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뱅크 인재영입담당자이자 생존 6년 차인 이효연님 이야기 처음 인사담당자로 살아남기 시리즈의 이름을 들었을 때 ‘어쩜 이렇게 제목을 잘 지었을까?’하고 감탄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지만, 인사담당자에게 가장 중요한 기술은 잘 살아남는 것이라고 믿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체력과 건강한 자존감이 필수라고. 사업기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우리 회사의 인사팀에는 삐뽀삐뽀 경고등이 울리는 상황이 많이 찾아왔다. 크고 작은 새로운 이슈가 자주 생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상황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온다. 내부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하기는 곤란하니 슬쩍 바깥으로 눈을 돌려봐도 알 수 있다. 노동 환경이 급변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주 52시간 제도, 유연 근로시간제도, MZ세대의 등장, 코로나19 바이러스, 원격근무 환경으로의 변화 등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건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인사담당자로 일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 ‘이슈가 많아서 재미있었다고?’ 변태 같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제기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일은 더 좋은 노동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데 필요한 것이다. 당장 마주한 일을 보고 '으악!'이라고 외치다가 잠시 눈을 감고 ‘음 그래... 사람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일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일을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면서 힘을 얻는다고나 할까. 내가 주로 하는 업무인 채용 관련해서는 이미 많은 인사담당자분이 노하우를 공유해주셨다. 이전 시리즈에서 밑줄을 쫙 치고 책 모서리를 접어둬야 할 문장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나는 인사담당자로 ‘살아남기 위해’ 집중하는 두 가지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연습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을 기억하시는지? 이 책의 등장은 나에게 호재였다. 내가 1~2년 차일 때만 하더라도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 없었다. 기성세대는 요즘 애들은 이상하다고 말하고 밀레니얼 세대는 회사와 싸우기보다는 퇴사를 택했다 (한동안 서점가에 퇴사 키워드의 책이 매대를 점령한 적도). 꽤 밀레니얼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나 역시 회사라는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가슴 한켠에 사직서를 품고 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늘 그래온 회사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뒤인 오늘은 어떠한가? 신문에는 성과급과 보상 기준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요구한 사건, 임금 인상이 아닌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노조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회사 안에서도 불합리한 부분은 묻고 따지고 바꾸려는 의지가 다분히 목격된다. 정치, 사회 면만 보더라도 공정성, 투명성 그리고 합리성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해지는 시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사람에 대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 누구보다 사람에 대해 잘 알아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현상이 왜 벌어진 것인가? 어떤 맥락에서 전개된 것인가?'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 역할과 책임이 있다는 것! 그래서 인사담당자라면 세대와 사회 현상에 관한 관심은 늘 놓치지 말아야 할 일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MZ세대에 대한 연구 자료나 아티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은 어떻게 변했는지, 일에 대한 생각뿐만 아니라 생활 양식이나 관심사, 취미, 식습관 등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폭넓게 이해하면 좋다. 인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들도 닥치는 대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탁! 하고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렇게 구성원이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을 고심하는 인사담당자라면 어떤 일이 벌어져도 적게 당황하고 곧바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다. 나는 활자 중독처럼 글을 많이 읽는다. 사내 메일로 뉴닉 등 뉴스 구독 서비스를 신청해 틈틈이 읽는다. 동료들과 티타임을 가지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잠깐 쉬고 싶을 때 뉴스 읽기가 도움될 때도 있다. HR 인사이트, DBR, HBR 등의 매체도 구독하고 인사 관련, 심리학, 인문학과 관련된 책 또한 읽으려 노력한다. 좋은 내용을 발견하면 동료에게 공유하는데 이때 나의 견해나 활용 방향성을 덧붙이면 더 좋다. 단순히 정보를 던지는 것보다 그 정보에 손을 뻗게 하는 것도 협업할 때 중요한 일이다. 만약 정보를 찾을 시간이 부족하다면 주변에 좋은 인사담당자를 사귀어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동료 인사담당자와 함께 ‘인사일기’라는 인사담당자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운영 중인데 인사 일과 관련된 일기를 매주 2개씩 올린다. 각자의 고민과 새롭게 배운 점을 공유하여 유대감을 느끼고 함께 성장해보려는 취지로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 운영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미처 찾지 못한 새로운 정보나 관점을 만날 때 짜릿함을 느낀다. 언제나 따뜻한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 우리 팀 채용을 위한 면접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어떤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으세요?’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에 우리 팀이 내놓는 답변은 꽤 일관적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요’. 건강한 몸과 마음이라니. 차라리 어떤 역량과 경험이 있는 분을 원하는지 말하는 것이 훨씬 명확하지 않나? 하지만 정말로 우리는 함께 일하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길 바란다. 앞서 말했듯이 인사담당자는 사람에 관한 일을 한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같은 공간을 쓰는 구성원에 대해 고민한다. 우리가 실망하는 것도 사람, 상처를 받는 것도 사람,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사람이다. 일에 대해 비판받으면 나를 향한 것이 아닌지 주눅이 든다. 웃어도 안 될 것 같고 울어도 안 될 것 같아 어떤 표정을 지을 지 모르겠을 때도 있다. 팀에 대한 비난을 들을 땐 더욱 슬퍼진다. 하지만 '잘해도 본전'이 인사팀 일의 특성 중 하나라는 것은 인정하고 가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의 멘탈을 아주 강하게 다져 나가는 것일 뿐. 그래서 우리 팀은 나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리고 서로의 미묘한 감정을 잘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휴가 쓰고 쉬고 오라며 슬쩍 등 떠밀어 주거나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말하는 동료가 있어 큰 위안을 받는다. 나 자신도 감정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많은 일을 벌이고 있다. 운동, 사이드 프로젝트, 여행과 주말 나들이 등. 회사 책상 앞에서 언제나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이길 바라며 노력한다. 늘 친절한 인사팀이 되자. 내 일의 목표 중 하나다. 인사팀을 찾는 사람은 힘든 마음을 애써 참다가 결국 터져버려 오는 경우가 많다. 불평불만도 회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다가 그게 잘 안 되어 토로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터져버린 마음을 다루는 것도 인사팀의 일 중 하나다. 물론 어렵다. 어려워서 나도, 우리 팀도 항상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로 살아남는 것’이 나 하나만 살겠다고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인사 제도와 그 안에서 일하는 구성원이 함께 잘 살기 위해 인사담당자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 팀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이 시대의 인사담당자들에게 화이팅을 외치면서 글을 마무리해보려고 한다. 화이팅! 🔫 다음 인터뷰이를 빵야빵야 "스타트업 미소에서 채용을 담당하는 이푸름님을 추천합니다. 진정 살아남고 있는 인사담당자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주니어 인사담당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열정 넘치는 푸름님이 미소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생존기(?)가 궁금하네요!" 🔵 효연님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싶다면? Hyoyeon Chloe Lee - 카카오뱅크 Kakaobank HR Manager (Recruit)ㅣLinkedin .인사담당자로 살아남기 시리즈.무한 경쟁 시대. HR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사담당자들의 생존 스토리를 담습니다.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