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족이다. 출생연도에 따라 자라면서 접하고 노출되는 환경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우리가 인식하는 '성향'은 이 환경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러한 성향 차이를 명확히 규명하는 차원에서 '세대Generation'라는 개념이 사용된다. MZ세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7%에 달하며 이 비중은 저출산 추세 등으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구성원 비중으로 좁혀 보면, MZ세대는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아직까지 Z세대의 절반 가량이 사회에 진출하기 전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회사 구성원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혼밥과 욜로 즐기는 동시에 포모증후군 겪어 MZ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강한 개인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자기만의 개성과 가치관을 명확히 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이러한 성향을 Z세대의 언어로 표현해 보면 '개취존중(개인 취향 존중)'과 '싫존주의(싫음도 존중)'다. 자신의 호불호 전체를 그대로 인정해 주고 존중해 달라는 것이다. 집단적 성향의 사회적 분위기를 깨면서 최초로 개인주의 성향을 보이기 시작한 X세대의 후배나 자녀로 살면서 개인주의 성향이 더욱 강해진 것이다. 필자가 속하는 X세대는 소비의 가치를 현재보다 미래에 두고 저축과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식이 높았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저축과 투자에도 불구하고2000년대 말 금융위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X세대 부모나 선배를 보며, MZ세대는 미래 가치를 보고 소비하거나 투자하는 장래지향적 성향 대신 오늘 하루를 생각하는 현재지향적성향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는 욜로(YOLO)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표현되는데, 미래의 불확실성보다 비록 작더라도 당장 오늘의 행복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성향으로 볼 수 있다.MZ세대는 디지털 차원에서 이전 세대와 확연히 구분된다. 밀레니얼세대를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이라고 한다면 Z세대는 디지털과 일체화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할 수 있다. 네이티브로 불릴 정도로 디지털의 사용빈도와 의존도가 높다 보니 그 부작용으로 고립증후군인 FOMO(Fear of Missing Out)를 겪는 이들도 많다. FOMO를 직역하면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데 이 심리적 불안감은 다른 사람이 하고 있거나 알고 있는 유익한 정보에 대해 자신만 소외됐다는 두려움에서 시작한다.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소외되는 것은 두려워하는 집단주의 성향이 공존한다. 필연적이었던 MZ세대 사무직 노조 출범 전통적인 관점에서 노조가 조직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는 구성원 사이의 강한 연대의식이나 집단주의 성향이어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Z세대가 주축이 된 노조가 생길 거라곤 필자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MZ세대가 놓인 환경을 두루 살펴보면 사무직 노조의 출범은 필연적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회사 내부에서도 자신이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 사이에 공정성 문제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공정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자리 잡아왔다.●Dare to 해서 돌직구를 던지기 시작했다"감히 ~하다"로 해석되는 "Dare to" 슬로건으로 구성원의 적극적인 의견제기를 장려하는 회사가 많다. 문제가 있으면 가감 없이 회사에 알려 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요청이 현실화된 상징적 사례로 SK하이닉스를 들 수 있다. 입사 4년차에 불과한 신참 직원이 CEO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성과급 지급 기준에 대하여 경영진에게 돌직구를 던졌으며 이렇게 트인 돌직구 물꼬는 삼성전자, LG화학, 현대차에까지 퍼져 나갔다. ●공정성 문제 해결 위해 개인이 아닌 집단이 필요해졌다입사 4년차가 던진 화두로 공정성 회복을 위한 목소리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정성 문제는 개인적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여서 한 개인이 그 구조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식이 생겨나면서 구조의 전환을 위해 개인이 집단으로 뭉쳐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인식이 MZ세대 사이에 퍼져 나갔다. ●사무직에서 노조는 금기사항이었다과거 노조는 생산직의 전유물이었고 사무직에게는 금기사항이어서, 사무직은 생산직 주축 노조의 보호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이 역시도 구조적인 문제이면서 생산직에 대비해서 상대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공정성의 문제로 보이기 시작했다.●사무직의 자동화가 지금 진행되고 있다80년대 생산시설의 자동화Automation가 진행되면서 많은 잉여인력이 생기고 이 과정에서 인력의 고용 문제로 노사 갈등이 최고조로 치솟았다. 이때부터 노조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2021년 현재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꼭 해야 할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또한 많은 회사들이 기존보다 일을 덜할 수 있고 인력이 덜 필요할 수 있다는 것도 인지하게 됐다. 앞으로는 유연근무제가 더 활성화될 것이며 PI(Process Innovation)가 많은 회사에서 진행될 것이다. 이 과정으로 업무가 핵심업무 위주로 정제되면서 업무 양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즉, 생산직이 이미 겪었던 자동화가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사무직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공정성, 상대적인 의미와 가치 공정성Equity 판단을 위해서는 비교대상이 있어야 한다. MZ세대가 만든 사무직 노조의 핵심 주장은 공정성 확보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사무직은 주주 대비, 그리고 생산직 대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의 주주와 경영진기업은 노동과 자본을 결합해서 이윤을 창출하는 조직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업의 이윤을 주주와 경영진이 독점함으로써 노동을 제공한 직원은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입사 4년차 직원이 보낸 이메일은 정확히 이 관점에서 재조명될 수 있다. ●직접 생산활동 vs. 지원 활동기업의 이윤을 만드는 노동은 직접 생산활동Primary activities과 지원 활동Support activities으로 나눌 수 있는데, 사무직은 전부 지원 기능에 속하게 된다. 이윤 창출 과정에서 사무직의 기여도를 사무직 구성원들 스스로는 생산직과 동등하다고 생각하지만 기업은 꼭 그렇지 않기 때문에, 생산직에 대한 우대조건 형성으로 사무직이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MZ세대의 현장은 '사이버 현장' 디지털 노마드 아니면 네이티브인 MZ세대의 투쟁방식은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달라졌다. LG전자 노조는 블라인드를 통해 조합원을 모집하고 현대차 노조는 카톡과 네이버 밴드로 소통하고 있다. X세대까지의 노조에게 현장이 실제 현장이었다면 MZ세대에게 현장은 바로 비대면 사이버 현장이다. 노조 현장 개념의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노조의 패러다임이 전에 없던 속도로 변화하는 것에 맞추어 회사의 원칙과 입장도 변화시켜서 MZ세대의 새로운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MZ세대를 잘 읽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노조를 경험하지 못했거나 생산직 노조에만 익숙했던 기업들이 MZ세대 주축 사무직 노조 설립에 당혹스러워하고 이들의 새로운 활동방식과 요구안에 한번 더 놀라고 있다. 이 상황에 놓인 기업들은 MZ세대의 노조를 새로운 위기이자 도전과제로 생각하면서 해법 모색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최근 경험에 따르면 'MZ세대 노조'에서 'MZ세대'가 아닌 '노조'에 방점을 두고 돌파구를 찾는 기업들이 많았다. MZ세대 노조는 'MZ세대'부터 시작해서 실마리를 풀어나가야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MZ세대가 요구하는 공정성 확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그들을 주체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기업에서 흔히 대안으로 내놓는 직원의 의견 수렴 방안은 직원을 주체가 아닌 객체로서 인식하는 한계가 명확하게 보인다. MZ세대는 객체의 역할을 원하지 않으며, 주체로서 참가하고 과정을 이끌 수 있는 경험을 원한다. 이에 비추어 기업들이 MZ세대 노조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방안을 3가지 차원으로 나누어서 살펴보자.① 조직문화 차원조직문화는 조직구성원의 DNA에 새겨진 회사의 가치이자 행동방식이다. 지금까지는 회사가 만들어 놓은 가치와 행동방식을 주입해 수용하도록 강제해왔다. 즉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MZ세대는 일방적으로 주어진 가치와 행동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조직문화란 영구불변인 게 아니라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이는 것이므로 MZ세대 주축의 조직문화로 옮겨갈 때는 변화의 주체인 그들의 역할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즉 절이 싫은 중의 '싫존주의'를 존중해 중과 함께 절을 재건할 수 있는 주지스님의 유연성과 용단이 필요하다.MZ세대의 소비행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 세대는 원하는 아이템보다 참가할 수 있는 이벤트에 더 적극적인 소비패턴을 보인다. 즉 MZ세대는 자신이 원하는 경험의 기회를 회사가 제공한다면 시간과 노력을 적극적으로 투입할 의사와 의지가 있으므로, 주체로서 참가할 기회의 문을 전폭적으로 열어주어야 한다. ② HR제도 차원MZ세대는 승진보다 성장을 원한다. 이런 MZ세대에 대응하기 위해 경력개발 전반에 걸친 진단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가령 대부분의 회사에서 승진포인트제도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이 미리 정해진 조건을 달성해 포인트를 쌓으면 승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데, 이 제도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은 대부분 성장 니즈에 연동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채용-교육훈련-이동-배치-퇴직에 이르는 일련의 경력개발 과정에 MZ세대의 성장 니즈가 반영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수면 밑에서 사무직 자동화를 진행하는 회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생산직의 전철을 밟아 고용불안이 가중될 텐데,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직원의 역량을 담당 직무Employment에 한정하지 않고 직원이 원하는 직업Job에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앞으로는 양적 차원의 고용안정Employment security을 넘어서 질적 차원의 직업안정Job security이란 관점에서 교육훈련 제도를 손봐야 한다.MZ세대가 보여주는 성향 중 하나가 인플루엔서블Influenceable이다. 디지털이 몸의 한 부분같이 익숙한 MZ세대는 배달 앱 후기, 온라인 매장 평점 등을 통한 자신의 의견제시로 배달 앱이나 온라인 매장의 매출이나 평판에 영향을 끼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들의 인플루엔서블 성향을 HR제도의 설계나 도입에 반영한다면 Co-creation이라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 과거처럼 단순히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Co-creation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③ 노사관계 차원필자는 한국 노사관계의 형식성과 비효율성에 대한 아쉬움을 늘 품어왔다. 단체교섭을 마무리할 때는 비효율성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조인식이란 형식적 관문을 거쳐 노사 공히 힘들여 결과를 도출했음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어필해왔다. 큼지막한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수십 명의 부서장과 집행부가 배석한 자리에서 대표이사와 노조 위원장이 악수하는 사진 촬영을 마지막으로 조인식의 대장정이 마무리된다. 매해 되풀이되는 과정이다. MZ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르게 투쟁하고 활동하고 있다. 더구나 이 세대는 실리적인 것을 선호하고 현실지향적 성향을 띄기 때문에 명분을 위한 형식적 포장은 좀 걷어내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MZ세대의 노사관계에 직면한 노사 모두에게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언하고 싶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지고 있으니, 노사 간 단체교섭도 Teams나 Zoom 등을 통해 비대면 원격교섭으로 진행해 보기를 제안한다. 원격교섭에는 이 과정에 관심을 가지는 조합원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해서 교섭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 굳이 거추장스러운 조인식을 거치지 않고 DocuSign 등과 같이 전자체결 방식으로 진행하기를 제안한다. 전자서명된 단체협약은 네이버밴드나 클라우딩Clouding을 통해 전 조합원에게 바로 공유되면 좋다. 이렇게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면 MZ세대가 원하는 공정성이 노사관계에서도 구현될 것이다. 글.김진술 KAYEN 컨설팅 대표 / 공인노무사해당 기사는 HR Insight 2021년 6월호 기사를 재편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