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not' a competition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완연한 가을인 것 같습니다.갑자기 부는 찬 바람에 많은 생각들이 들지만회사를 다니는 사람에게 추워진다는 건 동일한 무언가를 떠올리게 합니다.바로 '평가'의 시즌이라는 것이죠.평가라는 것은 연초 세웠던 목표에 대한 결과물을 점검하는 것,내지는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성취의 방점을 찍는 행위일 것입니다.평가라는 것은 어렸을 때 보던 시험처럼 두려운 것일 수도 있지만,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달성한 사람들에게는 설레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평가제도를 설계하고 적용하는 일은 회사가 구성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변별을 강화하여 소수의 누군가만 인정해 주면서 슈퍼탤런트 인재들을 통해 성장하려고 하는지,아니면 모두가 함께 회사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유도하는지 나타나기도 합니다. 적어도 스타트업 구성원들은 성장하는 회사에서 개인도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여기에 모였습니다.그런 구성원들 사이에서 서로 성장하기 위해서 우리는 리더로부터 받는 평가뿐 아니라동료 간의 피드백과 리더에 대한 제언도 함께 평가과정에서 다뤄야 합니다.발전적인 피드백을 통해 리더와 구성원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하니까요.
평가의 시작은 '자기 평가'로부터 시작합니다.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각은 평가의 중요한 출발점입니다.나는 주어진 자원을 얼마나 활용하여 주어진 시간 내에 목표한 바를 얼마나 이루었는지,업무 관련한 지식과 기술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추가개발하고 있는지,도전/진취적으로 업무에 임하며 완결적이고 주도적으로 일하면서 동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협업했는지,팀 단위 성과를 넘어 전사의 성과에 얼마나 기여하였으며, 함께 일하는 구성원의 성장을 위해 노력했는지,등을 본인의 관점에서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자기 평가는 리더들의 평가의 근간이 되고, 평가 Comment들이 더해질 것입니다.그렇게 마무리되는 평가는 더 성장할 수 있는 양질의 피드백으로 활용이 될 것입니다.평가는 점수를 매기는 행위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과 그 방법에 대해 논하는 시간일 것입니다. 내부의 동료들보다 더 큰 성과를 내는 경쟁이 아니라서로에 대한 건강한 피드백을 나누며 회사의 성장에 더욱 기여할 수 있는 일원이 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경쟁은 시장에서 다른 회사들과 하는 것이고 솔직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 구성원들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윤승현 in 인살롱 ・ 2023.10.26 어떻게 요청할 것인가?
사장님 지시사항직장인이라면 한번은 들어봤을 말이 바로 ‘사장님 지시사항’이다. 회사의 최고 경영자의 지시 사항이니까신속하고 더 비중을 두고 일을 하라는 의미에서 강조하는 것일 수 있다. 본부장이 A팀장을 부른다.“이 프로젝트는 사장님 지시 사항이니까 최대한 빨리 추진해 보고해 주세요” A팀장은 팀원 중 가장 일 잘하는 B차장을 불러 같은 말을 한다. B차장은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사장님 지시 사항으로 하고 있다. 또 다른 사장님 지시 사항을 전달 받아 힘든 표정으로 “예, 알았습니다”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전략 팀장이 전화로 “B차장, 사장님 지시 사항으로 이 자료가 필요한데, 오늘 중 부탁해” 하며 전화를 끊는다.모두가 사장님 지시 사항이다. B차장은 전략 팀장에게 전화하여, “지금 사장님 지시 사항으로 급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자료는 1주일 후에나 가능합니다. 급하시면 팀장에게 요청 부탁드립니다.” 하니 서운하다고 한다.회사 생활 힘들어지겠다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다. 영업담당 임원이 찾는다. 가면서 또 ‘사장님 지시 사항이라고 하겠지’ 생각하며 마음이 무거워진다.**요청의 원칙이 있는가?**회사의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것보다 함께 해야 하는 일이 많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그 누구의 후 공정 또는 앞 공정 일이기도 하다. 자신이 한 일의 결과가 많은 조직과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신이 맡은 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으로 해결할 수 있기도 하지만, 담당 조직과 담당자의 지원을 받으면 매우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마무리되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이 하는 일과 전문가가 하는 일의 속도와 질은 큰 차이가 있다. 자신의 일을 보다 완벽하게 높은 수준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요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잘하고 싶어 한다. 또한 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어 한다. 자신이 하면 10일 걸리는 일을 회사 내 그 일을 하는 담당자는 1시간 이내에 마무리한다면 부탁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자신의 시간은 확보하고, 일의 수준은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인 요청을 할 때, 어떠한 원칙이 있는가?나만 중요하고 급한 일이기 때문에 상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이것을 해야 한다고 요청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겠는가? 결국 ‘사장님 지시 사항’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한 수단 아닐까?A팀장은 회사에서 가장 인정과 존경받는 팀장이다. A팀장이 요청하면 대부분 조직과 요청 받는 직원들이 기꺼이 한다. 요청을 거절하는 일이 없다. 더 놀라운 점은 A팀장에게 뭐 도와줄 일 없느냐 묻기도 한다.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A팀장만의 요청의 원칙 때문이다.A팀장은 요청할 때, 절대 ‘사장님 지시 사항’, ‘매우 중요하고 급한 일이다’, ‘이것은 안 도와주면 안된다’, ‘다음에 내가 술이나 밥 살게’ 등과 같은 말을 하지 않는다.A팀장의 요청 원칙 1순위는 ‘상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거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A팀장은 부탁하러 왔다고 하며 가장 먼저 요청할 사람에게 지금 상황을 묻는다. 바쁘냐 묻는데, 바쁘지 않다고 말하는 직장인은 없다. 상황을 파악하고 요청을 한다.2원칙은 요청의 배경, 효과와 결과물, 일의 절차, 구체적 요청 내용을 설명한다. 상대가 얼마나 중요하고 무엇을 도와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한다.3원칙은 요청을 할 때보다 요청이 끝났을 때 더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요청 할 때에는 마치 간을 다 빼 줄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공약을 남발한다. 하지만, 일이 마무리된 다음에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끝나거나, 이마저 하지 않는다면 도와준 사람은 어떤 기분이겠는가? 요청이 실행되는 과정, 요청이 마무리되어 결과물이 왔을 때, 결과물이 성과로 이어졌을 때 또는 실패로 끝났어도 마음을 다한 감사를 해야 한다.사람들은 진정성이 느껴질 때 마음을 열거나 간직하게 된다.4원칙은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A팀장은 지금까지 요청한 부서와 담당자의 잘못으로 프로젝트가 실패했어도 요청 받은 부서와 담당자에게 그 책임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 프로젝트의 모든 책임은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요청을 한 것도 자신이 한 일이고, 요청한 일의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점검을 하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 전부라고 한다.요청 시, 유의 사항A팀장은 요청할 때, 몇 가지 사항을 항상 유념한다.① 요청하는 팀의 담당자와 아무리 친해도 반드시 요청은 팀장에게 한다.② 담당자가 요청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 했는가를 확인하고, 추진 계획에 의거 체계적이고 명확하게 점검과 피드백을 한다.③ 담당자가 일을 마무리했을 때, 담당 팀장을 찾아가 요청의 결과에 감사하며 담당자를 칭찬한다.④ 최종 의사결정자에게 도움을 준 팀을 말하고 칭찬을 부탁한다.⑤ 최종 결과물을 가지고 도움을 준 팀을 찾아가 감사하며 반드시 사례한다.⑥ 중간에 일이 잘못되어도 요청한 팀이 절대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한다.⑦ 중간 점검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구체적 기대 수준을 말하고 개선하도록 한다.⑧ 일의 추진이 중요하지 감정으로 일이 지연되거나 잘못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⑨ 요청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⑩ 반드시 일의 배경, 결과의 모습, 추진 계획, 구체적 요청 내용을 말한다.
홍석환 in 인살롱 ・ 2023.10.29 진화의 길
'제게 필요한 경험을 주십시오'
농구를 모르는 이들조차 손에 땀을 쥐게 했던 대흥행 극장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등장인물 중 한명의 대사다. 주인공의 상대 팀 에이스는 이 시합 전 자신의 집 뒷산 절을 찾아가 기도하며 ‘이제 제가 더는 국내에서 증명할 것이 없으니 필요한 경험을 주십시오’라고 말한다. 영화 결말의 복선이기도 했던 이 장면은 사실 이후에 쌓일 모든 경험의 결과가 공든 탑이거나 시들 싹수일 직장인들의 미래 암시와 다름없어 보여 인상 깊었다.
돌이켜보면 그 모든 순간이 경험이자 배움이었다. 그래도 겪어 보라고는 차마 하기 힘든 악몽 같은 기억도 더러 있었지만.
#덜 된 기본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그런데 여럿이 있는 공간에서 자기 팀원을 깎아내리는 팀장님 태도도 그리 기본이 있어 보이진 않네요'
참고 참다가 결국 말해버리고 말았다. ‘여럿을 참조로 이메일을 보낼 때 이전 대화를 온전히 포함시키는 것은 소통의 기본이 되어있지 않은 행동’이라며, 타 부서원들이 참조된 전체 회신에서 공개적으로 나무라는 팀장에게 1:1 개인 메신저로 답한 내용이었다. 대체로 대인관계에서의 소통은 원만함을 추구해 왔지만 그의 거듭되는 감정적 충격요법에 결국 인내가 바닥나고야 만 것이다. 메시지에 대한 답은 받지 못했다. 벌게진 얼굴로 모니터를 뚫어져라 쏘아보는 무서운 얼굴을 한 팀장이 바로 옆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든 생각은, 그와 같은 리더는 정말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조직에 합류한 지 오래되지 않아 본인의 입지와 존재의 확립 차원에서 기존 담당자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상습 공개비판 집행자였다. 그는 대체로 서로가 주 수신인이자 발신인일 때, 여럿이 참조로 포함되었을 때, 그리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온라인 공간에서 주로 나를 비판했고, 그건 폭력에 가깝다고까지 생각이 들었다. 그가 팀장으로 새로 입사한 지 한 달여, 기존에 진행되던 일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업무를 꼬고 비틀다가 회사의 십 년 대계인 중요한 브랜드 전략까지 산으로 끌고 가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다른 방향을 제시하자 ‘자신을 인정하지 못해 하는 반대를 위한 반대 아니냐’며 감정적인 불쾌함을 드러낸 일이 있었다.
팀장은 이후 나와의 대화를 기피했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티타임을 요청하곤, ‘오신 지 한 달 조금 넘었는데, 요즘 좀 어떠신가요?’라고 안부를 묻자 ‘하위 직급자가 리더에게 질문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이상한 답을 했다. 이 순간, 이 사람과는 신뢰의 강을 서로 반대로 건너고야 말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핀잔주기, 업무 중 모욕적인 발언하기 (이를테면, ‘어디서 어떻게 일을 배웠는지 모르겠는데 …’와 같은?), 하던 업무를 상의 없이 다른 직원에게 넘기기 등등, 당시에는 이런 일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는 사실도 모르고 팀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 소통을 시도했었다. 대체로 바뀌는 것은 없었지만.
'좋은 관계란 무엇일까',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는 있을까'와 같은 막연하고 현실감 떨어지는 고찰만 주야장천 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그와 같은 리더는 절대로 되지 말아야지’였다.
... 온오프라인 소통에서 상호존중은 보이지 않았고, 실수나 착각엔 지나치게 예민하며,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엔 공감하지 못하는 리더. 제안을 ‘통보’로 받아들이고, 피드백에 불쾌해하며, 의견 개진에 ‘무례’하다며 맞서는 소통들,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이러한 과정 중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스스로를 돌아보세요’ 라거나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아요’이거나 ‘그걸 내게 물어볼 입장은 아닌 것 같은데요’였습니다. 참담했고 절망스러웠습니다.
본부장님이 처음 해주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권위나 존중은 그런 리더에게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하도 답답해 썼지만 결국 보내지 못한, 조직 전체의 리더인 본부장님께 쓴 편지 중 일부다.
#수영장에서 오줌 누기
이직한 회사에서는 리더를 맡았다. 직급은 부팀장이었지만 팀장과 업무 영역이 나뉘어 사실상 파트 리더의 역할이었다. 중간 관리자이다 보니 대체로 임원과 같은 의사 결정권자들과 소통할 일이 많았다.
임원과 부장은 같은 회사 출신이었다. 그들은 습관적으로 과거 대기업 시절의 영광을 추억하듯 말하곤 했다. 그들은 출신 회사뿐 아니라 아랫 직급자를 대하는 태도도 비슷했다. 특히 부장은, ‘큰 조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습관적으로 비교하듯 말하며 사원들을 나무라곤 했다. 마치 자주 ‘누구누구네 아들은 어떻다더라’ 하며 비교하듯 이야기하는 엄마들처럼, 리더의 이런 발언은 직원들의 의기소침과 동기삭제의 계기로 충분했다.
‘적당히 하시죠’
입천장 끄트머리까지 나왔으나 끝내 이 말을 삼켰다. 외부에서 손님이 방문해 하던 회의 중이었기 때문이다. 부장은 손님이 참석한 회의 자리에서도 종종 ‘얘가 아직 어려서’, 혹은, ‘너 또 까먹었지?’와 같은 말로 부하 직원의 실수를 조롱하듯 질책하곤 했다. 빨개진 건 듣는 직원의 얼굴이었지만, 그로 인한 부끄러움은 사실 회의실에서 그를 뺀 모두의 몫이었다. 내 사람을 향한 핀잔, 조롱, 험담이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임을 그는 모르는 듯 행동했다.
인류 진화의 비밀을 다룬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외)에서는, 자기 가축화 이론에 의해 타 종에 다정한 개체만이 우월한 생명력을 가진 최후의 종으로 진화해 살아남는다고 여러 실험을 근거로 이야기한다. 책에 의하면 우리는 종들 중 다정한 DNA로 진화해 온 유일한 유인원이고, 진화와 생존의 핵심 열쇠는 인정(recognition)과 존중(respect)에 있었다.
그들이 굳이 퇴화의 길을 가겠다면, 난 기꺼이 진화의 길을 가겠다.
.caption id="attachment.33308" align="alignnone" width="400". '리더십은 존중과 두려움의 밸런스에 기반함' (New York Times)./caption.
#밥 잘 사주는 멋진 형
과거 한 리더가 회식을 하던 중 술이 거나해져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했다.
“나, 괜찮은 매니저예요?”
나는 당연하게도 ‘매우 괜찮은 분’이라고 답했다. 그가 이 질문을 할 때만큼은 꽤 멋져 보였다. ‘괜찮은 매니저가 될게요’와 동일한 수준의 노력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누구나 괜찮은 리더를 물어볼 수는 있으나 그들 모두가 괜찮은 리더일 수는 없다는 실증이었지만, 이를 스스로에게도 자문하게 된 계기로써 의미는 있었다. 나는 괜찮은 리더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괜찮은 리더일까?
한창 일을 배우던 2-3년 차 회사원이었던 시기엔 팀장 앞에서 습관적 긴장 증후군에 시달려야 했다. 그 앞에만 서면 괜히 식은땀이 나고 말도 버벅거리곤 했다. 종이로 출력해 가져간 보고서를 받자마자 그는 자주 빨간펜을 들었다. 좋은 리더라면 되지 말아야 할 ‘마이크로 매니저'의 모습이라 생각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조금이라도 어설픈 대답을 하거나 머뭇거리면 버럭 화를 내곤 했다. 매 번의 보고 이전에 마치 수험생처럼 다각도로 준비하게 했고, 결과적으로 배움이 참 컸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 방식까지 동경하고 닮고 싶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배운 것이 일을 꼼꼼하게 하는 방식 말고도 더 있었다. 언젠가 같은 회사 동료였던 친구가 ‘그렇게 시달리고도 아직까지 연락을 주고받고 때가 되면 만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적어도 밥은 잘 사주잖아”
고작 밥 자주 사준게 그리 고마웠을까 할 수 있겠지만, 호칭을 통일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내세우고 리더십 오너십 운운하다 책임질 땐 적당히 사회적 거리를 두는 스타트업 리더들을 겪으며, 그 팀장과 열정 있게 일하고, 열불 나게 깨지고, 시원한 맥주잔에 스트레스 얼리던 그 시절이 가끔 그리워지기도 한다.
#수상 소감 같은 마무리
회사의 연구개발팀 리더는 이공학의 법칙과 혼란스러운 숫자가 가득한, 비 전공자들을 향한 배려 따윈 없는 PPT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꼭 이렇게 발표를 마무리한다.
“이번 성과는 ㅇㅇ씨가 직접 설계한 실험과 ㅅㅅ씨의 분석과 모두가 다각도로 제품을 테스트한 덕분입니다. 모두 격려 부탁드립니다”
갑자기 분위기 수상소감에 회의실에선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모두가 출발 선상에서 좌우 선수들과 파이팅을 외치다가 트랙에선 급격히 냉정해지며 서로 밀거나 할퀴는 것도 서슴지 않는 초경쟁 환경이 익숙해질 뻔할 때, 외롭게 추위에 떨다 담요와 핫초코 한잔 건네받은 듯한 이색적이면서도 따뜻한 칭찬이었다. 분명, 그 리더는 진화의 길을 가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팀의 다른 동료로부터, 자신이 팀장에게 미움을 받고 있으며 그런 논공에서 꼭 자신은 빼고 이야기 해서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다는 고민을 들었다.나는 그 회의실에서, 자질이 부족한 리더의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았을 칭찬을 목격한 셈이다.
#관계의 매듭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다양한 리더를 만났다. 그중에는 자기와 일하는 팀원과 소통의 문제가 있다는걸 느낄 때, 그걸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리더와 그냥 무시하는 리더가 있었다. 그냥 무시할 경우 그저 당장 신경쓸 일이 없어 편할지 몰라도, 균열이 벌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기도 했다. 어쩌면 요즘 감정 사용 트렌드에 따라 회복의 노력보다는 무시, 외면, 혹은 회피라는 어찌 보면 ‘포기’에 가까운 선택을 하는 리더들이 많아지는 듯 하다. 그 중 최악은 사태가 심각해졌을 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괴롭히는 유형이다. 나는 절대 그렇게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여러 번이다. 이런 리더의 무책임이 만연한 리더십이 우리 노동환경의 미래이거나 문화라면, 여러모로 곤란할 것이므로.
사람의 신뢰를 엮는 매듭은 당겨야 튼튼하고 느슨하면 풀려버린다. 전선처럼 잇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당김의 골든타임을 놓쳐 버리면, 다시 견고하게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리더를 맡았다. 시험대에 선 기분이다. 일을 지시할 때는 하고, 오해가 생겼거나 조율이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소통에 임하면 관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고 느낀다. 적어도, 더는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너무 멀어져버린 관계는 만들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배려, 존중, 겸손과 같은 기본, 책임, 결단, 회고와 같은 자질, 인정, 칭찬, 사과와 같은 자세, 그리고 열정, 냉정, 온정과 같은 온도 등 리더의 자질을 모두 갖추는 것이 좋겠지만, 사실 리더도 사람이기에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 의미를 되새겨보자면, 좋은 리더는 사실 좋은 동료의 기준에 기반하는 듯 하다. 애써 큰 소리로 칭찬하고, '다 너 잘 되라고' 날 선 말로 면박을 주거나, 직원의 실수를 여럿 앞에서 드러내는 등 누워서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만 히지 않아도 멋진 리더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리더는 이직을 한 자신의 팀원이 출근하는 회사로 꽃바구니를 보낸다고 했다. 새로운 공간에서 기죽지 말라고, 이 사람은 내가 아끼던 소중한 인재라고, 새로운 곳에서도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고 전하는 축복의 의미를 담는다고.
바구니에 담긴 건 꽃의 모습을 한 리더의, 따뜻한 마음일 것이다.
그런 리더를 대면과 내면으로 직접 마주할 수 있길 오늘도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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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사진 '은방울꽃' by
Unsplash의 sagnolaurelie
(은방울꽃의 꽃말은 다정함)
심광수 in 인살롱 ・ 2023.10.28 아프지만 고마운 피드백, 가능한가요?
‘헉, 이게 뭐야, 이게 진짜라고?’
얼마 전, 직접 진행했던 교육 만족도를 확인한 직후 내뱉은 말입니다.무려 몇 달을 고심하며 준비한 교육인데, 여느 때보다도 점수가 낮았던 데다 함께 진행되었던 과정들 대비 만족스럽지 못했던 결과가 더욱 처참하게 느껴졌죠. 그렇게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떤 피드백들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평가를 준 이들에게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별다른 코멘트도 없이 주관식 항목들이 온통 마침표로만 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인데요. 피드백을 통해 보완점을 찾고 향후 더욱 좋은 교육을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큰 저였기에 ‘아쉬운 부분이 있으면 구체적으로 좀 남겨주지’ 싶었죠. 비록 아프게 느껴질지언정 그런 피드백들이 저를 더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어 준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니까요. 위와 같은 상황에서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 중 우리들은 다양한 상황과 업무들 속에서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저 또한 다양한 업무들을 수행하며 참 많은 피드백을 받아왔는데요. 돌이켜 보면 어떤 피드백은 무분별한 지적이나 평가로 느껴졌고, 또 어떤 피드백은 조금 쓰리긴 해도 ‘더욱 잘 되라고 해주는 말’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심지어는 그러한 피드백을 해준 상대방이 무척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분명 ‘피드백을 받는다’는 상황은 같은데, 왜 다르게 느껴졌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고마웠던 그 피드백들에는 ‘대안’과 저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진심어린 마음’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죠. 한번은 새로운 교육을 기획하던 중에 내용 상의 흐름이 자꾸 끊기고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 동료에게 피드백을 요청했던 적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을 쭉 살펴본 뒤 동료는 이렇게 말했습디다.‘준비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겠어요. 그런데, 좋다 싶은 내용들을 전부 담으려다 보니 정리도 안되고 각각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 같이 느껴지네요. 불필요한 내용은 좀 줄이고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와 키 메시지 하나를 확실히 정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좀 더 현장감이 느껴지도록 대화체가 나오는 부분들은 좀 더 캐주얼한 표현들로 바뀌어도 좋을 것 같아요.’피드백 이후 동료는 전체 PPT 슬라이드를 하나하나 살피며 다시금 세심하게 조언을 해줬고, 그러한 과정의 끝에 교육 전반적인 내용을 아우르는 키워드와 컨셉이 정해졌습니다.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된 교육을 진행한 이후에는 ‘현장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내용이었고 컨셉이 굉장히 신선했다’는 평이 뒤따랐습니다.만약 동료가 단순히 ‘내용 정리가 필요해 보이는데요?’라고만 피드백 해주었다면 어땠을까요? ‘역시 남들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구나’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여기에 더해 ‘저도 그건 아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구하려고 피드백을 요청한 거였어요…’라는 마음이 들었을 지도 모르죠. 그러나 보완점과 함께 대안까지 제시해 준 동료의 피드백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고려하게 해줌과 동시에 더 나은 방향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반면, 비슷한 상황에서 피드백을 받은 뒤 유독 기분이 상하고 아쉬움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이 내용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요’,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어요’와 같은 피드백을 들었을 때였죠. 물론 상대방은 내용 전달이 잘되지 않고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 것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말들이 단순히 쓰리고 아픈 말로 느껴졌던 이유는 ‘무엇을', '어떻게’가 빠진 단순 지적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이러한 경험들을 벗 삼아 저 또한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할 때는 언제나 ‘대안’을 제시하고, 어떻게 하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까 ‘진심’으로 고민합니다. 그런 마음이 전해져서인지 가끔은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정말 큰 도움을 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죠. 그리고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마음 한 편이 따뜻해지면서 한편으로는 얼마나 뿌듯한지요. 그러므로 다시 한 번 소망하고 다짐해 봅니다. ‘나의 피드백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도움이 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그리고 피드백을 전하는 자신 또한 효용감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기를’ 하고 말이죠 😊
박한별 in 인살롱 ・ 2023.10.28 겸업? 경업? 전직?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②
겸업은 전면적으로 금지할 수 없는 것이 원칙겸업은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개인 사생활 범주에 속하므로 회사가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다만 근로계약 부수적 의무에 따라 ▲구성원이 겸직으로 인해 잦은 지각, 조퇴 등 근무태도가 불량하고 업무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등 회사의 근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동종 또는 유사업체에 업무를 수행하면서 회사의 보안이나 기밀이 유출될 소지가 있다면 제한 및 징계까지도 가능하다.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겸업을 할 때에는 회사 사전 승인을 받도록’ 취업규칙 등에 규정을 두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직금지 ( 퇴사 과정에서의 경업금지 ) 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 경우에 인정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므로, 근로자가 사용자와 사이의 근로관계 종료 후 사용자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의 업무에 종사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등 경업금지약정을 한 경우에, 그 약정은 사용자의 영업비밀이나 노하우, 고객관계 등 경업금지에 의하여 (1)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존재하고, (2)경업 제한의 기간과 지역 및 대상 직종, (3)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여부, (4)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및 퇴직 경위, 그 밖에 공공의 이익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근로자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합리적인 제한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 (1)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영업비밀과 주요 영업 자산을 의미하며, 어떤 정보가 영업비밀로서 법률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 관리성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비공지성이란어떤 정보가 영업비밀로서 보호받기 위해서는 당해 정보 등이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한 것’에 해당해야 한다. 즉 그 정보를 보유한 사람을 통하지 않고서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입수할 수 없어야 한다. 만일, 회사는 비밀로 유지‧관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외 또는 사업 전반에 그 정보가 공연히 알려져 있거나 누구나 제한 없이 해당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두 번째로 경제적 유용성이란정보 그 자체가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그 정보의 사용으로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생산비를 절감 또는 판매 효율성을 높이는 경우 또는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에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경우를 의미한다.▲끝으로 비밀 관리성이란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을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 의무를 부과하거나,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 또는 접근 방법을 제한하는 등 정보가 비밀로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임이 인정되어야 한다.(2) 경업 제한의 기간과 지역 및 대상 직종이때 금지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직종을 기재하되 그 기간은 영업비밀의 존속기간을 넘는 기간까지 설정할 수 없다. 적정 기간은 영업비밀 등 사용자의 이익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지,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 근로자의 생계, 동종 업계의 관행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사안별로 정해야 하므로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으나 관련 사례를 보면 대부분 경업금지기간으로 2년 이내의 기간이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3) 근로자에 대한 대가 제공근로자에게 경업금지의 대가가 지급했는지 여부는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며, 약정을 체결하면서 경업금지의 대가로서 급여 외 추가적인 금전적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면 경업금지약정 유효성 판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4)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및 퇴직 경위근로자가 퇴직하기 전 회사의 영업비밀과 관련된 부서에 종사하여 그러한 정보를 습득할 것을 요건으로 하므로, 영업비밀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업무를 수행하였다면 회사의 영업비밀을 취득했다고 보기 어려워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기타 경업금지약정 시 유의사항경업금지는 주로 약정서 작성을 통해 이뤄진다. 물론 약정서가 없다고 하더라도 직원이 전직한 회사에서 영업비밀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서는 회사의 영업비밀을 보호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 제1항에 의한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 및 이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 중의 한 가지로서 그 근로자로 하여금 전직한 회사에서 영업비밀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는 조치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관련 소송에서의 제반 사정은 사용자가 주장·증명할 책임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유효한 경업금지약정서를 작성하는 것이 타당하다.약정서를 작성할 때에는 회사가 보호하고자 하는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특정하여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재직 중 취득한 모든 기술, 경영정보”를 영업비밀로 정한다면, 근로자의 자유로운 직업선택권과 창업 기회까지 너무 광범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보아 약정 자체가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동미 in 인살롱 ・ 2023.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