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좋아서 HR담당자가 되고 싶다는, 푸른 청사진의 미래에 대한 기대 가득한 초년차 HR담당자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예전의 저는, '오! 적성을 찾아서 좋겠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1n년이 넘게 HR을 하면서 지금은, 저렇게 이야기하는 후배들을 보면 걱정이 앞섭니다.물론 제가 그 사이 걱정이 많아진 (그만큼 수없이 다양한 경험을 한) 탓도 있겠으나, 그 '사람이 좋다'는 마음에 상처를 입기 시작하면 대체로 '사람이 싫어져서' HR이 싫어지거나, HR이 내 적성에 맞는지를 다시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기 때문인것 같습니다.다음의 경우들이 특히, 그 '사람이 싫어지게'만드는 일들이죠. HR을 위한 HR, 오늘은 HR담당자의 시각에서 '편들어 주는'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Case 1. HR 담당자도 감정 노동자 아닌가요?***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된 질문입니다. 실제로 후배들과 농담삼아서 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많은 HR담당자들이 '내부 커뮤니케이션'에서 온갖 이야기를 듣습니다. HR에 불만을 가진 직원들의 거친 말투나 억양으로 상처받는 직원들도 많고, '블라인드', '잡플래닛' 등 익명이 보장된 채널에서 대놓고 HR담당자를 저격하는 글들도 심심치않게 등장합니다. (주로 친절하지 않다는 것에 대한 저격인 경우가 많습니다.)'당신 월급은 내가 벌어다 주는거다'라는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 현업 담당자 이야기는 양반이고, 가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채용 예정자들도 있죠. 그뿐이던가요, 간혹 직원의 '부모'또는 '가족'이 '대신 전해드립니다'처럼 회사 제도나 직원의 회사 생활에 대해 물어오는 경우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수많은 회사들이 '갑과 을'의 관계에서 '갑질'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지원조직에 대한 '무리한 요구'나 '상식 밖의 요구'들을 마주할 때, 많은 HR담당자들이 소위 말하는 '인류애'를 잃게되는 일들이 발생합니다.이런 일을 겪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비판"과 "비난"을 구분해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죠. 비판은 생각하지 못했던 시각에서 바라보는 내용이기 때문에, '개선 가능한' 부분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비난은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고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내부 직원의 목소리라고 하더라도, '비난'이 섞인 메시지로 공격한다면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그 누구도 다른사람을 함부로 비난할 권리는 없습니다. 단호하게, 사실과 감정을 구분해서 명확하게 이야기해야한다고 전달하고, 끊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도를 지나친 비난이라면, 정식으로 리더에게 전달해서 대응해달라고 요청하는것도 방법입니다.성숙하지 않은 일부 직원들의 나쁜 말에 휘둘리고, 상처받는 HR 담당자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Case 2. 억울한 일을 당한 HR의 이야기는 누가 들어주나요?***많은 회사들이 '고충 처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 치명적인 노무 이슈가 발생했을때, HR을 통해 신고를 접수하고 이에 대해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이죠. 그런데, 만약 HR에서 이 '고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요?생각보다 저는 많은 회사들에서, HR 담당자들이 저런 이유로 퇴사하는걸 지켜봤습니다. HR은 저 모든 '고충 처리'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그 사각지대라는걸 이용해서, HR담당자들에게 함부로 하는 'HR리더'들도 상당수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본인들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요).개인적으로 그래서, 고충의 사각지대에 놓인 HR을 케어하는 회사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HR리더의 도덕성은 그 어떤 리더보다 강하게 요구되어야 합니다. HR리더가 스스로 자기 인식과 성찰, 그리고 타인에 대한 존중과 이에 대한 끊임 없는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그 조직은 소위 말하는 '리더'에 대한 리스크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HR조직 자체에서도 내부의 이슈가 있을 경우 그것을 덮는것이 아니라 다른 부서의 노무 이슈와 함께 공정하게 다루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내부적인 시스템에서도 '감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HR 자체의 자정능력을 '심리적 안전감' 조성이라는 문구에만 기대지 말고, 구체적인 제도로 서포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졌으면 합니다.***Case 3. HR 담당자의 커리어는 누가 고민해주나요?***HRD에서 하는 주된 역할은 직원들의 경력 개발을 위해 고민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회사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성장 기회를 부여하고, 지원하는것이 매우 중요한 업무이지요.그런데 그 경력개발과 커리어 개발에서 가장 고민하게 되는 사람들도 HR인것 같습니다. 소위 말하는 '현업'의 사람들의 경력 개발과 성장 기회는 중요한데, HR은 조직에서 고민해주는 우선순위에 포함되지 않는 겨우가 많습니다. 남 좋은일은 시키고, 나 좋은 일은 못하는게 딱, HR을 일컬어 하는 이야기라는 푸념도 있을 정도이니까요.그렇다 보니, 사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제게 물어오는 부분들이 이 질문입니다. 누군가 제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어떤거냐고 물어보면,단언컨데 이 질문인것 같습니다. HR 담당자로서의 내 커리어는 어떻게 해야하냐, 라는 부분입니다. 연차가 적어도, 많아도, 모두의 고민이 거기에 있는것 같습니다.다들 싫어하는 이야기겠지만, 저는 이야기합니다. 조금 더 이기적으로 내가 해보고 싶은걸 찾아보라고 말이지요. HR에서도 다양한 세부 분야가 존재합니다. 채용, 평가, 보상, GHR, 노무관리, HRD 등등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것도 방법입니다. HR리더로의 성장을 꿈꾼다면, HR에서도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는것도 중요한 커리어 개발의 하나이니까요. 해당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다면, 한 분야로 깊이있는 경험을 쌓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혹자는 HR커리어의 끝이 어디일지를 묻습니다. 다양한 길이 있겠지요. 다만, 그 길의 끝에 창업이 아닐바에야, HR담당자의 커리어 끝에 '회사명'이 남지는 않습니다.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게 남지요. 그리고 그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동등한 관계로 파트너십을 맺어서 함께 일하는 '협업'을 잘 해야 합니다. 협업에서의 관계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HR커리어의 끝을 생각할 수록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파트너가 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야 그 다음이 있습니다. HR 담당자의 다음 커리어도, 결국 사람과 연결되니까요. 좋은 사람과 좋은 파트너가 되면, 새로운 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 때까지, 내가 가진 경험들은 모두 소중한 무기가 될 수 있을겁니다.이 글은 '사람이 좋아서' HR을 하려고 하는 이들을 위한.... 철저히 HR을 위한, HR을 위한 시각으로 쓴 글입니다.결국 HR은 사람들과 밀접하기 때문에,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들이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니까요.덜 스트레스 받고, 다들 더 즐겁게 일하는데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