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영화 ‘달콤한 인생(2005)’의 주인공 강사장(김영철)이 선우(이병헌)에게 한 말이 유행어가 됐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말은 왜 나온 것일까? 이 말은 “말해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라는 선우의 질문에 대한 강사장의 답변이다. (영상 참고: https://youtu.be/6mh9uVZ59TQ ) 우리는 사람을 대하거나 관찰할 때 ‘왜 그런 방식으로 행동하는지를 설명’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그 사람의 신념과 동기, 의도를 모두 고려해 행위의 이유를 추론하는 것이다. 하지만 추론으로도 행위의 이유를 모를 때는 ‘달콤한 인생’의 선우처럼 직접 묻고 확인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귀인이론은 ‘어떤 행위의 원인이 어떤 것이라고 판단하는 과정을 설명’ 하는 이론이다. 그의 행동이 내부로부터 나온 것인지, 외부 원인에 의한 것인지를 밝혀준다. 내적 원인에 의한 행동은 행위자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행동이고, 외부 원인에 의한 행동은 그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특정 행동을 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 영화로 다시 돌아가서 주인공 선우의 행동은 ‘외적 귀인’일 수 있다. 자신의 보스에게 총을 들이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총을 들이대는 ‘특정 행동’을 하게 된 경우이다. 반면에 강사장이 말한 ‘모욕감’은 내적 귀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①특이성(distinctiveness) ②합의성(consensus) ③일관성(consistency)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귀인의 과정 **①특이성(distinctiveness)**이란 ‘사람은 상황에 따라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 성향이 있는가’의 문제이다. 예를 들면, 강사장이 선우에게 한 못된 짓이 예외적인 행동인지 아닌지에 대한 물음이다. 강사장이 선우에게 한 행동이 예외적인 것이라면 ‘외적 귀인’이고, 예외적이지 않은 행동이라면 ‘내적 귀인’이다. 영화 속 강사장은 ‘냉혹한 보스’로 규정하고 있다. 그것을 토대로 추론하면 그의 행동은 예외적이지 않기 때문에 ‘내적 귀인’으로 말할 수 있다. **②합의성(consensus)**이란 ‘강사장이 겪은 상황과 유사한 상황을 다른 사람이 겪었을 때, 대다수의 사람이 강사장처럼 행동하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이 강사장처럼 행동하면 외적 귀인이고, 그렇지 않으면 내적 귀인이다. 영화 속 흐름으로 볼 때 이 점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자신의 명령을 어겼다고 강사장처럼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강사장은 선우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가했다. 이는 ‘내적 귀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③일관성(consistency)**이란 ‘전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이를테면 ‘전에도 강사장은 이와 같은 행동을 한 적이 있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선우 외에도 유사한 행동을 한 적이 있었다면 외적 귀인, 없었다면 내적 귀인이다. 영화에서 강사장이 선우에게 맡긴 일은 자신의 젊은 애인(신민아)을 지키는 일이었다. 젊은 애인이 딴 남자를 만나면 그 남자를 제거하는 일이 강사장이 선우에게 맡긴 일이다. 강사장에게 젊은 애인이 생긴 것도 처음 있는 일이지만, 그 애인을 지키려는 강사장의 행동 역시 처음 있는 일인 것이 영화의 갈등요소다. 추론컨대 선우를 제거하려는 강사장의 행동은 ‘내적 귀인’에 가깝다. 세 가지 귀인 과정 ①특이성(distinctiveness) ②합의성(consensus) ③일관성(consistency) 요소를 따져 봤을 때, 강사장이 선우를 대한 행동은 ‘내적 귀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귀인의 과정에는 ‘왜곡’과 ‘오류’가 작용한다. 강사장의 행동에 어떤 ‘왜곡’과 ‘오류’가 있는지는 영화를 보며 판단하길 바란다. 조직행동론의 많은 연구는 ‘외적 귀인’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고, ‘내적 귀인’에 대해서는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연구의 시사점은 최고경영자와 리더 대부분은 ‘실적 부진’를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로 외적 귀인 하기 보다는 ‘개인의 무능’으로 내적 귀인 하는 경향이 더 많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 사람이 실패 했을 때, ‘자신의 능력 또는 노력’ 보다는 ‘운이 없었다’는 외적 귀인 하는 경향도 잘 설명하고 있다. 실패 했을 때 외적 귀인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자기보호 편견(self-serving bias)’이라고 한다. ‘자기 보호 편견’은 서양 보다 동양에서 두드러진다는 연구도 있다. 이처럼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일은 최고경영자와 리더, 조직 구성원 간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과도 같다. 당연히 긴장감이 높기 때문에 실수도 다반사다. 그러니 평가를 단순화하는 방법을 찾는 일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평가 방법이 단순할수록 신속하고 편리하지만, 정확하진 않다. 고도로 단순화 시킨 평가 방법일수록 ‘왜곡오류’도 커지고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문제 정의’ 수준을 낮출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이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