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 1 : 사람이 귀해지는 시대가 시작되었다.이전 글2 : 직장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월급이고, 내가 좋아하는 거고 그런 거 상관없이 어디든지 들어가서 거기서 돈을 벌고… 사원이라는 이름 아래 정착하고 일하고 싶습니다.”- 추적 60분, .20대, 비상구가 없다.의 대학생 인터뷰 중(1998년) 25년 전, 외환위기로 인해 대한민국의 경제가 출렁였던 시기에는 모두가 생존 문제에 직면했다. 꿈이니 자아실현이니 하는 단어들은 소수의 배부른 사람들을 위한 사치재 취급을 받았고, 대학을 학문의 상아탑이니, 대학생활의 낭만이니 하는 말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시간이 흘러 2015년. 대한민국의 강소기업을 조명하는 YTN의 프로그램 1화에서 마이다스아이티라는 회사가 전파를 탔다. 대기업이 아님에도 직원들에게 훌륭한 복지를 제공하는 회사의 모습은 많은 구직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채용 시장에 ‘복지 좋은 회사’ 바람이 불었던 것도 이 즈음이다. 사내식당을 호텔 출장 뷔페를 불러 운영하는 곳, 회사 건물에 수면실과 수영장이 있는 곳, 전문 바리스타를 고용해 사내 카페를 운영하는 곳. 작은 기업이라도 복지와 대기업 못지않은 급여를 제공하는 강소기업들이 채용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유니콘 스타트업들도 하나 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대기업에만 편중되었던 지원자들의 시선이 더 넓어지기도 한 시기였다. 그리고 같은 해, 정재영과 박보영 배우 주연의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가 개봉했다. 그리고 2023년이 된 지금, 세계적으로‘대퇴직시대’라는 신조어가 자리 잡았다. MZ세대라 일컫는 지금의 주 경제활동 인구 세대의 빠른 퇴사와 이직에서 유래한 말이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는 아니다. 통계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신입사원의 30%는 1년을 채우지 않고 퇴사하며, 그중 절반은 3개월이 되기 전에 회사를 떠난다. 3년이 지난 시점이 되면 채용했던 인원의 60%가 회사를 떠난다는 말도 있다.시켜만 주면 뭐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던 IMF시대의 구직자들은 이제 면접관으로서 직원을 채용하는 위치에 올랐고, 그들의 눈에 이런 현상은 낯설기만 하다. 우리 회사 정도면 충분히 좋은 회사인 것 같은데,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월급보다 워라밸 지원자가 넘쳐나던 과거에도 기업들은 늘 좋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대개 이러한 노력은 경쟁사 대비 높은 급여와 다양한 복지를 통해 최대한 지원자의 풀을 넓히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더 많은 지원자를 유치함으로써 좋은 인재를 뽑을 가능성을 더 높이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급여와 복지는 가장 기본적인 채용경쟁력 강화를 위한 요건으로 꼽힌다.하지만 분명하게 감지되는 변화가 존재한다. 워라밸에 대한 구직자들의 욕구. 2023년의 구직자들은 높은 연봉만큼이나 개인의 시간을 보장받길 원한다는 증거들이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0·30대 82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직장 선택 기준’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워라밸 보장 기업을 꼽았고(36.6%) 월급은 그다음이었다(29.6%).고생을 안 해본 세대라서 게으르고 일을 책임감 있게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관리직급 지인들에게서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처음으로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고 불리는 3요를 당한 팀장급 지인의 넋두리를 들어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정말 요즘의 구직자가 고생을 해보지 않아서, 책임감이 없어서, 일을 제대로 할 줄 몰라서 워라밸을 중요시하고 휴식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만약 정말 그런 이유였다면 요즘의 투잡을 넘어 N잡러 열풍이 부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어쩌면 워라밸의 중요성은 과거 아무 일이라도 시켜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말처럼 또 다른 생존공식일지도 모른다. 달라진 생존공식 “일을 하며 살다 보면 느끼겠지만,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이 회사에 소속되어 있음으로 인해 얻게 되는 사회적 안전망이 더 삶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십여 년 전, 국내의 한 대기업 계열사에 입사했을 당시 신규입사자 교육을 담당하던 과장님이 했던 말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음으로 인해 얻게 되는 이득이 정말 많았다. 매년 이유 불문하고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상당한 금액의 복지비는 물론 가족까지 커버되는 고가의 건강검진. 자녀 교육비는 대학까지 전액 지원이 되었고 실손보험이 포함된 단체상해보험은 만약에 사태에도 뒤에 남게 될 나의 가족에게 최소한의 생존 기회를 보장해 주었다.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가면 소속된 회사의 이름만으로 대출한도의 자릿수와 이율의 앞자리가 바뀌는 경험도 한다. 안정적이고 탄탄한 회사의 사업역량과 재무구조는 회사에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게 만드는 달콤한 사탕이었다. 정년까지 머물러도, 아니, 머무를 수만 있다면 대단히 풍족하진 않아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삶을 기대할 수 있었다.과거에는 그랬다. 사업이 성장하니 계속해서 사람이 필요했고, 그만큼 위로 올라가야 할 사람도 많았다. 연차가 차서 관리자가 늘어나는 만큼 신입사원은 더 많이 들어왔고, 그래서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충실하고 성실하게 수행하다 보면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즉, 내가 다니는 그 회사에 맞게 일을 하는 것이 생존의 방식이었고, 오래도록 그 회사에 머무르는 것이 노후를 위한 대책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더 이상 사업은 큰 폭으로 성장하지 않고 대규모 공채는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다. 120세 시대가 다가온다는 말도 듣는다. MZ세대에게 이 말은 정년 이후에도 60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걸 의미하며, 더 이상 한 회사에서의 성공이 남은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MZ세대가 기억하는 회사의 모습은 안전성과는 거리가 말다. IMF시절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은 정규직이어도 언제든 버림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시절 회사에서 쫓겨났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자녀들은 회사에 충성했던 부모님의 몰락을 간접적으로, 하지만 분명하게 경험했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유년기를 보냈던 사람들. 바로 MZ세대다.어떠한 이유로든 사람들은 더 이상 회사가 주는 사회적 안전망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시키는 일’을 잘 수행하는 것보다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이 회사를 떠나도 살아남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나만의 무기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20·30대 취업자수 변화를 살펴보면 2019년 5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운수 및 창고업 종사자는 41.1%, 1인 자영업자는 12% 증가한 반면 제조업과 도소매업, 그리고 숙박 및 음식점업은 3~10%가량씩 감소한 것을 혹인할 수 있다. 이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배달, 물류업의 플랫폼 일자리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으며, 청년층에서 전통적인 회사생활을 하는 인원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당장의 높은 급여보다 자유롭게 나의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내가 가진 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해 나 스스로를 발전시키거나 더 장기적인 계획의 일부로 활용하고자 한다. 이별까지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의 청년들은 과거보다 훨씬 회사로부터 자유롭다. 쓸데없이 자기 업무 영역을 넘어서까지 열심히 하지 말라고 말하며 “그러다 팀장 되면 어쩌려고? 적당히 해.”라고 말한다. 2022년 KBS에서 실시한 “퇴사에 대한 청년층 인식조사”에서 20·30대 퇴사자가 평균적으로 1년이 되기 전에 퇴사를 결심했음을 보여주며, 언제든지 퇴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7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생존 공식이 달라졌다. 이들은 회사가 나를, 나에게 유의미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주거나, 그게 아니면 내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보장해 주기를 바란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달라진 생존공식을 인정한다면, 구직자들의 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이별을 염두에 두기 시작할 때 드디어 구직자들의 마음을 얻을 방법이 생긴다. 시키는 것만 열심히 하면 회사가 다 책임져주겠다는 식의 복지나 무리한 연봉 계획은 회사로서도 부담이다. 최소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처우 조건은 유지해야 하겠지만, 그보다는 먼저 ‘언젠가 떠나가게 될 직원’들이 이곳에 머무름으로써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채용하고자 하는 포지션의 명확한 롤과 책임을 명시하고, 입사 후 예상되는 업무 경험과 능력의 성장도 알려줄 수 있다. 이 포지션에서 쌓은 경험과 경력으로 이어갈 수 있는 커리어 로드맵과 성장방향에 대한 비전이 분명하게 보인다면, 오히려 구직자들에게는 이 회사에 머무르며 열심히 일해야 할 이유가 명확해질 것이다.채용공고가 달라져야 한다. 구직자에게 주는 정보가 달라져야 한다. 회사의 관점이 아닌, 직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직원은 더 이상 회사의 자산이나 부속품이 아니다. 새로운 시대의 직원들은 이제 이해관계를 맞춰가야 할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었다. .참고자료.기사링크1 : 기업 절반 "MZ세대 조기퇴사율 높아"... 10명 중 3명 1년내 퇴사기사링크2 :中企 신입사원 5명 중 1명 조기퇴사…이유는 "업무량 많아서"기사링크3 :.현장 취재. 신입사원 1년 내 퇴사율 27.7% 시대기사링크4 : MZ세대 직장 선택 기준 2위는 ‘월급’…1위는?기사링크5 : 2030은 왜 퇴사하나...MZ, 회사를 떠나다 .풀영상. | 시사기획 창 381회 (22.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