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왜 이 일을 해야 하나요?” 많은 조직에서 구성원의 ‘쓰리요(왜요? 이걸요? 제가요?)’ 때문에 골치를 썩고 일부는 그에 대한 지침까지 마련한다는 기사를 접하며 저와는 동떨어진 얘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MZ 세대에서 ‘M’에 걸쳐 있는 저 또한 그랬습니다. 언젠가부터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WHY’부터 묻는 제 자신을 발견했죠.반면, 많은 조직의 리더들은 위와 같은 상황에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실제로 리더 대상의 교육에서 구성원의 쓰리요에 ‘제발 그냥 좀 했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급해 죽겠는데 구성원이 쓰리요를 물을 때마다 가만 안 두고 싶다’고 다소 과격(?) 하게 본인의 속마음을 표현하는 리더를 만난 적도 있습니다.리더 입장에서는 그냥 좀 했으면 좋겠는 일에서 구성원은 WHY를 묻는 상황, 그야말로 리더와 구성원 간의 동상이몽인데요. 이렇게 서로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대한상공회의소가 5년 주기로 발표하는 100대 기업의 인재상 또한 ‘책임의식’, ‘도전 정신’, ‘소통‧협력’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미루어 보았을 때, 자칫 ‘요즘 구성원들이 책임감과 협력심이 결여된 사람들로 비칠 수 있겠구나’ 싶어 아찔해지기까지 합니다.이쯤 되니 문득 궁금해집니다. 구성원들에게는 왜 그리도 WHY가 중요한 것인지, 그들의 WHY를 책임의식과 연결 짓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하고 말이죠.그간 조직에서 저를 포함한, 그리고 제가 관찰했던 구성원들에게서 발견했던 그 이유와 대처 방법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더불어 해당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도서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2020, 김성회 저)의 내용 일부를 발췌해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1. 첫 번째 이유: 업무를 효율적으로 ‘잘‘해내기 위해 WHY가 중요합니다 ‘거래처에 연락해서 해당 기업에서 외부 업체에 출강하는 교육이나 강사가 있는지 확인할 것’ 어느 날, 조직에서 진행한 적 없는 교육의 진행 가능 여부를 파악하라는 업무 지시가 있었습니다. 다만 해당 업무를 곧바로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언급된 거래처 담당자가 교육을 담당하는 유관 부서의 사람이 아니었을뿐더러 ‘어떤 이유’로 ‘어떤 방식의 교육’이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이렇듯 목적과 방향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연락을 취하게 되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설령 무엇인가를 알아냈더라도 리더가 원했던 내용에서 벗어날 경우 추가적인 파악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시간과 노력을 허비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 밖에 없죠.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구성원들은 리더에게 ‘왜’를 묻게 되고, 간혹 ‘필요하니까 시킨 일이니 일단 해’라는 리더 말이 있기라도 하면 서로 간에 소모적인(?) 대화가 오가게 됩니다.기존의 조직에서는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보다는 ‘주어진 일’ 자체가 중요했습니다. ‘무엇을(WHAT) 어떻게(HOW)’ 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했기 때문에 직접 부딪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죠.반면, 요즘 구성원들은 어려서부터 인터넷 검색과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필요한 정보를 얻고 공부한 세대입니다. 본인 스스로 강사를 선택하고, 샘플 강의를 보며 ‘나에게 가장 맞는’ 강의를 선택하며 자랐기에 몸소 부딪히고, 터득하는 모험보다는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것’에 익숙합니다.이에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와 목적이 분명하게 제시될 때 효율적인 방법과 방식으로 맡은 업무를 잘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업무 수행 전, 리더와 구성원 간의 불필요한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되는 일 또한 자연스레 줄어들겠죠. 2. 두 번째 이유: 책임감을 가지고 ‘내 일’을 하기 위해 WHY가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왜 제가 이 일을 해야 하죠?" 이는 새롭게 어떤 업무를 추진해야 하거나 기존 업무의 재분배가 필요한 상황에서 쉽사리 들을 수 있는 구성원의 WHY입니다. 다~ 이유가 있어서 업무를 부여한 것인데, 위와 같은 대답이 돌아올 때면 당혹스럽고, 기꺼이 나서주지 않는 구성원이 야속하게 느껴진다는 리더들도 있죠. 그런데, 구성원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야 말로 이유가 있습니다.‘공모전에 입상한 5명의 대학생에게 20만 원의 포상금이 생겼다. 이때, 포상금을 어떻게 나눠야 할까?’라는 질문에 MZ세대들은 어떤 답을 했을까요? ‘똑같이 분배하면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손해이니 기여한 대로 나눠야 한다’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합니다. 스포츠에서 찾아볼 수 있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그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인데요.잠시 요즘 세대 구성원들이 어떤 학창 시절을 보냈는지 생각해 볼까요? 이들은 놀 시간도 뒤로한 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학원을 순례한 사람들입니다. 입시가 끝난 뒤에는 또다시 취업 준비를 하며 남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취업 이후에는 승진을 위해 경쟁합니다.이렇듯 언제나 치열하게 경쟁하는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야 했던 이들은 ‘들인 노력에 비해 덜 얻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고, 본인보다 노력하지 않은 누군가가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공정성’을 중시하는 조직의 페어 플레이어들에게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이어야 하는 이유’와 ‘어떤 부분에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업무가 주어진다면 어떨까요?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는데 바쁜 와중에 왜 꼭 ‘나만’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기 때문에 그들이 납득하고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조직은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이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와 업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명확하게 충족될 때 그들 또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지즉위진간(知則爲眞看)’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즉, 알아야 참으로 보게 된다’는 뜻입니다. 책임감과 주인의식이 부족하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그들을 바라보다 보면 제대로 알기도 전에 무한한 가능성을 닫게 되고, 그로 인한 영향은 고스란히 조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더불어 제대로 된 이해를 기반으로 그들에게 올바른 방향이 제시될 때, ‘WHY’를 발판 삼아 누구보다도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는 구성원들 또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