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 만에 이직을 하며 10년의 직장 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하루, 하루 참 더디게 흘러갔는데 벌써 10년이네요.1. 첫 직장대학교는 잘 다녔습니다.출석도 잘 했고, 시험도 잘 봤고, 덕분에 7학기 만에 조기졸업도 했습니다.그게 전부였습니다.대학교를 다니며 커리어에 대한 고민도 없었고, 남들 다 하는 취업 스터디도 하지 않았습니다.좋은 학점 덕분에 공공기관 청년 인턴으로 밥벌이를 시작합니다.정규직 전환은 없기에 11개월이라는 기간동안 정규직 취업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2. 인턴복사하고, 은행 가고, 자료나 회의실 정리하는 보조 업무였습니다. 정규직 전환 가능성도 없기에 적당한 수준의 업무를 통해 평가 받을 일도 없었습니다.인턴 기간이 절반쯤 지났을 때 살짝 정신이 들었습니다.부랴부랴 이력서도 작성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지? 고민도 시작합니다.좋은 학점 외에는 잘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소속 팀에는 인사, 총무, 계약, 경리 등 다양한 지원 담당자들이 있었습니다.꼼꼼하다?차분하다?어쩌면 말이 없는 조용한 성격 덕분에 자주 듣던 말들이 신경 쓰입니다.인사, 총무...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3. HR 담당자, 시작다행히 몇 개월의 구직 활동을 통해 HR 담당자로 정규직 커리어를 시작합니다.2012년 11월 5일, 당시 여자친구였던 와이프가 사준 니트를 입고 힘차게 첫 출근길에 올랐습니다.왜 날 뽑았을까?솔직했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입사 후 들었습니다.성실하다는 건 어떻게 평가했을까?대학교 학점이었습니다.대학교 학점은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성실한 사람이 높게 받는다는 생각을 가진 팀장이었습니다.출석 잘 하고, 수업 때 강조한 내용 밑줄 잘 긋고, 과제물 기한에 제출한 결과물인 거죠.대학교 학점 덕분에 인턴과 정규직 취업에 모두 성공했습니다.4. 엉망, 진창굳은 마음으로 HR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엉망이었습니다.보고, 질책, 회의, 질책, 야근, 질책...장점이 없다고 자책하며, 매일매일 버티기만 했습니다.성장했다는 느낌이 별로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지나고 보면 이 시절이 저를 만들었구나, 그런 느낌으로 그럴싸하게 색칠해봅니다.5. 같은 회사, 또 시작HR 커리어 첫 3년을 채우고 자회사로 이동합니다.엉망진창이었던 녀석이 1인 HR 담당자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합니다.생각보다 괜찮은데요?3년 간 질책, 질책만 받으면서 못난 사람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잘 한다는 칭찬도 받고 1인 담당자로 책임감도 생깁니다. 그 책임감으로 성과도 냈고요. 평가에서 S도 받습니다.일이 재미있구나 생각이 들면서 행복했습니다. 결혼도 했고, 첫째도 태어났습니다.6. 이직사실상 첫 이직이었습니다.공공기관 인턴은 시한부였기에 갈 곳을 찾아야 했었고, 자회사로 이동했지만 같은 계열사였으니깐요.이직, 새로운 시작이 필요했습니다.3년 정도 지났을 때, 다람쥐 쳇바퀴 도는 느낌이 강했습니다.새로움, 개선보다는 익숨함, 안정을 요구받는 포지션이었습니다. 안정은 좋지만, 개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30 중반에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막막했습니다.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습니다.IT 스타트업으로 이직합니다.여기서도 1인 HR 담당자입니다.7. 영어 닉네임, 코로나영어 닉네임으로 호칭하는 회사였습니다.입사 2주만에 근로감독을 잘 대응합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코로나가 찾아옵니다.바이러스를 가지고 집에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1년 간 집, 회사만 반복하며 개인 약속은 전혀 잡지 않습니다. 회사 구성원들과도 업무 외적인 소통에는 매우 소홀했습니다.핑계지만 아쉽거나 후회하지는 않습니다.다시 돌아가더라도 조심할 거니깐요.8. 변화더 이상 1인 HR 담당자가 아닙니다.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팀이 생겼고, 상사와 동료도 생깁니다.우려보다는 기대감이 큰 시간이었습니다. **기대감만큼 성장했냐고 묻는다면, 퀘스천이지만요.**변화는 계속 찾아옵니다.이번에는 스스로 정체된 느낌을 받으면서, 스스로 변화를 찾고 싶었습니다.운이 좋게도 변화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새로운 변화에 몸을 던집니다.10. 또또 시작내가 소속된 회사도, 동료도 모두 달라졌습니다.흔히 fit이라고 말하죠.저는 그대로지만 (사람은 쉽게 안 변하죠) 새로운 환경에서 fit을 맞추면서 '잘' 할 자신이 있습니다.10년의 HR 커리어를 돌아봤는데, 결국 1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네요.성격과 다르게 잘 '소통'하며 잘 '서포트'하고 싶습니다.인턴 때 구직 활동을 하면서 인사, 총무로 커리어의 방향을 잡았을 때 했던 다짐입니다.그때는 회사의 다른 포지션을 '서포트'하고 싶었는데요. 지금은 + 스스로를 잘 '서포트'하며 성장했다는 말을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