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고민해왔습니다. 일하는 장면에서, 또 다양한 외부 활동을 통해 주변의 수많은 HR담당자들을 만나면서, “HR담당자에게 각 연차별로 필요한 ‘자질과 역량’은 무엇일까? 누가 정말 ‘좋은’ (아주 막연한 단어죠) 인사담당자일까?” 를 말이죠. 우선은, 제가 어떻게 하다가 HR을 하게되었는지부터 소개하겠습니다. 고백하자면, (그때나 지금이나 쉽지 않은) ‘신입’ 취업이라는 인생의 큰 숙제 앞에서 HR 자체에 대한 깊은 고찰보다는 ‘취업’ 그 자체를 목표로, 그룹 공채 HR공고에 지원하고 덜컥 합격하여 HR세계에 입문했습니다. ‘HR이라니. Human까지는 그렇다치고, Resource라고? 철저히 자본주의를 표방한 참 멋없는 네이밍이네.’ 하는 수준의 귀여운 초보 입문자였지요. 경력이 20년도 넘으신 차/부장님에게, 실수한다고 종종 날카롭게 베이듯 혼났던 기억이 있는 것을 보면, 어설프고 약한 HR담당자로 출발한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HR이 내게 맞는 일인가를 여러 날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한 해 두 해 머리가 굵어지며, 회사의 구성원분들과 친밀해지고, 의지 하게 되고, 그분들의 깊은 고민을 관찰하고, 열정을 곁에서 지켜보게 되면서 직장이라는 공간에 있는 ‘사람’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는 이 HR에 점차 진지해져 가게 되었습니다. 클리셰한 표현이지만 ‘인사가 만사다. 회사의 가장 중요하고도 가장 어려운 일을 내가 해내고 있구나’ 라는 식으로 생각 전환이 되면서, HR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저의 스토리로 시작한 것은, 오랜 시간에 거쳐 제 자신의 생각과 행동 또한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계속 진화해왔기에, 이 글을 읽는 HR분들에게 저의 경험과 관찰을 통해 깨닫게 된 ‘경력연차별 HR담당자의 중요 자질’을 전하는 것이 나름대로 의미있겠다고 판단해서입니다. 15년. 대단히 길지도 않지만 대단히 짧지도 않은 시간에, 함께 일했던 HR분들이 아마도 25명이 조금 넘는 것 같네요. 다양한 군상의 동료나 상사, 후배들을 보며, “어떤 자질(역량)이 HR담당자에게 필요한가?”를 생각해왔습니다. 정답이 없기에, 편한 마음으로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1년~3년차 미만의 신입 HR고스펙 신입도, 스펙이라고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분도 만나보았습니다.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스펙도, ‘놀랄만한 창의성’도 ‘최신 기술과 트렌드 파악력’도 아닙니다. HR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마음’과, ‘구성원에게 주는 호감도’ 이것이 가장 중요한것 같습니다. ‘좋은 태도와 호의’ 만으로도 그대로 충분히 반짝이는 연차입니다. 4년~ 6년차의 쥬니어 HR 이때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이제는 대단히 많이 경험했다는 알 수 없는 생각에 빠져 자만하고, 상사와 선배의 부족함에 대해 극심하게 비판적으로 변하게 되는 부류 2) 겸손한 자세와 태도를 겸비하고, HR 직무 스터디에 몰입하여, 선배들을 깜짝 깜짝 놀래키기도 하는 실력자 부류입니다. 다소 극적인 예를 들었고 흑백논리는 위험합니다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 두 부류의 성과와 역량 차이는 격차가 꽤 벌어지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신입에게는 ‘태도’가 주로 요구되었다면 이 시기에는 ‘누가 더 부지런히 몰입하는가’ 하는 부분과, ‘성장 욕구’가 성공의 큰 열쇠가 됩니다. 깊이 배우면서도, 동시에 놀라운 성과를 내어보이기도 하는 연차가 이 시기인 것 같습니다. ****7년~10년차의 미들급 HR 이제는 후배들에게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가르쳐줄 수도 있는 선배가 되었습니다. 크고 무거운 과제들도 심심찮게 주어질 것입니다. 중견기업 이상에서는 중간 관리자급이겠지만,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기업에서는 이 시기에 팀장 포지션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 시기에는 ‘어떤 규모의 회사에서 일하느냐’가 다음 행보를 결정짓는 중요한 카드가 됩니다. 일찍이 스스로 의사결정하고 싶고 리더 경험을 쌓고 싶은 사람은 스타트업으로 이동하여, 1~3명 규모의 팀을 리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중견이상의 기업 규모에서는 팀장 차순위 혹은 차차순위 정도의 무게감이 있을 것이라, 각종 제도 기획의 초안을 기획하는 등 역량이 점프업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는, ‘HR’에 대한 ‘회의’를 많이들 느끼기도 합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다 알 것 같기도 한 시기이고, 주변의 HR 선배(상사)들의 모습을 보며 비판 보다는 두려움, 즉, ‘저들의 모습이 과연 나의 미래인가? 이게 맞나?’ 하는 의문에 사로잡혀 직무 자체를 아예 전환하고 싶다는 생각도 오히려 이 시기에 가장 많이들 하십니다. 어려운 이 시기를 잘 견뎌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 주로 요구되는 것으로 ‘전문성’을 흔히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저는 그것보다는 ‘인간에 대한 긍정적 관점’이 조금 더 요구되는 역량이라고 봅니다. 다양한 구성원들의 요구 및 경영진으로부터의 불편한 피드백들에, 상처가 많은 시기이므로 ‘긍정적 문제해결 의지’ 같은 역량이 이 시기에 요구됩니다.**** 4. 10년~15년차의 시니어 HR **대부분 이 시기에 팀의 관리자를 맡는 경우가 많으니 이때부터는 리더든, 리더 후보자로 대기중인 상태이던 간에, 중요하게 평가되는 자질은 ‘관계적 포용력과 소통능력’ 인 것 같습니다. ‘내부 구성원과의 관계’를 잘 맺는 것이 특히나 이 시기에 매우 중요하게 요구됩니다. 이 시기부터는 조직의 다양한 현업 리더들과 깊이있게 소통하고, 그들로부터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한 방향으로 이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요구됩니다. HRBP를 진정으로 할 수 있는 연차는 비로소 이때부터라고 봅니다. BP는 ‘‘경험’과 ‘내공’을 통해, 타인과 같은 선상의 눈높이에서 있는 조력자’가 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는데, 쥬니어 BP인 경우, 단순 운영자에 머물게 되는 확률이 결코 낮지 않습니다. 하여, 최근 많은 기업들에서 쥬니어 BP채용에서 시니어 BP채용 방향으로 전환하는 면도 있습니다. 시니어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임팩트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내공에서 나오는 업무적 카리스마와 훌륭한 소통력으로, 조직 내부 리더들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5. 15년차 이상의 최상위 레벨 HR (C-Level 기대급) **이때부터는 CHRO선임되는 분들이 속속들이 배출됩니다. 이 시기에 가장 요구되는 것은, 앞서 말한, 팀장급의 ‘소통력과 영향력’ 정도로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때는, 이미 경력과 공식 적인 직책에서 나오는 무게감이 기본 베이스로 있기에, 영향력 측면은, 오히려 좀 쉬운 영역입니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설득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최고 의사결정자 CEO를 설득하는 능력. 추구하는 HR을 CEO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여 실행하는 능력이 이 연차에 요구됩니다. 물론, C-level로 발탁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능력치를 어느정도 인정받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분들이 기본적으로 훌륭한 역량의 소유자들입니다. 그럼에도, 간혹, 오히려 CHRO의 공식 직책의 견장을 다는 순간부터, 성과가 떨어지고, CEO와 더 멀어지게 되는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적절한 설득력은 이때부터 더욱 필요하고 최고의사 결정자를 활용하고,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상기에 기재한 모든 내용들은 제 주관적인 생각들입니다. 어떤 레벨은 제가 아직 경험해보지도 못한 단계라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주변 사례를 듣고 보며, 나름의 제 생각을 공유하고 한 두분에게라도 인사이트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HR담당자로서의 저의 커리어 여정이 지금까지 만족스럽고 즐겁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여정도 기대가 많이 됩니다. 각 연차별로 갖춰야 할 덕목들을 하나씩 함양하는 수련생의 마음으로, 저도 내일을 다시 시작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