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갔더니 아내와 아이 모두 기분이 매우 안 좋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이런 표현을 쓰기엔 좀 그렇지만 ‘싸웠다’고 한다. 이유를 들어보니 아내의 입장에서는 6세라면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한글을 공부하고 읽어야 하는데 아이가 자꾸 꾀만 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의 입장에서는 하기 싫었음에도 엄마가 하자고 해서 따랐는데 엄마가 자꾸 짜증을 낸다고 말한다.이런 다툼이 자주 생기게 되어 나는 아내에게 내가 아이의 한글 교육을 책임지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런 후 내가 한 행동은 아이가 요즘 즐겨 노는 장난감을 파악했다. 별로 어렵지 않게 그게 ‘헬로카봇’ 로봇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와 며칠 동안 로봇 놀이만 열심히 한 것 같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나는 무심한 듯 헬로카봇 도감을 사서 퇴근을 했다. 아이에게 주니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리고 처음 본 로봇을 가리키며 그것의 이름을 묻는다.나는 아이에게 그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로봇 친구가 이름표를 달고 있으니 읽어보라고만 답했다. 그러자 아이는 한글을 모른다고 말한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ㅇㅇ는 한글을 몰라서 이름을 모른다는 거지? 아쉽겠다. 하지만 친구 이름은 ㅇㅇ가 제일 처음으로 불러주는 게 좋지 않겠어?” 그런 대화가 몇 번 오가고 며칠 후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와서 한글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다. 그리고 2~3달 동안 읽지 못하던 한글을 5일만에 받침 글자까지 모두 읽게 되었다.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두말할 것 없이 동기 부여에 성공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흔히 성과 창출의 공식을 ‘동기 x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요즘 많은 기업에서는 구성원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만 집중하지 않고 구성원의 동기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 고민하고 실천한다. 그러나 사람마다 동기부여 요인도 다르고, 조직이 처해있는 상황도 상이하여 쉽지 않다. 동기 부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구성원의 ‘헬로카봇’은 무엇일까?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조직 구성원마다 동기부여 요인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이 동기부여의 어려움이 될 수는 있어도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서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라는 논리로 동기부여 요인을 파악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요즘 다수의 기업에서 구성원과의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구성원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 지속적으로 살피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그렇게 조직은 구성원의 ‘헬로카봇’을 알아가고, 구성원은 조직 내에서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성과 창출을 만들어가는 선순환을 꾀한다.2. 참고, 기다리고 또 인내하라.이렇게 보면 동기부여가 참 쉬워 보인다.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서로의 니즈를 나누다 보면 결국 서로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내가 아이의 한글 교육을 책임지겠다고 선언하고 아이와 놀이만 하던 1개월 동안 아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이 있었다. “그렇게 놀기만 해서 공부는 언제 시키려고 해?”조직에서 전략 을 정하고, 성과 목 표를 정할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있다. 그것은 언제까지 그 성과를 만들어낼 것인가이다. 언제까지고 구성원의 자율성과 동기부여에 따른 효과만 바라보고 소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소통’을 하다가 나중에는 ‘전달’이 된다. 나는 이에 조직 내의 전략에 장기적인 것과 단기적인 것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단기적으로 해내야 하는 일에는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다. 그런 일에는 처음부터 기다리겠다는 제스처를 취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해내는 일을 위해 기다리기로 결정했으면 참고, 기다리고 또 인내하라고 말한다. 그런 기다림이 2~3달 동안 읽지 못하던 한글을 5일 만에 받침 글자까지 모두 읽게 된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