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초심자의 직무 준비기 1. 취업준비 기간을 대하는 마음가짐
HR 초심자의 직무 준비기
(1편)
“저는 인사 담당자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저는 인사 직무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입니다. 올해 1월부터 인살롱 필진으로 선정이 되어 ‘HR인문학’콘텐츠를 만들게 되었지요. 인문학의 여러 영역들(심리, 사회, 예술, 역사, 언어, 철학)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리고 거기에서 HR 인사이트들을 찾아 해석해보는 콘텐츠 시리즈입니다.처음에는 호기롭게 지원했지만, 막상 연재일이 다가오니 두려운 마음이 커졌습니다. 글을 쓰면서 제가 많이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인문학 이야기 부분은 얼추 잘 전달한다고 하더라도(물론 이 부분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이를 HR의 관점으로 해석해보는 부분을 쓰면서 자꾸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나는 아직 취업준비생인데, 깊이 있는 해석을 할 수 있을까? 안목이 부족하지 않을까?”“내가 글에서 너무 모르는 소리를 해서, 읽으시는 인사담당자 분들의 몰입이 깨져버리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을 안고 있던 중, 글쓰기와 관련된 모임에서 우연히 원티드 ‘HR리더스’ 멤버 중 한 분을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저의 고민을 이야기하자, 그 분은 이런 조언을 주셨습니다.
> “취준생이신 지금 상황에서는 인사에 대해 깊은 안목과 인사이트를 갖고 있을 순 없습니다. 그게 자연스러운 거지요. 그런데, 커리어의 각 단계마다 딱 그 때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저연차일 때 보고 느끼는 것들, 중간 연차일 때 달라진 생각들, 저처럼 시니어가 되었을 때 새로 보이게 된 것들… 지금 인사 직무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지를 정리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저는 제가 취준생일 때의 생각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때의 생각과 감정들을 기록해놓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면서 아쉬울 때가 있더라구요. 지금 그런 글을 써놓으신다면 앞으로 본인에게도 좋은 기록이 되고, 또 인살롱에도 진솔한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오랜 경험과 지혜가 녹아 있는, 너무나 좋은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고민 끝에, 원래 연재하기로 했던 ‘HR인문학’시리즈와 함께 ‘HR초심자의 직무 준비기’를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직무 준비기는 저의 진솔한 마음을 잘 담아내기 위해 일기 형식으로 써보고자 합니다. 실무에 대한 인사이트가 넘치는 다른 필진 분들의 글들에 비해선 별볼 일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저의 진솔한 생각들과 마음가짐을 한 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프로페셔널한 인살롱의 글들 속에 이러한 글이 섞여 있는 게 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운영진 분들께 문의해 보니, 기대된다며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인살롱 운영진의 포용력과 열린 마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 취업준비 기간을 대하는 마음가짐
인사담당자로서의 제 마음가짐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취업준비 기간을 대하는 저의 마음가짐, 지금 저의 정신적 기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저는 신입 취업준비생 치고는 나이가 많습니다. 또한 이전의 이력도 주목할만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류 합격률이 높지 않은 편이고, 수없이 실패의 쓴맛을 보며 취업 준비 기간은 길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조바심이 나고 불안했지만, 점점 마음의 중심을 잡고 굳건히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마 앞으로도 취업을 할 때까지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겪으며 나아갈 것입니다. 그러한 미래를 겸허하고 당당히 맞이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가다듬으며 아래의 글을 썼습니다.
## 마음의 중심
나의 가장 큰 무기사람들은 내 나이를 보고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이 늦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이는 내가 가진 특징일 뿐이다. 이것은 해석에 따라 단점도 될 수 있지만, 얼마든지 장점도 될 수 있다.나의 가장 큰 무기는 나의 진정한 모습을 누구보다도 많이 발견해 놓았다는 것이다. 나는 내 옆의 사람들보다 조금 더 보낸 젊음의 시간을 단 한 방울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나는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 알았고, 나의 힘에 대한 믿음을 찾았기에, 멀고 험난한 여정에서도 나의 길을 찾아 오래도록 걸어갈 수 있다.어떤 사람은 촉박한 시간, 그리고 생존의 기로에 섰다는 절박함 속에서 최고의 자아가 나온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의 호흡에 맞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하나씩 꾸준히 쌓아나갈 때 나의 정수가, 나의 가장 깊은 힘과 매력이 나온다. 마음을 따라가는 삶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는 사람이다.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는 것이 결국 나의 색깔을 찾아주며, 나에게 알맞고 충만한 삶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내 마음의 진정성과 선함을 믿고, 또한 나의 의지와 지혜를 믿기 때문이다.그 중간의 과정은 지금의 내가 가늠할 수 없이 복잡하고 힘들 것이다. 그러나 어떤 길을 거치더라도 결국엔 그 과정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나를 만들어가며, 멋지게 내 삶을 살아갈 것을 안다. 그러니 당장의 일이 풀리지 않을 땐 이러한 믿음을 다시 떠올리고, 결코 좌절하거나 낙심하지 말자.지금의 취업준비 과정도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길이다. 그리고 나는 그 과정 속에서 나를 잘 발견하며 성장하고 있다. 나는 하루하루 나의 판단과 결심, 계획을 따르고,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내며 나의 호흡대로 나답게 길을 개척해나가면 된다.중간에 이어지지 않는 인연들에 대해서는 미련을 가질 것 없다. 또한 자책하거나 크게 낙담할 것도 없다. 어려운 길 위에서라면 자연스럽게 수없이 만나는 시련이다. 시련이 강한 만큼 나의 삶에는 양분이 되어, 더 지혜롭고 강한 나를 만들어줄 것이다. 기회의 문이 열렸을 때그렇지만 눈앞에 기회의 문이 열렸을 땐 온 마음을 다해 임해야 한다. 석가모니가 삶의 모든 일에 온 마음을 다했듯이. 그래야만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래야만 실패한다고 해도 진정한 경험과 양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그렇게 기회에 전념할 순간이 왔을 땐, 내가 준비해 온 역량에, 오랫동안 충실하게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자신감 있게 임하자. 다른 누군가에 비한다면 모자랄 수도 있고, 상대가 나의 본모습을 본다고 해도 서로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역량과 삶에 부끄러움이 없다. 나는 떳떳하고 당당하다. 그 시점에 내가 가진 것으로 최선을 다하고, 후회없이 돌아오자. 그 이상은 나에게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취업준비를 하며 경험이 쌓여가고 있다.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확연히 다르다. 지금도 하루하루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 사실이 곧 기회의 문 앞에 섰을 때의 내 자신감이고, 인연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그것을 양분으로 녹여내 다시 충실한 하루하루의 삶으로 돌아오게 해주는 굳건한 중심이다. ‘취업’을 보지 않고 ‘커리어’를 보다앞으로 몇십 년이 되었든, 나는 내 마음이 선택한 이 인사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숱하게 많은 경험을 하며 성장해나갈 것이다. 그 사실을 인식한다면, 취업은 그저 커리어 초반에 있는 여러 관문들 중 하나일 뿐이다. 좋은 인연을 만나지 못해 이것이 몇 달 늦어지는 것에 두려워하거나 동요할 이유가 없다. 나는 내 앞에 있는 수십 년을 보고 나의 길을 찾아간다.
“HR 초심자의 직무 준비기”
취업준비 기간을 대하는 마음가짐 - 마음의 중심
일을 대하는 태도 -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감각
나의 인사는 무엇이 다를 것인가? (1) 비즈니스 속 사람을 대하는 자세
나의 인사는 무엇이 다를 것인가? (2) 세대의 공감
나의 인사는 무엇이 다를 것인가? (3) 전략가, 행동가로서의 강점(클리프턴 스트렝스)
겸손과 열린 마음은 초심자의 중용
김성현 in 인살롱 ・ 2023.02.20 플루토의 딜레마
연관된 일을 하며, 1-2년 차엔 잘 몰랐고, 나중엔 안다고 자만하고, 그러다가 여러 번 좌절하고, 10년이 지난 이제야 ‘잘 모르겠다'는 것을 인정하고 여전히 배우고 고민중인 브랜드,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다.
#당신은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하겠습니까?
우리는 모두 ‘커뮤니케이션'을 말한다. 국어로 번역하면 ‘소통'쯤 되는 이 말은, 사실 업계에서 그 본의가 왜곡되고 편의에 따라 오염된 범용어 중 하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맡은 책무를 막론하고 물론 2번일 것이다. 핵심 키워드인 ‘진정성'은, 커뮤니케이션의 ‘질’과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무엇이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일까 하는 고민 이전에, 커뮤니케이션이 대체 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이 좋겠다.
#커뮤니케이션
이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은 전달일까, 홍보일까, 대화일까, 아니면 이 모든 행위일까? 라틴어로 ‘공유한다, 나눈다'는 의미인 communis, 그리고 이로부터 발전된 ‘공동체(community)’라는 단어의 파생어가 커뮤니케이션이다. 즉, 커뮤니케이션은 전달보단 ‘나눔(share)'에 가깝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일상 대화, 회사생활, 공동체 등, 우리는 늘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말(words)을 나누는 것은 그 과정 중 일부이다. 우리는 ‘마케팅', ‘브랜딩', '외부' 혹은 '내부'와 같은 표현을 앞에 붙여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을 구분한다. 일반적인 설명을 참고하자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홍보, 협찬, 전시, 판촉 등 행의를 뜻하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좀 더 넓은 개념으로 ‘채널과 스토리 마케팅'을 포함한다. 이 정도면 모범 답안일 수는 있어도 여전히 의문을 깔끔하게 지우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어떤 생각은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 마크 페인(Mark Payne)은, ‘브랜드는 의미의 총체이자 모호함의 결정체'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브랜드는 그걸 내세우는 것의 의미이고, 의미는 ‘스토리'로부터 부여된다. 즉,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의미, 혹은 스토리를 나누는’ 것 정도가 적절한 설명일 것이다. 그러니 브랜드 커뮤니케이터는 스토리 셰어러거나, 적어도 ‘스토리텔러'의 자질이 필요하다.
#컬처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에 대한 이해로부터, 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 사내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유용한지 납득이 될 것이다. 둘은 다른 직무 영역에 속하며 그 대상이 다를 뿐이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더 비중 있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의 본의(本意)인 ‘나누다'와 함께 쓰이는 대상으로 마케팅 보단 ‘브랜드’가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스토리로 대체하면 더 말이 된다. 스토리를 나눈다, 대화를 나눈다, 문화를 나눈다 등도 자연스럽다. 그런데 ‘사내(인터널)’은 어색하다. 그러니 회사 내부에서 시도하는, 조직문화 개선의 목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컬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부르고 또 발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브랜드 저널리즘
저널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사람들은 신문이나 매거진과 같은 언론 매체를 떠올린다. 하지만 저널은 ‘일상 속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이를 전하는 매개체, 혹은 그 행위’를 대표한다. 프랑스어로 ‘매일'을 뜻하는 ‘journee’에서 파생된 이 단어는 브랜드의 영역에서 좀 더 전문화됐다.
.caption id="attachment.23645" align="alignnone" width="550". - 'Brand Communication', by Unitas Brand./caption.
유니타스 브랜드의 에서는 브랜드를 다루는 커뮤니케이터를 ‘소설가'에 빗대며, 그 주인공으로 누굴 삼을지에 대해 먼저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좀 더 발전된 형태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소비자와의 관계에 집중한다. 그들의 경험을 메시지화 하고, 경험이 투영된 브랜드가 문화를 이끌도록 노력한다.
여행을 테마로 성공한 두 플랫폼이 있다.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들어가보니, 야놀자의 팔로워 수는 43만, 그리고 여기어때의 팔로워 수는 9만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론칭한 두 서비스의 페이스북 팔로워 규모의 차이를 만든 것이 무엇일지 콘텐츠를 살펴봤다.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광고다운 광고는 여기어때에 더 많았고, 유익한 정보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는 야놀자에 더 많은 느낌이었다..caption id="attachment.23649" align="alignnone" width="808".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페이스북 페이지 (2023년 2월 현재)./caption.
'충주시'는 비슷한 인구규모를 지닌 타 지자체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이며, 서울이나 부산과 같은 인구 수십, 수백 배가 넘는 광역자치단체와 비교해도 월등한 소셜 커뮤니케이션 성과를 자랑한다.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SNS 미디어를 통해 시민과 소통하는 충주시의 콘텐츠는 전통적 기관의 모습인 ‘정식', ‘권위', ‘진지함'보다 ‘의외', ‘탈권위', ‘진정성'등 좀 더 친화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우리들의 모습을 독특한 언어로 표현해 파급력이 컸다.
.caption id="attachment.23652" align="alignnone" width="800". 충주시 유튜브 채널 '충TV'와 서울시, 이천시청 페이지의 비교./caption.
조직문화 단위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이와 같은 브랜드 접근방식이 유용하다. 이때, 당연하게도 소설 속 주인공은 직원들이다. 주인공이 ‘아무개'인 이야기는 건조하고, 어떤 진정성이나 감동이 느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광고로 보이지 않는 광고의 비중이 전체 콘텐츠의 70% 이상을 차지해, 소비자(직원)들로부터 차단당하지 않을 미디어 성향을 발전시키는 것의 시작은 그들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짓는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23654" align="alignnone" width="800". 배민, 빙그레의 소비자 참여 커뮤니케이션과 조직문화 커뮤니케이션 사례./caption. 회사의 공용 냉장고에 직원이 자신의 식품을 보관할때 사용하도록 라벨 스티커를 제작하며, 채워바나나와 같이 동료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했다. 편의점 1+1 상품과 같은 프로모션 제품을 구매하고, 지금 먹지 않는 제품을 동료들에게 선물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경험을 의도한 것이다.
직원을 직접 조명하고, 만나서 취재하고, 다양한 형태의 스토리를 만드는 일련의 작업이 회사의 메시지를 주로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만 하거나, 선정된 대표성을 지닌 인물 (고성과자, 전문가, 고위직급자 등)만을 인플루언서로 삼고, 정제된 언어로 하는 커뮤니케이션보다 더 귀찮고 번거로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모호한 것들의 총체가 곧 브랜드이자 스토리이므로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생각할 땐 그것을 조금은 감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명료하다.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다. 그들이 경험했던 이야기, 그들 주위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 ‘자신'의 이야기.
미디어
스토리가 개발됐다면 적절한 방식으로 전파해야 한다. 이야기는 전해지며 더 풍성해지고, 다양해지고, 감동의 질량도 커지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저널과 같이 특정 이미지 속에 갇힌 개념이다. 미디어(media)의 어원은 ‘중간'의 의미인 medium이며, 중간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매개체'를 의미한다. 언론, 잡지, 유튜브도 미디어고 직원들의 이야기를 여러 형태로 편집해 전하는 컬처 커뮤니케이터도 미디어다.
컬처(채용) 브랜딩을 위해 여러 미디어를 통해 회사의 문화를 홍보할 때 유용한 것이 직원 인터뷰다. 앞서 이야기한 브랜드 저널리즘의 사례들로부터, 직원이 직접 참여해 경험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그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관심이 높다. 이야기를 담고 확산할 미디어로 웹 매거진을 허브 플랫폼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미디어 링크(link)로 삼고, 링크드인, 페이스북 등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서 홍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꿈꾸던 회사
“제가 너무 꿈꾸던 회사예요!”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서적을 비치하고, 책마다 다음 읽을 이에게 남기는 동료의 짧은 서평과 메시지가 적힌 카드를 꽂아둔 책이 있는 공간에서, 매주 혹은 매 달 열리는 북 토크에 참여해 함께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컬처 살롱'기획을 들은 동료가 한 이야기다. 이런 기획은 인적 자원과 자본, 그리고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사실 담당자의 관심과 진정성 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그 모든 것이 갖춰지더라도 문화가 되려면,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적극적인 확산이 꼭 필요하다.
.caption id="attachment.23664" align="alignnone" width="519". 매거진에 가득 담긴 그들에 의한 '그들의' 이야기 - SAPPLE./caption. 플루토의 딜레마
명왕성은 오래전에 태양계 행성이었다. 미국에서 발견한 첫 번째 행성으로, 발견국인 미국이들이 사랑하여 신화에 등장하는 명계(冥界)의 왕 플루토(Pluto)라는 멋진 이름까지 얻게 됐다. 그러나 2006년 이후에 명왕성은 행성이 아닌 ‘왜행성’으로 강등 분류됐다. 명왕성이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었으므로, 현재 태양계에는 지구를 포함해 8개의 행성만 존재하게 됐다.
또 다른 왜행성 에리스(Eris)는 명왕성보다 아주 조금 작다. 관측 기술이 발달하며, 명왕성의 크기가 웬만한 행성의 위성들보다도 작고 질량이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논란 속에 행성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에리스를 10번째 행성으로 인정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불씨를 키웠고, 결국 명왕성을 비롯해 에리스까지 작은 행성이라는 의미인 ‘왜행성'이라는 새로운 분류에 속하게 되었다고 한다. (논란을 증폭시킨 행성 2003 UB₃₁₃
에 불화의 여신 ‘에리스’라는 이름이 붙을만했다)
이런 인류 천체사에서 중요한, 대표적인 논란의 중심에 있는 명왕성. 그런데 드는 의문은, '명왕성은 과연 그 사실을 알까?' 이다. 정확하게는 '이게 다 무슨 의미인데?'이기도. 그런 관점에서라면 원래 거기에 있었고, 앞으로도 지구에 사는 사람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태양의 주위를 돌며 태양계를 이룰 명왕성을 둘러싼 논쟁도 의미 없는 일일지 모른다. 적어도 그 시절 처음 별의 존재와 태양계를 접했던 이들은 여전히 '명왕성'을 태양계를 이루는 행성으로 기억하고, 지금은 왜행성으로 분류되어 9번째 행성의 지위를 잃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누군가의 기억에 존재하며 구전되는 변하지 않는 존재는 우리가 '본질'이라 부르는 것들이 아닐까? 우리가 그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숙성시킬 때 비로소 그 과육을 누릴 브랜드,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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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월 22일 원티드 인살롱 필진 모임에서 강연한 내용을 글로 정리한 것입니다.
심광수 in 인살롱 ・ 2023.02.23 HR, 갑과 을
HR 담당자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고민하고 있는 내용이 있다.회사에서 바라볼 때는 다른 조직 구성원과 동일하게 을에 위치해 있지만, 조직 구성원 입장에서 바라볼 때는 회사를 대변하는 갑이 된다. 이 고민으로부터 HR이 존재한다.**조직 구성원들이 바라보는 HR 담당자는 어떤 모습일까?**본인은 정규직 커리어의 시작을 HR 부서에서 했고, 지금까지 HR 업무만 담당하고 있다.그렇기에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잘 모르겠지만, 9개월의 공공기관 인턴 생활에서 내가 본 HR 담당자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공공기관 운영지원팀에서 인턴을 하며 총무, 계약, 경리를 포함한 다양한 경영지원 담당자를 봤다. 그 중 1명이 HR 담당자였다.넘치는 에티켓, 선량한 미소, 사석에서의 인간다움까지 갖춘 분이었지만 **업무만 놓고 봤을 때는 기억나는 모습이 없다.**다른 담당자가 인턴인 본인에게 여러 업무를 부탁할 때도 HR 담당자는 9개월동안 업무적으로는 전혀 엮이지 않았다.자리도 파티션으로 둘러쌓인 구석진 곳이었다.**그 분이 일하고 있다는 것은 조직개편 공지가 게시판에 올라올 때나 느낄 수 있었다.**어찌보면 최근 HR에서 강조하는 소통, 조직문화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생각한다.본인이 정규직이 아닌 단순 업무만 수행하는 인턴이었기에 그렇게 느끼는 걸까?본인은 소통을 가장 중요시하는 HR 담당자라고 생각하고, 자기소개를 할 때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정말 그럴까? Yes라고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하겠다.**모든 업무가 마찬가지겠지만, HR은 결과가 나오는 순간까지 많은 것을 많은 구성원과 공유하기 어려운 포지션임은 분명하다.**주기적인 면담을 통해 여러 구성원과 긴밀한 소통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그 순간에도 누군가는 HR과 먼 곳에 위치해 있다.모두와 동시다발적으로 긴밀한 소통을 진행할 수 없기에 HR 담당자는 갑이 맞다고 생각한다.모두와 동시에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전사 회의.**HR 부서에서는 전사 회의 시간을 활용하여 각종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사내 게시판에 내용을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사 회의 시간을 활용하여 설명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구성원 입장에서는 단순히 통보하지 않고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것을 친절한 행위로 받아들일까?전사 회의 시간에 설명하는 내용은 이미 고정적으로 확정된 내용이고, 질의응답이나 의견을 청취하는 건 형식적이라고 느낄까?둘 다 어느 정도는 맞다고 생각한다.최근 전사 회의 시간의 HR 부서 발표가 끝난 후 다음과 같은 문의를 받은 적이 있다.**HR의 OKR은 뭔가요?**그때 받은 느낌은 너희는 이런 중요한 일을 왜 구성원들의 의견을 하나, 하나 청취하지 않고 멋대로 발표하고 있는 거냐. 대체 하는 일이 뭐냐, 일은 하고 있는 거냐라고 본인은 받아들였다.맞는 말이다.여러 구성원의 의견을 듣기 위해 면담도 하고, 회의도 하고, 유관 부서와 논의도 하면서 많은 준비를 했다. 현 상황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최선일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도 길었다.핑계를 적었지만 해당 구성원의 문의는 적절했다고 생각한다.해당 구성원과 관련 이슈에 대해 깊이있게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고, 관련 발표가 해당 구성원이 생각하던 이상과는 거리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소통을 중시하지만 HR에서 하는 일을 실시간으로 오픈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 절대 권위적인 부서가 아니다고 말해봐야 핑계다.HR은 이 점에서는 분명한 갑이다.특정 구성원에게 직접 다가가기 전까지, 해당 구성원이 볼 때 HR은 갑일 수밖에 없다.회사를 대변하여 구성원과 소통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업무적으로는 갑이 될 수밖에 없다.**이왕이면 갑질보다는 친절하고 따뜻한 갑이 되고 싶다. 불통보다는 소통할 수 있는 갑이 되고 싶다.**HR의 갑과 을에 대한 고민, 본인이 처음 HR을 시작한지 10년이 지났지만 계속되는 고민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고민이다.
인살롱 in 인살롱 ・ 2023.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