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는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 회사라는 신 (scene) 에 함께 등장한 미숙한 배우들 일지 모른다 . 그러니 ,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진심 어린 인사말 한마디 건네지 못할 이유가 없다 . ✱ 오래지 않은 일로 기억한다 . 당시 어느 국내 정치인의 공항에서의 행동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 이때를 놓칠세라 , 반대 세력에서는 수위를 높여 공격을 했다 . 그 국회의원이 했던 행동은 공항 출국장을 나오며 수행원인 듯 보이는 사람에게 바퀴 달린 여행가방을 쓱 밀어 전한 것인데 , 그 자체보다 그의 시선 처리에 더 큰 질타가 쏟아졌다 . 쳐다보지도 않고 넘겼다 해서 , 이 행위는 한동안 ‘ 노룩 패스 ’ 라는 신조어로 더 유명해졌다 . 상대를 바라보지 않고 하는 행위를 일컫는 ‘ 노룩 (No Look)’ 은 본래 패스가 오고 가는 협력의 스포츠에서 상대를 속이기 위한 전략적 행동을 말한다 . 실제 시선은 다른 곳에 두면서 , 패스는 원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으로 , 일종의 기만행위다 .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노룩은 소통의 관점에서 ‘ 상호존중이 결여된 행동 ’ 을 상징한다 . 국내 한 소통 전문가가 칼럼에 소개한 바에 따르면 , ‘ 노룩은 상급자의 갑질에 기반하며 상대를 사람이 아닌 기능성 도구로 간주함 ’ 을 의미한다고 한다 . 노룩 패스 , 노룩 착화 ( 스스로 장화를 신고 벗지 않고 수행원이 도와준 경우 ) 와 같은 사례는 일명 ‘ 갑질 ’ 로 분류되는 권위의 남용이라 볼 수 있지만 , 조직에서 반드시 명령과 복종의 관계에서만 나오는 행위는 아니다 . 상호 존중의 결여는 , 직급과 상황을 막론하고 가장 흔히 벌어지는 사내 소통 장애의 원인일 것이다 . .caption id="attachment.20663" align="alignnone" width="500". - 농구에서의 노룩(no-look) 패스 (NBC Sports)./caption. ✱ *‘… 소중한 것일수록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실천해야 함을 압니다 .* *하지만 ,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 *영혼 있는 인사가 그런 것 같습니다 ’* *. 영혼 있는 인사 , 홍석환의 3 분 경영 中* 거의 매일 다양한 주제로 HR 관련 유익한 메시지를 정리해 보내주시는 분이 계시다 . 그중 최근 소개한 ‘ 영혼 있는 인사 ’ 란 제목의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 본문에 소개된 몇 가지 사례 속에서 우리의 이상적 일상이 보였다 . 그리고 , 눈을 거의 마주치지 않고 기계적으로 인사를 받는 동료가 있는 , 답답한 일상도 떠올랐다 . ✱ 공유하는 엘리베이터를 1 층에서부터 함께 탄 타인이 우리 회사 직원인지 아닌지 모호할 때가 더러 있다 . 그래서 눈치를 보다가 그들이 누르는 층을 보고 인사를 하곤 했다 . 그러다가 적절한 인사의 타이밍을 놓치기도 해 그냥 ‘ 애매하면 인사하기 ’ 를 한동안 해 봤다 . 같은 아파트 같은 층의 이웃을 마주쳐도 서로 모른 체하는 것이 기본 매너인 요즘 , 그런 무조건 인사는 오히려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아 ‘ 애매하면 인사 안 하기 ’ 가 더 편해지게 됐다 . 그런데 그런 게 습관이고 싶지는 않아 최근에는 다시 ‘ 눈 마주치면 먼저 ( 공손히 ) 인사하기 ’ 를 실천하고 있다 . 아직까지는 썩 괜찮다 . 여전히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는 동료도 더러 있지만. ✱ 기본적인 비즈니스 매너가 우리나라 회사들의 특징적이고 보수적인, 적체된 문화로 오인받는 경우가 많다. 업력이 상대적으로 짧은 회사들이 해외 유명기업의 문화를 주요 가치로 표방하며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왜곡해 상호존중의 상징으로 이야기하는 것만 봐도 그 오해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에서 직접 그들과 일해보며 알게 된 것은, 성숙한 조직문화의 자유로운 소통 실현에는 구성원의 기본 소양이 반드시 요구된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회사생활은 한국 문화가 전혀 없는 외국의 한 기업에서 시작했다. 입사 후 비즈니스 매너부터 배웠는데, 업무상 소통은 역시 현장에서 다른 직원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가장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돌이켜 보면, 그들이 이야기하는 다양한 상황 속 상호 존중의 원칙은 간단했다. 첫 만남의 자리든 격식 있는 프레젠테이션이든, 모든 타인을 대하는 비즈니스 상황에서 소통의 기본은 눈을 맞추는 '아이컨택(eye contact)'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눈을 마주치기 어려워하는 상대나 대화 중 시선이 줄곧 다른 사물에 머물러있는 사람과의 소통은 불편하다. .caption id="attachment.20658" align="alignnone" width="500". '나는 회의 전에 척추 치료를 받아야만 했었다'./caption. ✱ 좀 더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라도 일은 제대로 처리한다면 서운할 것도 억울할 것도 없을 텐데 , 종종 업무상 소통에서 전혀 핵심이 아닌 주제에 가시 돋친 반응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볼 때면 안타깝다 . ‘ 공지한 내용 잘 안보셨나봐요 ?’ 예전에 근무했던 한 회사에서 재무팀 직원에게 궁금한 것을 메신저로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와 적잖이 당황했었다 . 여러 번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정상적인 소통방식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그의 태도를 지적했다 . 더구나 회사의 문화를 신경쓰는 사람 입장에서 , 아직 경력이 많지 않은 직원의 이런 태도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어 일단 문제를 해결하고나서 그의 태도를 지적했다 . 의미가 통했는지 , 그의 진심어린 사과의 메시지를 받고 과거 유독 소통 매너에 엄격했던 한 팀장님이 떠올랐다 . 직급 없이 경어를 쓴다고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는 착각은 마땅히 알려줄 사람이 없어 잘 몰랐다는 핑계와 맞닿아 있었다 . 상호 존중의 소통에는 권위의식 , 이기심 , 자존심 등 극복해야 할 장애물뿐 아니라 겸손 , 경청 , 예의 등 꼭 갖춰야 할 준비물도 있는데 , 이 모든 것들을 극복하고 갖췄다 하더라도 나 스스로가 타인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진정한 존중은 모습을 드러내기 힘들 것이다 . .caption id="attachment.20657" align="alignnone" width="500". - 상호 존중의 we대한 방법./caption. ✱ 문화 담당자라면 대다수의 직원이 상호 존중에 기반한 소통을 하도록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 먼저 소통 관련 기본 매너를 정리하는 것이 시작이 될 것이다 . 온보딩에 사수나 멘토가 존재한다면 , 그들이 올바른 소통 매너를 멘티에게 전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 상호 존중의 소통법 ’ 을 교육하는 것이 좋겠다 . 회사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이와 관련된 원칙과 사례를 소개하고 , 눈에 잘 띄는 곳에 포스터나 배너 등을 활용해 메시지를 노출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 그리고 , 담당자 스스로부터 의식적으로 눈을 맞춘 인사 , 눈을 바라본 소통을 실천해 본다 . 잘하는 인사란 , 그런 것 아닐까 ? 최근 회사는 마치 유행처럼 유연한 근무환경과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강조하면서도 실상은 대학 입시보다도 더 치열한 승자생존의 무대로 인식되고 있음을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 그 와중에 ‘ 훌륭한 인재 ’ 가 회사 가치판단의 한 축이 되는 요즈음 , 그런 동료들이 모였다 해도 서로를 대함에 상호 존중이 결여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것도 부정할 수 없다 . ‘ 젊잖아 ’ 내지는 , ‘ 아직 배움이 부족해서 그래 ’ 등의 적당한 타협으로 피해 갈 문제는 아니다 . 상호존중에서 비롯되는 소통의 기본은 우리가 대학입시 , 취업 , 고과나 승진을 위해 공부하는 것들보다 배우고 익힐 시간이 더 길었기 때문이다 . .caption id="attachment.20656" align="alignnone" width="500". - 삼성물산 건설부문 블로그./caption. ✱ 다른 회사의 첫 출근을 앞두고 한 선배가 말했다 . “ 좋은 사회생활을 위해 이 세 가지만 기억해 . ‘ 내 출근시간은 늘 30 분 이르다 , 만나는 모두를 마치 윗사람처럼 대한다 , 그리고 마주치는 모두에게 ( 공손히 ) 인사한다 ’” 그가 사회라는 영토로 들어서는 신입사원에게 주고자 했던 것이 성실과 존중의 씨앗이었음을 , 한바탕 가뭄과 장마 같았던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어렴풋 알겠다 . 그 씨앗은 싹이 터 좋은 소통이라는 꽃을 피우고 있을까 ? ✱ "너 옷에 뭐 묻었는데?" "뭐?" "인사 잘하신다 ㅋ" "아 뭐야!" 영혼 없이 하는 인사보단 차라리 실없는 이런 장난이 낫지 싶다. 적어도 유쾌한 웃음은 주니까. — 참고 *. ‘ 영혼 있는 인사 ’ ( 홍석환의 3 분 경영 )* *. ‘No Look 은 소통이 아니다 ’ ( 최진숙 , UNIST 기초가정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