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담당자 해보실래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하실 건가요? 아마도, "네"라는 대답이 쉽게 나오진 않을겁니다. HRer로서 노사담당은 어찌보면 가장 피하고 싶은 직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 다니던 회사에선 1년에 한번 각 계열사에 있는 모든 인사/노사담당자를 한데 모아 HR 컨퍼런스를 진행했는데, 그때 보았던 한 꽁트가 기억납니다. 한 인사담당자가 팀장에게 푸념을 합니다. "팀장님, 너무 일이 힘듭니다! 일 좀 줄여주세요!" 그때 팀장이 한 단 한마디에 푸념을 했던 팀원은 사색이 되어 일에 집중합니다. "그럼 노사담당으로 보내줄게." 이 대사가 나왔을때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웃었던것은 아마도 노사담당에 대한 고충을 공감하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복수노조가 있는 회사에서 노사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노조와 매년 교섭을 하고, 구성원들의 고충을 듣기 위해 사업장을 돌아다니며 간담회를 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 그 해결책을 도출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인살롱에 작성하는 저의 첫 글은 어렵지 않게 그리고 담백하게 노사업무을 담당하며 느꼈던 단상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노사담당자는 소통 전문가 입니다. HRer의 필요한 역량을 이야기할때 빠지지 않는 것이 소통 능력입니다. 그런데 실제 그 소통은 누구와 하시나요? 사실 HRer들이 부서 동료 외에 업무적으로 타 직원들과 소통할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직원들간의 소통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기획이나 조직문화 개선 활동들을 할 기회는 많지만 실제로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업무의 성과와 연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노사담당자는 직접적인 소통이 성과와 직결됩니다.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노조와의 교섭을 통한 단체협약 체결이 불가능 하며, 작은 문제가 아주 큰 문제로 커지기도 합니다. 수년전,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이 임금피크제 등 임금과 관련한 진정과 소송을 여러건 제기하여 상당히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해당 진정과 소송 건이 모두 마무리 된 뒤, 그 직원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릅니다. "왜 회사를 상대로 이렇게 힘든 싸움을 하게 되신 건가요?" 그때 그 직원이 한 답변은 저에겐 회초리와도 같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불만이 있다고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 회사에선 그 불만에 누구도 귀기울여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사담당자는 경청을 기반으로 한 소통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에서 호미와 같은 것입니다. 노사담당자는 전략 전문가 입니다. 전략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흔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전략의 사전적 의미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여러 전투를 계획·조직·수행하는 방책을 뜻합니다. 전쟁에서의 승리라는 표현이 적합해 보이지는 않으나 노사담당자는 노조와 합리적인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교섭이라는 치열한 과정을 거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전술들을 펼쳐야 합니다. 우리가 세운 목표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보다 더욱 신속하고 확실하게 회사의 안을 도출해야 하고,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논리적인 근거를 마련하여 회사측의 안을 관철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길지 않은 시간내에 이루어져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노사담당자는 늘 전략적인 사고를 통해 문제를 바라보고 답을 도출해 낼 수 있는 준비가 되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노사담당자는 외롭습니다. 노사담당자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주를 위하여 행위하는자로 사용자에 속합니다. 그러나, 당연히 노사담당자도 근로자입니다. 근로자임에도 사용자측에서 교섭을 임해야 하는 것은 심적으로 쉬운 일은 아닙니다. 노사담당자도 사람인지라 더 높은 임금인상률과 더 나은 단체협약안이 체결되길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냉정하게 현 상황을 직시하고 회사측과 노조측이 모두 합의 할 수 있는 그 접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같은 근로자 입장인 노조원이나 다른 직원들에게 기분 좋지 않은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블라인드에서 가장 욕먹는 직무가 노사담당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직원들에게는 더 높은 근로조건을 방해하는 요소로 치부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사담당자는 외롭습니다. 현장에 가면 노사담당자는 거리를 두려하고, 친해지는 것이 회사측의 속된 말로 뿌락치로 의심될까 걱정하는 직원도 있습니다. 그래서 노사담당자는 더 낮은 자세로 직원들과 소통을 하려 노력합니다. HRer들이 노사담당자를 가장 기피하는 이유일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글을 통해 노사담당자가 좋으니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노사담당자가 외롭지만 자부심으로 버티라는 포장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노사담당자는 힘든 것이 명확한 만큼 그 역할 또한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人事, 사람에 관한 일을 해보고 싶다면 사람과 직접 부딪히며 그 답을 찾아가는 노사업무도 한번은 도전해 볼 만 하지 않을까요? 인살롱에 많은 주옥 같은 글 사이에 너무나 빈약한 내용이지만 노사업무 포비아를 겪고 있는 HRer들에게 처방전 같은 글이 되길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노사담당자 해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