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Bottom up의 아이디어 활성화를 위해 제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획단계부터 준비와 전체 프로세스를 운영하는데 솔직히, 기존의 일에 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고 있다. 이렇게 도전적으로 해야 할까 싶다가도 이렇게 시도했던 과거의 경험을( 구성원의 소통을 끌어내기 위한 제도적 방안들은 상당히 많았지만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기억하며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했다. 기획 시, 나만의 사고와 관점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기획안을 우리 부서, 타 부서 등 피드백을 줄만한 동료들을 찾아 피드백을 받았고 그 피드백을 반영하여 최종 보고를 드렸다. 다행히도 한 번에 승인이 되었고 제안제도 운영은, 전용 게시판의 이름을 공모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름 공모부터 난관이었다. 게시판 이름 공모후 가장 좋은 이름에 대한 투표를 무기명으로 외부 설문 폼을 이용했는데, 나의 실수로 다른 응답이 가능토록 설정이 된 것이다. 설문 폼을 자세히 아는 사람이 본인의 공모명에 연속적으로 투표하게 된 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폐쇄적인 그룹웨어로 불편하게 재 설문을 돌리게 되었다. 다득표 결과값이 이상해서(이 이름이 진정 참신하고 멋진 것인가?) 응답 답변을 세세히 분석해 본 결과 원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세네 명의 직원이 본인의 공모명에 10회 이상의 투표를 했던 것이다. 처음 느낀 감정은, 화(찐!)였다.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직원들 대상으로 진행된 과거의 설문들은 대가성이 없었다. 아마도 하기 싫은 설문을 의무적으로, 재미도 없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은 결과에 따라 1, 2위 당선자에게 몇 만원의 혜택이 돌아가니 이렇게 욕심이 앞설 수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 구성원이 혜택에 목이 말랐던 것인지, 아님 금전적 보상을 다른 것에서 찾을 정도로 피폐해진 것인지, 담당자인 나의 마음은 이유없이 씁쓸했다. 아이디어의 활성화를 위한 게시판 이름을 우리가 만드는 의미로 시작한 것인데 나 또는 주변의 생각 뿐이었을까? 아니면 현장과 본부의 괴리감이 이리도 큰 것일까? 구성원의 공감과 방향을 얻어내지 못한 것의 반성과 구성원에 대한 서운함이 교차되었다. 이런 경험이 없어서인지 이번 일은 담당자인 나에게 충격이 컸다. 설문을 다시 안내할 때, 왜 다시 실시하는지 이유를 설명할까? 연락해서 왜 그렇게 했느냐고 따져 볼까? 넘어가자니 당사자들은 모를 것 같고, 피드백을 하자니 1차적 책임은 시스템을 컨트롤하지 못한 나에게 있었다. 이것의 원인은 무엇인가? 설문 시스템의 원인 말고 내부적인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또한 내가, HR이 보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결국, 아무 이유 없이 (굳이 언급했다면, 직원들의 높은 관심으로 우위를 가리기 어려운) 재 설문을 했지만 나의 머릿속엔 아직도 원인에 대한 문제가 맴돈다. 아마도 문제의 원인은 채용에서부터 조직의 문화, 리더십 등 여러 측면에 맞닿아 있을 것이다. 혹은 외부의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행위가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을테고, 모든 직원이 이 상황에서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 데 있다. 담당자라는 이유로 불러다가 혼을 내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또 속된 말로 돌려 까는 방식도 결국은 원하고자 하는 Bottom up의 문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기면서 조용히 기도 했다. '그 사람들이 공모한 이름이 당선되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말이다. 그래도 신은 있었다. 결과를 보면서 그들은 적어도 속으로는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 행위에 아까운 본인 시간만 허비했음을. 구성원의 지지와 성원을 이끌어 내는 문화, 소통의 방법과 그 실행은 참 어렵다. 또는 담당자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도 나온다. 당연히 좋은 결과를 예상했는데 의도치 않은 불만이 나올 때도 있다. 그 순간마다 나는, 우리 HR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에 대한 관점과 방향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작든 크든, 잘못된 행위에 대해 구성원들이 망각하고 관행으로 젖지 않도록 만드는 넛지 정도의 영향에 대해 늘 고민하고 살펴야 한다. 다만 징벌적 자세로의 접근 보다는 이것을 지켰을 때, 개인이나 조직이 얻게 될 자긍심을 자극하는 방법으로의 접근 정도로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구성원이기에 내가 누구를 징벌할 권리는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