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생성과 소멸이 빨라지면서 기업들의 M&A규모와 빈도수는 점차 늘어가고 있다. 아래 그래프는 SK그룹의 M&A 건수로 17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기업들이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 보다는 어느정도 밑바탕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회사 지분의 매입/매각 과정의 수익을 주로 추구하는 금융기업과 달리 일반기업은 M&A 후, 인수한 기업을 재 정비하여 성장시키며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추구한다. 이 과정을 PMI(Post Merge Integration: 인수 후 합병)라고 하는 데, 이는 물리적 결합과 화학적 결합으로 구분할 수 있다. HR 관점에서 제도를 새롭게 수립하고 운영하는 것은 전자이고 기업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것은 후자에 해당한다. 대기업에서 최근에 인수한 스타트업을 가정해서 이야기를 해 보자. 100명이 넘어가는 스타트업은 기존의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한계를 느낀다. 지인을 채용하거나, 즉흥적인 보상을 시행하거나, 직관에 의한 평가는 구성원들의 불만을 낳게 된다. 또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대기업 모회사와 기업 운영의 관점의 차이로 갈등을 겪게 될 수 있다. 따라서 PMI라는 과정이 필요하며 HR은 채용, 직급, 평가, 보상, 승진, 퇴출 등 전 과정에서 모회사와 신규 인수회사간 가교 역할을 해야한다. 채용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회사의 다양한 사업부 및 실에서 인력수요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력은 누구인가? 예를 들어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24년의 주 목표라고 하면 개발자 인력에 대한 채용을 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 외의 인력들은 wait & see의 stance를 권한다. 왜냐하면 채용은 비용과 연결되어 있고 인수 첫해에는 이벤트성 비용 증가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존 인력의 퇴임, 모회사에서의 신규 전입, motivation을 위한 특별 보너스 등으로 재무제표에 부담을 줄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수익성, 인력의 증감, 인당 생산성 등을 기준으로 전사적으로 채용을 할 지, 아니면 기존인력을 유지할 지에 대해 방향성을 잡고 이에 대한 내용을 각 사업부/실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급은 모회사와의 소통, 기존 고객사와의 거래, 내부 조직문화 등과 관련이 있다.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세부적으로 직급이 나뉘어져있는 회사라면 인수 후에 직급을 모회사 기준으로 통일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업종에서는 외부로 보여지는 직급이 높을 수록 단가책정에 유리한 경우도 있고, 도제식으로 인력을 육성하는 조직의 경우 조직의 위계질서가 무너져 주니어 구성원에 대한 육성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모회사의 직급체계를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안되며 업종 및 피인수기업의 성장 히스토리를 감안해야 한다. 대기업에 인수되면서 내부적으로 침참해 있던 갈등이나 불만이 밖으로 표출될 수 있는데 주로 조직공성과 관련된 내용이다. 조직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구성원들이 인식하게 되면 구성원의 근속이나 조직몰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데, 핵심 변수는 평가는 보상제도이다. 평가의 로직을 만들고 이를 보상과 체계적으로 연계시켜야 하며 해당 과정은 가능한 구성원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각 구성원들의 업적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보상 자체를 똑같이 줄 수는 없지만 보상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면 조직의 공정성을 지킬 수 있다. 호봉제에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승진을 하게 되어있으나 역할/직무급을 도입하게 되면 구성원이 수행하는 역할이나 직무에 따라 승진을 하게 된다. 직급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각 영역별로 일반 구성원과 리더가 하는 일, 전문영역에 대한 정의, 역량체계 수립 등 조직과 일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해 명확히 정의를 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영역이 어려운 이유는 외부환경의 변화가 빠르고 사업의 영역이 파괴되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요구되는 역할과 역량이 지속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HR은 기업의 비전이나 사명과 같은 다소 고차원적인 영역에도 개입을 할 필요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수립한 후, 이와 연계한 직무/직급체계를 다소 유연한 형태로 설계한다면 호봉제의 단점을 극복하고 역할/직무급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