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쓰리엠, 직원 참여가 만들어낸 다양성과 포용의 문화
원티드랩은 최근 'Wanted Con. Future of HR'을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직원경험, 다양성과 포용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ESG, HR 애널리틱스 등 HR 트렌드를 총망라해 담아냈다. 이 중 이소연 한국쓰리엠 HR People Relations 프로가 발표한 직원 참여로 포용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한국쓰리엠의 사례를 지면에 소개한다.한국쓰리엠은 120년 전 미국에서 설립된 쓰리엠의 한국 지사로 지난 1977년 설립되었으며, 미국과 한국의 서로 다른 조직문화가 공존하는 회사다. ▲안전 및 산업, 운송 및 전자, 소비자, 의료라는 다양한 세그먼트 ▲6만여 개의 다양한 제품 ▲한국 내 영업, 마케팅, 연구, 생산이 공존하는 다양한 직무 ▲이직률이 4%로 매우 낮은 기업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다양한 세대가 공존한다는 특성이 있어 세대 간 협업이 굉장히 중요한 기업이다.세그먼트, 제품, 직무, 세대 등에서 드러나는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녹여내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and Inclusion, 이하 'D&I')을 존중하는 조직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는 회사 차원에서 주도하는 활동과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는 활동으로 나눠 한국쓰리엠의 다양한 D&I 활동을 소개해보고자 한다.회사 주도의 D&ID&I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한국쓰리엠에서 회사가 주도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먼저 살펴보자.D&I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 표명포용적인 문화를 만들기 위한 회사의 다짐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쓰리엠 경영진은 '포용적인 문화를 위한 경영진 선포식'을 가졌다. 선포식은 각 임원들이 조직장으로서 "앞으로 포용의 문화를 위해 어떤 노력과 활동에 집중하겠다"라는 다짐을 직원들 앞에서 선포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고 임원들이 직접 적극 수용하여 실행했단 점에서 차별화된 의미가 있다.여성인력 적극적 채용 및 육성쓰리엠이 다양성 확보를 위해 선포했던 2025년까지의 여성직원 비율Diversity Index의 목표는 전 직원의 36%, 특히 매니저 레벨은 40%이다. 이를 위한 여성인력의 채용과 육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각 직무 레벨별 여성직원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매니저, 수퍼바이저/스페셜리스트, 프로페셔널의 레벨별로 모두 증가추세를 보이며 전체 사무직 여성직원 비율이 5년 전에 비해 총 35% 증가했다.특히 매니저 레벨의 경우 5년 전에 비해 무려 2배 가량 늘었다. 한국쓰리엠에서는 그간 채용 시 우수한 여성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여성 핵심인재를 선정해 리더십 개발을 통해 더 확장된 업무기회를 부여하는 등 여성인력 채용과 개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쓰리엠 방식의 유연근무제 - FLEXAbility쓰리엠만의 독특한 유연근무제인 'FLEXAbility'도 운영한다. 'Flex'와 'Ability'를 합성해 이름 지은 이 제도는 직원 스스로가 업무효율이 가장 높은 업무형태, 시간, 장소 등을 상사와 상의하여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제도다. 지난 2015년 처음 도입돼 이용률이 꾸준히 높아지다가 지난해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현재는 대부분의 사무직 직원이 활용하고 있다.쓰리엠의 FLEXAbility는 일반적인 형태의 재택근무, 유연근무제와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 FLEXAbility에는 집중 근무시간도 없고, 일주일에 몇 차례 사무실로 출근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직원과 상사와의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회사가 아닌 다른 조건에서 근무하더라도 직원들이 심리적 안전감과 직무 만족도를 갖고 일할 수 있다.사실 IT기업이 아닌 제조 기반의 기업에서 이미 5년 전에 이러한 근무형태를 도입하고 활성화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FLEXAbility가 선제적으로 도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쓰리엠에서는 주 52시간 근무나 코로나 확산이라는 외부 환경 변화에도 큰 혼란 없이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었다.HR에서 지난해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FLEXAbility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80% 이상에 달하는 이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와도 직원들의 FLEXAbility 활용을 지속적으로 권장하겠다'고 응답했다. FLEXAbility가 있어 코로나 확산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재택근무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였다.쓰리엠 방식의 자율복장제 - Dress For Your Day쓰리엠은 지난 2020년 3월부터 전 세계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장과 캐주얼, 그 사이에 해당되는 복장 착용을 허용하는 'Dress For Your Day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실 자율복장제를 시행하는 회사가 굉장히 많지만 이 제도가 차별화된 부분은 회사가 직원에게 소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있다. FLEXAbility가 직원 스스로 생산성 있는 자기만의 방식을 결정해서 존중받는 것처럼, Dress For Your Day는 직원 본인이 자기의 업무 내용과 자신의 격에 맞는 복장을 스스로 선택하라고 선택권을 부여, 직원들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자율복장제와 다른 차별점이 있다.직원이 참여하는 D&I회사 주도의 D&I 활동에 이어 이제는 직원들이 직접 주도해 어떻게 D&I 문화를 확산시켰는지 살펴보자.직원들이 직접 주도한 '내부 호칭' 변경차별 없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개개인을 존중하고, 모두가 즐겁고 창의적인 직장문화 속에서 직급, 연령, 성별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협업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쓰리엠에서는 HR 주도의 활동이 아닌 직원들의 프로젝트 팀 활동을 통해 지난 2019년 6개월에 걸쳐 '내부 호칭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고, 직원 선호도를 통해 쓰리엠에 가장 적합한 호칭의 옵션을 결정하고, 임원들의 지지와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긴 여정이었다.이를 지원하는 HR 입장에서 가장 노력한 부분은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는 단계였다. 각 부서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직원들로 구성된 TF팀이었지만, 이들조차도 '내부 호칭'과 '포용적이고 창의적인 문화'의 상관관계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팀을 하나로 묶고, 프로젝트의 범위를 정하고, 새로운 호칭이 D&I 정착에 마중물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워크숍만 5차례 진행했다. TF팀에서 프로젝트의 목적을 명확히 이해하고 납득해야만 다른 직원들도 설득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이러한 단계를 거쳐 탄생한 쓰리엠의 내부 호칭은 직급, 연공, 서열, 포지션에 관계없이 '프로님'으로 부르는 것이다. '나의 업무는 내가 가장 전문가'라는 의미와 철학을 담은 'Professional'과 상호 존중의 의미를 담은 '님'이 합쳐진 호칭이다. 경영진은 물론, 생산직과 사무직 모두 이 호칭을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도입 1년 뒤에는 전 직원의 반 이상이 '프로님'이라는 내부 호칭을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다.내부 호칭의 빠른 정착을 위해 임원들을 포함한 전 직원들이 '내부 호칭 선포식'을 가졌으며, '호칭 사용설명서'를 작성해 모든 직원이 볼 수 있는 인트라넷에 게시, 실제적인 적용을 도왔다. 이 외에 호칭 도입일인 11월 11일에는 포용성에 대해 생각하는 모든 행사를 모아서 직원 참여 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호칭 선포식, APAC 커뮤니케이션 행사, 세계 다양성의 날 기념행사, 직원 자원봉사 활동행사를 한꺼번에 개최해서 그날 하루를 온전히 D&I에 대해 생각하고 즐기며 참여하는 직원 축제로 만들었다.**D&I 활동의 핵심, 직원 네트워크 'ERN'**한국쓰리엠에는 D&I 확산과 정착을 위해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Employee Resource Network(이하 'ERN')'가 있다. ERN 내에는 포용적인 조직문화 만들기를 위한 '인클루전 팀Inclusion Team'과 여성 리더십 함양과 네트워킹을 위한 'WLF(We Leadership Forum)' 등이 포함되어 있다.**인클루전 팀Inclusion Team**포용적인 조직문화 만들기를 위한 직원 참여 조직인 인클루전 팀은 한국쓰리엠 조직문화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먼저, 관리자 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매니저, 임원 등 관리자 교육은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존중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인클루전 팀의 아이디어를 고려, 승진, 보상, 경력개발, 직원 코칭, 존중문화를 전달하는 관리자 교육에 롤플레잉 방식을 도입했다.일괄적으로 전달하는 교육이 아닌, 관리자가 서로 롤플레잉을 하면서 '직원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를 통해 관리자 역할을 돌아보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스스로 고민해보는 방식으로 교육형태를 변환했는데 이 역시 직원들의 제안에 기반을 둔 것이다. 임원 교육에는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 임원이 멘티, 신입사원이 멘토로 참여해 젊은 직원과 소통하는 방법, 기술, 일하는 방식을 배워나가도록 했다.이와 함께 '인클루전 캠페인'도 3개월간 진행했다. 직원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다양성과 포용성 관련 아티클을 계속 메일로 발송하고 영화 행사, 퀴즈, 크고 작은 콘테스트를 진행하며 직원 참여를 유도했다.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직원들 사이의 인식 확산에 기여한 캠페인이었다.더불어 모든 직원이 연간 평가 목표를 설정할 때 포용성이 담긴 행동을 1가지 이상 의무적으로 수행하도록 제안하고, 지난해에는 각 부서별로 포용성과 관련된 구호를 만드는 'My One thing'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아울러 내부 채용제도 활성화를 위해 '내부 채용 박람회'를 개최했다. 내부 채용의 투명성을 재고하고, 두려움 없는 내부 채용 지원을 장려해 직무 간 자유로운 이동, 직원 개개인의 경력개발을 촉진하고자 했다. 직원 1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된 채용 박람회에서는 팀장들이 직접 나서 오픈된 팀 포지션과 팀원들에 대해 소개하고 서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현재 인클루전 팀에서는 ▲두려움 없는 조직(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된 조직 만들기) ▲사회적 정의 형평성(소외계층을 돕고 인식 개선) ▲One 3M(직원 일체감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We Leadership Forum(WLF)**쓰리엠의 WLF는 'Woman Leadership Forum'을 뜻하지만 한국쓰리엠의 WLF는 'We Leadership Forum'을 의미한다. 여성직원만의 네트워킹이 아니라 여성 리더십과 경력개발에 관심을 가진 남성직원도 함께 멤버로 활동한다. WLF에서는 본사 경영진과의 정기적 대화와 리더십 컨퍼런스를 통한 '리더십 개발', '린 인 서클' 참여, 세계여성의 날 행사 주최를 통한 '여성직원 네트워킹', 직원 의견조사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연계 프로그램 등을 주도적으로 운영한다.D&I는 고객 이해를 기반으로 창의적인 솔루션을 가능하게 하는 회사의 성장동력이다. 이러한 D&I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경영진의 의지가 수반되어야 하고, 직원들이 스스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ERN과 같은 자체조직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체 조직의 멤버들이 왜 우리가 D&I 활동을 해 나가야 하는지 이해하고, 동화되었을 때 비로소 진정으로 다른 직원들을 설득하고, 진정성이 담긴 D&I 활동을 이뤄낼 수 있다.이와 관련해 HR은 직원 주도의 D&I 활동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직원들과 경영진의 의지를 조율하고, D&I 프로그램이나 조직문화 활동에 대한 수용도를 꾸준히 체크해 다음 활동에 반영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HR이 수행해야 할 또 하나의 역할일 것이다.
본 콘텐츠는 HR Insight 8월호 기사를 재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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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살롱 in 인살롱 ・ 2021.07.27 조직행동 [외전外傳], 제페토 · ZEPETO
**3D · 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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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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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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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 총 집결지 제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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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이런 말을 들었다. 유튜브는 초등학생이 장악했다. 그럴 수 있다 싶었다. 한참 뛰어놀 나이에 학원과 집을 오가는 일 말고는 딱히 추억 만들기를 할 수 없는 아이들이 나름의 탈출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오래가지 못했다. 다양한 유튜브 방송국이 속속 문을 열었고, 누가 얼마 벌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면서 애들은 사라졌다. 그 많던 우리 애들은 어디에 간 것일까.
메타버스가 2021 정거장에 도착하면서 새로운 일상이 열렸다. 이를 세상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월드라고 한다. 제페토 월드 말이다. 전 세계 2억 명이 이 월드에서 현실 세계와는 다른 일과를 시작한다. 이 월드 일과 주인공은 초등학생을 포함한 10대가 대략 80 ~ 90%라는 것이다. 유튜브를 떠난 그 아이들이 제페토로 몰려온 느낌이다.
얼마나 혈기 왕성한지 걷는 애는 없었다. 뛰어다니거나 점프를 하거나 춤을 추거나 한다. 또한 자신을 맘껏 있는 힘껏 표현한다. 거리낌도 없다. "우리 반모(반말) 할까?" "그래!" 하는 순간 그냥 말을 놓는 친구가 된다. 그 자리에서 "너, 몇 살이니?" 되물으면 일고의 여지없이 아바타는 돌아선다. 이를 옳다 그르다 논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이 제페토 월드 문화를 만들고 있는 이 아이들이 현실 세계로 돌아왔을 때 그들이 만드는 미래 사회를 상상해 볼 뿐이다.
제페토 월드 체험은 아바타를 선정하고 꾸미는 일부터가 시작이다. 이렇게 꾸민 아바타를 포스팅하면, 여러 사람이 좋아요를 누르고 덧글도 남기곤 한다. 마치 페이스 북과 인스타그램을 연상하게 했다. 또한 몇몇 기업의 마케팅을 위한 월드, 아이돌 가수를 만날 수 있는 월드 외에도 수많은 회원이 저마다 개성을 뽐내며 만드는 방이 우주의 별처럼 많다. 여러 사람을 팔로우 할 수도 있다.
내친김에 유경철 소통과 공감 대표, 백선영 마음톡연구소 소장, 이병훈 쇼밸류 소장과 팔로우를 맺고, 방을 만들고 한곳에 모였다. 카페에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제페토 월드 곳곳을 이곳 애들이 사는 방식대로 뛰어다녀도 봤다. 다리가 아프지는 않았지만 손가락에 경련이 일 것만 같다. 마이크로 얘기하면 웬만한 말은 채팅창에 텍스트로 올라온다. 음성인식 기술이다.
그러고 보니 제페토는 그냥 단순한 월드가 아니었다. 3D 그래픽 기술은 물론 이 월드를 지탱하는 서버 · 네트워크, 5G 등 최첨단 기술이 총망라한 경연장이었다. 또한 여기에서 활동한 모든 것은 빅 데이터가 되어 AI 비즈니스를 가속화할 것이다. 이는 훗날 이 월드에 AR · VR 기기로까지 발전을 거듭할 것 같았다. 최첨단 기술로 초등학생 놀이터를 만든 셈이다. 해서 이 놀이터는 곧 비즈니스 각축장이 될 공산이 크다. 그때쯤 애들은 또 사라질까. 아니면 이번에는 배수의 진을 치고 이 월드를 꿋꿋이 지키는 지킴이로 거듭날까. 새 문명을 연 이 애들에게 우리 미래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7.27 커리어 고민, 모여봐 들어봐 6 # 일의 재미를 잊은 그대에게
Q1.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잘’하고 싶은데 내가 원래 했던 일과는 거리가 있어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할까요?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로 회사로부터 독립해 일하기 전 저는, 한국투자증권, JP 모건 등 금융권에서 15년 가까이 일했습니다. 구조화 파생상품을 세일즈하고 트레이딩 하는 일을 했는데요. 이렇게 말하면 제가 굉장한 금융 전문가인줄 아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솔직히 이직 초기, 저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한국투자증권 때는, 구조화 파생상품은 1도 모르는데 그 팀에 가게 되서 – ‘입'만 살아있던 저에게 본부장님이 속으셨던 것 같아요. 잘못된 채용의 예가 바로 저 였죠- JP 모건 때는, 다들 너무 잘나고 똑똑해 보였어요.
"이 시장에 어차피 전문가 없어. 그냥 네 생각대로 질러"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부서 누군가의 조언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맞아, 시작된지 얼마 안된 시장, 변화가 많은 시장에서는 냉정히 누가 전문가라 할 수 없고, 많이 해보는 사람이 깃발 꽂는거야.’JP 모건 때는 기가 눌렸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영어 연수도 한번도 다녀온 적이 없었는데요. 이 회사에서는 영어로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했어요. 이메일도, 메신저도, 전화도, 모든 것이 다 영여영어영어 였습니다. 각 회사별 1등이 다 와있어서 그동안 저 잘난 맛에 살았는데 알고보니 평균이라는 것도, 모니터를 12개나 봐야하는 것도, 종일 '일' 이야기만 하는 것도, 회식이 너무 없는 것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달랐습니다. 제 눈에 동료들은 영어도 잘하고 일도 잘하고 끼깔나는 학벌에 집에 돈도 많고 아쉬울 것 없어 보였고요 (사실이든 아니든)그래서, 1:1로 점심을 먹으며 '개인'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날 저녁, "삽겹살에 소주 한잔 하실래요?" 했었는데, 회사에서 보여지는 페르소나 vs 진짜 자신 사이 얼마나 차이가 많은지, 와인/양주 말고 소주가 들어가니 진짜 어떤 고민들을 하는지 새삼 알게 됐어요. 겉으론 말쑥한 양복에 좋은 시계, 세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속사정은 제각각이었죠.
누군가의 회사, 포지션, 보여지는 것을 부러워할 것도, 열등감을 느낄 것도 없다
는 생각을 이때 많이 하게 됐습니다.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나에게 쌓이는 것'을 만들어야겠다
는 마음을 이때 먹게 됐어요.그러면서 서서히,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며 자신감이 붙었던 듯 합니다. 모두 완벽하지않으니,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어요.그러니, 좀 뻔뻔지세요. "나는 누구 여긴 어디..지금 뭐하고 있지?" 마음이 든다면, 이 조직에 나 말고도 괴로운 사람 있을꺼다, 각자 다른 고민을 마음 속에 품고 있다 생각하며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걸 해보세요.정신승리면 좀 어떤가요. 내 속이 편한 것이 장땡 입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