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말어? 오늘도 나는 지옥과 천당을 수십 번 오고 갔습니다. 쿨하게 떠나자니 두려움이 앞섭니다. 지난달 시원하게 긁은 카드값부터 매달 내어야 하는 돈들이 속삭입니다. "너 이 돈들은 어떻게 할 거니? 괜찮겠어?" 거기다 인형 같은 처자식까지 있는 가장이라면.... 또르르 우리는 그렇게 하루 이틀 이직을, 퇴사를 그리고 변화를 장롱 구석에 밀어 넣습니다. 변화라는 미지의 것 앞에서 발발 떨고 있는 나를 쓰다듬으며 말하죠. "다른 데도, 다른 사람도 다 비슷해... 직장인이 다 그렇지..." 그렇게 하루 이틀 1년 2년이 지나갑니다. 어느새 이런 삶을 산 지 5년이 넘었습니다. 5년 동안 매일 지옥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어떤 날은 좋기도 했죠. 그리고 매달 받아먹는 마약은 달콤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나마 일상의 소소한 만족감을 누릴 정도는 되니 다행이라고 믿습니다.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10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을 받아서 세계 여행 중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퇴사하고 제주도에 카페를 차렸다는 이야기도 들었지요. 내 삶의 주인으로 살겠다고 퇴사하여 요즘은 여행을 다니고 글을 쓴다는 사람의 이야기도 말이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듣는 순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그리곤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이야기했습니다. "집에 돈이 많았을 거야... 출발이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살 수 있어" "저게 정답은 아니잖아? 저런 삶이 있고 나 같은 삶이 있는 거지..." 그러나 저기 저 너무나 깊숙하여 희미하게 보이고 들리는 저곳에선 다른 목소리도 들립니다. "아.... 부럽다. 나도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나도 아주 잘할 수 있는데.... 나도 저런 기회만 있다면...." 기분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평소 사고 싶었던 옷을 잔뜩 주문했습니다.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대로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퇴근 후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친구를 만나 상사 욕을 하고 수다를 떨다 보니 내 마음속 찜찜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냥 내 삶에 충실하자. 나에겐 나의 삶이 있고 그들은 그들의 삶이 있는 거야!" 마음은 다시 평온해졌습니다. 그렇게 집에 오는 길에 로또를 한 장 샀습니다. .- 나는 누구입니까? 나는 왜 삽니까?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는 질문입니다. 지금 이 글을 보는 이유도 어쩌면 저 질문들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서 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오늘 일어난 이유부터 내가 밥을 먹고 회사를 나가고 술을 마시는 이유까지. 어쩌면 저 질문들의 답을 구하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아침에 눈 떠서 잠들 때까지, 나의 삶 나의 존재의 모든 몸부림은 어쩌면... 정말 어쩌면 저 질문들과 맞닿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쉴 새 없이 무언가를 하지만 여태 유일하게 하지 않는 단 하나의 일, 질문. 나는 누구입니까? 나는 왜 살아야 합니까?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질문한다고 답이 당장 답이 튀어나오진 않습니다. 그리고 나의 모든 고민들이 해결되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내 삶을 더욱 괴롭힐 수 있습니다. 아이스 바닐라 라테와 같은 내 달달한 행복들이 일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요. 그래서 여태 묻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달달한 내 아바라를 더 이상 먹지 못할까 봐요. 묻지 않아도 됩니다. 평생요. 그냥 지금처럼 아바라와 함께 하는 삶도 나의 삶이니까요. .- 그러나 살다 보면 참으로 안타깝게도 저러한 질문들이 불쑥 내 삶을 찾아오는 때가 오기도 합니다. 저러한 질문은 어떤 사람이 나타나 나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고 예쁜 얼굴로 묻지 않습니다. 거의 대부분은 괴물 같은 얼굴로 갑자기 나타나 내 머리 통에 총끝을 겨누고 당장 답을 내놓지 않으면 죽이기라도 할 듯이 다급하고 거칠게 다가옵니다. 너는 누구냐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너는 누구냐 그래서 왜 살아야 하는가 계속 이렇게 살 것인지 아니면 무엇이라도 다르게 살아 볼 것인지 생긴 모습은 아주 다양합니다. 20년 간 믿었던 친구가 나를 배신하는 모습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갑자기 떠나가는 모습으로, 목숨 걸었던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잘리는 모습으로, 수북했던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는 모습으로, 죽마고우였던 친구가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나는 모습으로... 누구나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모습을 하고 나타납니다. 그래서 보통은 괴로워하거나 아파하느라 이 상황이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를 모르고 떠나보냅니다. 어떤 이들에겐 그 경험이 너무나 괴로워 트라우마로 남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가 않아 당시의 사건을 연상시키는 비슷한 것만 보아도 가슴이 뛰고 식은땀이 나며 괴롭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그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그 경험을 돌아보며 그 상황에 감사해하기도 합니다. 혹시나 지금 이 글을 보는 사람 중에 이런 일을 겪고 있다면, 한 가지만 기억해 보는 게 어떨까요? "아! 내 삶에 어떤 큰 변화가 일어나려고 하는구나" 그렇게 받아들이고 심호흡을 한 번 하세요. 그리고 조금 여유가 생기면 물어보는 겁니다. 이 상황은 나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일까?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혹시 살면서 내가 여태 놓치고 있던 것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그럼 그게 무엇일까? 그렇게 여러분이 현재 손에 쥐고 있는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어렵겠지요. 어렵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마냥 괴로워하는 것 외에는요. 그러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저런 질문을 던져 보면 우리의 선택지는 매우 많아집니다. 질문을 던지는 순간, 어떤 상황에서도 인생은 풍요로워집니다. 무엇을 선택할지는 우리에게 달렸습니다. 당장 지금 내 손에 원석을 쥐고 있는 운 좋은 분들이라면 바로 써먹어 보시면 좋겠네요. 지금은 내 손에 원석이 없다고 아쉬워하는 분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여태 보석을 손에 쥐고 보석을 찾으러 다녔는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이번 연휴 내내 고민해 보시면 좋겠네요. 내가 보석을 손에 쥐고 보석을 찾으러 다녔다고? 그럼 내가 손에 쥔 보석은 도대체 뭘까....?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