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개발로 유명한 회사에 신입 사원이 들어왔다. 신입치고 당돌한데다 실력도 있어 보여서 CEO가 관심을 가졌다. 테스트 삼아 골치거리 프로젝트를 맡겼는데, 불과 몇달 만에 꽤 괜찮은 성과를 만들어낸다. CEO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대뜸 CEO가 추진하던 사업에 딴지를 건다. 지금 추진중인 새로운 사업모델은 비용 대비 효과가 낮아서 상업성이 없으니, 사업모델을 내가 제안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고. CEO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대꾸한다. '그런 방식에는 미래가 없어. 거기에 투자하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짓이야!' 이 사례에 등장하는 CEO는 에디슨이고, 신입직원은 테슬라이다. 테슬라는 회사를 곧 그만두었다. 그리고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하여 자신이 주장하던 교류 시스템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 반면 에디슨이 만든 회사 '에디슨 전기 조명 회사'는 '제너럴 일렉트릭'으로 이름이 바뀌고, 에디슨은 경영권을 잃는다. 에디슨은 자신의 실패를 받아들였을까? 그럴리가. 에디슨은 자신이 원해서 다른 사람에게 경영권을 넘겼고, 자신에게 전깃불은 너무 구식이라 더 이상 관심거리가 아니라고 했다. 컴퓨터 제조업체 CEO가 직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엔지니어, 디자이너, 마케터 등 직원 몇 명이 CEO에게 새로운 사업을 제안했다. 그들은 기존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회사들이 그 시장을 선점하기 전에 신제품 개발과 출시를 서둘러야 한다고도 했다. CEO는 그들의 제안을 경청했을까? 아니다. 오히려 화가 나서 이렇게 윽박질렀다. '당신들은 왜 그따위 일을 하고 싶어하는 거야? 내가 들었던 말 중에 가장 멍청한 아이디어를 얘기하다니!' 이 사례에 등장하는 CEO는 스티브 잡스이고, 직원들이 제안한 것은 아이팟에 통화 기능을 집어 넣어서 아이폰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잡스는 아이폰을 만들면 아이팟 매출이 줄어들 것을 걱정했다. 자신은 절대 핸드폰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사석이나 공석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스티브 잡스를 계속 설득했고, 스티브 잡스도 결국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 스마트폰 시장의 절대 강자는 블랙베리였다. 블랙베리는 핸드폰에 키보드와 이메일 기능을 넣어서 시장의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아이폰의 등장에 대해서 블랙베리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CEO 마이크 라자리디스는 이렇게 말했다. '컴퓨터를 전화기에 집어 넣었군.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컴퓨터가 아니라 이메일과 전화 통화라구!' 몇 년후 아이폰이 시장을 휩쓸고, 블랙베리가 추락하고 있을 때, 마이크 라자리디스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시장의 변화를 인식하고, 늦게나마 뭔가 조치를 취했을까? 그는 이사회 미팅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여전히 블랙베리를 사는 이유는 블랙베리의 키보드 때문입니다. 나는 절대 터치 스크린을 만들지 않을 것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코로나 팬데믹이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리셋(RESET)" 버튼을 누른 것처럼. 기존과 전혀 다른 변화가 발생했을 때, 리더의 선택지는 둘 중에 하나다. 기존 방식을 고수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거나. 리더들은 남다른 성공의 노하우가 있다. 남다른 노하우는 1만 시간의 노력을 기울여서 체득한 것이니, 리더에게 사고습관이나 행동습관으로 내재화된다. 습관은 주지하다시피, 익히는 것도 어렵고, 버리는 것도 어렵다. 성공한 리더들이 어느 시점부터 성공의 저주에 걸리는 것은, 자신에게 익숙한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다. 미국 창의적 리더십 센터(Center for Creative Leadfership)의 마이클 롬바르도는 동료들과 함께 승승장구하던 리더들이 어느 시점에 왜 실패하는지를 연구했다. 그들은 새로운 경험을 할 때, 어떤 사람은 그 경험을 통해서 배우지만, 어떤 사람들은 과거의 방식을 되풀이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들은 이 능력 차이를 학습 민첩성(Learning Agility)이라고 불렀다. 학습 민첩성은 복잡한 상황에서 패턴을 인식하고, 변화에 개방적이며, 자신의 관점이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마이클 롬바르도는 2021년에 출간한 'The Age of Agility'에서 학습 민첩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후회스럽다면서 적응력(Adaptiveness)이 더 적합한 표현이라고 얘기한다. 애덤 그랜트는 신작 '씽크 어게인'에서 리더들이 성공의 저주를 벗어나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려면 다음 몇 가지를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아는 것이 틀릴 수 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른다'는 것을 인식하고,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자신의 관점이나 방식이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는 것을 인식하고, 새로운 관점이나 방식을 모색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 자신의 습관을 바꾸는 것이 쉬울리가 없다. 더구나 성공 습관을 바꾸는 것은 오죽 어려울까. 당연히 리더가 자신의 관점이나 방식을 바꾸는 것은 하루 아침에 될 일이 아니다. 또 다른 1만 시간의 노력이 요구되는 긴 여정이다. 따라서, 변화의 리더가 된다는 것은 자신과 조직의 변화를 위한 장기간의 투자이자, 결심이자, 실천이다. 변화를 고민하는 리더, 혹은 리더의 변화를 도우려는 사람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책은 애덤 그랜트의 '씽크 어게인'과 피터 센게의 '학습하는 조직', 그리고 칼 와익의 '신뢰받는 조직의 안전경영'이다. 특히, 칼 와익의 책은 원서 제목이 'Managing the Unexpected: Resilient Performance in an Age of Uncertainty'이다. 2007년에 나온 책이지만, 번역 제목을 바꾸어서 재출간해도 좋을 정도로 여전히 시사점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