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의 인사팀에서 이 일 저 일 치이며 일할 때만 해도 팀원이 많아지면 무조건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는 제 예상보다 훨씬 빨랐고, 제가 기대하던 순간 또한 빨리 찾아왔습니다. 인사팀 충원! 반가운 소식과 동시에 수 많은 인사 업무 중 어디에 집중할지 정해야 했습니다. 저처럼 당장 상황이 이래서 혹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 HR 스페셜리스트로 가야 하나 그렇다면 어떤 직무를 선택해야 하나, HR 제너럴리스트로 남을 수는 없을까?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HR제너럴리스트로서 앞날을 고민하는 저의 여정입니다. 참고하셔서 여러분만의 길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1. 인사를 잘 한다는 것은?** 직무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가장 처음 했던 고민은 인사를 잘 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입니다. 인사 담당자다보니 종종 직장인 친구들의 질문을 받는 일이 많습니다. 왜 연말정산 했는데 환급금이 안나오는지, 건강보험 피부양자 신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퇴사하면 실업급여 나오는지 등 대체로 실생활과 관련된 질문들이 많습니다. 너희 회사 인사팀에게 물어보라고 하면 불편하다고 하죠. 왜 인사팀이 불편한 걸까요? 상황을 조금 더 들어보면 정확한 담당자를 몰라서 인사팀 아무한테 물어보면 다른 부서 일이라고 돌리거나 처리가 느리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점들을 생각해보면 인사 일을 잘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 구성원들이 본인들의 직무 외의 일들에 있어 헤매지 않도록 잘 도와주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성원이 겪는 문제나 어려움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주는 서비스 마인드와 함께, 이러한 문제들을 잘 해결해주기 위해서는 개인이 아니라 인사팀 전체가 대응을 해야 하고, 인사팀 내에서도 여러 업무를 유기적으로 엮여 대응 가능하도록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출산을 앞둔 직원이 있습니다. 배우자의 출산에 맞춰 이 직원에게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동시에 발생합니다. 인사팀 내부에서 해결할 일, 경영지원에 요청해야 하는 일, 공단에 신고해야 하는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데 공유가 잘 되는 팀이라면 직원이 일일이 요청하는 일 없게 처리해 주겠지만 , 스페셜리스트로 세분화되면 세분화될수록 최초에 이 문제를 접한 인사 담당자가 누구고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가에 따라 속속들이 챙기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인사팀 내에서 스페셜리스트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할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 직원(소비자)의 입장에서** 앞선 생각들의 연장선에서 마케팅팀이 소비자, 소비자의 경험을 고민하듯이 인사팀은 직원, 직원의 경험을 고민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직원경험은 다양한 환경에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제가 스타트업 H Rer 로서 포커싱한 부분은 문화적 환경이었습니다. 문화적 환경은 코스트 발생이 적기에 스타트업에서 집중하기 좋은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적 환경에서도 특히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 구성원들이 하는 일을 인정해주는 방식 등으로 직원경험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느낌이 구체적인 프로젝트나 업무와 관련이 있다면 소중히 여겨지는 느낌은 직원들이 전반적이고 지속적으로 갖게 되는 느낌입니다. 때문에 소중히 여겨진다는 것은 단기적인 접근이 아니기에 직원을 여러 인사 업무의 접점에서 오랜 시간 두루 케어 할 수 있는 HR제너럴리스트의 관점을 갖는 게 중요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많은 인사 주제의 글들에서 직원 리텐션에 관한 새로운 용어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런 이야기들의 맹점은 결국 구성 원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그에 맞는 리텐션 포인트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입니다 . 이런 포인트들 은 HR제너럴리스트라면 조금 더 다방면으로 캐치 할 수 있겠다 는 생각을 했습니다. **3.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어떤 모임에서는 제가 인사팀원으로서 직원들에 대해 관심과 고민을 가지는 모습에 대해 친절함을 넘어 너무 넓은 범위까지 챙기려 하는 것은 아닌지 되려 걱정하시는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관점이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기업 문화에 있어 수평적인 문화의 역사보다 수직적인 문화의 역사가 길다 보니 회사와 직원 중간에 있는 인사팀이 사측의 입장 또는 경영자의 지시에 따라 수직적, 명령적으로 업무 한다는 시각이 짙게 베일수록, 직원경험을 생각하는 인사팀이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채용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더욱 공감하시겠지만 실업률이 증가한다고 해서 구직자들이 우리 회사로 줄지어 들어오는 게 아닙니다. 어렵게 채용한 인재를 우리 회사에 오래 머물도록 하는 데에 채용 단계를 넘어 회사에 머무는 모든 기간에 걸쳐 인사팀의 태도와 역할이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4. 구성원들의 니즈** 인사팀인 동시에 스타트업의 구성원으로서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렵게 조건을 맞춰 채용에 성공한 직원이 조직을 빨리 이탈하게 되면 소모되는 비용이 큽니다. 직접적인 비용 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갑작스러운 퇴사 · 이직 등이 발생하는 경우, 남은 구성원들에게 발생하는 불안감과 떨어지는 업무 집중도 등의 간접적인 소모 비용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불필요한 자원 소모를 줄이기 위해 마케팅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용을 내려면 타겟을 정확히 해야 하듯이 , 스타트업에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 조직에 특화된 직원경험을 높이는 새로운 시각은 무엇일까요? 스타트업 구성원의 대부분을 이루는 MZ 세대도 이제는 청년기의 후반을 생각하게 되었고 , 신입보다 경력직을 주로 채용하는 스타트업에서 구성원들을 청년으로 한정 짓고 정책을 만들기에는 슬슬 한계가 오고 있습니다. 구성원의 라이프사이클의 변화는 구성원의 니즈를 바꾸고 있습니다. 저도 인사팀으로 근무하면서 조직원들의 주된 니즈가 점차 분산되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회사의 라이프사이클에 집중했던 인사의 시각을 직원의 라이프사이클로 옮기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직의 주기에 맞게 인사가 분할되고 스페셜리스트가 생겼지만 직원경험에서는 조직경험 만큼 인사가 분화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접근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원의 입장에서 직원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저는 직원의 생애주기에 맞춰 발생하는 많은 일들을 살뜰하게 챙겨주는 역할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기존에는 직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사실 삶의 질은 비용을 많이 들이면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돌려 직원들의 삶의 주기 , L ife cycle 을 도와주는 서비스라면 비용 대비 만족도를 크게 올릴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정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HR Business Partner라는 명칭을 차용하여 HR Lifecycle Partner라고 지어봅니다. 인재전쟁인 스타트업 환경에서, 직원경험이 중요하고, 직원경험을 만드는 인사팀에서, HR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HR 제너럴리스트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고 앞으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여정의 끝에 HR Lifecycle Partner 라는 저만의 길을 찾아보았습니다. 대안은 사람마다 관점마다 충분히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처럼 여러 실무 경험을 중심으로 커리어를 이끌어 온 HR제너럴리스트들이 기존의 틀에 박힌 HR 직무 안에서만 고민하지 않고, 저마다의 새로운 시각으로 틀을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저의 여정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