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글쓰기는 노트북만 있으면 별다른 도구 없이 시작할 수 있고, 특별한 기술이 없더라도 그저 글을 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HR 담당자들 중에는 글을 쓰고 싶지만 막상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스로 글을 잘 못 쓴다고 생각하거나, 누군가가 글을 읽는 것이 창피해서, 그리고 막상 글을 쓰려니 시간이 없어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물론 전문적인 작가가 되려고 생각하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 재능이 필요하겠지만 커리어 개발을 위한 글쓰기는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HR 담당자들에게는 이미 충분한 이야깃거리와 전문성이 탑재되어 있다. 어떻게 하면 그 소재들을 글쓰기로 풀어낼 수 있을지, 부족하나마 나의 경험에 비추어 전략을 나눠보고자 한다.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것부터 일단 쓰자 글쓰기는 ‘일단 쓰는 것’이 중요한데, 처음 글을 쓰기로 결심하기까지가 쉽지 않다. 도대체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고민만 하다가 시작을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그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것은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내가 가장 할 말이 많은 것부터 쓰는 것이다. 나의 경우 블로그에 처음 공개적으로 글을 썼던 것이 육아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처음 아이를 키워보니 마음 속에 불만부터 이런 저런 궁금증, 사회 문제(?)까지 할 말이 많아서 첫 문장을 쓰다 보면 어느새 한 바닥 넘게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하다 보니 복직을 하고 외부 강연도 듣고, 스터디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글쓰기의 소재가 업무 쪽으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HR 잡지에 나오는 것같은 칼럼을 쓰려고 목표로 잡기보다는(물론 그런 능력자 분들도 많지만!) 좋아하는 영화, 여행, 맛집 등 나와 가장 가깝고 쉬운 소재부터 글쓰기를 일단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주제를 정하여 주기적으로 쓰자 일단 써보는 단계에서 어느 정도 자신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혹은 HR 범위 안에 있는 글쓰기로 옮겨갈 때에는 주기적으로 글을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정해준 마감은 아니더라도 1주일에 한번 혹은 한 달에 한번도 괜찮다.(그런 의미에서 인살롱에 가입하여 강제성을 주는 것도 좋다!) 나의 경우 모 사이트에 매거진을 개설해서, 그동안 내가 관심있게 살펴 보던 일본 HR과 관련된 글을 1주일에 한 번 씩 올렸던 시기가 있었다. 그렇게 주기적으로 특정 주제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매주 어떤 글을 쓸지 탐색하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됐고 내가 쓰는 글을 읽어주는 독자층도 어느정도 파악이 됐다. 그 다음은 조금 속도를 내기가 쉬워진다. 누군가 읽어주고 글을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다음에는 어떤 글을 써볼까?’ 하면서 더 유용한 글감을 찾아 혼자 나름대로 연구도 하게 되고, 해당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회사 업무를 예로 들어 교육 담당자라면 어떤 교육을 준비하고 운영했던 프로세스를 정리해볼 수도 있고,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기억에 남는 사람, 실수담 등), 크고 작은 고민거리를 기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흥미 있고 쓸 말이 많은 주제로 쓰는 것이다. 돈을 받고 써보자 특정 주제로 일정 기간 혹은 몇 차례에 걸쳐 글을 쓰다 보면 기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혹은 생각지도 못한 기회에 회사 사례를 소개하는 글을 써달라는 요청이 올 수도 있다. 어떤 경로를 거치든 간에 많은 사람들이 읽는 매체에 기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수락할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적은 금액이라도 돈을 받고 써보는 경험은 글쓰기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회가 된다. 일본 HR과 관련된 글을 나 혼자 쓸 때는나름대로 잘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고할 기회가 생겨서 일정 금액의 사례금을 약속 받고 글을 쓰려고 하니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과연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돈을 내고 보려고 할까?’, ‘내가 쓴 글이 돈을 받을 만큼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쉽게 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돈을 받고 쓰는 글에는 그만큼 나만의 고유한 생각과 통찰이 담겨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감 기한이 있고, 정해진 분량이 있고, 글을 쓰고 나서 돈을 받아 보는 경험은 나에게 엄청난 자산이 됐다. 그리고 전문적인 매체의 경우 혹시나 잘못된 표현이 있거나, 제목(소제목)을 뽑아내는 데 부족함이 있어도 편집자 분의 힘을 조금 빌릴 수도 있다. 그리고 HR과 관련된 매체들의 경우 의지만 있으면 먼저 연락해서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도 얼마든지 많다.(현장에 있는 HRer의 글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확실히 부담되고 어려운 일이지만, 글쓰기 역량과 커리어 개발을 위해서 꼭 한번 돈을 받고 기고해 볼 것을 추천한다. 글을 잘 쓰는 방법에 왕도는 없겠지만, 글쓰기 실력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도움이 되었던 작은 팁도 공유하려고 한다. 많이 읽자 관심 있는 분야는 물론이고 하고 있는 일과 관련이 없는 분야의 책이나 글을 일단 많이 읽어보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된다.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의 실용서도 도움이 되지만, 철학 고전을 읽는 것도 강력하게 추천한다. 학생 시절에 좋아했던 소설가가 있다면 소설책도 주기적으로 보는 것도 좋다. 다양한 글을 읽어보는 것 만으로도 사고의 범위가 확장되고, 여러 문체를 흡수하면서 나만의 문체를 찾아갈 수 있다. 번역을 해보자 처음부터 나만의 고유한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한국어로 된 자료를 찾아서 참고하다 보면 어느새 그 글을 따라가거나 많은 부분 인용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는 해외 읽기자료를 찾아서 읽어보고 가능하면 번역도 해보고, 하루 이틀 정도 숙성(!)의 시간을 거친 후 요약/정리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영어도 좋고 오히려 약간 서툰 제2외국어로 된 자료를 보는 것도 좋다. 완벽하게 그 자료를 이해하지 못할 때 그 빈틈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비평가를 두자 아무리 훌륭한 선수들도 코치가 있어야 되는 것처럼, 글쓰기에도 비평을 받는 것 만큼 실력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막상 글을 쓰고 나서 비평을 받는 것은 긴장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글을 보여주고 평가 받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어색한 문장은 없는지, 이 분야를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도 이해가 될 만한 글인지, 오타는 없는지 점검을 받다 보면 나 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부분들을 알고 고쳐나갈 수 있다. 단, 너무 많은 비평가를 두는 것은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1명 또는 2명에게만 보여줄 것을 추천한다. 셀프 브랜딩을 위한 첫걸음으로 글쓰기 만한 것이 없다. HR 담당자라면 연차와 상관 없이 한사람 한사람이 특별한 경험 스토리를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날 갑자기 유명한 유튜버가 되기는 힘들지만, 차곡차곡 자기만의 글을 써 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를 포함한 HR 담당자들이 자기만의 경험과 스토리를 기록해 나가는 저자로서 커리어를 개발해 나가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