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그 다음 10년을 앞에 둔 아홉수의 무리들은 심란해지기 마련이다. 오히려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어버리면 그 또한 다를 것 없다라는 생각에 불안이 잠식이 될까. 아홉은 마치 중학교 1학년보다 애어른 같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성숙해버린 척, 나이든 척 오지게 하게 되는 나이인 것이다.서른 아홉이란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나보다 앳되보이고, 로맨스가 달콤해보이는 건 결혼을 안해서가 아닐까.. 저기에 육아가 낀다면 너무 현실적이겠지. 라며 매운 새우깡을 집어먹고 있는 A차장이다. 정작 시한부 인생이란 극적인 설정에 같이 오열하고 있으면서.아저씨 아줌마라는 호칭을 인정하는 나이, 늙었다고 본인은 입에 달고 살지만 누가 늙었다고 하면 새침해지는 나이. 가볍다고 하기엔 무겁고, 무겁다고 하기엔 아직 창창하다는 소리를 듣는 서른아홉.늦게 일을 시작했더라도 직장인으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면 최소 10년정도는 커리어를 쌓았을 나이. 부모님이 어디 한번쯤 아프셨을 가능성이 많은 나이. 이제 부모님과 같이 늙어간다며 갑상선이나 호르몬, 혹은 어깨, 척추등 직장인 만성 증후군이 슬슬 들쑤시고 나올 나이. 쉽게 퇴사와 이직을 생각하기엔 부모님이나 처자식이 쉽게 마음에 걸릴 나이. 더이상 너무 가볍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저 퇴직을 바라보기엔 아직 창창한 젊은 나이. 서른 아홉이다.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서른 아홉, A차장의 커리어는 지금 어디쯤일까? “ 당신이 품고 있는 의문의 수준이 당신의 삶의 수준을 결정한다.의문은 수준을 결정하고 질문은 삶자체를 바꾼다”-팀페리스 부분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체의 흐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A차장은 최근 커리어의 변화를 겪은 주변 지인들이 떠올려본다.친구 D는 최근 호주 워킹 비자를 완료했다. 호주 잘나가는 IT 회사 마케팅 매니저다. 오퍼는 작년에 진작에 받았었지만 코로나때문에 잠시 국내에서 임시직으로 일을 하다가 정식 오퍼를 받고 호주에 곧 가려고 한다. 이전 회사에서도 돈 잘 벌고 잘나가던 그녀는 어느날 문득 한국에서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가는 것 같고, 이 바닥에서 겪을 건 왠만큼 겪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해외로 더 나가고 스케일을 넓히고 싶다고 생각을 한 그녀는 공부를 더 해서 대학원 어드미션까지 받았지만 기왕이면 돈받으면서 해외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호주에 이름있는 IT기업에 덜컥 이력서를 냈고 합격했다. 코로나 상황때문에 비자가 지연되어 한국에 잠시 머물러야했지만 회사는 그 기간동안 재택근무가 가능했기 때문에 그녀는 호주로 가기 전까지 여유롭고 안전하게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다. 금요일이면 미팅을 최소화 하고 차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호주는 거의 금요일에는 일을 잘 안한다고 호주인들은 나보다 더해~ 라고 그녀는 쿨하게 말했다.E는 영업팀이다. 최근 회사에서 중국 지사장 주재원 발령을 받았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E에게 그 기간을 잘 보내고 돌아오면 임원 다는 패스트 트랙이 아니냐며 축하를 해주었다. 사실 C의 개인적인 커리어를 보면 중국 주재원은 기회였다. 서른 아홉이면 상당히 젊은 나이에 중국 칭다오라는 곳에 지사장으로 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중국은 상당히 신경쓰고 있는 성장 거점이어서 다녀오면 본인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와이프는 생각이 달랐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그의 아이는 유독 느려서 그에 따른 행동 발달 지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이프는 중국에 가서 그런 연관 지원을 잘 받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고, 그에게도 중요한 시기이지만 E의 아이에게도 한번밖에 없는 중요한 시기가 지나고 있다고 했다. 기러기 아빠도 생각했지만 E는 가족과 떨어지는건 정말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렇다고 주재원 기회를 박차면 앞으로 회사에서 본인을 다시 밀어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 와중에 최근 써치펌에서 연락이 와 경쟁사의 자리를 들이밀며 인터뷰를 권한다. 딱히 이직 생각이 없던 E는 어쨌거나 적어도 국내 근무가 가능한 상황이니 인터뷰 시도나 해볼까 싶다고 했다.B부장은 얼마전 둘째 출산을 했다. B부장은 항상 본인의 커리어에 열정적이었는데, 본인에게 온 기회는 마다하지 않고 인터뷰를 보곤 했다. A차장은 B에게 지금 회사에서도 잘 해주는데 뭐하러 그렇게 밖을 쳐다보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B는 인터뷰가 재미있다고, 인터뷰만큼 그 회사 내부를 들여다보고 물어보고 알아볼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했다. 그러던 B 부장은 결국 굴지의 유명 외국계 회사에 매니저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심지어 둘째를 임신한채 배부른 7개월차의 임산부였던 그녀다. B를 당시 인터뷰했던 매니저는 B에게 임신 소식을 먼저 말해주어 고맙고, 그 건 본인의 채용 당락과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고. 그리고 그런 B가 입사 후3개월만에 아이를 낳으러 갈때에 회사가 제대로 B를 배려해줬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그런 회사에 감동해서 둘째를 출산하고 돌아온 B가 회사에서 또 얼마나 활약을 하며 일을 열정적으로 했는지도 말할 것도 없다. B는 정말 두고두고 회자될 레전드다. 임신 7개월에 이직에 성공하다니. 세상 모든 워킹맘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삼십대 후반은 그렇게 사십대를 코앞에 둔, 개인의 성장과 가족의 안정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때다. 더이상 공채나 대학동기들의 막 출발선에 앞치락 뒤치락하는 커리어가 아닌 이미 10여년의 다양한 경험에 의해 변수가 많아졌고, 비교의 대상은 줄어들었으며, 물어볼 사람들도 없어진다. 개개인의 커리어의 다양성이 증가했기때문이다. 멘토링보다는 코칭으로 자기 안에서 답을 이끌어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30대후반으로 가면 기혼자가 상대적으로 많아지기때문에 대부분은 가족들이 커리어의 변화에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아래 통계를 살펴보면,20대의 주요한 이직 사유가 과도한 업무와 본인의 성장여부에 있다면 30대의 이직은 연봉과 복지, 커리어와 업무의 권한 등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욕망이 더 짙게 혼재되어있다. 40대가 되면 좀 더 퇴사나 이직 사유에 안정성이 강해진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 오픈서베이 2022 취업,이직 트렌드 리포트 곰곰히 생각해본다. 본인이 살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 거기에 그녀의 커리어가 어떤 그림을 그리길 원하는지. 정확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대략적인 방향과 종착점이 어디일지.현재 회사에서는 그래도 어느정도 잘 버텨왔기때문에 A는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승진을 하기 위해 몸을 갈아가며 더 열심히해야할지, 적당히 뭉개며 가늘고 길게 버텨볼지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아직 도전해보지 않은 회사 밖의 이직을 도전해야할지도 모른다. 써치펌에서 “A차장님 거기 더 있으면 너무 재직기간 길어져서 이직도 힘들어요~ 세상이 달라져서 한 회사에 오래 있는게 자랑이 아니라니까요. 마흔 되기 전에 한 번 옮겨야죠” 라던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서른 아홉이면 한창이지. 어딜가도 잘 팔릴 나이인데, 너무 한 곳만 보지 말고 딴 데도 좀 봐봐” 라고 최근 이직에 성공해서 잘 나가는 언니들의 조언도 한 몫한다.왜 질풍노도의 시기는 39세에도 지속되는 것일까. 머리를 감싸며 A는 나직하게 되뇌인다.(글이 너무 길어져서 2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