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두레박을 준비했는가 - 때때로 시를 읽게 되는 이유
책을 읽다가 별안간 몸을 일으켰다. ‘지금 당장 운동을 해야겠어!’ 화들짝 깨어난 정신으로 폼롤러 위에 몸을 펼쳤다. 맨손으로 바닥을 짚고 할 수 있는 횟수까지 푸시업을 했다. 몸이 찌뿌둥해서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채근도 없었다. 몸의 중요성을 상기했기 때문이었다. 몸은 ‘나의 것’이 아니다. ‘몸이 곧 나’다. 행복은 마음에 달린 동시에 몸의 상태에도 속하는 문제다. 7, 8년 전에 깨쳤던 이러한 자각을, 독서가 소환했다. 자각이 신체적 게으름을 흔들어 깨웠다. 번개처럼 번쩍이는 독서였다. 읽던 책은 운동에 관한 실용서가 아니었다. 시집이었다. 시어들이 하늘로 치솟더니 마음에 천둥 같은 울림을 만들어냈다. 이병률의 시 <좋은 풍경>의 몇 구절이 빚어낸 내면의 전율이었다. 일부를 옮겨 본다.“혁명을 하기에 좋은 몸인가요 걸식의 허둥지둥하는 몸인가요”나는 후자였다(습관적으로 ‘나의 몸은 후자였다’라고 쓸 뻔했다). 혁명에 어울리는 단단함과 날램을 찾기 힘든 몸이다. 삶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우유부단했고 달려갈 푯대 없이 갈팡질팡했다. 혁명하기에 좋은 몸이란, 대체 어떤 상태인 걸까? 이런 물음을 안은 채로 그날 이후 날마다 운동했다. 하루 이틀 거른 날은 있지만, 3일 이상 잊은 적은 없다. 건강한 육체만으로도 능히 혁명에 성공할 수 있다는 듯이 부지런히 운동했다. 십 년은 달고 살았을 어깨 결림부터 내던지고 싶었다. 이것은 부드러운 어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보다 근원적이고 중요한 문제였다. 몸과 마음은 하나니까. 혁명하기에 좋은 몸은 혁명하기에 좋은 마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경쾌하게 자극했다. 시 읽기와 푸시업! 이 생경한 두 행위의 결합은 그렇게 이뤄졌다. 시의 힘으로! 시적 언어가 몸의 가치를 상기시켰고, 의식화된 자각이 운동으로 이끌었다.시란 것이 이리도 강렬하니 우리 모두 시집을 읽자, 고 말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시 읽기의 힘겨움을 되짚어보련다. 올해 나의 첫 독서는 시집이었다. 지난 연말, 한 젊은 시인이 집으로 보내 준 선물이었다. 적절한 시절 인연으로 시집을 읽은 건 아니었다. 이태 전에도 한 해의 첫 책으로 시집을 펼쳤으니까. 돌이켜보면 무언가를 시작하는 즈음이면 나는 시집을 손에 들곤 했다. 왜 시집일까? 일종의 의식이었다. 시인의 감각이나 통찰을 배우고픈 마음도 있긴 했지만, 그보다는 한 해의 시작을 음미하는 의례에 가까웠다. 나는 의식으로 삼는 독서에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지만,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나의 시집 읽기에 대한 아쉬움을 직시하는 중이다.시집을 읽고 나면, 성취감과 불만족을 동시에 느끼곤 했다. 비록 얇기는 해도 책 한 권을 읽었다는 뿌듯함 vs 이해하지 못한 시가 수두룩하게 남았다는 찜찜함! 이러한 양가감정에 직면했다. 시를 쓴 이와 삶의 경험이 다르고 감수성도 다르니, 모든 시를 이해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어딘가에서 다음과 같은 시 읽기의 팁을 제안하기도 했었다. 시집을 어떻게 읽을까? 한 줄 한 줄, 주의 기울여 읽되 감이 오지 않는 시는 죄다 넘어갈 것. 느낌이 오는 시나 마음이 화답하는 시 또는 영감을 안기는 시와는 손을 잡고 춤을 출 것. 시와 춤을 춘다는 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그 의미를 알기 전까지는 시를 멀리할 것(지금 하는 일과 함께하는 사람에게 시간을 듬뿍 주면서), 그래도 책을 읽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찜찜함이 따라다닌다면 훌륭한 산문집이나 논픽션을 읽을 것!시집 독해의 어려움은 심드렁하게 넘기는 책장이 많다는 사실이다. 나만의 고민은 아니리라. 몇 권의 시집을 낸 장정일은 시 읽기의 무상함을 지적했다. 그의 진의가 시에 내재한 결함을 뜻하는지, 시를 대하는 태도를 문제 삼는지는 드러나지 않지만, 시 독해를 둘러싼 우리네 모습을 생각하도록 이끄는 말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시집)으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거나 친구를 기다릴 때 혹은 통유리로 둘러싸인 패스트푸드점에서 나르시시즘에 빠지기 위해 사용한다. 시집이란 그 분량과 크기에 의해서도 그렇지만 연작시나 장시를 빼고 나면 편편이 독립된 까닭에 여가의 선호물이 되었다. 문제는 시집의 크기와 두께가 여가를 선용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시의 단편적인 성격이 논리와 사고를 짜투리로 재단한다는 것이다. 눈 밝은 독자야 시집 전체를 하나의 구조물로 파악하는 장고(長考)를 할 수도 있고 한 줄의 시구에서 우주의 드라마를 읽고 삶의 비의를 깨닫기도 하겠지만, 많은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저 한 권의 시집을 읽었다는 지적 허영과 교양인의 대열에 끼어 면피나 했다는 포만감만 남을 뿐이다.”장정일은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일갈을 날린 후, 시집을 읽어도 좋은 사람들을 세 부류로 한정했다. 현역 시인, 그들의 연구자들 그리고 앞으로 시를 쓰려는 사람들! 이들뿐이다. 그 외의 사람들은 시를 읽을 필요가 없다고 못 박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젊은 사람들이 시집을 읽는 것을 불길하게” 여겼다. 장정일은 소설가다. 한때는 시인이었고, 문학사에 올릴 법한 소설도 쓴 문인이다. 문학과 시의 힘을 모르지 않을 그가 왜 시 읽기를 말리는 걸까? 문학이나 교양은 혼자서는 인생을 세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생살이에는 문학도 필요하지만, 빵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젊은이에게 시를 읽기보다 의미 있는 일에 매진하라고 타일렀다. “삶의 지혜와 우주의 비밀에 귀의하거나 공동체에 봉사하기 위한 방편”을 생각하거나 “과학과 종교 또는 시민운동”에 혼을 바치는 게 좋을 거라고 덧붙였다. 젊은이들이 모조리 시인을 꿈꾸는 사회가 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장정일의 말처럼, 시집은 ‘알 듯 말 듯한’ 책이다. 이해하지 못한 시가 수두룩한 채로 책을 덮었는데도 무언가 알게 되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기만의 책. 가벼운 마음으로 군것질하듯 한두 편의 시에 기뻐했을 뿐인데도 시인의 세계를 한껏 거닐었다고 느끼게 하는 행복의 책.나는 그의 통찰에 희열을 느끼는 동시에 그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했다. 장정일의 말처럼, 정말 시 읽기는 불필요하며 시는 세 부류의 사람만 읽으면 되는 정도의 예술에 불과한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장정일은 ‘모든’ 시인을 지양하자는 게 아니라 특정 시인을 거부한 게 아닐까. 릴케나 김수영과 같은 위대한 시인들의 이름이 허명이 아니라면, 위대한 시와 그렇지 않은 시의 차이를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내 친구 S가 떠오른다. 명문대를 나온 영민하고 낭만적인 친구지만, 지적으로는 게으르다.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낭만과 직관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S는 위대한 시와 시시한 시의 차이를 구분하려 들지 않는다. 비범함을 구분하거나 책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보다는 자신에게 꽂혀 들어온 한 줄의 문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쪽이다. 어차피 시집은 ‘알 듯 말 듯 한’ 책이니 구분이 무의미하거나 불필요하다는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S의 독서는 어떠한 대상을 포착하기보다 자신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풍경에 집중하는 책 읽기로 보였다. S는 종종 시를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개는 읽다가 말았다. 자신의 마음에 들어오는 시를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했다.직관적인 언어로 글을 쓰는 S에겐 상징적인 언어로 쓰인 시가 궁합에 맞는지도 모르겠다. 딱딱한 이론서와는 달리, 시집 읽기에는 해석의 자유와 창의가 상당 부분 허용되니까. 이 자유가 시 읽기의 행복이자 묘미일 것이다. 독자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해도, 모든 시집을 획일화된 시선으로 읽는 자유는 미덕이 아니다. 그것은 지나친 자의식이고, 부주의하거나 무신경한 시선이고, 때로는 폭력적인 해석이다. 장정일의 말마따나, S에게는 “좋은 시를 읽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시집을 골라야 한다”는 조언은 무의미하다. 무의미한 순환 논리일 뿐이다.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어떤 시집을 읽든, 읽고 싶은 시만 취해도 괜찮다. 그것은 모든 독자의 자유다. 이 글에서 들여다보려는 바는 ‘시를 읽는 나의 태도나 수준이 어떠한가’ 하는 문제다. 그리고 ‘태도를 점검해야 할 만큼, 시 읽기의 효용이 있는가?’ 하는 물음도 절실하다. 밥벌이도 해야 하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자꾸 시집에 마음을 빼앗기고 종종 시를 쓰고 싶다는 욕망도 찾아들어서 하는 말이다. 대체 시가 무엇이길래?! 시인은 어떤 존재이기에?“스님이 그냥 스님이듯 시인은 그냥 시인이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굳이 존경할 필요도 없고 귀하게 여길 필요도 없다. 그 가운데 어떤 이들은 시나 모국어의 순교자가 아니라, 단지 인생을 잘못 산 인간들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 인간들 가운데 몇몇은 은근히 뻐기기도 하고 손을 벌려 국고를 구걸하기도 한다.”장정일의 시인론이다. 시를 읽기가 힘겨웠던 이유가 독자들의 부족함만은 아니었다. 뻔뻔한 시인, 형편없는 시가 있다는 말인가? 물론이다. 장정일은 또 다른 글에서 우리나라에 난립하고 있는 시인들의 협회와 문단을 비판했다. 재정 확보를 위해 등단 조건으로 가입비를 받고, 당선작을 자주 선정하는 등의 파행적인 운영을 그가 모를 리가 없다. 인구 대비 시인이 이리 많은 나라가 또 있을까, 하는 한탄도 했다. 자식이 부모를 닮듯, 시는 시인을 닮는다. 삶과 시에 매진하지 않는 시인들은 시시한 시를 쓴다. 양심이 없으면 전력을 기울이지 않은 시들을 모아 출간할 테고, 양심이 있더라도 돈이 궁하면 현실과 타협하면서 시를 발표한다.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실상을 구구절절 적어본 것은 시의 세계에 들어선 군상들의 스펙트럼을 그려보기 위함이다. 인생살이에 무능한 감각적인 낭만주의자도 시를 쓰고, 퇴계처럼 사상가의 반열에 선 이들도 시를 쓴다. 빼어난 시와 허술한 시를 양극단으로 하는 시의 스펙트럼은 무척이나 드넓을 것이다. 시에 자신의 전부를 건 시인이 있는가 하면, 돈을 내고 문예지에 시를 올린 시인도 있을 테니까.장정일의 지적에 무릎을 친다고 해서, 모든 시집을 외면할 필요는 없다. 장정일은 퇴계의 반대편 극단에 선 시인을 두고 한 말일 테니까. 나는 지금까지 읽어 온 시인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다. 퇴계 선생이 시인론에 대해 글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성복 시인은 평생에 걸쳐 시를 써 왔고 근래에는 시론도 썼다. 그는 진실을 좇는 시인이었다. “나는 진실이 너무 좋아요. 진실을 꼭 껴안고 잤으면 좋겠어요. 거짓 위안 속에 편안히 살기보다 진실 속에 불편하게 샆고 싶다는 거죠.” 시인은 고령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엄마, 나 착하지?”라고 물었다. 어머니는 잘라 말했다. “네가 뭐가 착해? 넌 안 착해.” 인터뷰어가 이성복에게 물었다. 섭섭하시진 않았어요? 시인은 덤덤하고 편안한 투로 대답했다. “아니요, 그게 진실이니까.”상주 태생의 이 걸출한 시인은 지극한 경지까지 나아간 예술가다. “감각에 천재성의 기미가 있더라도, 시에 미치고 삶에 미치는 공부 없이는” 좋은 시가 나올 수 없음을 그에게서 배웠다. ‘시인들의 시인’이라 불리는 그는 김수영을 숭앙한다. “김수영은 ‘시미아’야. 시에 미친 아저씨. (웃음) 당시에 블랑쇼, 릴케, 하이데거를 읽고 정신의 핵심을 꿰뚫었어요. 김수영 시대에 살았던 시인들이 이념과 도덕에 꺾여 빛이 바래도 김수영은 푸릇푸릇해.” 이성복의 시 사랑은 유년 시절부터 남달랐다. “나도 문제적 인간이야. 초등학교 5학년 때 단식 투쟁을 해서 상주에서 서울로 왔거든. 야심가였지. 나는 김수영의 가족묘에 들어가고 싶어요.”김수영의 시를 음미하고 싶은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경지에 이른 시를 맛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정일의 처방은 이렇다. “좋은 시를 읽어 내려면 먼저 좋은 산문을 읽어야 한다. 여가의 독서로는 독파할 수 없을 정도의 진득한 산문 정신과의 대면과 그것을 독해하는 훈련만이 김수영 시집과 『친구가 떡볶이 하러 갔을 때』의 진정한 차이를 가늠하게 한다.” (『친구가 떡볶이』는 김수영과 대비되는 가상의 시집으로 보인다.) 왜 산문의 정신일까? 시에 깃든 정신은 명쾌한 이론이나 사실적인 설명이 아닌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되어 있기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산문은 직접적인 언어로 서술된다. 장정일은, 산문을 통해 훌륭한 시를 음미할 수 있는 정신의 함양을 역설한 것이다.장정일이 소설의 정신을 추천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소설도 시와 크게 다르지는 않으니까. 술술 읽히는 실용서만 읽던 한 지인이 “도무지 소설이 안 읽혀요”라고 물어온 적이 있다. 그의 얘기를 두어 차례 거듭하여 듣고 나니, 다음과 같이 말할 수밖에 없었다.“위대한 소설은 인간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메시지로 설명하지 않고 이야기로 전하죠. 지혜나 진실은 이야기로만 비로소 전해지니까요. 그래서인지 저는 소설 읽기를 생각하면, 우물과 두레박이 이미지로 떠오릅니다. 소설의 세계는 샘이 깊은 우물이고 독자는 저마다 다른 크기의 두레박을 들고 오죠. 우물 안에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이 많지만, 독자들은 자기가 들고 온 두레박만큼의 물만 퍼가요. 주제의식이 뛰어난 소설이라면 그 주제를 고민해 온 경험이 있어야, 시대정신을 포착한 소설이라면 당대 시대상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소설의 정신을 만날 겁니다. 소설에 들이는 시간이 비해 독서의 희열이나 결실이 적다면 방향을 바꾸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좋은 논픽션을 읽는 거죠.”시나 소설에서 인간 정신의 최고봉을 만나려면, 우물 안의 물을 길어 올릴 정신의 두레박이 필요한 것이다. 걸출한 시인은 비범한 사상가다. 나는 그리 믿는다. 서정시라고 해도 다 같은 서정시가 아닌 것이다. 개인의 졸렬한 감상으로 지은 시가 있는가 하면, 시대의 아픔과 기쁨으로 쓰인 시도 존재한다. 인생의 작가로 김수영을 꼽는, 이성복은 이렇게 말했다.“김수영의 천재성은 시대정신이에요. 본격적으로 정신과 문학을 일치시키려고 했던 사람이야. 내가 내 인생의 작가를 선택할 때, 그건 배우자를 고르듯 내 인생 전체를 거는 거예요. 김수영은 믿을 만한 사람이었어요. 추악한 이야기도 그 사람에 입에 들어가면 고귀해졌거든. 신랄한 구석도 있었지. 그런데 타자를 공격할 땐 자기가 먼저 홀딱 벗고 제물로 나왔어요. 무시무시하게 공부했지.”마지막 문장은 공부가 왜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감수성만으로 이해하기 힘든 시들이 있다. 시대정신을 포착한 시나 인간의 본성을 고찰한 시가 그렇다. 고민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곁을 쉬이 내주지 않는 시들이다. 가슴으로 만나야 하는 시가 아니라 머리로 공부하면서 읽어야 하는 시인 것이다. 글을 맺기 전에, 이 글의 주제로 이끄는 질문을 던져야겠다. 시를 읽으려는 독자에게 왜 공부가 필요할까? 시인들이 먼저 무시무시하게 공부하면서 시를 썼기 때문이다. 시를 쓰기에 앞서, 시대를 관찰하면서 세상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치열한 공부 없이 존재의 가치와 세상의 진실을 포착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장정일은 위대한 시가 어떻게 쓰이고, 어떻게 읽혀야 하는지 꿰차고 있었으리라. 시를 읽지 말라는 그의 조언은 시 창작을 둘러싼 매커니즘의 이해에서 나왔을 것이다.모두가 시를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삶을 견뎌낼 정신의 고양이 중요하지, 시 읽기가 누구나의 지향이나 숙제는 아니다. 시를 외면하고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어떤 영화, 누군가의 삶, 한 권의 산문집에도 높은 경지의 정신이 존재하니까. 나는 장정일이 언급한 독자 군에 속하진 않지만, 앞으로도 종종 위대한 시를 찾아서 공부하듯이 음미할 것이다. 시를 읽으면 인생을 잘 살고 싶어진다. 어떤 시를 만나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위대한 시인이 적지 않다. 우물물을 길어 올릴 두레박을 준비했는가? 이 물음을 가슴에 품는다. 시의 우물은 깊은데, 나의 두레박은 작다. 그러니 빼어난 산문집도 탐독할 생각이다. 한 단계 나아질 삶의 진보를 꿈꾸고, 시의 드높은 정신을 만나기 위하여!
"저마다 다른 높이의, 크고 작은 집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3.28 주니어 HRer가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법은?
커리어 플랫폼 '원티드'를 운영하는 원티드랩은 지난달 25일 온라인 컨퍼런스인 'Wanted Con. Young Star'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로 불리는 주니어 HRer들이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법을 주제로 진행됐다. 채용, 평가보상, 교육과 리더십, 조직문화 등 HR 전방위에서 일하며 날마다 성장해 나가고 있는 주니어 HRer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지면에 담아본다.글로벌 IT 스타트업의 블리츠 스케일링AI 검색 교육 플랫폼 '콴다'를 서비스하는 에듀테크 스타트업 메스프레소에서 채용을 담당하고 있는 이유경 리쿠르팅 매니저는 '글로벌 IT 스타트업의 블리츠 스케일링'에 대해 발표했다.블리츠 스케일링이란, 기습 공격이라는 뜻의 'Blitzkrieg'라는 독일어와 'Scale-up'이 합쳐진 말로 '기습적 성장'을 의미한다. 수평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지도록 하고, 우선순위를 분류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해야 할 것에 폭발적으로 집중하는 방법이 대표적인 블리츠 스케일링이라고 할 수 있다.이유경 매니저는 지난해 초만 해도 150만 명이었던 콴다의 월 유저가 불과 1년 사이에 약 800만 명으로 증가했고 조직 또한 매년 2배 이상 성장하는 가운데, '강점의 업무 활용도를 극대화하여 성과를 창출하고 나의 가치를 높이자'라는 스스로의 블리츠 스케일링 방법을 세웠다. 급성장하는 스타트업 담당자의 경우 일할 시간은 부족한데 해야 할 일은 많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체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따라서 자칫하면 일에 매몰되거나 지칠 수 있기 때문에 똑똑하게 일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이 매니저는 '집요함'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스스로의 강점을 바탕으로 '하이어링 리드의 든든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고, 회사와 구직자를 잇는 튼튼한 연결고리가 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이를 위해 이 매니저는 리드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1순위로 삼고 시장과 분야, 포지션에 대한 가장 최근의 지식을 갖추고자 노력했다. 마켓 채용 트렌드를 수시로 리서치하고 주요 경쟁사를 모니터링하며, 유관 포지션을 분석했다. 또한 팀 리드들과의 미팅을 통해 ▲포지션 채용 배경 ▲팀 리드와 각 팀원들의 역할과 기대 ▲신규 포지션과의 핏Fit ▲니즈에 부합하는 최적의 업무 범위와 지원 자격 정의 등에 대해 논의하고 서로의 고민을 나눴다. 이와 함께 회사에 최적화된 채용 전략을 수립하고 프로세스 개선 작업도 진행했다. 확보된 후보자 풀을 기반으로 한 합격 기준에 대한 상호이해, 투명한 정보 공유, 새롭고 다양한 채용 이벤트에 대한 아이데이션 등으로 지속적으로 씽크를 맞추고자 했다.뿐만 아니라 회사와 지원자 풀 간에 지속 가능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자 회사의 앰버서더로서 비전, 문화, 일하는 방식, 포지션과 기대 역할, 혜택에 대해 명확히 안내했다. 입사 후에는 입사 전후 회사의 어떤 부분이 생각했던 부분과 달랐는지, 장단점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인터뷰해 직무설명서와 회사 홍보자료 보강에 활용했다.이유경 매니저는 **"내가 가진 장점에 집중하는 선택을 통해 지난 6개월 동안 많은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며 "실무의 기반을 다지는 주니어 시기에 자신만의 장점을 찾고 이를 더 잘할 수 있게끔 고민하는 것도 성장을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보상업무,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임민지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HR팀 매니저는 보상업무를 수행하며 미리 알면 좋은 팁을 공유했다. 임 매니저는 보상은 아주 기초적인 개념이지만 HR제도를 기획하거나 운용할 때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라고 소개했다. 또, 채용을 늘릴 때 고려되는 인당 인건비, 새로운 인사제도 기획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 등 HR제도 전반이 보상의 영역과 직결된다고 말했다.이어 4대 보험, 근태, 급여, 복리후생이라는 기초를 통해 보상담당자로서의 첫걸음을 내딛은 후에는 매년 개정되는 노동법을 숙지해 보상의 하한선을 명확히 파악하고, 회사의 보상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한선과 달리 보상의 상한선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규모의 회사, 비슷한 업종의 기업, 그룹사 동향 등을 통해 보상의 규모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설정해야 한다. 임 매니저는 이 과정에서 다양한 업종, 다양한 규모의 HR담당자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바뀐 법령이나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우리 회사에 없는 제도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추천했다.임 매니저는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보상담당자가 담당하는 인원이 많아질수록 다뤄야 하는 숫자가 커지고, 근태, 휴직과 같이 그물처럼 짜인 노동법을 통과해 정제된 급여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엑셀을 잘 다루는 것도 필수역량이라고 강조했다. 공장 설비가 자동화되어 있어도 관리자가 필요한 것처럼 자동화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도 사업계획으로 짠 재원을 바탕으로 한 인건비 시뮬레이션, 임금인상의 효과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보상담당자가 금액과 숫자를 다루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더불어 보상담당자는 작은 금액에 대한 세밀한 분석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보상의 흐름을 파악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사 직군별 평균 월급과 인원 ▲월별 급여로 나가는 인건비 ▲작년 한 해 직접 인건비로 집행된 금액 등 거시적인 회사의 운영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임민지 매니저는 **"보상업무와 관련해 모르는 부분이 있지만 회사의 체계와 관행이 아직 없는 스타트업 담당자이거나 히스토리를 파악할 수 없다면 고용노동부 콜센터, HR커뮤니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어느정도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주니어 HRDer의 잘 팔리는 직무교육 만드는 방법모상필 동아쏘시오홀딩스 직무교육팀 매니저는 그간의 경험과 고민을 통해 도출한 '주니어 HRDer의 잘 팔리는 직무교육 만드는 방법'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긍정 평판, 높은 신뢰도, 높은 충성도 등 긍정적 경험을 형성하는 '브랜딩'의 개념을 교육에 대입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러한 브랜딩을 위해 ▲교육담당자가 아닌 직원들이 원하는 교육 찾기 ▲교육 요구에 맞춰 커스터마이징 하기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라는 세 가지 스탭을 소개했다.모 매니저는 교육담당자들이 교육을 기획하고 설계할 때 주로 타사 사례, 트렌드, 이슈 등 외부 데이터를 먼저 확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급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인터뷰, 교육현황 데이터 등 자사의 내부 데이터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추천했다. 외부 데이터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교육담당자가 생각하는 트렌드에 부합하는 내용이 있을 경우 무의식 중에 이를 교육에 반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부서를 대상으로 한 교육 요구분석을 진행해 직무에 필요한 스킬이나, 지식, 태도 등을 분석하는 등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더 좋은 직무교육을 설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직원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역량을 바탕으로 필요로 하는 역량 수준과 현재의 역량 수준을 비교했을 때 격차가 많이 나는 역량이 무엇이며, 이 역량들을 어떻게 우선적으로 채워줄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실제로 동아쏘시오홀딩스의 경우 지난해 이러한 요구분석 자료와 더불어 3개년 사회교육 데이터를 취합해 실제로 교육을 기획-운영해 임직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이와 함께 모 매니저는 교육 요구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임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을 원하는 형태로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설문 데이터, 주관식 피드백, 사내/사외교육 현황 등 내부 교육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 내부 교육 데이터가 없다면 직무분석서를 활용해 임직원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파악해야 하고, 직무분석서도 없는 경우에는 임직원들의 교육 니즈를 설문 조사하고 현업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떤 교육이나 역량이 필요한지, 어떤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을 구해야 한다. 이 때 내부 데이터만으로 부족한 경우 이때 HR 잡지, HR 사이트, HR 뉴스레터 등 외부 데이터를 참고하면 좋다.마지막으로 모 매니저는 최대한 많은 임직원들에게 교육에 대해 알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더 많은 임직원들에게 교육을 알릴수록 강의 수강확률이 높아지고,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잘 설계된 교육을 더 많은 임직원들에게 전달해 성장의 기회로 삼게끔 하고 교육담당자들에게는 더 나은 교육을 설계하는 디딤돌이 되어 준다. 이를 위해 동아쏘시홀딩스에서는 이메일이나 교육 전달 페이지를 통한 홍보뿐만 아니라, 팝업 이미지, 홍보 콘텐츠를 통한 교육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모상필 매니저는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다면 성장을 견인하는 담당자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본 콘텐츠는 HR Insight 4월호 기사를 재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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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살롱 in 인살롱 ・ 2021.03.28 변화를 망치는 8가지 실수 - 1편
얼마전 뉴스에서 맥킨지앤컴퍼니, 베인앤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컨설팅 업계 빅3를 필두로 기업들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컨설팅 요청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같은 비즈니스 구조의 변화 뿐만 아니라 신사업, 마케팅, M&A에 이르기까지 코로나로 인해 촉발된 새로운 시대에 앞서나가기 위해 각 기업들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그렇다고 해서 수지타산만 맞으면 선택하는 시대는 아닙니다. 비즈니스의 유기적(또는 비유기적) 결합은 물론이고, ESG까지 화두가 되다보니 손쉽게 다음 타겟점이 잡히지 않는 고충이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들이 기업들로 하여금 컨설팅사의 문을 두드리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지금의 흐름을 보면, 어떤 회사가 어떤 그림을 그리더라도 이상하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전통적 대기업을 중심으로 예상치 못한 그림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중고시장에 발을 담그는 롯데그룹, 나스닥 자본을 등에 업은 쿠팡에 맞서 네이버와 카카오, 신세계가 연대했으며,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하여 로보틱스 사업 선두에 올라서고 있습니다. 기존의 논리로는 설명이 안되는 과감한 행보들입니다.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발빠르게 비즈니스 형태를 바꾸고, 신사업에 도전하며, 새로운 기업을 합병함에 있어서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이 있습니다. 이 모든 새로운 도전의 바탕에는 구성원의 의식과 행동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변화의 성공여부는 도입 당시에는 알 수 없습니다. 도입 이후, 즉 문화적 통합(변화)까지 얼마나 이루어냈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수많은 케이스들을 통해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존 코터(John P. Kotter)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조직문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인데요. 사실 이 분은 조직문화, 변화관리 분야의 세계적 석학입니다. 33살에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되어 ‘하버드 역사상 최연소 교수’로도 기록되어 있는데, 조직문화와 변화관리에 대해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 주는 고마운 분입니다. 우리 조직문화 담당자에게는 변화 시도시 현업에서의 저항이 큰 장애중 하나인데요. 이 분이 연구한 조직문화와 기업성장과의 연계 데이터는 한줄기 빛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이분의 저서를 찾아서 읽어보면 적지 않게 도움을 받으리라 생각합니다.오늘은 필연적으로 변화를 앞두고 있는 모든 기업들을 위해 존 코터 교수가 던지는 변화관리에 대한 메시지를 한번 알아보고자 합니다. 체계적인 변화관리의 중요성을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데요. 먼저 그가 말하는 ‘변화를 망치는 8가지 실수’에 대해 우리의 현실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그리고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 나름의 주석을 달아보겠습니다. (8가지를 겉핥기 식으로 넘어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8가지를 4개씩 나눠서 2회에 걸쳐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실수 1. 자만심을 방치하였다기존의 운영방식과 생산, 판매, 관리의 모든 방식이 지금까지의 성공을 가져왔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새로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자만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서 변화를 가져오기는 불가능합니다. 회사가 어렵고 우리는 위기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지만 실제 구성원들의 마음속에는 ‘똑같은 위기타령이구나’라는 생각입니다. 혹여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지금까지 숱한 위기에서도 잘 버텨왔기에 굳이 지금까지의 모습을 변화할 필요성을 알지 못하게 됩니다. 내적 자만감인거죠. 바꿔야 하는 필요성을 뼛속깊이 절감하지 못하면 사람과 조직은 변하지 않습니다.반복되는 위기 타령이 말 그대로 또 다른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습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전세계 판매량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많이 판매되었습니다. 샌델 교수 역시 유달리 한국 방문시에만 팝스타가 된 것 같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유난히 정의에 대한 관심이 큰 나라입니다. 정의로움은 공정함의 다른 표현이며, 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우리 국민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바로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회사는 위기라고 하는데 실적은 상승했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위기라고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위기라고 하면 위기인줄 아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기업이 진정으로 ‘위기’라는 말을 하고 싶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목표하는 비전이 무엇이고 어떻게 실현할 수 있으며, 현실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그래서 이대로 가다간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이며 그럼에 따라 변화를 선택하는 것은 필연적이고 필수적이라는 점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습니다.실수 2. 혁신을 이끄는 강력한 팀이 없다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위기를 절감하고 혁신에 앞장서서 변화된 행동을 체화하면 좋겠지만, 그런 건 영화에서나 볼 얘기입니다. 실제로 거의 모든 변화의 성공에는 변화선도팀이 따로 있어 왔습니다. 시장의 정보를 수집하고 회사의 과거, 현재를 조명하여 미래를 제시하고, 그에 맞는 업무방식, 가치관 수립, 그리고 구체 행동양식까지 규정하는 것은 변화선도팀의 역할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도 변화선도팀은 반드시 고위 책임자급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선한 아이디어를 찾겠다고 주니어 위주의 TFT를 꾸리는 경우도 있는데, ‘기발한 혁신’도 좋지만 ‘강력한 혁신’을 원한다면 변화선도팀은 책임자 이상으로 꾸리고 주니어의 의견을 청취하게 하는 방식이 유리합니다. 변화에 실패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그 반대 구조인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봤을때도, 책임자급으로 구성된 변화선도팀은 그 결과물이 강력했습니다. 최고경영층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변화선도팀의 구성에서부터 적극적으로 관여하여야 하겠습니다.실수 3. 5분 안에 설명할 수 있는 비전이 없다존 코터 교수는 비전을 놓고 ‘구성원들에게 조직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한방향으로 대열을 짓게 하며 격려ㆍ고무시킴으로써 경영혁신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즉, 조직 전체가 혁신의 방향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여 다양한 변화프로그램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패하는 혁신은 이러한 명쾌한 비전이 없이 두꺼운 행동지침서를 만들어 배포하고, 왜 해야 하는지 모를 변화프로그램을 강요할 때 발생합니다. 적어도 경영자라면 왜 혁신을 해야하는지 직접적인 이유가 되는 비전을 5분안에 설명해서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구성원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행동의 지침이 될 수 있습니다.Johnson&Johnson이 타이레놀 독극물 사태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Johnson&Johnson Credo’는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었으며 명확한 비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실수 4. 비전을 전사적으로 전파하지 못한다비전이 전파되지 못하는 것은 비효과적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물입니다. 예를 들면, 새로운 비전을 몇차례 공지나 메일, 관리자 회의에서 언급하거나 아무도 보지 않는 비전북에만 넣어두는 경우, 그리고 최고경영자는 전직원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중간관리자들이 침묵하고 있는 경우, 마지막으로 활발한 사내홍보활동에도 불구하고 몇몇 영향력 있는 인사가 새로운 비전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입니다.이렇게 보면 왜 새로운 비전선포가 그들(경영층)만의 외침으로 남는지 알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겪어왔던 수많은 변화의 시도들이 위에서 얘기한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동력을 상실했음을 우리는 잘 알 수 있습니다. 변화는 점에서 시작하여 선, 면을 이루고 공간까지 채워 나가는 것임을 다시 한번 떠올려 봅니다.이어 다음시간에 나머지 4가지 실수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3.29 노력보다 전략이 중요하다
회사에서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되듯,#일잘러 #일잼러 가 되기 위한 피땀눈물은 필요하지만 '노오오력'보다 제대로 된 전략이 중요하다.**1. 레퍼런스를 찾아보시라. 사람이여도, 회사여도 좋다.**커리어 액셀러레이터 일을 제대로 해보기로 마음먹고 내가 한 일 중 하나는 커리어/일 관련 '잘하는' 플레이어를 국내외 싹 다 리서치해본 것. 어떤 경력을 갖고 있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왜 그런지, 나는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는지.나의 경우, 미쿡의 Y Combinator가 영감이 되었다. 그들의 홈페이지를 보다 확 온 찌르르한 느낌. 그들이 스타트업을 액셀러레이팅 하면 나는 개인의 문제에 집중해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커리어 '액셀러레이터'.회사 밖 독립이 아니여도, 내가 하는/하고자 하는 일에서 잘하는 사람/회사를 찾아보라. 그 중 나는 무엇을 실행해볼 수 있는지, 실제로 적용 가능한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분석해보고 적용하고 실행할 것.**2. 상대는 나를 몰라도, 경쟁자를 세워보라.**이기고 지고의 관점이 아니라, 경쟁자를 세우고 그 패턴을 분석하다보면 무엇을 차별화할 수 있는지 보인다. 예를 들어 나는 김미경 대표를 경쟁자(?)로 세웠는데, 이분이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한다면 나는 어떤 타겟에게 다가갈수 있는지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보는 것.**3. 코어에 집중해 깃발을 꽂아라.**모든 일을 다 잘할수 없다. 다 잘할 필요도 없고. 내가 잘할수 있는 것을 확실히 잘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두번 세번 같이 일하고 싶은 파트너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누구와 함께 일할 때 시너지가 나는지 알 수 있다.**4. 하는 일의 '타겟'을 명확히 하라. 이 타겟은 고객이 될수도, 목표가 될수도.**예를 들어 나는 최인아 대표님과 같이 일해보고 싶다고 소망했는데, 최인아책방에서 북토크를 하게 됐을때 사실 나의 타겟은 그분이었다.내가 이 일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지, 이 일의 진짜 고객은 누구인지 타겟을 정해보라. 그럼 더 열심히, 더 잘하고 싶어진다.**5. 데드라인을 먼저 잡아라. 완성될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질러라.**Due date을 먼저 정해놓고 이를 가능하게 만들려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역산해보라.준비가 다 되면, 어느 정도 완성되면 그때 해야지 하다보면 이래저래 못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6. 나도 중요하지만, 상대방도 중요하다.**혼자 하는 일은 이 세상에 없으니, 협업하는 파트너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은 나와 함께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제안하고 일을 만들어야 그 다음이 있다. 기본 중 기본.7.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기준과 원칙을 내가 갖고 있는 것...!. 이렇게 쓰고보니 엄청 전략적이고 치밀한 사람 같지만...사실은.. 제가 좋아하는거만 잘하고 나머지는 다 못하는 허당입네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3.30 심리적 안전감이 오히려 조직을 망칠 수도 있다. (feat. Dark side of Psychological Safety)
(이미지 출처 : https://blog.jostle.me/blog/7-ways-to-create-psychological-safety-in-your-workplace)
‘**팀 안에서 편안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개인적 느낌(Kahn, 1990)**’으로 정의되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국내 기업들의 OD(Organization Development)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조명 받고 있다. 지난 한해 펜데믹 상황에서 비대면/대면 상황에 맞춰 수시 협업하는 구조로 업무가 추진되다 보니 기존 보다 훨씬 더 빠르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경영 환경에서 직원들의 자유로운 아이디어 제시가 중요하다는 것도 매우 당연한 이유 중에 하나이다.)*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Project Aristotle)로 더욱 유명해진 심리적 안전감은 조직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개념임은 분명하다. ( 그래도 궁금하신 분을 위한 TMI: 세계 최고의 천재들을 모아놓은 구글이란 집단에서 왜 어떤 팀은 개개인들이 모여 더 큰 성과를 내고 , 어떤 팀은 오히려 혼자만도 못할까에 대해 통계학자 , 사회학자 , 조직심리학자 등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이 구글 내 180 여 개 팀에 대하여 4 년간 연구한 결과 좋은 팀의 조건 5 가지를 밝혀냈고 , 5 가지 중 다른 4 가지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 심리적 안전감이었다는 내용 . 이상 스피드웨건이었음 *.)*하지만, 과연 심리적 안전감이 모든 조직에 효과적일까? 그리고 모든 맥락에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될 수 있을까? 유행하는 개념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기 전에 반드시 우리 조직의 상황에도 잘 맞는지 고려하여 도입해야 한다. 지금부터 심리적 안전감이 부작용을 일으키는 2가지 상황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첫 번째는 연구사례다 . 미국 대학에서 3인으로 구성된 126개팀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한 결과, 팀원들의 공리주의(utilitarianism) 성향이 강할수록 비윤리적인 의사결정/행동을 할 확률이 높은데, 여기서 심리적 안전감은 그 효과를 더욱 증폭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심리적 안전감 수준이 낮을수록, 부정행위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출처: 참고문헌 중 3번째 논문)
쉽게 말해서, '무조건 돈만 벌면 장땡인, 이익이 그 무엇보다 최우선인' 조직에서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전감 수준까지 높으면 편법적인 아이디어도 거침없이 쏟아내서 비윤리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업들이 있을 것이다. 비단, 그런 극단적인 부패 기업 외에도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추구하는 조직은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다. 당장 이달의 판매성과가 다음달 급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세일즈 조직 등 같은 기업 내에서도 하위 조직의 역할에 따라 Sub Culture가 다르게 형성될 수 있고, ‘관례’라는 미영 하에 공공연한 부정행위가 자행되고 있을 수 있다. 심지어 그런 편법 행위를 창의적 아이디어로 시상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하곤 한다.두 번째는 기업 사례다.국내 4대 그룹 중 한곳에서 승승장구하던 A전무가 사업계획 시즌 경영전략을 논하는 경영층 회의에서 호기롭게 CEO의 의견과 반대되는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그리고 뒤이은 정기 인사에 조용히 퇴임을 '당'한다. 조직 내엔 이런 가정(Assumptions)이 생긴다.‘우리 회사는 말 한마디 잘못하면 집에 간다.’‘회사 생활 오래하려면 입 다물고 있는 게 상책이다.’이런 상황에서 기업문화팀이나 교육팀에서 최근 중요한 개념이라면서 심리적 안전감을 구성원들에게 강조하고 이와 관련한 워크숍/교육 등을 시행한다면 어떻게 될까?조직문화의 대가 에드가 샤인이 이야기한 조직 문화의 세가지 차원에 대입해보면, 심리적 안전감을 강조하는 것은 표방하는 가치에 해당한다. 그 밑에는 구성원 모두가 지극히 당연하게 믿는 암묵적인 기본 가정(Assumptions)이 존재한다***. ‘*** 우리 조직은 자유로운 발언과 토론이 곧 경쟁력이야 ’라는 것이 깔려 있어야, 추구하는 가치(Value)인 심리적 안전감을 조성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그를 위한 제도 및 사무환경 등 인공물(Artifact)들이 제 기능을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renewal.globalnoc.iu.edu/2019/03/18/who-are-we-5-new-rules-that-define-the-globalnoc-culture/)
가장 최악의 상황은 추구하는 가치(이상적인 문화)와 기본적인 가정(현실 문화)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이다. 그 순간 문화는 왜곡되고, 불신 정서가 암세포처럼 퍼진다.추구하는 가치와 현실 가치가 충돌하여 망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듣기 좋은 가치를 내세우고 실제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기업사기 및 분식회계로 망한 엔론(Enron)의 4가지 핵심가치에는 진실성(Integrity)이 포함되어 있었고, 자체 기술 없이 허위 매출로 망한 모뉴엘(Moneual)도 그 무엇보다 기술혁신을 핵심가치로 내세웠었다. 아직 망하진 않았지만,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는 한국토지ㅇㅇ공사 역시 놀랍게도 임직원이 갖추어야 할 기본역량으로 ‘공정과 공익’을 중요하게 강조한다.심리적 안전감을 강조하기 전에 우리 조직의 기본 가정은 무엇인지 곰곰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조직문화 관련된 업무를 한다면 유행하는 개념을 도입하기 전에 반드시 '어떤 가정을 만들어가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그리고 무엇보다 무작정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기 보다는 조직 침묵현상을 극복하고, 건설적 발언행동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무 말이나 서슴없이 하다가는 인간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따라서, ‘건설적인 발언 행동(constructive voice behavior)’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조직에서의 침묵은 단순히 발언의 부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의사표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의견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침묵하는 경우가 아니라, 좋은 의견이 있음에도 침묵하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조직 침묵 현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근본 원인을 파악하여 해결해나갈 수 있는지 다뤄볼 예정이다. . 참고문헌Edwards, M. S., Ashkanasy, N. M., & Gardner, J. (2009). Deciding to speak up or to remain silent following observed wrongdoing: The role of discrete emotions and climate of silence. Voice and silence in organizations, 83-109.Kahn, W. A. (1990). Psychological conditions of personal engagement and disengagement at work.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33, 692-724Pearsall, M. J., & Ellis, A. P. (2011). Thick as thieves: the effects of ethical orientation and psychological safety on unethical team behavior.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6(2), 401.Schein, E. H. (1990). Organizational culture (Vol. 45, No. 2, p. 109).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Dyne, L. V., Ang, S., & Botero, I. C. (2003). Conceptualizing employee silence and employee voice as multidimensional constructs. Journal of management studies, 40(6), 1359-1392.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