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업무를 처음 시작하면서 가졌던 마음이 있습니다.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택하자" A라는 사람의 행동이 악영향을 미친다면 A를 다른 곳으로 보내 해결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 이면엔 다른 원인이 존재합니다. 악영향을 미치는 행동이 결국 B라는 문제 때문이라면 우리는 B에 집중해야 합니다. B를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집요하게 파헤쳐야 합니다. 그리고 진짜 문제를 찾아야 합니다. 발견하면 처음 해결하고자 했던 방법과는 전혀 다른 방법이 나오게 됩니다. 말은 쉽지만 이렇게 해결하는 것은 참 지루한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다들 견뎌내줘야 합니다. 견뎌내는 것을 넘어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는 조직 전체의 컨센서스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더 리소스를 줄이는 길이라고 끊임없이 알려주어야 합니다. 경영진과의 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하지만 업무의 홍수 속에서 처음 가졌던 생각을 잊을 때가 많습니다. 인사 업무는 생각보다 반복 업무가 많습니다. 작은 조직이라면 인사업무를 빙자한 여러 가지 추가 업무가 떨어질 때도 많습니다. 다른 급한 일이 생기면 일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당장 눈 앞에 떨어진 일을 처리하기에 급급합니다. 그럼에도 짬을 내어 문제를 찾고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잘 될것 같지만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이 문제를 경영진과 리더들이 알게하고, 이해하고, 체득시켜야 가장 말단의 구성원에게까지 전달 할 수 있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간신히 그렇게 해내어 조직이 변화하는 모습을 꿈꾸지만 조직은 그대로인 것 같아 보입니다. 나는 계란이고 조직은 바위 같습니다. 좋은 해결책이 있더라도 이것을 전사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생각이 변하기도 하고, 내가 의도했던 대로 실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실행된다고 해도 끝이 아닙니다. 계속 팔로업하면서 목적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안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찾고 지속적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솔루션에 대한 무수한 평가를 내놓습니다. 때로는 그 평가들을 마주할 때 지치기도 합니다.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택하자"라는 말은 수많은 반복 업무를 뚫고, 추가적인 업무를 뚫고, 좌절감을 뚫고, 사람들의 평가를 뚫고서야 비로소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문장은 가벼우나 문장의 무게는 상당합니다. 어떤 SNS에서 이런 댓글을 봤습니다. "귀찮다는 건 내가 꼭 해야하는 일이다" 그 문장에 매우 동의합니다. 어렵다고, 힘들다고, 지루하다고 쉽게 결론 내어 피상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너머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때 우리 조직이 더 나은 조직이 될 수 있다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