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문화 담당자는 동료에게 어떤 피드백을 받을까. 이번 하반기 내 버그 픽스 준비 중 우리 회사의 피드백 프로세스 우리 회사는 1년에 두 번 피드백 프로세스를 진행한다. 5월과 11월에 6개월 간격으로 진행하는데 이번 11월에도 하반기 피드백이 있었다. 우선 6개월 동안 내가 무슨 업무를 했는지 그리고 그것에서 얻은 것과 개선할 포인트는 무엇인지 본인이 직접 자기 평가/회고를 작성하고 이 자기 평가는 회사의 모든 이에게 공개 된다. 나의 평가를 보고 나와 업무가 관련된 사람들은 동료 피드백을 준다. 동료 피드백은 날 것 그대로 나에게 전달되며, 그 후 팀디렉터의 피드백과 면담이 있다. 거의 한 달 간에 걸쳐 3단계의 피드백 프로세스가 진행된다. 처음 우리 회사의 피드백 사이클을 경험하면 조금 복잡하기도 한데 각각의 피드백에서 얻는 것이 많다. 그 중에서 동료 피드백 사이클에서 받은 몇몇 피드백을 소개하고자 한다. 인사/조직문화 담당자는 과연 어떤 피드백을 받았을까? 우선 이번에도 역시 나에게 피드백을 준 동료가 많았다. 인사.조직문화 담당자이기 때문에 깊숙이는 관여하지 못하더라도 넓게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구성원 3분의 1이상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고맙다, 응원한다, 격려하는 피드백 더해 나에게 도움이 되는 피드백도 여럿 있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피드백 몇 개를 소개하려고 한다. 인정과 칭찬의 피드백: 애사심까지…?? “지원 받을 수 있는 사항에 대해 자주 안내해주시고, 청년내일채움 공제 및 사내에서 받을 수 있는 복지에 대해 컨플루언스 및 슬랙을 통해 공유해주셔서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세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고 먼저 챙겨주시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애사심이 생기는 경험을 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나는 조직문화 담당자로 일하기도 하지만 인사, 대관, 노무 등 HRM에 관련된 업무도 꽤 진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 대관, 노무 업무의 일은 나의 적성에 맞는 업무는 아니었다. 대관 업무 중에 반복적이고 루틴한 업무가 있어서 지루함을 조금 느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동료 피드백을 받고 보니 앞으로 대관 업무를 대하는 태도를 좀 달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애사심이라니… 동료가 좀 더 오버해서 쓴 것 같지만 나의 업무가 누군가에게 이런 감정까지 느끼게 했다니 대관 업무에 대한 태도를 다시 고쳐야겠다. 상반된 피드백: 밝은 에너지가 누군가에게는 부담으로 vs 그 전보다 텐션이 떨어져 걱정 이번 반기 후반 쯤에 그동안 중단되었던 사내 컨퍼런스 재개를 시도했다. 사내 컨퍼런스의 가장 중요한 점은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인데 그 전에 비해 공유와 발표에 대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듯 보였다. 내가 먼저 발표자 섭외를 위해 이런 이야기를 공유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발표하면 이런게 좋습니다!! 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다녔음에도 발표자 모집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발표자 모집을 연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2명의 발표자를 섭외했고 크게 사내 컨퍼런스로 하기 보다는 월간 컨퍼런스로 전향해 매월 이야기를 전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돌렸다. 이에 대해 어떤 이는 나의 적극성에 다른 사람들이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한 이가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직접 부담스러워요. 한 피드백은 없었으나 내가 너무 사람들에게 들이댔나 하는 걱정이 들려던 찰나, 그 뒤에 다른 사람의 피드백은 이와는 전혀 상반된 내용을 가리켰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새로운 일을 하고자 하는 열정은 지은님의 큰 장점이지만 누군가에게 지은님의 에너지가 혹 부담으로 느껴지진 않을까 걱정이 된 적도 있어요.”vs“요즘 프론트(경영지원팀)가 이전보다 에너지가 없어졌다는 평을 많이 듣는데 앞으로 프론트가 다시 활발해지는데 지금처럼 계속 에너지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돌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적극성이 자극이 많이 됩니다” 동료 피드백에서 누군가는 나의 밝은 에너지가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한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나의 에너지가 떨어져서 걱정인 사람도 있었다. 상반된 피드백에서 무엇이 맞는가 혼란스러웠는데 이 부분은 팀디렉터와의 면담을 통해서 어느 정도 해소 되었다. 조직문화 담당자의 고충이기도 한 것 같다. 너무 변화나 새로운 시작을 외치면 부담스러워하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왜 저렇게 가만히 있을까? 하는 느낌이랄까. 균형이 언제나 중요하다. 어쩌면 조직문화 담당자의 고충이 아니라 내 개인적인 역량 부족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여튼 나의 피드백에서는 언제나 ‘에너지’라는 단어가 항상 등장한다. 넓은 관점의 피드백: 좀 더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 강점을 살리면 좋겠어요.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는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고 시간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회사의 레퍼런스를 가져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전에 있었던 조직문화 장점을 다시 부활시켜보는 것도 방법일듯 합니다. 일하기 좋은 회사, 회의는 전쟁터 등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회사의 방향성 제시가 실제로 개발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착하게 일하지 말고 프로답게 하자 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열심히 도와드릴게요.” 무언가 답은 없는 피드백이지만 나의 다음 반기 조직문화 업무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하게 되는 피드백이었다. 우리 회사의 피드백은 세세하고 디테일한 편이라 익명으로 전달되더라도 몇몇은 누가 썼는지 명확히 보이는 피드백이 있다. 이 피드백도 그랬다. 누가 썼는지 보였다. 이후 이 피드백을 써 준 사람에게 피드백을 요청했다. 피드백을 잘 받았는데 더 나에게 해줄 이야기는 없는지, 어떤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인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티타임을 요청하는 용기는 좀 필요했지만 그래도 우리 회사 분들은 다들 정말 좋은 분이어서 바쁜 와중에도 나에게 친절히 피드백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그 잠깐의 티타임이 끝나고 나의 다음 반기에 대해 동기부여가 생겼다. ‘맞아, 이런 일하는 문화가 별 관심 없는 것 같아도 리더들에게는 큰 지지가 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사실 이전 반기에 조금 방황했었다. 내가 조직문화 담당자가 맞는지. 내가 이 일을 정말 하고 싶은지. 내 일이 누군가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건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다.. 사실 방황은 항상…. 나의 것…) 이 피드백을 받은 후 나는 리더 인터뷰도 요청하고 갑자기 조직문화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겨 토스의 <유난한 도전>, <오늘부터 조직문화 담당자> 책도 구매 요청해서 읽게 되었다. 피드백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 어떤 방향으로든. 얼마 전 읽은 ‘일놀놀일’이라는 책의 ‘업데이트’라는 챕터에서 재미있는 표현을 봤다. “부단히 나의 버그 수정에 매진하며 그 전보다 1퍼센트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책을 펼친다” 라는 표현이었다. 동료의 피드백을 모두 다 수용할 필요는 없겠지만 분명 내 버그도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피드백에서도 인정과 칭찬,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다음 반기에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뿐 아니라 상반된 피드백을 받으며 내가 무엇을 수용해야 할지 선택하는 것, 그리고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는 것 등 피드백 자체 뿐 아니라 피드백을 받는 태도도 점점 더 업데이트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동료 피드백을 잘 활용해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나’를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2023 상반기 버전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또 어떤 방향의 피드백을 받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