀석의 생채기를 연신 바라보면서.성스럽고 고귀하다는 말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순 없을까? 내가 찾은 단어는 ‘거룩’이다. 잠시 종교적인 분위기를 걷어내고 본연의 뜻에 집중해 보자. 거룩은 개신교에서 자주 쓰는 말이지만, 개신교가 이 땅에 들어오기 전에도 사용하던 단어다. 16세기 조선,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기 위해 간행된 책 『신증유합』에는 ‘거룩’의 근대국어 형태인 ‘거륵’이 등장한다. 책에는 이렇게 쓰였다. “거륵 위(偉).” 거룩에 해당하는 한자로, 더없이 훌륭하고 위대하다는 뜻의 위(偉)를 설명한 것이다.얼마만큼 훌륭해야 거룩함(偉)에 이르는지 궁금해진다. 누가 봐도 한눈에 ‘구별’될 수 있을 정도의 경지라면, 거룩하다고 해도 좋을 성 싶다. 구별됨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거룩함과 상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구약 성서에서 거룩함을 뜻하는 말은 카도쉬(Kadosh, קדוש)인데 ‘휘장’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한다(백석대 김진섭 교수). 휘장을 치고 나면 공간이 안팎으로 나눠진다. 휘장이 성막이 되어 거룩한 장소, 성소를 만드는 것이다. 참된 신앙인은 성소에서 속된 행위를 하지 않는다.인문학도(人文學徒) 역시 구별된 삶을 꿈꾼다.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배워가면서 공부하지 않던 때와는 다른 삶이 펼쳐진다. 인문정신의 휘장을 쳤다면,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성스러운 선언이 아니다. 일상적이고 소소한 실제의 이야기다. 거룩한 일은 따로 있지 않다. 거룩한 태도와 의식이 있을 뿐이다. 작은 일이라도 정성스럽게 대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거룩이다. 모두가 이익을 좇을 때 의로움이 무엇인지 묻고, 모두가 발전에 눈이 멀 때 진정한 진보를 모색하는 삶 또한 거룩이다.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도도히 구별됨은 얼마나 귀한 일인가!거룩함을 아는 삶, 다시 말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고 더 나은 배려를 인식하는 것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첫 번째 이유다. 구별됨을 위해 현학적인 말을 하거나 심오한 지식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아름답고 선한 것에 대한 자각과 용기야말로 중요하다. 2016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셸 오바마는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어휘로 구별됨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전달했다. 트럼프의 선거전이 한층 좀스러워질 때였다. 미셸은 달랐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그들이 비열하게 굴더라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갑시다.)거룩을 경험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종교 경전을 펼치는 일도 의미 있는 시도다. 위대한 경전이라면 성과 속을 나누지 않을 것이다. 영적인 것을 경험할수록 세속의 미물도 얕보지 않는 법이다. 앞서 인용한 ‘생명을 괴롭히지 말라’는 금언도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에서 취한 말이다(소설 제목으로도 회자 되었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경구가 나오는 경전이다). 나에게 종교 경전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교리가 아니라 따르고 싶은 지혜다. 그래서 매혹적이다. 식물을 괴롭히지 말라는 가르침은 일상적이고 소소하다. 그렇기에 더 절실하다. 그 소소한 것들이야말로 거룩이 싹트고 피어나는 명당이겠다. 삶과 일상을 좀먹는 악귀는 소소한 것들에 상주할 테니. 별 것 아니야, 라고 속삭이면서.인문정신의 휘장을 펼쳐이전의 내 삶과도 다르게여느 사람들과도다르게 살자는 마음으로,오늘 작은 화분을 하나 샀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