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담당자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고민하고 있는 내용이 있다.회사에서 바라볼 때는 다른 조직 구성원과 동일하게 을에 위치해 있지만, 조직 구성원 입장에서 바라볼 때는 회사를 대변하는 갑이 된다. 이 고민으로부터 HR이 존재한다.**조직 구성원들이 바라보는 HR 담당자는 어떤 모습일까?**본인은 정규직 커리어의 시작을 HR 부서에서 했고, 지금까지 HR 업무만 담당하고 있다.그렇기에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잘 모르겠지만, 9개월의 공공기관 인턴 생활에서 내가 본 HR 담당자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공공기관 운영지원팀에서 인턴을 하며 총무, 계약, 경리를 포함한 다양한 경영지원 담당자를 봤다. 그 중 1명이 HR 담당자였다.넘치는 에티켓, 선량한 미소, 사석에서의 인간다움까지 갖춘 분이었지만 **업무만 놓고 봤을 때는 기억나는 모습이 없다.**다른 담당자가 인턴인 본인에게 여러 업무를 부탁할 때도 HR 담당자는 9개월동안 업무적으로는 전혀 엮이지 않았다.자리도 파티션으로 둘러쌓인 구석진 곳이었다.**그 분이 일하고 있다는 것은 조직개편 공지가 게시판에 올라올 때나 느낄 수 있었다.**어찌보면 최근 HR에서 강조하는 소통, 조직문화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생각한다.본인이 정규직이 아닌 단순 업무만 수행하는 인턴이었기에 그렇게 느끼는 걸까?본인은 소통을 가장 중요시하는 HR 담당자라고 생각하고, 자기소개를 할 때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정말 그럴까? Yes라고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하겠다.**모든 업무가 마찬가지겠지만, HR은 결과가 나오는 순간까지 많은 것을 많은 구성원과 공유하기 어려운 포지션임은 분명하다.**주기적인 면담을 통해 여러 구성원과 긴밀한 소통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그 순간에도 누군가는 HR과 먼 곳에 위치해 있다.모두와 동시다발적으로 긴밀한 소통을 진행할 수 없기에 HR 담당자는 갑이 맞다고 생각한다.모두와 동시에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전사 회의.**HR 부서에서는 전사 회의 시간을 활용하여 각종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사내 게시판에 내용을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사 회의 시간을 활용하여 설명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구성원 입장에서는 단순히 통보하지 않고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것을 친절한 행위로 받아들일까?전사 회의 시간에 설명하는 내용은 이미 고정적으로 확정된 내용이고, 질의응답이나 의견을 청취하는 건 형식적이라고 느낄까?둘 다 어느 정도는 맞다고 생각한다.최근 전사 회의 시간의 HR 부서 발표가 끝난 후 다음과 같은 문의를 받은 적이 있다.**HR의 OKR은 뭔가요?**그때 받은 느낌은 너희는 이런 중요한 일을 왜 구성원들의 의견을 하나, 하나 청취하지 않고 멋대로 발표하고 있는 거냐. 대체 하는 일이 뭐냐, 일은 하고 있는 거냐라고 본인은 받아들였다.맞는 말이다.여러 구성원의 의견을 듣기 위해 면담도 하고, 회의도 하고, 유관 부서와 논의도 하면서 많은 준비를 했다. 현 상황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최선일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도 길었다.핑계를 적었지만 해당 구성원의 문의는 적절했다고 생각한다.해당 구성원과 관련 이슈에 대해 깊이있게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고, 관련 발표가 해당 구성원이 생각하던 이상과는 거리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소통을 중시하지만 HR에서 하는 일을 실시간으로 오픈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 절대 권위적인 부서가 아니다고 말해봐야 핑계다.HR은 이 점에서는 분명한 갑이다.특정 구성원에게 직접 다가가기 전까지, 해당 구성원이 볼 때 HR은 갑일 수밖에 없다.회사를 대변하여 구성원과 소통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업무적으로는 갑이 될 수밖에 없다.**이왕이면 갑질보다는 친절하고 따뜻한 갑이 되고 싶다. 불통보다는 소통할 수 있는 갑이 되고 싶다.**HR의 갑과 을에 대한 고민, 본인이 처음 HR을 시작한지 10년이 지났지만 계속되는 고민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