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실천하는 소통 (부제 : 군대 이야기)
본인은 결혼을 했고, 사랑스런 와이프와 2명의 아이와 꽁냥꽁냥 재미있게 살고 있다.한 집안의 막내에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그래서 군대 이야기를 해 보자면... (?)2006년 7월의 여름, 가장 평범한 군 생활을 보내고 오기 위하여 21살 젊은 나이의 한 청년은 논산 육군훈련소로 입소했다.육군으로 젊음의 2년을 국가에 충성을 바치자고 다짐했다.평범하고 싶었던 군 생활은 하지 못했다. 전경으로 착출되면서... (육군 아저씨가 아닌 경찰 아저씨가 되어...)군복을 입고 5주라는 짧은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까지 본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말을 훈련소에서의 마지막 밤에 들었다.**훈련소의 마지막 밤, 한 조교로부터 들었던 말을 꺼내고 싶었다.**우리 소대 조교는 아니었고, 같은 중대 소속으로 훈련소의 마지막 밤에 각 소대를 돌면서 작별 인사를 하였다.(갑자기 내무반 문을 닫고 들어와서, 의자를 가지고 와서 우리 앞에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래 적은 것처럼 '존댓말'로 말이다.)
5주 수고 많으셨습니다.
훈련소는 사회인에서 군인이 되는 첫 단계로 많이 힘들었겠지만, 동기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재미있기도 하고 큰 힘도 얻었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좋은 추억이 될 거에요. (물론 시간이 꽤 많이 지나고 나면요.)
오늘 밤이 지나면 누구는 후반기 교육을 갈 테고, 누구는 바로 자대로 배치를 받을 것이고, 누구는 군복을 벗고 경찰복을 입을 겁니다. (웃음)
훈련소에서 가장 짬밥이 높은 훈련병인 여러분이 자대에 배치되면 다시 막내가 됩니다. 군대에 오기 전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힘들 겁니다.폭언, 구타가 남아 있는 곳들도 아직 있을 거에요. (아쉽지만)그런 악습이 없다고 해도 많이 힘들 겁니다.
하지만 하루 하루 시간이 지나서 여러분이 상병, 병장의 위치에 올라서면,반대로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권력이 주어질 겁니다.
많은 군인들은 이 권력을 자기가 당한 악습을 되물림 하는데 사용합니다."너도 한번 당해봐라."는 마음으로 악습을 되물림 하기는 너무 쉽습니다.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도 그런 모습이 있었을 수 있고요. (반성합니다)
여러분은 멋있는 군인의 모습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햇볕에 그을린 근육? 뛰어난 리더십? 남자다움?
**여러분이 미래에 얻게 될 그 권력을 병역의 악습을 되물림하지 않기 위해 사용해주시기 바랍니다.**1명, 1명 그런 멋있는 군인이 나왔기에 병영 문화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이 되었고, 앞으로도 더 좋은 곳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그런 멋진 군인이 되기를, 사회에 나가서는 멋진 사회인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하며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훈련소에서의 시간은 끝났고, 본인은 경찰학교를 거쳐 속초경찰서에 배치되었다.본인은 정말 편한 군대 생활을 했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투덜거림의 연속이었지만)본인보다 나이가 4살이 많았던 최고참들은 2살이 어렸던 그들의 선임들로부터 폭언과 구타로 아름답지 않은 군대 생활을 보냈다고 한다.그들의 군대 생활이 끝날 무렵 들어온 막내인 우리들을 보면서 "너희도 한번 당해봐라."는 생각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그들이 악습을 되물림 하지 않았던 이유는 멋있는 군인이 되기 위한 것과 같은 거창한 건 아니었다.**그냥 쪽팔렸다고 한다.**4살이나 어린 애들 괴롭히려고 잠시라도 생각한 마음이 쪽팔렸고, 그 이유만으로 그들은 악습을 되물림하지 않았다.악습을 되물림하려 했던 모습을 쪽팔려 하는 그들의 모습이 멋있었다.그들로 인해 내가 멋진 군인이 될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좋았다.본인은 HR, 소통에 대한 주제로 인살롱에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었다. 2번째 주제에 대해 지난 주부터 고민하다 여름이 끝나가고 있음을,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2006년 7월 말에 훈련소에 입소하여 8월 말에 훈련을 마치면서 들었던 추억이 떠오른 이유일까?소통은 뭘까?잦은 대화? 경청하는 자세?모두 맞다. 다만, **소통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실천(행동)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말로만 되풀이하는 소통이 아닌, 실천(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소통 말이다. HR 업무를 시작한 지 10년차가 되었다.HR 업무를 하면서 본인도 끊임없이 '소통'을 이야기하고 있다.말이 말로만 끝나지 않도록, 내가 말한 말을 지키기 위한 작은 실천들을 거듭하며 멋진 HR 담당자로 성장하고 싶다.. (멋진 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는 멋진 선임들로 인해 얻지 못했지만...)
인살롱 in 인살롱 ・ 2022.08.30 [채용담당자로 살아남기]6. 어떤 전문성을 키워야 될지 잘 모르겠어요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해외 출장, 여름휴가, 코로나 확진 등등의 다양한 핑계 때문에 지난달에는 글을 쓰지 못했네요... 스스로 반성합니다. 사실 글을 쓸 소재도 떨어진 것 같아서 그동안 글을 못 쓰고 있었습니다. 어떤 내용을 써볼까 하다가 이번에는 채용 업무와는 좀 다른 커리어에 대한 내용으로 써보려고 합니다.저는 HR의 업무 영역에서 HRD와 채용을 제외하고는 다른 업무는 많이 해보지 않았습니다. 채용은 어느새 4년차를 꽉 채워가게 되었구요. 4년간 힘든 일, 지겨운 일도 많았지만 재밌고 보람된 일도 꽤나 많았던 것 같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이 기간 동안 지치지 않고 채용업무를 계속하게 된 직무의 매력 포인트가 뭘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생각해보니 아래 정도의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1. 성과가 명확한 편이다.. 지원부서에서 이만큼 성과가 명확한 업무도 많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적합한 사람을 뽑아오면 그것이 담당자의 명확한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직접 리쿠르팅을 하지 않는 분들도 있고, 인력 확보 자체보다는 프로세스 개선이나 브랜딩 등으로 성과를 평가받는 분들도 있겠지만 궁극적인 성과는 누가 봐도 확실합니다.2. HR 직무 중에서 욕을 안 먹는 편이다.. HR은 회사를 대신해서 직원들에게 욕을 먹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사측의 입장을 대변해서 업무를 하다 보니 공공의 적이 되기 일쑤입니다. 블라인드만 가봐도 절반 정도는 HR에 대한 불만과 욕들이죠. 그중에서 그래도 채용은 욕을 덜 먹는 편입니다. 어찌 되었던 직원을 뽑아서 배치해 주는 것은 해당 부서에는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죠. 평가/보상, 제도기획은 아무리 잘해도 누가 칭찬해주지 않지만, 좋은 사람 뽑아주면 현업에서는 많이 고마워합니다.3. 담당자의 자유도가 높은 편이다.. 성과가 명확한 편이다 보니, 보여주는 성과만 확실하다면 담당자가 과정상에서 어떤 짓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수용해주는 편입니다. 사람을 직접 찾고, 적절한 플랫폼을 선택하고,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채용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러한 업무들에서 담당자가 직접 개입하여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이 있지만, 채용 업무를 오랜 기간 하는 것을 싫어하는 분들도 꽤나 많습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잠깐 거쳐가는 업무 정도로 생각하지, 장기간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실제로 회사에 HR신입사원 면접을 보게 되면 타 회사에서 채용업무만 하고 있는데, 커리어 전환을 하기 위해서 지원했다는 지원자도 종종 봤습니다.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반복성/단순 업무의 연속에 따른 경력/전문성이 정체된다는 느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채용업무의 근본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휴먼터치가 필요한 노가다성 업무입니다. 그러다 보니 써칭/후보자 컨택/일정 조율 등의 유사한 업무의 사이클을 계속해서 돌리게 됩니다. 처음에 할 때는 이러한 업무도 재밌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이러한 일만 하다 보면 내가 앞으로도 이 업무를 계속하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충분히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 코디네이션에서 어떻게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되는 거죠.그래도 이 업무에 대해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애정이 있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저도 제 향후 커리어를 생각해보면서 어떤 전문성을 키우면 좋을지를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참고할 자료가 많지는 않아서 주변에 해당 업무를 잘하고 있는 분들의 장점을 한 번 생각해보면서 적었습니다. 1. 모집의 영역. 채용의 가장 앞 단계인 모집에 대한 전문성입니다. 여기서도 크게 2가지로 나누면 채용 브랜딩과 써칭/인게이징의 영역이 있겠네요. 채용 브랜딩은 다들 아시다시피 회사를 채용 관점에서 알리기 위한 브랜딩과 각종 홍보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업무입니다. 특히 회사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신입사원채용이 해당 업무의 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케팅에 대한 감각이 필요해서 최근에는 마케터 출신 분들도 꽤 많이 본 것 같네요.- 써칭/인게이징은 각종 플랫폼을 통해 후보자를 찾고 네트워크를 유지하여 소속회사에 지원하게 만들 수 있는 업무입니다. 과거에는 헤드헌터분들이 하셨던 업무지만, 이제는 회사를 대표해서 내부 리쿠르터들이 이 업무를 많이들 수행합니다. 반복적인 업무이지만 사람에 대한 꾸준한 관심, 인내심, 직무에 대한 명확한 이해 등이 필요하겠네요.2. 선발의 영역.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을 선발할지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업무입니다. 채용 프로세스 기획, 면접 프로세스 설계, 인적성검사 도입, 선발기준 고도화, 면접관 교육 등이 있습니다. 사실 하루하루 채용이 급한 스타트업 같은 곳보다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대기업군에서 해당 업무를 해 볼 수 있습니다. 매년 하는 업무가 아닐 수 있고, 채용담당자가 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기획성 업무여서 가능하다면 꼭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3. 프로세스 관리의 영역. 채용 전체 프로세스를 기획하고 점검하는 업무입니다. 채용 시스템 관리, 대시보드 만들기, 후보자 경험 관리하기 등이 있습니다. 해당 업무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곳도 있어서 어느 정도 다른 업무가 고도화가 된 경우에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채널별 유입률/지원자수/합격율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문제점을 찾고 개선하는 것도 해당 업무에 포함됩니다.4. Business Partner의 영역. 채용에 대한 이슈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대응하는 업무입니다. 통상 해당 영역은 정형화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에 현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기획력이 있어야 제대로 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Tech채용의 경우는 해당 영역의 전문성에 따라 담당자의 수준이 확연히 차이가 날 듯합니다. 기술에 대한 전반적이 이해도가 높을수록 현업과 원활한 대화를 하면서 진정한 채용 파트너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개발자 출신분들이 해당 영역에서는 꽤나 유리합니다. 비전공자 Tech채용담당자분들이 따로 시간 내서 공부들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5. 짬의 영역. 글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남들이 대체하기도 어려운 짬이 필요한 업무들이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자신만의 인사이트 만들기, 후보자 처우 협상에 대한 노하우, 타 채용담당자들과 네트워킹 구축하기 등이 있겠네요. 짬이 차야만 가질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는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채용업무는 앞으로 더욱 고도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춘다면 회사 내외부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커리어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신 계속해서 반복성/단순 업무만 하고 있다면 본인이 의식해서라도 다른 업무 영역을 찾고 시도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자신의 커리어는 본인이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인살롱 in 인살롱 ・ 2022.08.30 인사담당자의 유연성에 대하여
어찌보면 정답이 없는 이야기 이다.
"인사담당자는 유연해야 하는가?"
" 유연해야 한다면 얼마나 유연해야하는가?"
인사업무를 하면서 연차에 따라 유연함을 대하는 태도는 계속 변해왔다. 아직도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는 하지만인사담당자의 유연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입사 초기 팀장님께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인사 담당자는 스포츠 경기의 심판과 같은 역할이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여 플레이 할 수 있도록 경기를 운영하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심판은 주인공은 될 수 없으나 규칙에 따라 경기를 원활하게 운영하는 역할이다.반칙을 잡아내는 사람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겠으나, 경기를 운영하는 운영자의 입장에서 심판의 자질과 태도가관중에게 사랑받는 즐거운 경기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연차가 낮은 HR담당자 시절에는 경기의 규칙을 엄격히 적용하고, 한치의 빈틈도 없는 논리적인 제도를 만드는 것이공정한 인사를 위해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가졌었다.평가든 보상이든 제도에 의해 딱 떨어지는 맛이 좋아서 예외에 대해서는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업무를 수행했던 것이다.그라운드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그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 입장에서 재미난 경기일까?경기의 흐름과는 관계없이 엄정하기만한 심판은 과연 좋은 심판일까 생각이 든다.지나친 엄격함과 미시적인 경기 운영은 경기의 흐름을 망칠 뿐 아니라 선수의 의욕을 꺽기도 한다. 연차가 쌓일수록 환경도 보이고, 조직, 전략도 보이고, 사람도 보이기 시작하면서 유연함에 대한 유혹(?)이 시작되었다.완벽한 규칙, 완벽한 제도는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예외와 판단의 영역에 대한 재량이 넓어질수록"좋은게 좋은거 아닌가"라는 마음속의 흔들림도 들었던 적이 있었다.그렇지만 유연성만을 강조하는 심판은 필연적으로 "판정시비"를 맞닥드리게 된다.유연함이 불공정으로 이어지면 경기는 파행이 되고, 심판은 불신을 받고, 관중은 경기장을 떠난다.특히 사람에 따른 유연함은 인사담당자로서 절대 빠지지 말아야하는 유혹 아닐까 싶다. **어찌보면 정답이 없는 이야기 이다.**최고의 경기는 우수한 선수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심판 역시 리그 수준에 걸 맞는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명확한 기준을 갖추고, 전략과 환경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사람이 아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인사담당자가 고객(관중)과 선수(직원)가 함께 즐기는 "멋진 경기"를 운영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특히 프로들의 리그에서는 말이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2.08.30 돌이킬 수 없는 유연근무 시대에서 성과관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흐름 = 근무유연화
얼마 전 링크드인에서 2022년 Talent trend report를 배포하였다.한 해 동안 링크드인의 자체 데이터를 기준으로, 채용시장 글로벌 트렌드를 분석하고 제공하는, 이 자료에서 첫 번째 키워드로 내세운 것은 바로 ‘Flexibility(근무유연화)’이다.링크드인은 ‘근무유연화’를 채용브랜딩 자료로 활용한 사례가 전년대비 무려 343% 가량 상승하였다고 밝혔다.분명, 근무유연화의 흐름은 코로나 팬데믹의 등장과 함께 가속화된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의 영향이 줄어 들수록, 점차 출근 중심의 근무 제도로 회귀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하였다. 2~3개월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 발생 수가 주춤하던 시기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실리콘 벨리의 다수 기업들에서도, 현 시점을 엔데믹의 시작점으로 판단하고 직원들의 재택근무 철회 및 복귀를 명령하기도 하였다.그러나 이러한 복귀 작업이 모두가 뜻한 대로 깔끔하게 진행되는 모양새는 아닌 듯 하다. 이미 근무유연화를 접해본 직원들은 다시금 엄격한 출근 제도와 기존의 근태 제도권 안으로의 복귀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고, 급기야 몇몇 기업들은 재택근무 철회를, 도로 다시 철회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이런 와중에, ‘대퇴사의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이직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수의 기업이 구인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불경기와 구인난이 병존하는 아이러니한 채용 시장 동향을 보고 있으면, 기업보다는 구직자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결과적으로, 적어도 구직자들이 Key를 잡고 있는 현 상황에서,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근무유연화’라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흐름에 탑승해 버린 것은 아닐까 싶다.
근무시간의 개념이 무너지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근무시간은 조직관리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였다. 오늘날의 근무시간 이슈는 주로 주 52시간 제도와 맞물린 노무적 이슈나, 연장근로수당과 같은 보상 이슈와 관련되는 경우가 많으나, 과거에는 근무시간을 개인 생산성 측면과 근무태도 측면으로 연결하여 파악하려는 경향이 강하였다. 심지어, ‘근태점수’를 항목화 하여 개인의 평가지표에 포함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였다.하지만 재택근무, 유연근무의 확산과 함께, 기업이 개별 직원의 근무시간을 기술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하였다. 출퇴근 스케쥴링, 온라인 출퇴근 시스템 구축, 메타버스 활용 등 각종 방안 등이 시도 되고는 있으나, 사람의 머릿속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상, 사무실에 없는 직원들의 근무 태도나 집중도를 체크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탁상공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이렇게 된 이상, 근태를 초월하는 상태에서 기업의 생산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업 나름의 생존 방안이 필요해 보이는데,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은 근태보다는 성과 관리에 집중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사실, 당초에 기업이 희망하던 것은 성과 관리이지, 정확한 근태 관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회사와 직원 간의 근태 관리의 프레임을 성과 관리 측면으로 전환시키는 것이가장 현실 적이자 건설적인 방안이 아닐까 싶다.
근무유연화 시대에 성과 관리가 추구해야 할 모습
앞으로의 성과 관리는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를 모두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서의 핵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직원들의 성과를 관리하고 평가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어떻게 구축하는가.'이다.이러한 관점에서 기업에서는 다음의 모습들을 추구해야 한다.
실무 팀장이 중심이 되는 성과 관리
비대면 근무 중심의 체제에서는 상대적으로 전사 단위의 업무적 유대를 기대하기가 용이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수록, 가장 작은 단위의 성과 집단에서부터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기업이 팀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팀 단위의 성과에 집중하고, 팀 안에서의 밀도 있는 유대를 더욱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아마도 팀보다 거리감이 있던 상위 레벨의 그룹, 실, 부서 레벨의 리더와 실무 단의 개개인 직원들 간 거리는 더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따라서, 팀의 리더인 팀장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조직에서는 이러한 팀장의 역할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성과 관리 프로세스를 팀장 중심으로 재편하고, 그만큼 강한 권한 위임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팀장급 리더들과 성과 관리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를 수시로 형성해야 하고, 팀장들의 성과 관리를 돕기 위한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소통 시스템을 구성할 것
HR부서에서는 팀장 중심 성과 관리를 돕기 위한 지원으로, 사내 성과 관리 목적의 소통 플랫폼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사실 리더들의 입장에서는 뜬금없이 하루아침에 성과 관리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구성원들과 대화를 시작 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따라서 회사 차원에서 나름의 멍석을 깔아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예산이 허용된다면 성과 관리 외부 SaaS 플랫폼을 도입하거나, 특별한 예산이 없더라도 잘 구성된 공식적인 스프레드시트, 엑셀 양식 등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뿐만 아니라, 사내 정기 1on1 가이드를 배포하거나, 비대면 성과 관리 협업 플랫폼을 지원한다 던지, 성과 달성과 관련한 전사적 이벤트(OKR파티 등)를 구성하는 등의 활동을 마련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내부 모니터링 체계 마련
회사 입장에서는 구성원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성과 관리가 현장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더욱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점검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성과 관리 툴이나 협업툴이 있는 경우에는 HR부서에서 주기적 Admin 데이터와 운영 피드백들을 분석하고, 전사적인 목표 진척 현황을 점검하여 구성원들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운영현황을 요약하고 특이사항 등을 보고하는 정기 프로세스를 병행하여 진행한다면, 성과 관리 환경을 조기에 안정화 시키는데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검 시스템을 통하여 조직 차원의 성과 관리 밀도를 높이고, 구성원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구성원의 성장을 잊지 않을 것
성과 관리 작동의 기본적인 요건 중 하나는 그 주체인 구성원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구성원으로 하여금 성과 관리 프로세스의 효능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이 보다 빠른 성과 관리의 왕도가 없을 것이다. 닐 도쉬, 린지 맥그리거의 저서,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를 인용하면, 개인 차원의 동기부여를 이끄는 가장 효과적 요인은 ‘일의 즐거움, 의미, 성장’이다. 따라서, 조직에서는 성과 달성과 동시에 직원 개개인이 일의 의미와 성장을 느낄 수 있도록 제도 곳곳에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성장과 관련된 진단 요소나 상호 피드백 절차를 성과 관리 시스템에 녹이는 방법을 추천해 볼 만 하다.
변화관리 차원으로 접근 할 것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근무 제도의 변화, 성과 관리의 변화, 이 모든 것이 변화로 느껴진다. 보통 변화관리 단계는 해빙, 변화, 재결빙(Lewin's Change Model)등과 같은 일정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초기에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마치 얼어붙은 것처럼 모든 활동과 철학에 대한 구성원의 저항과 냉소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반응은, 변화 과정에서의 당연한 반응으로 인정하고, 회사의 목적과 구성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이점을 명확하고 지속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오해를 해소하고 수용성을 높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과 많은 소통과 피드백, 그리고 반복적 개선 외에는 특별한 왕도는 없는 듯 하다. 근무유연화는 장기적 관점에서는 기회일 수 있으나, 당장의 시점에서 회사에게는 위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적어도 우리 대다수는 아직 충분히 연습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순간도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일부 사업장 안에서는 하루하루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을 수 있다.기업의 생존 방법에는 여러가지 조건이 있겠으나,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조건 중 하나는 '기업은 곧 성과를 내야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끝이 없을 수 있는 유연한 근무 시스템 안에서도 성과를 관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구성원 모두에게 생존전략으로서의 의미가 않을까 생각한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2.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