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c HR Digital Transformation 현황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들어가며
4차 산업혁명의 도래, 생산인구의 축소, MZ 세대의 출현, 그리고 저성장 시대의 장기화 등으로 인해 다양한 조직들은 생존을 위한 인적자원 관리의 중요성을 더욱 크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세종경영자문, 2020). 공공부문도 최근 구직자의 공직 선호도 하락과 5년 이내 신입직원 퇴직 증가 등으로 인해 이런 흐름에서 더 이상 예외가 아닙니다. 이와 같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공공부문 조직들도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인사부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HR Digital Transformation)을 강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인사부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과학적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인사관리 방식을 제시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와 HR 기술(HR Tech)의 활용이 필수적입니다.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와 HR 기술(HR Tech)는 직원을 둘러싼 풍부한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하여, 데이터 기반의 인사관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기술적인 변화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진정한 혁신을 위해선 전략적 인적자원관리(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SHRM)와 직원경험관리(EX, Employee eXperience) 같은 인사제도의 혁신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조직은 변화하는 내외부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인사관리를 구현할 수 있게 됩니다. HR Digital Transformation의 성공적 구현을 위해서는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 HR 기술(HR Tech)의 기술적 혁신과 전략적 인적자원관리(SHRM), 그리고 직원경험관리(Employee eXperience)를 통한 인사관리 혁신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사혁신처의 인사정책 현황을 중심으로, 이러한 공공부문의 HR Digital Transformation을 살펴보려 합니다.
1. 과학적 인사관리를 위한 People Analytics와 HR Tech
1) 인사관리(채용)
현재 인사혁신처의 채용에서는 AI 기술활용이 아직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2020년 AI 채용에 대한 연구용역 발주를 통해 AI 기반 채용을 검토한 바 있으나 공채가 아닌 경력채용에 활용하는 방안이 주로 언급되었으며 이 또한 실제 시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공부문의 채용은 민간기업의 채용 대비 공정성, 투명성, 명확성 등이 더욱 강조됩니다. 또한 이와 같은 공공부문 채용의 특성으로 인해 2020년 일부 공공기관 AI 면접전형에 대한 알고리즘 정보공개 청구 소송이 이루어져 이슈가 되기도 하였습니다(경향신문, 2022). 이런 사례를 고려하면 정부조직 채용절차에서 AI가 실질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AI 채용에 대한 법적근거와 함께 AI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들이 추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2) 인사관리(입직, 배치, 퇴직)
공공부문 조직구성원의 인사 배치는 주로 인사부서의 직관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의 배치는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더욱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사혁신처는 2018년에 인공지능 인재추천 서비스 플랫폼을 도입하였으며, 2020년에는 해당 플랫폼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시킨바 있습니다(2020,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이 플랫폼은 다양한 직무의 필요 역량과 전문성을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인력의 경력, 능력, 성과 등과 매칭하여 최적의 인재를 추천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앞으로 확장되어 실무자들을 위한 데이터 기반의 경력개발(CDP)과 전보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또한, 최근 공공부문 선호도 하락과 5년 이내의 신입직원 퇴사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 따라 민간부문에서 피플 애널리틱스, HR Tech를 통해 주되게 활용되어 오던 퇴직자 예측 등도 향후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3) 인사관리(성과관리)
HR Digital Transforamtion에서 성과관리는 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HR Digital Transformation의 목적은 과학적 분석을 통해 조직의 내외부 환경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사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성과는 효율성, 효과성, 형평성, 민주성, 공익성, 합법성 등 복합적인 가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성과 측정이 쉽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정부조직 구성원에 대한 성과관리는 평가자의 주관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평가의 객관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직무성과에 기반한 성과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리더십 및 성과평가 교육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조직행동론에서 성과의 대리변수로 쓰이는 구성원의 직무몰입, 직무만족, 조직몰입 등을 측정하는 펄스서베이의 활용 또한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세종경영자문, 2020). Peple Analytics와 HR Tech의 궁극적인 목표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요인을 찾아서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부분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4) 인재개발(교육훈련)
2020년 인사혁신처는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재개발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전 부처에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플랫폼은 정부와 민간의 100만 건 이상의 콘텐츠를 연계하여 제공하며, 복잡한 절차 없이 민간 콘텐츠 공급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인사혁신처, 2022). 사용자의 직무와 학습 이력 등을 기반으로 맞춤형 학습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교육 프로그램 이용자들은 자신의 업무와 관심 분야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교육 담당자들은 학습 관련 데이터를 자동으로 추적하고 관리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인재 개발 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인사혁신처, 2022).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People Analytics를 활용하여 교육평가 모델을 개선하고, 교육 평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향상시키는 방안 또한 2023년 현재 논의하고 있습니다(인사혁신처, 2023).
2.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인사제도 혁신
1) 전략적 인적자원관리(Stratetic Human Resource Management)
4차 산업혁명 시대, 즉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조직이 효과적으로 적응하려면 전략적 인적자원관리(SHRM)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전략적 인적자원관리란 조직의 내외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적자원 관리 전략을 조직전략과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인사관리 방식을 말합니다(HRKIM, 2023).
전략적 인적자원관리(SHRM)를 과학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People Analytics'와 'HR Tech'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People Analytics와 HR Tech는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접근을 통해 합리적인 인사관리를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조직 전략과 연계된 효과적인 인사관리가 가능해집니다.
즉, People Analytics, HR Tech, 그리고 전략적 인적자원관리(SHRM)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단순히 인사 단계별로 분리된 데이터 활용을 넘어 조직전략과 각각의 인사관리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데이터 기반의 인사관리가 가능해집니다. 이는 바로 전략적 인적자원관리(SHRM)가 추구하는 근본적인 목표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People Analytics와 HR Tech를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2) 직원경험관리(Employee eXperience)
직원경험관리(Employee eXperience)는 기존 '조직' 중심에서 '직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직원경험관리는 직원들이 조직에서 경험하는 모든 측면을 종합적으로 관리합니다. 이를 위해 조직은 문화, 기술,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여 직원들이 입사부터 퇴직까지의 과정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긍정적인 직원경험은 궁극적으로 직원의 만족도와 참여도를 높이고 조직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김창일, 2023).
이와 함께, People Analytics, HR Tech는 직원경험관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중요한 도구입니다. People Analytics, HR Tech는 데이터 기반 접근법을 통해 직원들의 행동패턴, 성과, 만족도 등을 분석하고 이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는 조직이 입사, 재직, 퇴직의 각 단계에서 직원들이 경험하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인사관리를 수행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입사단계(EX-IN)에서는 People Analytics, HR Tech를 활용하여 공정한 채용 절차를 수립하고 체계적인 온보딩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신입직원이 조직에 원활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과학적인 근거를 제공 할 수 있습니다. 재직단계(EX-ON)에서는 직원들의 업무 성과와 만족도를 높이는 리더의 피드백, 코칭, 동료 간 협업을 지원하는 인사관리를 수행하는데 People Analytics, HR Tech가 과학적인 근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퇴직 단계(EX-OUT)에서는 People Analytics, HR Tech를 활용하여 퇴사자를 예측하고 해당 직원이 퇴사하기 전에 미리 인지하고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피드백을 제공하여 해당 직원이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습니다.
나가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공공부문 조직의 주변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의 필요성이 이전보다 훨씬 크게 대두되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부문 인사관리에서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 대응하는 전략적 인적자원관리(SHRM)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에는 공공조직이 구직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으로 인해 직원들의 유치 및 유지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공부문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직원을 유치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직원경험관리(EX)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HR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공공 부문에서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그 본질적 목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는 단지 인사관리에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내외부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데이터 기반의 'People Analytics'의 활용이 필수적이며,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HR Tech의 적절한 활용이 필요합니다.
민간기업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조직의 생존을 위해 HR Digital Transformation을 적극 도입해 왔습니다. 이와 같이, 공공조직 또한 행정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HR Digital Transformation을 시행해야 합니다. 환경분석을 기반으로 조직전략을 수립하며, 그 전략을 실현시키기 위한 각 단계별 인사관리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또한, 구성원의 성과 창출을 위한 직원경험관리(EX) 역시 단편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조직전략 내에서 일관성 있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런 방식의 전략적 인사관리(SHRM)와 직원경험관리(EX)가 People Analytics와 HR Tech를 통해 과학적으로 이루어질 때, 공공부문의 인적자원관리는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이는 공공부문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ference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0. 2020 디지털 공공서비스 혁신 프로젝트 우수성과 사례집
인사혁신처. 2022. 공무원 교육, 내년부터 확 바뀐다 –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자기주도 학습, 2023년 모든 중앙행정기관에 제공 -‘, 보도자료
인사혁신처. 2022. “국가 인재개발 지능형 오픈 플랫폼“우로 실현됩니다. 인재개발플랫폼 안내자료
인사혁신처. 2023. HR Analytics 기반 교육품질 제고 방안 연구용역 공고. 나라장터 공고문. 23년 7월 16일 접속.https://www.g2b.go.kr/pt/menu/selectSubFrame.do?framesrc=/pt/menu/frameTgong.do?url=https://www.g2b.go.kr:8101/ep/tbid/tbidList.do?taskClCds=&bidNm=hr%20anlaytics&searchDtType=1&fromBidDt=2023/06/16&toBidDt=2023/07/16&fromOpenBidDt=&toOpenBidDt=&radOrgan=1&instNm=&area=®Yn=Y&bidSearchType=1&searchType=1,
경향신문 홈페이지. 2021. "공무원 채용도 AI로?... 데이터 활용 등 법적 근거 마련부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administration/979906.html, 2021년 1월 22일 작성, 2023년 7월 16일 접속
경향신문 홈페이지. 2022. ".단독. 법원 “공공기관 AI면접 정보 공개하라"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49974.html. 2022년 7월 7일 작성, 2023년 7월 16일 접속
세종경영자문. 2020. ”디지털 기반 인사혁신 추진방안 연구 – 요약보고서 -, 인사혁신처 연구용역 보고서
김윤권, 최순영. 2021. 미래예견적 국정관리와 정부운영(Ⅱ): 지능형 정부인사관리를 중심으로. 한국행정연구원 보고서
김창일. 2023.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직원경험관리 디자인하기". Clap Blog. 2023년 7월 8일 접속. https://blog.clap.company/employee.experience/.
HRKIM. 2023. "전략적 인적자원관리(SHRM): 인사 전략을 통한 지속가능한 경쟁력 창출". HRKIM(브런치). 2023년 7월 16일 접속. https://brunch.co.kr/@publichr/27
인살롱 in 인살롱 ・ 2023.07.19 내가 일중독인지 알아보는 방법
“오빠는 왜 좋아하는 것이 없어?”
한창 개인사업으로 바쁠 때, 전 여자친구이자 현 아내가 필자에게 했던 질문입니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영화, 드라마도 거의 안 보고, 유튜브도 안 보고, 그렇다고 딱히 다른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며, 심지어 주변 지인들 사는 이야기에도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죠. 사실 그 당시 제 머리 속에는 온통 일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살 수 있을까, 내 노력이 부족한 건 아닐까, 어떤 새로운 강의 아이디어가 있을까, 이번 달이 집필하던 원고 마감일인데 어떻게 하지 등등 아침에 눈을 뜨고 잠이 드는 순간까지도 일 생각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스스로를 일중독자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저는 밤늦게까지 일해 본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사실 저는 일중독자가 맞습니다.’ 한국인들은 일을 많이 합니다. (비)자발적 야근도 많이 하고, 근무시간보다 30분, 1시간 일찍 나오길 주저하지 않죠. 우리나라 근로시간이 세계 1, 2위를 다툰다더라, 하는 OECD 통계는 아마 여러분 누구나 한번 쯤은 접해보셨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일을 많이 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다수의 한국인들이 자신을 일중독자로 인정하길 주저한다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답은 일중독자에 관한 우리들의 고정관념에 있습니다. 일중독자는 어떤 사람들일까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일중독자의 모습을 한번 떠올려 봅시다. 우선 일중독자들은 겉모습부터 티가 납니다. 언제 빨았는지 모르게 낡고 구겨진 옷, 잘 안 씻은 것 같은 꾀죄죄함, 피곤에 찌들어 있는 얼굴이 떠오릅니다. 일중독자들에게 ‘칼퇴’는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입니다. 마치 망부석이라도 된 듯 자리에 앉아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일어날 줄을 모릅니다. 야근은 일상이며 심한 경우 집에 들어가는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 .caption id="attachment.30013" align="aligncenter" width="544". 일중독자는 어떤 사람일까요?./caption. 사람들은 일중독자에 관한 매우 전형적인 고정관념을 갖고 있습니다. 까마득한 업무량, 자발적으로 매일 반복하는 야근 등과 같은 것 말입니다. 이런 엄격한 고정관념에 비춰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은 아직 일중독자까지는 아니다, 라고 판단하는 것이죠. 하지만 일중독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일중독자들이 다른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근무 시간이 더 긴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이 생각하는 일중독의 핵심은 바로 강박적인 사고입니다. 만약 칼퇴근을 한다고 해도 퇴근하는 도중, 그리고 집에서 계속 일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절대적인 근무 시간은 많지 않아도 충분히 일중독자로 분류될 수 있죠. 심리학자들이 일중독 성향을 측정하기 위해 활용하는 심리 척도 문항들을 보면 일중독의 개념이 우리가 알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중독자들의 특징>‘나는 평소에 일을 많이 한다.’‘나는 야근을 자주 하는 편이다.’‘나는 일을 좋아한다.’ <심리학자가 생각하는 일중독자들의 특징>‘나를 일하도록 밀어붙이는 내적인 압박감을 느낀다.’‘일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추는 것이 어렵다.’‘여가 시간에도 일에 대해 생각한다.’‘일을 하지 않는 날은 왠지 불안하다.’ 혹자는 일중독이 나쁜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노는 것보다는 그럴 시간에 더 일해서 회사에서 더 인정받고, 승진도 빨리 하고, 돈도 더 많이 벌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죠. 충분히 일리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수의 심리학 연구들은 일중독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높은 정서불안, 낮은 자존감, 일-가정 갈등, 직무 탈진, 삶의 만족도 저하, 높은 스트레스, 낮은 직무 만족도 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그러면 일중독자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것들을 다 감수하고서라도 일에서의 성취가 높아야 덜 억울할 겁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심리학자들은 일중독 성향이 업무 성과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합니다 . 때때로 성과를 증진시킬 수 있지만 과도한 스트레스 , 창의성의 감소 , 과도한 피로감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을 겪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조직의 성과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죠 .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일중독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요? 대개의 일중독자들은 진심으로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못합니다. 그보다는 왠지 더 해야 할 것 같아서,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을 견딜 수 없어서 차라리 일을 더 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만약 이런 압박감을 경험하고 있다면, 무작정 일을 줄이려 노력하기보다는 그 압박감이 무엇에 의한 것인지를 성찰하려는 노력들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어쩌면 사회적인 기대, 불안정한 업무 환경, 높은 경쟁 부담 등이 여러분의 일중독을 부추기고 있을지 모릅니다. .caption id="attachment.30014" align="aligncenter" width="476".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한 적이 있나요?./caption. 심리학자들은 직무열의work engagement라는, 더 건강하게 일을 즐기는 사람들의 특성을 설명합니다. 일을 더 하려 한다는 점에서 일중독과 직무열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두 개념은 서로 독립적이며,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도 다릅니다. 일중독은 앞서 살펴보았듯 여러 부정적인 결과를 낳지만 직무열의는 반대로 삶의 만족감, 행복, 성취감 등 여러 긍정적인 결과와 연결됩니다. 그럼 일중독과 다른 직무열의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심리학자들은 직무열의를 이루는 요소로 1) 활력, 2) 헌신, 3) 몰입감을 강조합니다. 풀어 설명하자면 직무열의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열정을 느낄 만큼 일이 재미있어야 합니다 . 일에 대한 의미와 자부심이 명확해야 하고 , 짧더라도 ‘ 굵게 ’ 빠져들 수 있어야 합니다 . 강박적인 태도에 의해 일로 내몰리는 일중독자들과 달리 직무열의가 높은 사람들은 스스로 고민하고, 움직이고, 선택한다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심리학자 허용회 in 인살롱 ・ 202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