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강남언니>라는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는 <힐링페이퍼>의 HR팀 이옥찬입니다. 저는 조금 색다른 그리고 여전히 새로운 저희 조직문화 중 한 모습을 소개하려고 합니다.거창하게 ‘세계관’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붙여봤는데요, 본론에 앞서 이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 시작할게요. 1. 힐페의 세계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세계관’을 찾아보면 다음의 내용이 나옵니다.찬찬히 읽어보지만 낯선 단어들이 많아서 그런지 쉽게 이해가 안됩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대충 어떤 뜻인지는 다들 아실 것 같습니다. 요즘 세계관이라는 단어를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브랜딩, 영상(드라마, 영화, 유튜브 채널 등), 게임 등 다양한 컨텐츠들은 <OOO 세계관>을 통해 배경, 서사, 인물, 관계 등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있는데, 관련 정보를 숙지하고 해당 컨텐츠를 접하게 되면 우리들도 그 세계관 속에 빠져들면서 이를 즐기는 것이 더 재밌어집니다.이는 회사에서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 역시 힐링페이퍼(이하 ‘힐페’)만의 세계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계관을 이해하는 만큼 회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회사 생활을 더 잘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 저희가 상정하는 세계와 그 안에서 추구하는 모습을 설명 드리겠습니다.1) 불확실한 세상 (전체 배경)- 우리는 불확실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고객 역시 불확실한 존재이고 미용의료 시장은 아직 성숙도가 낮은 시장입니다.- 우리는 이런 환경 속에서도 10X 임팩트를 내고자 합니다.2) 개인보다는 팀 (feat. 회사라는 조직 형태로 일하는 이유)- 불확실함 속에서는 개개인이 만든 성과의 합보다 여럿이 팀으로 모여 만들 수 있는 성과의 크기가 훨씬 큽니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일을 할 때 성과의 크기는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가 됩니다.- 그렇기에 개인의 효율보다는 팀/조직 차원의 효과(전체 최적화)를 추구합니다.3) 맥락으로 이끄는 자율성 (feat. 회사와 동료는 대등한 관계)- 10X 임팩트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자율성이 필요합니다.- 동료들을 성숙한 어른으로 대할 때 자율성이 발휘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기에 규칙, 규정으로 통제하지 않고 맥락으로 이끌고자 합니다.4) 이기심의 일치 (feat. 지속가능한 구조)-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잠깐 빛나는 조직이 아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조직이어야 합니다.- 참여 주체(회사, 동료, 고객, 파트너 병원) 장기적 이기심이 발휘 때 우리를 성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참여 주체의 이기심이 같은 방향으로 맞춰지도록 조율합니다.5) 예외는 항상 존재- 절대적인 것은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모든 것들은 틀릴 수도 있고 바뀔 수 있습니다. 2. 규칙, 규정이 없다는 것 글을 쓰기 전에 다시 한 번 훑어봤습니다만, 현재 힐페에는 회사의 운영과 관련한 최소한의 규칙/규정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법정의무교육을 기간 내 모두 들으셔야 합니다.”와 같은 수준의 안내는 있습니다. 이건 지키지 않을 경우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니 마땅히 해야합니다. 하지만 다른 예시로, 점심 비용 지원 시 식사 금액에 대한 제한 규정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궁금증이 생기실 것 같습니다. “규칙, 규정 없이 어떻게 운영 한다는 것이지? 동료들을 믿고 맡기면 알아서 잘 행동한다는 것인가?”저도 때로는 규칙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당위성을 앞세울 경우 지금보다 에너지 소모가 적을 수도 있고 표면적으로는 보이는 갈등 상황도 적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규칙과 규정없이 회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아주 많이, 괜찮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회사가 동료들의 자율적인 행동을 기대한다면서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해야하’는 규칙을 정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제제를 가한다면, 그건 마치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와 동료는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세계관과 충돌되는 상황입니다. (참고로 초중고 학생들은 아직 성인이 아니기에 학교에서의 배움과 생활을 통해 성장하고 성숙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규율을 정하여 따르게 하는 것은 무척이나 필요합니다. 물론 항상 옳은 것은 없습니다.) 3. 맥락으로 이끄는 것 앞서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힐페는 규칙, 규정으로 통제하지 않고 맥락으로 이끌고자 합니다. 저희는 이상한 신호가 발견되고 현상이 발생되었을 때, 회사가 이를 바라보는 관점과 더불어 동료들이 어떻게 행동하길 바라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다양한 채널(올핸즈, 타운홀, 1on1, 리더 미팅, 소통툴(슬랙, 노션) 등)을 통해 충분히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러한 맥락의 전달은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계속 주변을 살피면서 이상은 없는지 혹은 회사도 잘 모르는 변화가 발생하는지 등을 잘 보면서 대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움직이기 시작한 바퀴는 계속 잘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앞에 구멍이 있거나 돌덩이가 있다면 길을 이탈하게 될 것입니다.그리고 동료들을 믿습니다. 정확히, 존중할만한 행동을 하는 동료를 믿습니다. 동료에 대한 판단은 한 번의 행동이 아닌 반복된 행동이 모여서 쌓인 결과입니다. 그렇기에 회사가 동료를 충분히 신뢰하고 있다는 말은, 그 분이 무엇을 하든 회사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물론 동료도 가끔은 실수를 하고 기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동료가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 회사와 다른 동료들이 피드백을 드릴 것이고, 동료 스스로 잘 모르는 상황이나 의문이 있다면 주변에게 물어서 답을 구할 수 있게 됩니다.그럼 조금 쉽게 접근하기 위하여 지난 상반기에 있었던 사례를 설명해보겠습니다. 4. 사례 : 힐링 런치 힐페는 ‘힐링 런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출근하여 동료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할 때 그 비용을 회사가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Total compensation 관점에서 동료들이 좋아할테니까 하는 것이 아닌, 회사가 추구하는 ‘극도의 협업’을 위해 동료들 간의 친밀도를 높이고 세렌디피티를 만들려는 목적입니다. 다만 규칙이 하나 있는데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먹는 것이 아니라 랜덤 프로그램을 통해 점심팀을 정해준다는 것입니다. 위에 언급했지만 여러 동료들과의 유대감 형성이 회사가 바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기사에도 언급되었는데, 네, 대표님도 식사를 함께 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Aiden Hong이 저희 대표님이세요.) 만약 오늘은 혼자 먹고 싶다거나 다른 개인 약속이 있다면 팀이 정해지기 전에 자유롭게 빠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날은 자비로 점심을 먹게 됩니다. (물론 점심 시간을 활용해서 업무/외부 미팅을 하는 경우는 예외입니다.)그런데 올 상반기까지는 랜덤 점심팀 규칙 외에도 ‘점심비용 1만원 한도 내 지원’이라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만약 그보다 비싼 식사를 할 경우 차액은 개인이 지불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선택의 제약을 두는 방식입니다. 회사는 동료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더 늘리고 싶다고 하는데 이런 제약이 하나 둘 보인다면 동료들은 그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겉과 속이 다르다 생각할 것입니다. 이러한 연유로 동료들의 이슈 제기가 있었고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첫 시도로 상한 금액의 한도를 높이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큰 문제는 없었고 초반 만족도도 높았으나 찝찝함이 남았습니다. 금액의 절대값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힐페의 문화, 세계관에 맞춰 동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동료들의 자율에 맡기는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과정에서 동료들의 점심 식사비가 대략 예상 범위 내에서 정착이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동료들이 회사가 설명하는 맥락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그에 걸맞게 행동을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심 비용이 2배 이상 뛸 수 있다는 일부 우려는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었고 추가 조율 과정을 거쳐 지금의 점심비용 지원한도 폐지로 이어졌습니다. 참고로 팀에서 축하할 이벤트가 있다면 2만원, 3만원 짜리 점심을 드셔도 괜찮습니다. 항상 예외는 있으니까요.현재까지는 잘 돌아가고 있지만 저희는 종종 모니터링을 하면서 이상 신호가 있는지 챙겨보고 있습니다. 또한 전사 메세지를 통한 리마인드도 하고 있고, 가끔 이해가 안되는(?) 사례를 마주하면 직접 여쭤보곤 합니다. 그 과정에서 동료와 다시 한 번 원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5. 우리는 계속 맥락으로 이끌 것이다 서두에 ‘조금 색다른 그리고 여전히 새로운 조직문화’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실까요? 힐페의 조직문화에 끌려 이직을 결심했다고 말씀하시는 동료들도 여럿 계십니다. 그래서인지 큰 시행착오없이 잘 적응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새로운 세계관에 적응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관과의 충돌이 발생하여 혼란을 겪는 동료 역시 종종 계십니다. 저희는 그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맥락을 충분히 설명 드리면서 회사의 의도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아서 충돌 끝에 이별을 택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 또한 저희는 존중합니다. 어른의 선택이니까요.회사마다 추구하는 문화/세계관은 각기 다 다릅니다. 그렇기에 저희의 것이 무조건 정답이고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모두에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언제든 상황이 바뀌고 환경이 달라지면 저희의 세계관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의 세계관을 추구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이 더 좋은 성과(고객 가치 창출)를 만들거라 기대하기에, 당분간 **힐페는 규칙과 규정이 아닌 맥락으로 이끌어가려 합니다.**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