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많은 것들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업무를 할 때 만큼은 현 상황부터 목적, 개선방법, 기대 효과까지 체계적으로 기획한 후에 실행하는 만큼 의도와 결과가 일치할 것이라 예상하곤 합니다. 하지만 업무도 세상 많은 것들의 하나이기 때문일까요? "이건 대박이다" "이건 꼭 된다" 했던 것들은 조용히 묻혀서 사라지고, "이게 될까?"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했던 것들은 좋은 반응을 얻곤 합니다.채용 업무를 하다가 이런 상황을 만나면 극한직업의 수원왕갈비통닭이 떠오르는데요. 형사들이 잠복근무를 위해 만든 통닭집이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즐거운 듯 곤란해하며 "왜 자꾸 장사가 잘되는데!!?"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웃음 포인트였는데, 제가 "왜 이걸 좋아하는데!!?"라고 생각하며 즐거운 듯 곤란해하는 모습과 겹쳐졌기 때문입니다.HR 업무의 많은 부분이 마케팅 요소를 담고 있지만, 그 중에서 신입사원 채용은 취업준비생이라는 넓은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만큼 가장 마케팅과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위와 같은 상황을 마케팅에서 가져온 '의외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해보려고 하는데요. '예상을 벗어난다'는 의외성의 의미를 채용 업무에 적용해본다면, '채용 기업이 취업준비생의 예상을 벗어난 행동으로 오히려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이번 글을 통해 신입사원 채용 업무를 해오면서 경험했던 '의외성' 사례를 공유해보려고 하는데요. 기업의 특성이나 규모에 따라서 실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고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식에 가까울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채용 경험이 개선되었다고 피드백을 받았던 사례였던만큼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으면 합니다.비교적 규모가 작거나 인지도가 낮은 기업의 경우에는 회사의 성장성, 급여 수준, 복지 등과 관계 없이 단순히 정보가 없어서 불안하다는 걱정으로 지원을 망설이는 취업준비생이 많습니다. 반면 채용담당자 입장에서는 불안한 부분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싶어도 물어보질 않으니 하늘에 대고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요.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채용 블로그를 만들어서 포스팅을 해보기도 하고, 채용 공고를 상소문 수준으로 길게 작성해서 최대한 많은 내용을 담아보기도 했지만 일방적인 소통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그러던 중에 채용 홈페이지의 접속 기록을 살펴보다가 '자소설닷컴'에서의 유입량이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사이트 이름의 독창성(?)에 놀랐던 것도 잠시, 서비스를 살펴보던 중 채용기업 별로 익명 채팅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익명 채팅방이 그렇듯 진지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섞여서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 안에는 회사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정답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더욱 놀랐던 것은 재직자라고 하고 들어온 '취업졸업생'들이 오히려 더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요.오랜 게임 경력으로 키워온 '키보드 워리어' 성향을 감추지 못하고 기업회원으로 가입 후에 익명 채팅방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기업회원의 경우 '다우기술 인사담당자'로 표기되어 아쉽게도 '익명의 키보드 워리어'가 될 수는 없었고, 곧 착실한 채용담당자로 컨셉을 잡고 질문성 채팅에 답변을 달아드렸습니다. 채용 공고를 게시하고 입사 지원이 끝날 때까지는 소위 농한기 시즌으로 여유도 있다보니 하루종일 수시로 채팅방에 등장해서 간단하게는 연봉부터 업무, 복리후생, 조직문화, 근무시간 등에 대해서 취업준비생들과 많은 채팅을 나눴는데요.물론 '익명'과 '단체 채팅방'이라는 특성 상, '억까'(억지스러운 비판)와 '분탕질'도 없진 않았지만, 의외로 다른 취업준비생들이 나서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자" 등의 자정 작용을 통해서 금세 퇴치(?)가 되어 사라졌습니다. 반면 회사의 다양한 정보를 쉽게 안내 할 수 있고, 예전 기록도 다시 볼 수 있다보니 동일한 질문이 반복되지 않는 등 여러가지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소위 '격없는 소통'과 '개방성'을 선호하는 경향에 잘 맞았는지 채용경험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꽤 긍정적인 호응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생각해보면 80년대 끝자락에 태어난 저도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면 전화보다는 배달앱을 찾고, 가벼운 대화부터 깊은 고민까지 게임 등을 통해 만난 익명의 관계 속에서 오히려 더 쉽게 나누곤 했었는데요. 어느덧 2000년 이후 태어난 취업준비생까지 보이는 신입사원 채용 시장에서는 '콜 포비아'와 '익명성 선호'는 저보다 더하면 더했을 것입니다. 채용이라는 것이 마냥 가볍게만 소통할 수 없는 주제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역할은 전화, 이메일 등의 전통적인 소통 채널에 맡겨두고, 자소설닷컴 등의 익명 채팅방에도 과감하게 참여하여 '기업의 채용 방식' 또는 '기업의 채용담당자'의 의외성을 보여주는건 어떠실까요?당장은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선배의 의심스런 눈초리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채용담당자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회사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생겨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라는 입사지원자를 만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