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의 한 조직에서 팀장을 맡아 오면서 요즘 참 생경함을 많이 느낍니다.기자들은 매일 매일 자신의 이름을 내놓고 자신이 한 업무에 대해서 평가를 받습니다. 그래서 기자들은 스스로를 하루살이 직업이라고 부릅니다. 여러분 기사의 끝부분에 있는 이름과 이메일주소를 많이 보시죠? 저희는 그것을 바이라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요즘 신문을 펼쳐 보면 같은 회사 내에서도 제가 이름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비교적 소규모 조직인 언론사인데도요. 경력으로 온 기자들도 많은데다가 신입 기자 환영회 등이 코로나19로 인해 모두 취소되면서 서로 얼굴을 익힐 시간이 삭제된 것이죠.지금 제가 근무하고 있는 부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 흔한 부서 회식도 지난 2년째 하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얼굴을 보지 못한 부서원이 많을 정도입니다. 조직 구성원간 끈끈한 연대를 무기로 앞세워 왔던 언론사들이 새로운 시험대에 놓인 모양새 입니다.코로나19는 언론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습니다. 바로 구성원들의 이직과 경력채용이 매우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전보다는 소속감이 많이 헐거워지고 사표를 내고 조직을 떠나는 행위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또 다른 변수는 기자들의 효능감입니다. 언론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면서 '이럴 바에는 민간으로 이직을 하자'라고 마음을 먹는 언론인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끔씩 "00일보, 00신문에 근무하는 에이스 A, B기자가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는 것도 이제는 일상화가 됐습니다.끈끈한 연대가 헐거워진 언론 조직은 과거보다는 실력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뿌리를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연공서열을 통한 승진과 평가가 강고하게 조직 내부에서 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면 이제는 다른 변수는 필요없이오직 취재, 언어, 디지털 능력 등을 갖춘 인재인지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 것이죠. 그간 실력보다는 학연과 지연, 연공서열 등으로 평가절하를 받아왔다고 생각했던 조직원들도 실력으로 승부를 보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입니다.상황은 일반 기업도 매한가지입니다. 과거에는 인사권자에 대한 충성도가 인사평가와 승진 등을 가르는 핵심변수였다면 이제는 실력이 가장 큰 변수로자리잡고 있습니다. 경력직원 채용시장이 워낙 활짝 열려있다보니 직원들도 조직 내 HR 철학이나 연봉이 자신과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는일이 비일비재해지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일반인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알려져 있는 외국계 기업이나 고연봉을 주는 스타트업 등이 마냥 선진화된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도 간판만 외국계지 국내의 상명하복식 문화가 자리하고 있는 곳도 많고, 스타트업의 경우도 창업자와 동업자가 강력한 전권을 쥐고 일반 직원들은 부품으로 여기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직원들을 위한 천국은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다는 얘기죠. 어느 조직이든 부족한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결론을 무엇일까요. HR은 생명체라는 것입니다. 더나은 방향으로 진화하도록 끊임없이 조직원들이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금세 과거의 문화로 회귀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이는 쌍방향 노력이 돼야 합니다.먼저 사측입니다. 사측은 조직원들의 요구를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애써 못 들은체 하는 경우도 있겠죠. 조직원들의 요구가 조직 내 각종 비용증가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듣는 행위, 그 자체를 하지 않으면 핵심 인재이탈이란 최대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기업 시가총액은 직원들의 생산성을 미래 가치로 표현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인재 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죠.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는 직원들의 감정 케어 등에 대해 사측에서 민감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노측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조합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서 조직원들의 의견을 표출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합니다. 사내 게시판에서 문제가 고쳐지지 않으면 직장인 익명게시판 등을 이용해서라도 조직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조직이라면 떠나도 좋습니다.회사는 자신의 능력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그것이 좀 더 많은 연봉으로 반영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집합체입니다. HR에는 적도 없고 아군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모두가 합심해 조직원들의 생산성이 더욱 발현되도록 넛지 효과를 주는 것. 그것이 H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