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관리의 기초 개념
앞서 주52시간제 준수 및 근태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근로기준법은 (1) 1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이를 준수할 필요가 있고, (2) 임금대장에 근로시간 수를 기재하도록 하거나, (3)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하여 가산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회사 입장에서도 근로시간을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으므로 구성원의 근로시간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 결론이었는데요.
그렇다면 회사가 관리하여야 할 근로시간이란 정확히 무얼 의미하는 걸까요?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으로, ‘근로자의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 아래에 둔 실 구속시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시간으로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명칭은 휴게시간이라 하더라도 단시간 내에 근무에 임할 것을 예상하면서 사용자로부터 언제 업무지시가 있을지 불명한 상태에서 기다리고 있는 대기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합니다. 즉, 근로시간 해당 여부는 사용자의 지시 여부, 업무 수행(참여) 의무 정도, 수행이나 참여를 거부한 경우 불이익 여부, 시간·장소 제한의 정도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 사례별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근로시간의 개념은 법정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 실근로시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법정근로시간은 말 그대로 법에서 정한 기준 근로시간을 의미합니다. 근로기준법은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근로시간 관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근로계약 체결 시 법정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시간을 약정하게 됩니다. 이를 소정근로시간이라고 합니다. 소정근로시간은 개념에서 보듯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소정근로시간은 연장수당 등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시간당 통상임금 산정의 기초로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실근로시간이란 무엇일까요? 실근로시간은 문구 그대로 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한 시간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소정근로시간이 8시간인 근로자가 특정일에 4시간의 연장근로를 하였다면, 총 12시간이 실근로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회사는 근로자의 실근로가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이뤄지거나 야간 및 휴일에 이뤄진 경우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하여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념은 비교적 쉽지만 중요한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근로시간 관련 개념 요약>
근로시간 관련 개념 주요 내용 활용 범위
법정근로시간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1일과 1주 단위로 근로시간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법정근로시간이라 함 최대 근무 가능 시간 한도 판단
소정근로시간 법정근로시간 범위 내에서 노사 당사자간 근로를 제공하기로 약정한 시간 통상임금 산정 및 주휴일·연차·퇴직금·법정공휴일 적용 여부 판단 기준
실근로시간 근로자가 실제 근로를 제공한 시간 시간외근로수당 지급 기준
그렇다면 근로시간을 관리할 때 법정근로시간, 소정근로시간, 실근로시간 중 무엇을 관리해야 할까요?
답에 앞서 근로시간 계산의 기준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근로자가 실제 근로를 제공한 시간(실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하되, 다른 사정이 없다면 취업규칙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업시간과 종업시간을 기산점과 마감점으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외적으로 사용자의 근무명령, 근로자의 연장근로 신청-사용자의 승인에 따라 시업 및 종업 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 경우에는 해당 시간 전체를 근로시간으로 계산합니다.
요약하면, 근로자가 (1) 법정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무했는지, (2) 연장근로를 하였다면 그 시간이 12시간 이내인지, (3) 그 외 가산수당 지급 대상이 되는 근로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결국 근로자의 실근로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는 노무법인 미담 김동미 노무사님의 자문으로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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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살롱 in 인살롱 ・ 2021.09.26 Digital Talent 양성과 HRD DT
“코로나가 2년이 걸릴 Digital Transformation(이하 DT)을 2개월 만에 이루어냈다.” MS CEO인 사티아 나델라가 빌드 2020에서 한 말이다. 코로나가 全 인류의 대재앙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재앙에 빠르게 대처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위한 DT 적용이 빠르게 이루어진 것도 사실이다. 변화가 일상인 디지털 세상에서 DT가 더욱 주목 받는 이유는 바로 ‘지속성’에 있다. DT의 개념이 단순히 디지털 기술의 도입이나 전환의 의미가 아닌, 지속적인 변화를 위해 프로세스나 조직문화를 재구성하는데 절대적인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기업들이 DT를 추진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매우 간단하고 명료하다. 바로 ‘매출 증대’와 ‘비용 감소’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DT’라는 수단을 활용할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지속성을 유지해 주는 주체 바로 ‘전문가’ 양성을 위해 보다 확장된 HRDer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LS그룹은 지난 2016년 경영진의 DT 선포를 필두로 LS그룹에 맞는 DT 추진 전략을 수립하였고, 다음과 같은 4가지 초기 HRD DT 전략을 수립하였다. ①全 임직원 대상 DT 추진 공감대 형성을 위한 Mindset 확립 ② 리더 대상의 DT 전략 수립과 과제 발굴 ③ R&D/생산 직군 대상의 프로그래밍 기반 데이터분석 전문성 확보 ④ 고객 중심의 민첩한 Work Style 조성 지원 이상 4가지 전략에 따라 DT Mindset 확립을 위한 ‘이해/실무교육 Track’과 DT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전문교육 Track’을 설계하여 약 3년 간(2018~2020년) DT아카데미 1.0 체계를 시행하였다. 시행 결과 구성원들의 데이터분석/AI 관련 역량 향상은 물론 막연한 기대로만 여겨졌던 DT 추진에 대한 당위성과 실현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금년부터는 全 구성원의 DT Mindset이 확립되었다는 전제 하에 DT 전문역량 강화에 집중한 DT아카데미 2.0 체계를 설계하여 시행하고 있다. 실제 현업 활용도를 높이고, 구성원들의 업스킬링/리스킬링 을 지원하는 기술 중심의 프로그래밍 기반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추가로 Citizen Data Scientist(CDS) 육성을 위한 Tool 기반 데이터분석 교육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약 4년 간 DT아카데미를 담당하며 정답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오답은 피할 수 있는 DT 교육 설계/운영 Tip을 Ready/Set/Go 3단계로 정리해 보았다.먼저 Ready 단계에서는, ① Top Management의 강력한 리더십이 가장 중요 ② 내부 공감대 형성이 최우선(DT Mindset 확립 차원) ③ 설계 전, R&R 정립은 필수(전략과 인프라와 교육의 연계) 이상 3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다음으로 Set 단계에서는, ①데이터분석 프로세스가 아닌, 데이터 기반 업무 프로세스 관점으로 교육 설계 ② 협업 데이터 활용은 필수가 아닌 선택 ③ 양성 목적과 대상에 따른 명확한 교육 설계 필요 ④ DT 교육의 오프라인 운영 방식을 통한 효과는 매우 절대적(기본 지식/기술 습득이 목적인 교육에는 온라인 실시간 교육도 적합) 이상 4가지 사항에 유념하여 설계와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마지막으로 Go 단계에서는 한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Just Start’ 그냥 시작하면 된다. DT는 새로운 영역이지만 미래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솔루션은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것이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우리 회사에 적합한/부족한/해야만 하는 다양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이후 빠르게 보완하여 또 새롭게 시작해 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Data는 아는 만큼 물을 수 있고, 묻는 만큼 대답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HRD DT의 실현을 위해서 구성원 경험에 기반한 유의미한 학습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할 때이다. 먼저 DT 시대에 맞는 HRDer 개개인의 역량 개발이 요구된다. 2017년 ATD 발표 자료에 따르면, 미래 Learning Professional들이 갖추어야 할 Core Skill로 ‘Data Analytics’를 제시했다. 앞으로 직접 HR Analytics 업무를 수행하거나 관련 협업을 추진할 때 반드시 요구되는 역량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xAPI 기반의 HRD 환경을 조성이 필요하다. 유의미한 학습 데이터를 일정한 패턴/형태로 저장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학습 큐레이션’과 ‘학습과 성과의 상관관계 분석’ 등이 가능하고, 더 나은 학습 환경과 방법을 구성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마지막으로 HRDer가 잊어서는 안 될 기본 전제가 있다. HRD의 변하지 않는 상수는 ‘관리’가 아닌 ‘성장’이라는 것이다. HRD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은 대체의 문제가 아닌, 확장과 증강의 문제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아날로그적 인간 본연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HRDer가 되기를 소망한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9.27 포스트 코로나 19 시대 re: think leadership
최근 코로나 19가 가져온 사회, 기술, 경제, 문화적 측면에서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기준이 되는 넥스트 노멀(next normal)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넥스트 노멀은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의 지속으로 인해 표준이 되어버린 뉴 노멀(new normal)에 이어서, 코로나 19가 가져온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대외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조직 내부에서는 근무의 환경과 여건이 변화되어 이전에 겪어보진 못했던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다. 즉 생소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었으며, 조직 내에서는 재택근무, 온라인 기반 커뮤니케이션 등 언택트 기반의 근무로 변화하고 있다. 근무 방식의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 리더로서 관심 있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은 최근 급속도로 조직에 유입되고 있는 MZ세대 조직 구성원이다. 코로나 19 시대 이전부터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었던 MZ세대는 전체 노동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실제 우리 주변에 쉽게 만날 수 있는 세대이다. 그들이 자발성을 가지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고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리더로서 더 이상 간과할 영역이 아닐 것이다.이러한 변화는 리더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에서 급속도로 다가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되고 있는 변화라고 인식하여, 혹시 이전 상태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변화를 거부한다면 그 조직은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변화맹(change blindness)이라고 하는데,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거부하여 적시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요즘과 같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잘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 리더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까? 이에 본 고에서는 개인 측면의 relearning, 조직 측면의 renovation, 구성원 측면의 relationship 세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먼저 리더 개인 측면에서의 relearning, 지적인 겸손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학습을 제안한다. 많은 리더들은 그 동안 다양한 현장 경험들과 노하우로 현재의 위치에 올라와 있을 것이다. 리더들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사결정과 업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고 있으며, 조직에서는 이를 통상적으로 리더의 혜안, 혹은 통찰력으로 받아드리고 있다. 리더의 비범한 통찰력과 카리스마 있는 의사결정은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데 일조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리더의 경험 기반 의사결정(decision by experience)을 과도하게 의지하거나 맹신하다 보면 과거의 관성과 관행에 얽매이게 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 시에는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목도해 왔다. 이러한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리더는 지속적인 학습(relearning)을 해야 한다. 지속적인 학습을 위해 폐기학습(unlearning)과 흡수역량(absorptive capacity)를 제안하고자 한다. 폐기학습은 과거 경험과 노하우에 대한 성취 경험은 잠시 뒤로하고 지적인 겸손과 학습에 대한 열린 자세로 새로운 것을 채우는 것으로, 기존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고 과감히 낡은 것을 버리는 학습이라 할 수 있다. 흡수역량은 외부의 지식의 가치를 인식하고 유연하게 받아들여 학습하고 내재화하는 역량을 의미한다. 흡수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축적된 지식과 더불어 새로운 지식을 갈구하고 열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리더는 지속적인 학습을 실천하기 위해 폐기학습을 통해 가치 있는 지식을 선별하여 축적해두고, 새로운 지식과 노하우를 외부에서 습득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다음으로 조직 측면의 renovation, 포스트 코로나 19 시대에 필요한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코로나 19가 종식된 후에도 비대면 업무 방식은 지속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전과 같이 한 공간에서 조직 구성원들과 호흡하며 업무의 추진 현황과 조직 분위기 파악이 가능했던 컨택트(contact) 환경에서, 이제는 각자 개인화된 독립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언택트(untact) 근무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근무 환경에서는 복잡한 규정과 통제 대신에 자율과 책임감(freedom & responsibility)을 부여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조직 구성원들에게 조직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개개인이 의사결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솔직함과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한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조직 내 심리적인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구축해야 한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조직의 역량과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 어떠한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리더나 동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자신의 실수와 상대방의 실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정리하자면 포스트 코로나 19시대에 리더십 발휘의 토대가 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율과 책임의 조직문화, 그리고 솔직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한 심리적 안전감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리더가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하더라도 조직 구성원 즉 , 팔로워들의 동참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이에 마지막으로 조직 구성원들과의 relationship을 제안하고자 한다. 앞서 중요성을 논의한 MZ세대 구성원들과 협력적인 관계인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접근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먼저 구성원에 대한 이해,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역량개발 지원, 그리고 그들과의 진솔한 소통이다. 리더들은 MZ세대들을 단순히 다른 세대라고 치부하지 말고 그들의 개인적인 성향과 사회적, 관계 형성적 측면을 고려하여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진솔한 소통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면 분명히 리딩하지 않지만 리드되는 상호간의 협력적 파트너십이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네만은 ‘사람은 기회를 찾아 움직이는 성향보다 위협이 두려워 가만히 있는 성향이 더 강하다’ 라고 하였다. 즉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기존의 관습대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19 시대는 그 누구도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일 것이다. 이러한 길을 두려움으로 바라보지 말고 극복할 수 있는 미래로 생각하고 미리 준비한다면 반드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한 개인 측면의 relearning, 조직 측면의 renovation, 구성원 측면의 relationship의 내용이 포스트 코로나 19 시대를 준비하는 리더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9.27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인가? - E. H. 카의 역사관에 대한 단상
저는 90년대 중후반에 대학을 다녔는데, 당시 캠퍼스에서 떠돌았던 추천 교양서 목록이 있습니다. 어떤 책들인지 모두 잊었는데 웬일인지 두 권의 책은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윌 듀란트의 『철학 이야기』와 에드워드 핼릿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입니다. 저는 『철학 이야기』는 아직 읽지 않았고 『역사란 무엇인가』는 서른이 넘어서야 읽었습니다. 이 유명한 카의 역사철학서는 20세기 후반 내내 인기를 끌었던 책이었죠. ‘카의 의의와 한계’라는 주제로 정리한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의 역사학의 큰 줄기를 잡게 된다는 말을 어느 역사학자에게서 들었던 기억도 나네요. 카의 역사론은 큰 감동을 안기지만, 그의 관점에 대한 비판도 마음을 흔들더군요. 카의 유명한 명제와 그에 대한 비판을 소개합니다. 우선 ‘과거’와 ‘역사’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과거와 역사는 다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부의 과거만이 역사가 됩니다. 과거는 역사학의 연구 대상이지요. 이상적인 역사 연구를 상상한다면, 역사가에게는 타임머신이 필요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여행하면서 당시의 문화, 인물, 거리, 건물 지금은 사라진 텍스트 등을 대상으로 연구하면 좋을 테니까요. 현실 속의 역사가는 타임머신으로 과거로 향하는 게 아니라 발품을 팔아 도서관이나 기록물 보관소로 향합니다. 과거가 아닌 사료와 역사책을 파고들 수 있을 뿐이니까요. 카에 따르면 ‘과거의 사실’과 ‘역사적 사실’이 다릅니다. 과거는 지난날에 존재했던 모든 것의 집합체이고, ‘과거의 사실’은 어떤 하나의 과거사를 말합니다. ‘역사적 사실(historical facts)’은 수많은 과거사 중에서 역사학자가 현재의 관점과 문제의식에서 의미 있다고 판단한 과거를 기술하고 해석한 역사라는 학문의 결과물이죠. 예컨대 ‘과거의 사실’이 모두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죠. 이제 카의 유명한 명제를 살펴보겠습니다.“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 아마도 가장 많이 회자되는 카의 말이 아닌가 싶네요. 『역사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말입니다. 글의 맥락은 이렇습니다. “역사가와 역사적 사실은 서로에게 필수적이다. 자신의 사실을 갖지 못한 역사가는 뿌리가 없는 쓸모없는 존재다. 자신의 역사가를 갖지 못한 사실은 죽은 것이며 무의미한 것이다.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a continuous process of interaction the historian and his facts, an unending dialogue between the present and the past).” 『역사란 무엇인가』(김택현 옮김, 까치, p.50)‘과거의 사실’은 역사가를 만남으로 ‘역사적 사실’이 됩니다. 역사학자의 기본기(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엔, 과거라는 보고를 파헤쳐 자신만의 ‘역사적 사실’이라는 보물을 취득함으로써 역사가가 되죠. 역사가와 역사적 사실은 공생하는 셈입니다. 이때의 취득은 학문적 어휘는 아니고 발견, 기술, 해석의 과정을 뜻하는 단어로 썼을 뿐입니다. 카의 유명한 문장,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에서 ‘상호작용’은 이해되셨을 테죠. 문제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는 표현입니다.카는 현재와 역사가 상호보완의 관계, 균형을 이뤄야 하는 관계로 보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와 과거가 동등한 지위에서 원활하게 소통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역사가’가 학문적 범위의 재량 안에서 ‘과거의 사실’을 얼마든지 해석하고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역사학자 김기봉은 이렇게 지적합니다. “대화의 주체는 언제나 현재의 역사가일 뿐이고 과거의 사실을 대변해야 할 과거인들에게는 발언권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과거인들의 생각이 담긴 사료는 스스로 말하지 못하고 역사가의 일방적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해석되어 인용될 뿐이다.” 카의 명제,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는 정의는 수사적 표현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동등한 대화라는 주장과 달리, 카는 역사해석에서 역사가가 지닌 힘의 우위를 인정하는 발언도 합니다. “역사적 사실은 순수하게 객관적일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역사가가 부여하는 의미에 의해서만 역사적 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카가 중요하게 여긴 의미는 교훈 제공의 여부와 역사가의 연구 목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현재와 과거가 나누는 대화가 얼마나 일방적으로 현재의 역사가에게 좌우되는지를 보여주죠. 역사학사 김현식이 “역사가가 사실의 해석을 지배하고 통제한다는 확신이야말로 카의 실체”라고 비판한 이유입니다.카는 “사실이란 생선 장수의 좌판 위에 놓인 생선과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때로는 접근할 수 없는 드넓은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고기와 같다”고 했습니다. 김현식 교수는 실연당한 친구를 위로하는 일로 과거를 설명한다. 친구는 자기 앞에 벌어진 일을 믿지 못하지만 모든 것이 끝났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사랑은 이미 흘러가 버렸습니다. 돌이키려고 애를 써도 돌이킬 수 없는 것, 한때 존재했지만 더이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과거니까요. 과거가 절대로 우리 눈앞에서 재현되지 않는 것이라고 해도, 다시 말해 손에 잡힐 것 같았던 과거가 싱살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도 여전히 역사학은 유효합니다. 역사학의 대상이 애초부터 ‘과거’가 아니니까요. 역사학자 김현식에 따르면 역사란 “현재에 존재하는 역사가가 현재에 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을 토대 삼아 죽은 과거를 되살려내는 작업”입니다. 결국 역사란 현재와 과거 간의 상호작용이라기보다는 현재와 현재 사이의 상호작용인 셈이죠. 그가 제시한 ‘명태’ 비유는 카의 역사관을 너머의 역사 이해를 돕습니다.명 태변훈 곡 / 양명문 시 / 베이스 오현명검푸른 바다 밑에서 줄지어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길이나 대구리가 클대로 컸을 때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며춤추며 밀려 다니다가어떤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에지프트의 왕자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없어질지라도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명태, 헛! 명태라고헛!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김현식 교수의 명태 해설을 들어보시죠. 역사 서술로 고민하던 역사가가 공부 피로를 달래기 위해 또는 술의 기운을 빌어 영감을 얻기 위해 소주를 준비합니다. 북어나 명태를 안주로 삼고서 말이죠. 한 잔의 소주를 들이키고 짝짝 찢은 명태를 들었습니다. “바로 이때입니다. 갑자기 그의 눈앞에는 동해의 푸른 바다가 출렁거립니다. 바다 밑에는 떼지어 찬물로 호흡하는 새끼 명태가 가득합니다. 그들은 춤추며 밀려다니면서 자라난 후 어부에 그물에 걸려 원산을 유람하고는 마침내 강원도의 어느 덕장에서 말려집니다. (…) 역사가가 지금 이 순간 대면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과거의 흔적입니다. 한때는 헤엄쳤을 테지만 지금은 이집트의 미라처럼 된 북어를 마주하는 것입니다. 이 미라를 통해 명태의 싱그러운 과거였을 동해 바다, 짝들과의 유희, 어부와 원산항 등을 부활시키는 것입니다.”역사, 다시 말해 현재에 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을 토대로 삼아 과거를 되살려내는 작업은 비유컨대 노가리(새끼 명태)나 북어를 찢으면서 명태의 생생한 과거를 돌아보는 일입니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