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이 다 후련해 .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 알람 때문에 노이로제 걸릴 지경이었는데 이제 진짜 해방이다 !”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지인에게 퇴사 소감을 물으니 돌아온 답변입니다. 평소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업무 보고 차’, ‘생각난 김에’라는 이유로 쉬지 않고 울리는 휴대폰을 보는 것이 지인에게는 무척이나 큰 스트레스였다고 합니다.이처럼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은 업무 시간 이후에도 직장과 연결되고 있습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직장인 10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응답자의 83.5%가 ‘퇴근 후 업무 관련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들 중 절반 이상인 64.1%는 어쩔 수 없이 답장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와 관련해 ‘근무시간 외 업무 점검이나 지시는 무급으로 행해지는데, 이런 일이 당연시되고 이에 대한 어떠한 제도적 규제 장치도 없는 것 또한 문제’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죠.**그런데, 이렇게 업무 종료 이후 조직과 구성원들이 연결되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하버드 대학 레슬리 펄로(Leslie A. Perlow) 교수는 ‘미국 전문직 종사자의 26%가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가지 실험을 설계합니다. 그녀는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1,400여 명을 연구 대상자로 정한 뒤, 일주일에 단 하루 그들이 퇴근 이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생기는 변화를 3년에 걸쳐 관찰했죠. 그 기간 동안 그들에게는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실험 결과 대상자들은 더 오랜 기간 회사와 함께하며 근무하기를 희망했으며, 업무 만족도 또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그들이 스마트폰에서 벗어난 대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미래를 설계하는 등의 여유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존 대비 일주일에 딱 하루, 저녁 시간에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제공하고 업무 생산성까지 높여준 것이죠.연구를 진행한 펄로 교수는 ‘근무 시간 이후 스마트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자신의 업무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게 되고, 이런 행동이 밤 늦게까지 이어질 경우 업무에서 받는 압박감 또한 커진다’고 말하는데요. 이는 곧 구성원들이 스마트폰에서 분리될 때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이처럼 조직과 개인 차원에서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국가 차원에서 이를 법제화 시킨 경우도 있습니다.프랑스에서는 2017년부터 직원 수가 50명이 넘는 회사의 노동자는 퇴근 후 이메일 · SNS 메신저 등을 통한 상사의 연락에 응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로그오프’법이 시행 중입니다. 포르투갈 또한 2021년 ‘고용주는 직원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이를 어길 경우 회사에 벌금을 물리는 조항이 담긴 근로시간 외 연락 금지 법안이 신설되었죠. 이 밖에 벨기에, 호주, 이탈리아 등의 국가들 또한 위와 같은 제도를 통해 근로자들의 쉼을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6년 근로시간 외에 메신저나 SNS 등으로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발의를 시작으로 2023년 3월, 현 정부에서도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근로시간 유연화가 안착되려면 근로자의 ‘쉴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이렇게 온전한 쉼이 중요시 되고 국가 차원의 움직임이 생긴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일 수 있습니다. 다만, 하나의 법안이 신설되고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들이 많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직에서부터 먼저 변화가 일어나고 인식이 개선되어야 하는데요.이런 변화들은 연락을 취하기 전 ‘지금 꼭 해야 하는 연락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 내가 잊을까 봐 하는 연락이 상대에게는 부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예약 기능’을 활용하는 것, 반드시 필요한 연락이라면 양해 먼저 구하는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키는 것’ 등의 긍정적인 움직임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일과 쉼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에 조직 내 온전한 휴식의 힘과 가치가 널리 전파되고, ‘연결되지 않을 권리’가 지켜질 때 높은 충성도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구성원들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