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는 조직문화 담당자는 조직문화적 방향성에 맞게 업무를 조정(align)해 나가는 사람이라고 마무리 지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당신의 조직이 스타트업이든 유서깊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기업이든 상관없이 정말 조직의 문화를 변화시켜 나가고자 한다면, ‘최소한’ 아래의 내용을 Follow up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 최고경영진 alignment 너무 당연한 부분이라 바로 스크롤을 내리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운 부분이라 많은 조직에서 이 부분을 그냥 넘겨짚고 가기 일수다. 하지만, 이 부분에 접근을 하지 못한다면, 조직문화 변화에 대한 기대는 애초에 접어두고 보여주기식 이벤트만 기획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실제로 예전 한 조직에서 조직문화적인 변화 방향성 중에 “마음껏 시도하고 도전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다년간 노력했던 적이 있다. 캠페인도 하고, 신규 프로젝트 지원도 하고, 제도도 만들고, 시상도 하고, 좋은 사례를 찾아 영상물로도 내보냈지만, ‘도전’적인 문화는 생겨나지 않았다. 그 후 몇년 뒤 우연한 기회에 최고경영진의 강점을 진단한 적이 있었는데, 그의 최하위 강점이 ‘도전’으로 나오고 나서야, 무릎을 치며 탄식을 했던 적이 있다. 그 역시 말로는 ‘도전하라’고 강조했지만,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리스크를 최대한 회피하는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최고경영진이 조직문화 변화관리의 주체가 되거나,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그의 말과 행동을 조직문화 방향성에 맞게 Align을 시켜야 한다. 최고경영진이 구성원들에게 “도전하라!”라고 메시지를 던지면서, 실제로는 위험한 일을 다 회피한 의사결정을 하고있다면, 조직문화의 방향성을 ‘최소한의 위험’으로 수정하거나, 실제로 그가 도전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도전적인 의사결정의 예산을 미리 확보해두고 새로운 시도에 대해 계산된 금액만큼에 대해서만 리스크를 안고가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최고경영진의 말보다는 실제 행동을 확인하여 진짜 최고경영진의 핵심가치를 파악하여 그것을 확산시켜 나가거나, 새로운 변화 지향점에 맞게 그 또한 변화의 대상으로 선정하여 설득시켜 나가는 작업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 2. 제도 / 프로세스 alignment 한 조직이 가지고 가는 각종 제도와 프로세스는 최고경영자의 그 어떤 말과 행동보다 강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는 매체이다. 많은 조직에서 ‘신뢰’라는 가치를 지향하면서 구성원들의 근태를 일일이 모니터링하고, ‘협업’혹은 ‘팀웍’이라는 가치를 지향하면서 내부경쟁을 부추기는 상대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모습은 대표적으로 조직문화 담당자를 힘빠지게 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자포스는 고객에게 WOW를 전달하라는 메세지만 내세운 것이 아니다. CEO를 포함한 모든 자포스의 직원들은 한 달의 일정시간을 고객 응대 서비스에 직접 참여해야만 했다. (CEO도 포함이다!) 넷플릭스의 조직문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던 것은 넷플릭스가 자율과 책임의 문화를 지향한다고 했을 때가 아니라, 자율과 책임의 가치가 기반이 된 각종 No Rules 제도를 알게되었을 때이다. 조직문화를 고민하는 대부분의 조직에 ‘핵심가치’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 한 가지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를 어느정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결국 ‘어떤 제도를 가지고 조직을 운영하는가’에서 나타난다. 제도가 메시지다. 문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조직문화 담당자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인가’이다. 조직문화 담당자가 채용/평가/보상 제도, 교육 제도, 예산 기획/운영 제도, 보고 및 협업 프로세스를 모두 디자인 할 것인가. 아니다. 지난 칼럼 끝부분에서 주장한 대로 각각의 주요 부서들이 조직문화적인 방향성에 맞게 제도를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Align하는 것이 조직문화 담당자의 역할이다. 3. 사각지대 관리 1번과 2번만 제대로 작동한다면 이제 조직문화 담당자는 좀 쉬어도 되지 않을까. 안타깝지만 회사는 팀바팀이다. 같은 지붕아래에 같은 최고경영진과 같은 제도/프로세스로 운영되더라도 각 팀에서 겪는 문화는 리더의 성향에 따라 충분히 상이할 수 있다. “사람은 회사를 떠나는 게 아니라 팀을 떠난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그래서 이 세 번째, ‘사각지대 관리’가 필요하다. 사각지대 관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 중 첫 번째는 회사의 조직문화적 방향성에 맞도록 각 팀의 운영 원칙을 세우도록 하는 것이다. 각 팀의 운영 방식을 리더에게 위임하되, 운영 방식을 도출하는 기준이 조직의 핵심가치와 align되도록 하는 것이다. ‘고객 최우선’이라는 가치가 있다면, 우리 팀에서는 어떻게 ‘고객 최우선’이라는 가치를 실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다. 모든 팀의 운영 원칙을 핵심가치 기반으로 설정한다면, 조금의 ‘팀바팀’이 있더라도 전반적인 조직의 문화적 방향성에 크게 어긋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두 번째는 조직문화 진단이나 리더십 진단을 통해 우리 팀(혹은 팀리더)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단이라는 방법 자체의 부작용이 있다는 것은 꼭 염두해 두어야 한다. 이상적으로 리더들이 자신의 리더십을 성찰하고 개선하기를 바라겠지만, 자신들의 구성원들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고있다는 것 자체에 상처를 받고, 리더와 구성원간 관계 자체가 틀어져버릴 수 있다. 진단이라는 방법을 활용한다면 리더들이 결과를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4. 그 외 그 외에 전사를 대상으로 한 각종 캠페인/행사/이벤트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조직문화적 방향성을 알리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특히나 이 방법은 조직문화 담당자의 ‘업무’가 가시적으로 보여진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사내 행사에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조직문화가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조직문화를 담당 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그 외’의 방법에 몰두하곤 한다. 하지만 착각하면 안된다. 그건 그냥 즐거운 행사였을 뿐이지, 조직문화가 변한 것은 아니다. 조직문화를 일과 벗어난 맥락에서 보려고 하면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행사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조직문화 진단에서 달라지지 않는 모습을 보게되었을 때, 조직문화 담당자에게 현타가 세게 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를 변화관리 한다. (그에게 맞추거나, 그를 다시 맞추거나)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각종 제도/프로세스를 조직문화에 맞게 재설계 한다. (가장 상징적인 한두개의 제도를 기획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모든 팀의 운영 방식을 조직문화적 방향성에 맞게 조정한다. (방향성을 맞추는 것이지, 모든 팀을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기위해 해야할 일이지 않을까. 신기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