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리더들이 집을 짓는 방법
짧지도, 그렇다고 아주 길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연차이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내가 모셨던 조직장(팀장)은 지금까지 다섯 분이나 되었다.
조직 안에서 누구나 가장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아마도,
리더(팀장)의 성향, 스타일에 따라 실무자로서 나는 어떻게 일을 해야할까 하는 고민일 것이다.
다섯 분의 각기 다른 업무 스타일과 성향을 가진 리더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주니어 시절, 나 역시 그분들의 기호와 성향을 맞추기 위해 바지런하게 노력했었고,
때로는 내가 생각하는 업무 방식과 리더가 생각하는 업무 방식의 불일치로
꽤나 많은 도전과제와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직 안에서 정말 잘하는 리더십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시절 마다 나름의 정의를 내리기도 했었다.
이전 직장의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리더십 스타일을 집을 짓는 것에 비유하여 아래와 같이 이야기를 했었드랬다.
집을 짓는 일에 대해 리더들은 각자의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리더십 스타일을 보여준다.
실무자로서 가장 좋은 것은 리더가 어느 장소에 어떤 용도로,
무슨 집을 짓는지, 그리고 집을 짓는 중간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그때마다 알려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리더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리더는
"여기에 집을 지을테니, 가서 한번 좋은 재료를 구해봐!"
정도로 업무 지시를 하던 분들이었다.
주니어 시절의 나는 그런 지시를 받을 때면, 팀장에게
'구체적으로 무슨 목적으로 집을 짓는 것이지요?'
'어떻게 생긴 집을 지어야할까요?'
'대략 000원 정도 안에서 집을 지으면 될까요?'
와 같은 질문을 던졌었는데,
가끔 한 두번이야 팀장도 업무에 대한 열정과 의지로 판단했는지 (본인이 생각하는) 답변을 주기도 했지만,
질문이 길어지면 점점 짜증섞인 표정과 함께 퉁명스러운 대답이 이어졌기에,
더 이상 질문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내가 터득한 일하는 방식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여 일의 목적을 재정의하고
그 목적에 대한 근거를 다양한 환경분석을 통해 정당화 하여 제안하는 것' 이다
그리고 그것이 실무자가 해야할 일이고, 그렇기에 회사 안에서 실무자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예를 들어, 팀장이
'여기에 집을 지을테니, 가서 한번 좋은 재료를 구해봐!' 라고 한다면,
난 먼저 팀장이 '왜 그런 업무 지시를 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본다. (목적)
그리고 다음은 제안받은 장소를 생각하며
'이곳에 집을 짓는다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최선일까?'
'이곳 기후나 토양은 어떨까? 튼튼하게 지으려면 어떤 재료가 필요할까?'
'근처에 집을 지을 수 있는 건축가는 누가 있을까? 그 사람의 실력은 어떨까?'
등을 고민하는 것이다. (환경분석)
그러면서 내 나름대로 탐색해본 목적 의식과 근거를 통해 알아본 재료를 가지고 팀장에게 보고를 한다.
"팀장님, 집을 지으라고 하신 이유는 아마 추후 OOO에 대한 편의성을 위해 지으라고 하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 지역은 토양은 OOOO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고, 기후는 OOO특성이 있으며, 현재 저희에게 OOO정도의 자원이 있기에 이러한 것들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2층 짜리 벽돌집을 올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제가 그 벽돌집을 올리기 위한 좋은 재료를 가지고 왔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보고를 했을 경우,
내가 경험한 나름 괜찮은 리더는
'이 재료는 괜찮은데, 저 재료는 좀 별로네.
자 여기 내가 알아본 재료가 있으니 이것으로 한번 사용해봐'
라며 추가로 본인의 재료를 얹어주는 리더였다.
답답하면서도 안타까운 리더도 있었는데,
'그래? 잘했는데... 그런데 그 집을 짓는게 맞는지 모르겠네...
다른 집을 지을 경우 또 뭐가 필요한지도 한번 알아볼래?'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인데,
리더이면서 우유부단하여 의사결정에 대한 판단을 어려워하는 리더이다.
내가 경험한 가장 최악의 리더는
'이 재료 별론데? 어디서 알아봤어? 가서 다시 한번 구해와봐'
'에이~ 이 재료도 별론데? 좀 더 고민해보고 다시 가지고 와봐'
'흠... 이것도 별로야. 그냥 처음에 그 재료가 났겠어.'
라며, 아무도 공감할 수 없는 철학을 가지고 본인만의 주장으로 업무 지시를 하다가,
결국은 맨 처음 실무자가 제안했던대로 방향을 틀어버리는 리더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실무자가 일의 진행을 위해 준비해놓은 재료가
이미 의사결정 지연으로 인해 그 의미와 효력를 상실하여 일의 진행이 더 어렵고,
일이 잘 되더라도 그 공로를 리더 본인의 덕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추가로,
'여기에 집을 짓는다' 라고 지시를 하는게 아니라
'일단 어디에 건물을 올린다'
라고 이야기를 하며 업무 지시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럴 경우 '여기', '집' 조차도 실무자 입장에서는
너무 황송하게도(?) 방향과 범위를 좁혀준 고마운 정보일 것이다.
아무튼,
실무자가 올바른 철학과 의지를 가지고 일을 한다 하더라도,
리더가 어떤 업무 성향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똑같은 실무자가 조직 안에서 능력자가 되기도 하고 무능력한 C player 되기도 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실무자가 스스로 목적과 방향, 구체적인 진행 방안까지 제안하는 것을 당연스럽게 여기는 문화가 아니라,
리더가 먼저 일의 목적과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큰 그림 안에서 실무자들이 올바르게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을 해주는 문화가 조성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 안에서 스스럼없이 질문하고 답변하는 문화가 먼저 만들어져야 하며,
구성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개인적인 수준의 질문이 아닌
공통의 이익과 성장을 전제로 한 수준 있는 질의가 필요하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8.05 사람들의 지능과 역량을 2배로 촉발시키는 방법
이제 막 리더가 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최근,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로부터 전화가 왔다. 처음 리더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팀원이 너무 반복적인 일만 하고 있다고 느끼며 동기부여가 떨어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사실 그 상황에 대한 답은 결코 한 가지가 될 수 없다.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방식은 리더의 숫자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내 모습을 정확히 이해하고 우리가 쉽게 빠질 수 있는 유혹을 미리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책 <멀티플라이어>를 소개하고자 한다. 저자인 리즈 와이즈먼은 두 가지 리더십 유형을 제시함으로써 **'어떻게 사람들의 역량을 최고로 이끌어내는가?'**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제공한다.여러분은 삶을 통해서 다양한 리더십을 경험했을 것이다. 어떤 리더 앞에서는 내가 더 똑똑해지는 경험을 했을 수 있다. 아이디어가 번뜩이고 활력이 넘치며, 리더와 함께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반대로, 어떤 리더 앞에서 여러분은 작고 초라해졌을 것이다. 지시사항을 듣거나, 리더가 원하는 대답만 해야 할 뿐이고, 점차 자신감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물론 단편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우리의 경험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저자는 앞선 리더를 '멀티플라이어', 후자를 **'디미니셔'**라고 정의한다. 스스로는 어떤 리더인지, 이어지는 5가지 질문에 대해서 하나씩 답해보면 좋을 것 같다. 필자 또한 지금까지 많은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를 마주했기에, 책의 내용과 개인적 경험을 덧붙여서 글을 작성해보았다.
리더십 체크리스트 5가지
1. 당신은 인재를 소유하는가, 성장시키는가?
여러분은 강력한 비전에 이끌려 조직에 입사하고 나서, 시간이 지날수록 에너지가 고갈되고 효능감이 낮아진 경험이 있는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디미니셔의 강력한 특징은 **'대담한 비전 제시'**다. 그들은 책임질 수 없는 말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의 리더보다 훨씬 담대하고, 매력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다. 그러한 능력 덕분인지, 디미니셔 주위에 탁월한 인재는 많이 모여있는 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역량이 100% 발휘되지는 못한다. 디미니셔는 인재를 모으고 소유하며 본인 생각을 관철하려고만 하지, 그들을 역량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을 각자의 영토에 가두고, 스스로만이 유일한 황제처럼 행동한다. 주요 인력들과 1:1로 대화하는 것을 즐기며, 불투명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사람들의 눈치 싸움을 부추긴다.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기계를 돌리는 것이 내 일이었다. 그는 내 능력의 50%밖에 끌어내지 못했다. 나는 앞으로도 결코 그와 함께 일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멀티플라이어는 인재를 끌어당기고 능력을 최대치로 활용한다. 현대 조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은 지식노동자라고 볼 수 있고, 리더의 역할은 그들의 역량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는가로 좌우될 수 있다. 멀티플라이어는 구성원의 강점을 파악해서 다양성을 살리고, 성장에 필요한 공간과 자원을 제공한다. 만약, 핵심 인재가 조직을 떠날 시간이 되었을 때라도, 그를 억지로 붙잡기 보다는 격려한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겠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조직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조직'**이라는 평판을 얻고, 또 다른 인재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선순환을 마련한다.
2.당신은 조직 분위기를 긴장시키는가, 고조시키는가?
여러분은 공격적인 태도와 무례한 말투로 주변 분위기를 긴장시키는 리더를 본 적 있는가? 스티브 잡스를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는데, 그는 자기 뜻에 어긋나는 사람은 가차 없이 내치고, 회의 시간에 나가버리는 일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일명 **'짭스병'**이라는 말로 독선적인 성격을 미화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론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잡스는 분명히 탁월한 혁신가이지만, 그렇다고 그의 무례한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초기에는 그러한 성향이 강했지만, 애플에서 쫓겨나고 암 투병 과정에서 많이 나아졌다고도 한다. 디미니셔의 특징은 다분히 신경질적이고, 사람들을 쉽게 비판하고, 다음 행동의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구성원들은 몸을 사리게 되고, 안전한 아이디어만을 내놓게 된다. 디미니셔는 솔직한 아이디어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지는 않는다.
"어느 디미니셔는 결단을 내리지 않고 진을 빼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그는 '손은 여러 개지만 머리는 하나'라는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지성과 재능은 당연히 성장하지 못하고 막힌다. 그는 '죽어나가는' 조직을 만든다."
멀티플라이어는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쏟아내기보다는 먼저 듣고, 필요할 때 말한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한다'는 기준을 양보하지는 않는다. 즉 '안전함과 탁월함'이라는 이중적 관점을 견지하며, 사람들이 전력을 다하도록 분위기를 만든다. 구성원들은 불필요한 긴장이 아니라, 도전 의식을 느끼며 과감하게 시도한다.
3. 당신은 지시하는가, 독려하는가?
여러분은 회의 시간에 어떠한 발언도 할 수 없이, 오로지 리더의 의견만을 듣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필자가 경험한 디미니셔의 특징은 **'엄청나게 똑똑한 달변가'**다. 실제로 회의 시간 내내 화이트보드를 가득 채우며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 증명하는 리더를 본 적 있는데, 숨이 턱턱 막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흡입력이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진짜 문제는 남에게 배우려고 하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본인 생각을 납득시키기 위해서 애쓴다는 것이다. 스스로 모든 걸 통제하고, 사소한 것까지 지시하는 '마이크로 매니저'의 모습을 보인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가 답을 모르는 질문을 하는 걸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반면, 멀티플라이어는 "내가 모든 답을 알아야 한다."는 가정이 없다. 그들은 답을 던지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면서, 건설적 긴장을 만들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게 한다. 종종 **"우리의 고객은 누구이며, 우리는 왜 이 사업을 하는가?"**와 같은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통해서, 구성원들을 자극하고 몰입을 이끈다. 계획을 함께 수립하고, 작은 성공을 만들도록 돕는다.
4. 당신은 소수와 결정하는가, 다수를 토론에 참여시키는가?
여러분은 투명하지 못한 의사결정 과정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디미니셔들은 혼자 혹은 소수 측근들과 논의 후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팀원들의 지식과 노하우를 이용하기보단,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고 동의하는 집단으로 이용한다. 그리고 사실상 모든 결정은 그의 입에서 나왔다. 종종 회의가 그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면 엉뚱한 논점으로 옮겨져서 산으로 갈 때가 많았고, 그의 아이디어 역시 새로운 방식보다는 과거의 성공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열린 조직을 지향하지만, 실제 회의는 문을 닫고 이뤄졌다. 결국, 필자를 비롯한 구성원들은 '어차피 정해진 결론인데, 괜히 힘 빼지 말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활발한 토론과 주도적 참여는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그가 모든 일에 답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정말로 의견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리고 모든 에너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팔아 실행에 옮기도록 하는 데 쏟았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멀티플라이어는 자신이 아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것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지에 초점을 둔다. 사실을 근거로 해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의견을 확장시키며, 최대한의 객관적 시각을 확보한다.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철저한 결과를 요구하며, 결정 사항과 이유에 대해서 충분히 의사소통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은 맥락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결속력 있게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5. 당신은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하는가, 책임감을 심어주는가?
여러분은 작은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마이크로 매니저를 만난 적이 있는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디미니셔들은 많은 경우에 **"내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 전체를 위임하기보다는, 단편적 임무를 부여하고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면 즉시 개입한다. 이로 인한 문제는 '악순환'을 초래하는데, 실제로 구성원들은 자신의 역량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이는 리더에 대한 의존을 키운다. 종국에는 결국 디미니셔가 예견한 것처럼, 그가 없으면 실제로 일이 진행되지 않게 된다. 운이 좋게 성공을 하더라도, 그것은 모두 디미니셔의 업적이 되어버린다.하지만, 멀티플라이어는 구성원들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정의하고, 실제로 책임질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물론 적절한 도움과 조언을 주고 질문을 던져 관점을 전환시키기도 하지만, 책임은 상대방에게 다시 되돌려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직접 개입하지 않아도 꾸준히 성과를 내는 조직을 만들고, 결국 성장하고 자립하게 한다.
잘못된 질문: 나는 멀티플라이어인가, 디미니셔인가?
지금까지 멀티플라이어의 5가지 특징에 대해서 짧게 정리했다. 이때 스스로에게 "나는 멀티플라이어인가, 혹은 디미니셔인가?"라는 단편적인 물음을 던질 수 있는데, 그것은 올바르지 못한 질문이다.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라는 2가지 타입이 아니라, 넓은 스펙트럼으로 이해하는 것이 낫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멀티플라이어이면서 동시에 디미니셔이기 때문이다. 마치 이타적이면서도 이기적인 것처럼. 그렇기에 각 영역별로 어느 정도 가까운지, 보다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강력한 디미니셔는 소시오패스나 나르시시스트 리더의 성향을 보이지만, 그런 경우는 소수이고 많은 경우는 선한 의도를 가졌지만 본인도 뜻하지 않게 디미니셔가 되어버린 경우다. 지금까지 보고, 듣고, 경험한 리더십이 그것뿐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지금까지 공급 중심의 경영 환경에서는 '지시하고, 복종하는 리더십'이 일정 부분 성공을 거뒀다. 그렇기에, 많은 디미니셔 리더가 스스로는 좋은 리더라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리더 직책으로 올라갈수록 성과에 대한 압박과 불안은 강해지고, 권력이 높아짐에 따라서 공감 능력은 낮아진다. 디미니셔의 밑바탕에는 **"내가 없으면 사람들은 해내지 못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는데, 결과만 생각하며 무심코 나온 행동들은 디미니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이 주는 시사점은 여기에 있는데 지금의 내가 어떤 모습인지 '자각'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리더라도 사각지대가 있기 마련인데, 자신의 행동을 의식하는 범위를 넓혀갈수록 우리는 디미니셔를 벗어나 멀티플라이어가 될 수 있다. 더 쉬운 길이 아닌, 더 바람직한 길로 가고자 노력하는 모든 리더들의 건승을 빈다.
"디미니셔에 대해 알게 된 것, 그리고 내 자신의 디미니셔 성향을 없애려고 노력한 것은 지난 한 해 동안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
강정욱 in 인살롱 ・ 2021.08.10 망하지 않으려면, 자발적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망하는 시나리오서울시 5급 이상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다. 2박 3일의 교육 일정의 주요 내용은 서울시의 현재와 미래, 타 도시 경쟁력 비교, 나의 리더십, 서울시가 망하게 되는 시나리오, 우리의 할 일, 시장 특강으로 이루어졌다. 이 교육의 핵심은 서울시가 망하게 되는 시나리오 토론 및 결론 도출 그리고 발표였다. 서울시는 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시가 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대지진과 같은 자연 재해, 전쟁, 경제 폭락으로 세금이 걷히지 않음, 도시기능의 마비 등 다양했다.다양한 토론과 해결방안이 도출되었다. 망한다는 전제가 있으니 결론은 어떻게 하면 망하지 않게 하는가에 집중되었다. 전제를 서울시가 지속 발전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로 진행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가만 있어도 서울시는 존재하기 때문에 토론의 진행이나 도출된 결론에서 획기적 발상을 찾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서울시가 망한다는 자발적 위기의식이 역으로 서울시가 지속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하고 해결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안주하는 기업은 망한다.**A회장의 고민은 갈수록 심해진다. 한 명 밖에 없는 자식인 아들은 기업 경영에 관심이 없다.자신이 좋아하는 화가의 길을 걸어간다. 전문경영인 체계도 쉽지 않다.회장의 눈에 비친 내부 임원들은 내 사업이라는 생각이 없다.외부 영입을 시도했지만, 내부 임원과의 갈등으로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70세를 넘긴 회장은 오늘도 8시 이전에 출근하여 저녁 늦게까지 회의를 주관하고 의사결정을 한다.아쉬움이 많다. 본부장들이 변화의 흐름 속에 사업의 모습과 방향, 중요 전략과 중점과제에 대한 고민이 적다.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이므로 지금 이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선제적 조치가 매우 부족하다.현재의 문제에 대한 대책만 난무하다. 악착 같은 근성이 없다. 함께 기업을 성장시킬 때에는 너 일 내 일이 없었고 밤낮이 없었다. 회사가 성장하며 직원이 늘고 조직이 커가는 것이 즐거웠다.이들이 본부장으로 있는 지금 더 키우겠다는 생각보다는 이 정도면 잘했다며 안주하는 듯하다.무엇을 지시해도 하겠다는 말보다 어려움을 말하거나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기일을 묻는다.이전의 열정이 본부장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CEO 모임에 가면 성장하는 CEO는 ‘미래를 예측하기 보다는 미래를 만들라’고 한다.하지만 지금 회사는 미래 예측은 고사하고 무엇이 문제점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깨어 있으라고 본부장 회의에서 강조한다. 본부장들은 열심히 받아 적는다.깨어 있으라고 백 번 적어도 실천과 결과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A회장은 회시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본부장들이 안주하지 않고 깨어 있게 하는 방안을 모색한다.**깨어 있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A회장은 직접 본부장을 지도하며 평가하기로 결정했다. 매주 목요일 3시간의 시간을 내어 4개의 주제를 가지고 과제를 주고, 발표, 지도, 실천 방안 도출, 개별 면담의 5단계를 유지했다.매 주제에 대한 본부장 평가를 통해 유지와 퇴직을 결정하기로 다짐했다.첫 번째 주제는 사업의 본질 이해였다. 사업의 의미, 사업의 본질, 사업의 밸류체인, 밸류체인별 무엇이 핵심인가를 과제로 제시했다. 본부장들이 목요일 과제를 발표했다.체계적으로 완벽한 과제해결을 한 본부장도 있지만, 개념 자체를 파악하지 못한 본부장도 있다.A회장은 직접 사례를 들어가며 과제에 대한 본인의 철학과 원칙, 경영에의 시사점을 설명하였다.회사와 각 본부별 사업의 본질을 어떻게 내재화하며 무엇을 실천할 것인가 토의하도록 했다.사전 준비가 없어서인지 토론의 깊이도 열정도 없다.A회장은 주어진 3시간이 지나고 한 명씩 개별 면담을 통해 생각을 듣고 조언을 했다.**두 번째 주제는 사업을 둘러싼 현 환경과 미래 환경 변화였다.**같은 방법으로 과제를 제시했고, 본부별 어떻게 발표하는가를 살폈다.산업 연구원의 보고서처럼 산업 전반에 대한 현재와 미래 분석을 한 본부장, 회사를 중심으로 자료를 정리한 본부장 등 다양했다. 회장은 회사의 현 수준과 5년 후 모습을 제시하며이런 회사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개별 면담을 통해 본부별 5년 후 모습(사업구조, 매출, 조직, 인원), 핵심역량, 핵심인재에 대한 과제를 부여했다.**세 번째 과제는 5년 후 회사의 바람직한 모습과 전략이었다.**본부장에게 사전 어느 정도 틀을 제시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안을 발표할 것이라 생각했다.2번의 교육에 질책이 없이 진행한 탓인가? 대부분 본부장들의 발표안에는 고민의 흔적이 적었다.마치 학생이 숙제를 제출하는 생각과 수준이었다. 간절함과 절박감이 없는 죽은 보고서였다.9개 본부의 매출을 더하면 현 매출의 30배가 넘지만, 사업구조는 그대로이다.조직과 인원도 큰 변화가 없다. 현 수준의 조직과 인력으로 어떻게 30배의 매출을 달성할 것인가?본부별 핵심역량과 핵심인재에 대한 개념도 천차만별이었고, 함께 토의한 흔적이 없다.회사는 혼자 이끌어 갈 수 없음을 잘 아는 본부장들이 자신의 본부만 생각한다.발표를 듣고 A회장은 형편없는 본부장 2명을 그 자리에서 경질했다.인사담당 임원을 불러 본부장과 금일 안에 2명의 본부장을 추천하라고 했다.추천된 본부장 후보자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3번의 거부 후 추천된 본부장 후보 중 한 명은 타 본부의 임원이 아닌 팀장이었다. 발탁이었다. 진정성이 느껴져 추천된 팀장을 만나 보았다.눈빛이 살아있었고 회사에 대한 고민이 느껴졌다. 본부장들에게 같은 주제로 1주일을 추가 부여했다.거듭된 실망으로 3번의 발표가 더 진행되자 회장의 마음에 흡족한 각 본부별 전략이 도출되었다.**네 번째 과제는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로 정했다.**5개년 모습과 전략의 구체적 실천 과제와 방안을 작성하여 발표하도록 했다.새로 부임한 본부장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과제의 심각성인지 2명의 본부장이 퇴임한 탓인지사무실 불이 꺼지지 않는다. 발표 당일 분위기가 긴장이 감돈다.특히 새롭게 임명된 본부장들의 각오가 대단하다. 4번의 발표와 토론을 듣고, A회장은 회사의 대표이사로 B본부장을 임명하였다. 위기의식을 갖고 항상 선제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전략적 판단과 결정을 주도하였고, 내부 평판 뿐 아니라 외부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용하는 면이 월등했다.사업부의 실적도 높고 분위기도 긴장감이 엿보였다. 4번의 과제에 대한 준비와 발표, 토론을 이끄는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A회장은 자신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새로운 대표와 함께 금번 과정을 기억하며 한 마음이 되어 한 방향으로 가길 기원한다고 당부하며 2개월에 걸친 본부장 교육을 마무리했다.위기는 외부 환경, 타인에 의해 조성될 수 있다. 예상하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닥칠 수 있다.깨어 준비하는 사람만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현명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회사와 사람은스스로 위기의식을 갖고 대안을 마련하여 선제적으로 조치한다.
홍석환 in 인살롱 ・ 2021.08.08 HR의 새로운 패러다임 : 소시오패스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HR을 업으로 삼은지 거의 26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HR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었는지 돌이켜 보면 소시오패스가 조직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대응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업무 능력이 있고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소시오패스는 조직에 큰 해악을 끼친다는 것을 여러 번의 사례에서 경험을 해 왔습니다.그럼 어떤 사람을 소시오패스라고 할까요? 소시오패스는 공감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입니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차이점은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으로 공감능력이 거의 없는 사람이고, 소시오패스는 후천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공감능력을 계속 버려온 사람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저도 예전에 HR하면서 실수를 했던 부분이 어그레시브(aggressive)하고 열심히 해 온 사람을 뽑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채용이 되면 실무자로서는 정말 열심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다가, 주변의 좋은 평판을 받고, 상사에게 추천이 되어 팀장역할을 맡게 되면 자주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상사에게는 잘 보이고, 아렛 사람에게는 함부로 한다.
해당 팀에서 계속 인력이 이탈하는데 나가는 사람이 꼭 이상한 사람이 되어 있다.
주변 조직들이 점차 방어적으로 변해가며 협업이 안 된다. 그리고 조직에서 뒷말이 무성해 진다.
보통 이 3가지 경우가 발생하면 수준 차이는 있겠지만, 그 사람이 소시오패스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가정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가, 직장내 괴롭힘 등의 큰 사고가 터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HR에서도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을 하는 것이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리더가 HR에는 상당히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려 노력해서 징후를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최근 여러 기업에서 직장내 괴롭힘으로 회사 브랜드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경우도 많이 보아서 HR에서는 이런 부분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는 일이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예전과 다르게 SNS등으로 다양한 경로로 언로가 열려 있어 이런 대응을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제가 오랫동안 HR을 해 보다 보니 모든 것은 리더 책임이라는 말이 잘 와 닿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발탁해서 쓰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리더들이 인문학에 밝지 못하다는 말은 이런 대목에서 자꾸 발생하는데 보통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인성이 밥 먹여주냐? 좀 모가 났어도 edge(에찌, 능력)가 있어야지!" 그러다가 결국 그 발탁된 친구가 부하직원들에게 함부로 하고 욕심으로 조직을 운영하다가 조직을 말아 먹습니다. 그러면 리더가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을 해야 하는데 그냥 대충 뭉게버립니다. 『당신과 조직을 미치게 만드는 썩은 사과』라는 책에는 왜 리더가 썩은 사과(소시오패스, 소인배)의 옹호자가 되는지 잘 적혀 있습니다.그렇다면 리더가 썩은 사과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건 왜일까? 많은 사람들이 집단의 생산성을 드높이고 빼어난 발상을 하는 동시에 성격 또한 원만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능력이나 성과가 좋다면 약간의 모난 성격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빼어나면 조금은 삐뚤어져도 괜찮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제는 썩은 사과들이 조직의 성공에 불가결하다는 근거 없는 통념을 버릴 때가 됐다. 썩은 사과는 자신이 성공의 열쇠를 지닌 듯 행동하지만, 이번 연구에 참여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썩은 사과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생산성이 더 뛰어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게다가 썩은 사과의 능력이 뛰어났다고 말한 사람들조차 장기적인 면에서는 조직에 큰 불안을 안겨주며 혼란을 일으키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답했다. 미첼 쿠지, 엘리자베스 홀로웨이. 『당신과 조직을 미치게 만드는 썩은 사과』. 서종기역. 예문. 2011.
이런 경우를 소탐대실이라고 합니다. 최근 브랜드 타격으로 회사 사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은 기업을 여럿 보았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Win-Win하지 못하는 기업은 지속가능하게 생존하기 어렵다는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작은 이익을 추구하다가 큰 이익을 날릴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논어』, 『맹자』 등의 유학 경전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군자와 소인의 갈등 관점에서 기술을 합니다. 군자(君子)는 모두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양심적인 리더를 말하고, 소인(小人)은 실무능력은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요즘 말로 하면 소인배, 소시오패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2500여년전이나 지금이 이 부분에서 조직은 유사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럼 대안은 무엇일까요? 공자에게 애공이 백성이 잘 따르게 하는 방법을 묻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습니다. 2500년전에도 명확히 본질을 보고 계십니다.
"곧은 사람(양심적인 사람)을 들어 굽은 사람(소인배) 위에 놓으면 백성들이 따를 것이고, 굽은 사람을 들어 곧은 사람 위에 놓으면 백성들이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논어 위정편>
저는 여러 조직을 개선하고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경험을 해 왔습니다. 이 때 항상 마음 속에 가지고 행동원칙으로 삼는 것이 위의 이론입니다. 양심적으로 모두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사람을 리더의 자리에 앉히면 신기하게도 빠른 시간 안에 조직이 안정되고 성장의 길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리더 역할에 자신의 이익만 챙기고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을 앉히면 다른 어떤 대응방안을 마련해도 조직의 핵심인력이 이탈하고, 다른 조직과의 갈등이 벌어지는 일을 막기가 어려웠습니다. 즉, 조직을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비법은 올바른 사람을 리더로 보임시키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방법입니다.그럼 HR담당자들이 소시오패스를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한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제일 먼저 중요한 것은 우선 소시오패스가 조직에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자기성찰지능과 공감능력을 인터뷰시에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쓰는 방법인데 지원자의 약점을 꼭 물어 봅니다. 그 때 말을 돌리고 속시원하게 답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뽑지 않습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공감능력이 낮을 경우가 많습니다. 경영진이나 현업 리더가 꼭 뽑아야 한다고 하면 반드시 문제점을 알리고 뽑습니다. 면접 평가를 기록해 놓았다가 계속 관찰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합니다.두번째로는 다면평가를 반드시 실시하는 것입니다. 특히 상향평가를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계속 관찰을 합니다. 어떤 경영진은 다면평가를 인기평가로 치부할 때가 있지만, 소시오패스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그런데 동료평가는 조금 조심스럽게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시오패스는 동료평가에서 말을 쎄게 하는데, 마음 약한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해 마음이 상해 조직을 이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시오패스끼리 좋은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여러 IT기업이 이 방식의 평가로 곤혹을 치른 경우가 많습니다. 법가 사상의 핵심 고전인『한비자』에 보면, 두명의 소인배가 서로 짜고 서로 좋은 평가를 해 버리면 왕은 속을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충분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잘 챙겨 보시면 좋겠습니다.세번째로는 양심적인 사람에게 리더 역할을 맡기고, 소시오패스에게는 보직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양심적인 사람들에게 리더를 맡기면 그가 좋아하는 양심적인 사람들에게 그 아래 보직을 맡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빠르게 조직이 안정을 찾아 갑니다. 반대로 자신들이 설 자리가 없고 얻을 이익이 없다고 느낀 소시오패스들이 이탈을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소시오패스에게 보직을 주면 반대로 작용을 하겠지요. 『주역』 중 ‘지수사地水師’라는 괘에 다음의 내용이 있습니다.
소인을 쓰지 마라. 반드시 나라를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小人勿用 必亂邦也) <주역 지수사괘>
어찌 보면 이것이 해결책일 수 있습니다. 일이나 능력은 좋은데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보상을 잘 해주고 실무자로 활용하되, 보직을 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꼭 본인 욕심에 리더가 되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죠. 이럴 때 HR은 경영진에게 리스크를 설명하며 대응하며, 보직을 주는 것을 막을 수 없을 때는 지속 관찰하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위에서 설명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표.소시오패스 특성 및 활용 분야예전에 조선시대에 인사책임자 역할을 했던 이율곡 선생님의 『성학집요』를 읽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책의 핵심적인 내용도 왕이 소인배를 멀리하고, 군자를 등용하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현실의 왕인 선조는 이 말을 듣지 않았고, 나라는 임진왜란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HR하는 사람들에게 소시오패스는 참 어렵고 힘든 존재들입니다. 양심적으로 대응을 해도 HR담당자들이 뒷말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대응이 어려워도 소시오패스가 만든 문제를 꼭 바로 잡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조직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리더가 소시오패스를 좋아하냐, 양심적인 사람을 좋아하냐에 조직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봅니다. 누구를 좋아하느냐에 따라서 능력자들이 몰려오기도 하고 떠나기도 합니다. 또한 HR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 누구를 좋아하냐에 따라서 조직의 미래가 바뀌기도 합니다. 양심적이고 공감능력있는 리더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는 소시오패스!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HR을 해 가시면,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드시고, 조직에 많은 변화를 가져 오실 수 있으실 거라 확신합니다. 모두 화이팅입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8.08 Remote Work? Hybrid Work?
모두 코로나 19 이전의 세상을 그리워합니다. 자유로운 여행과 외출, 가까운 이들과의 부담 없는 모임, 얼른 마스크를 던져버리고 그런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그렇지만 코로나 19 이전으로 회귀하기를 원치 않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재택근무, 원격근무”입니다. 사실 많은 기업이 팬데믹 상황에서 재택근무를 원치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재택근무는 ‘가능한 최소인원만, 피할 수 없을 때만' 하던 것이었기 때문이죠. 모든 일상에서 원상복귀를 바라지만 ‘재택근무'만큼은 놓고 싶지 않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하하.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약 9개월간 미 나스닥(NASDAQ) 상장기업 직원 1만 60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재택근무 시 생산 효율성이 사무실 출근 대비 약 13%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특히, 노동자들의 업무 만족도 개선 효과가 컸습니다. 굳이 연구결과를 인용하지 않아도 재택근무를 해보신 분이라면 출퇴근 시간, 준비하는 시간을 아끼면 얼마나 많은 여유가 생기는지 잘 알고 계실 거예요.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의 2021 Work Reimagined Employee Survey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직원의 절반 이상이 팬데믹 이후에 근무환경의 유연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퇴사를 고려할 것이라고 합니다.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군요. 그래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재택·원격근무’를 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를 ‘뉴 노멀(New Normal)’로 받아들일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것이죠.
미국 기업들 사이에선 ‘혼합형(hybrid) 재택근무’ 도입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혼합형(hybrid) 재택근무’는 1주일 중 며칠은 사무실로 출근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하는 형태로, 동료 간의 유대감이 부족해지는 재택근무의 단점을 보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미국 금융 회사 푸르덴셜이 지난 3월 미국 노동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 68%가 혼합형 근무를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언급했고, 특히 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이 혼합형 근무를 가장 효과적인 근무 형태로 꼽고 있습니다. 구글의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는 이에 대해 블로그를 통해서 근무 환경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습니다. 피차이는 “다양한 업무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근무 공간을 재설계하고 있다”라고 밝힌 것이죠.
PwC가 120명의 경영자와 1,200명의 사무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6월 「미국 원격근무 조사(US Remote Work Survey)」 에서 68%의 응답자는 여전히 사무실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사무실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28%와 22%가 각각 “프린터 등 장비가 필요해서”와 “자료들이 디지털화되지 않아서”라고 응답했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협업이 필요해서”였습니다. 이는 온라인 회의 등 비대면 방식의 협업이 전통적인 방식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혼합형(hybrid) 재택근무’ 환경을 대비해서 HR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는 준비가 부족한 재택근무는 오히려 생산성을 저하시킨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니콜라스 볼룸 교수가 실시한 연구 결과, 비대면 방식으로의 전환이 용이한 업무를 수행하는 관리직과 전문직, 금융서비스 종사자들은 재택근무의 업무효율에 큰 차이가 없었으나, 소매업과 의료업 등 고객을 직접 응대할 필요가 있거나 특수한 장비가 요구되는 직종에서는 업무효율 감소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R은 먼저 구성원에게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과 목적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시켜야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생성된 새로운 작업 환경에서 인력이 보다 민첩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긍정적인 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하려는 기업의 취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구성원은 재택근무가 ‘권리'가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위한 ‘일하는 방식'의 재편으로 인식해야 우리 회사에 가장 적합한 근무형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누가 재택근무에 적합한지 식별해야 합니다. 대면 접촉과 개인적인 접촉이 필수적인 특정 영업 역할과 같은 일부 역할에는 재택근무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책을 통해 이를 명확하게 하고 근거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이브리드 작업에 적합한 역할이 명확할수록 하이브리드 작업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직원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또 이를 차별적으로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근무장소와 관계없이 직원에게 자율성과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근무형태에 적합한 인사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고정된 형태의 8시간 근무체제는 재택근무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또 획일적인 하이브리드 근무 일자 사용 정책은 오히려 유현성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재택근무는 근로자에게 재량권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니콜라스 볼룸 교수가 실시한 조사에서 재택근무에 대한 수요는 다양하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2일 재택근무를 원했으며 20%는 재택근무를 거부한 반면 25%는 상시 재택근무를 원했습니다. 재택근무를 신청한 직원 중 일부는 실험이 진행됨에 따라 외로움과 효율 성 저하를 경험하고 사무실로 복귀하길 희망했습니다. 무엇보다 효율적인 성과 평가체계는 재택근무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야후(Yahoo)는 효율적인 평가체계를 갖추지 않은 채 재택근무를 시행하여 제도의 안착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업무환경에 대한 실험을 촉진했습니다. 그 거대한 실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재택근무가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뉴 노멀로 자리 잡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재택근무의 보편화가 앞으로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HR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이번 달도 건투를 빕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